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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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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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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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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DUMMY

사도련주 정심의 무공은 특이하다.

낭인 시절 그를 처음 봤을 때 군황이 한 생각이다.

스스로 불도 못 붙이면서 화섭자로 내공에 불을 붙이는 괴상한 무공이었다.

대신 오로지 태우는 데만 집중한 내공은 그 순도가 굉장히 높았으며 잘만 집중하면 금속도 녹일 정도였다.


캉! 캉!


불꽃을 휘두르는 도법에 맞선 연은 쫓아가던 기세를 멈추고 뒤로 밀려나야 했다.

정홍이 도를 휘두를 때마다 넘실거리며 쫓아오는 불길에 선녀검의 검막이 흔들리고 연의 옷이 불꽃에 그슬려 말려들어 간다.


“하하하! 선녀의 날개옷은 타는 법이오! 소저!”


아무리 검막을 펼쳐도 정홍의 백염도법은 막을 뚫고 불길을 쏘아댔다.


“으윽!”


분명 뚫을 방법이 있을 텐데 밀리기만 해서 연은 조급해졌다.

불길까지 날려 버릴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둘러도 보고 검막을 느리게 해서라도 검에 힘을 줘보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길을 막으면 정홍의 패도적인 도법이 연속으로 찔러 들어와 밀렸으며 도법을 막고자 힘을 주면 얇아진 검막을 뚫고 불길이 연을 습격했다.

연은 뒤로 계속 물러나다 결국 연무장 끝까지 밀렸다.


“후우.”


연무장에 그을린 자국을 길게 내며 달려온 정홍은 자신이 만들어낸 검은 길의 끝에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숨도 쉬지 않고 도를 휘두른 덕분에 연을 궁지에 몰긴 했는데 마지막을 끝낼 힘이 부족했다.


“소저. 이 대결의 끝을 봅시다.”


한숨을 회복한 정홍은 내공을 일으켜 도를 휘감은 불에 한꺼번에 주입했다.

두꺼운 도를 감싼 불길이 위로 거세지더니 불기둥 같은 걸 만들어냈다.

휘몰아치는 열기에 연은 눈마저 뜨기 힘들어졌다.


“소저의 아름다운 얼굴과 신체에 화상을 입히고 싶지 않소이다. 지금이라도 뒤로 한 발짝만 더 가시오. 그럼 이 정홍의 아내가 될 수 있소.”

“제가 꼭 공자의 아내가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내 자랑 같지만 난 사도련주의 손자요. 미래에 사도련이 내 것이란 말이지.”

“거절하겠어요.”

“굳이 매를 벌겠단 말이군. 편지까지 주고받은 사이지만 정당한 대결에 사심을 넣을 순 없는 법. 각오하시오!”


기합을 내지른 정홍의 백염도법이 일도양단의 기세로 불기둥과 함께 내려왔다.

정홍은 불이 연에게 닿기 직전 멈춰 승리를 선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을 마주한 연은 그게 자신을 정말로 덮칠거라고 생각해 죽음의 기로에 선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싫어! 지고 싶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며 허리춤에 매달린 태극패를 찾는다.

이것만 버린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벗어나는 길 패배자로 직행이다.

마음속 깊이 승리를 염원한 순간 연의 깊은 곳 검은 물밑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을 원하는가.-


불길이 눈앞에 당도하기 직전 연은 그 목소리에 화답했다.

원한다고 대답한 순간 태극패가 산산조각 나 흩어지고 연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쏟아졌다.

그 꼴을 본 군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살성!”


군황만이 아니었다.

무림에 살성의 존재가 뭘 뜻하는지 아는 무림명사들이 죄다 일어섰다.

군황은 그들이 나서기 전에 공중으로 솟구쳐 연무장을 향해 능공허도를 펼쳤다.

공중을 걷는 군황의 엄청난 경지에 사람들의 눈이 집중되었다.


“아니?”


군황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안광을 내뿜는 연을 마주한 정홍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연이 순간 연무장 끝에서 사라지더니 불길을 정면으로 뚫고 자기 위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녀 옷을 입은 선녀가 내려온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막을 날개 삼아 뜬 연이 방향을 급히 틀어 정홍에게 내려왔다.


“빌어먹을!”


욕을 한 정홍이 백염도법이고 뭐고 멈추고 나려타곤의 수법으로 바닥을 굴렀다.

연의 검막이 대리석 바닥을 죄다 갈아버리며 사뿐히 내려앉았다.

피하지 않았다면 갈아낸 한 줌의 고기가 되어 죽었을 것이다.


“홍아!”


멀리서 손자의 위협을 감지한 정심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이미 좌석을 떠나 연무장으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한두 명이 아니다.

고절한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사방에서 내려온다.


“이 년!”


먼저 내려온 한 무인이 판관필을 연에게 찔러 넣었다.


까가깡! 


연의 검막이 판관필을 막아내고 곧장 반격에 들어갔다.


“소저! 위험하오!”


바로 옆에서 대결을 지켜보던 흑기린이 연의 뒤를 점하는 자의 공격을 막아내며 그녀를 지켰지만 연은 붉은 안광을 더 빛내더니 흑기린의 등 뒤를 선녀검으로 갈랐다.

급작스런 기습에 화산검이 매화검법을 펼쳐 막지 않았다면 흑기린은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소교주. 살성임을 알고도 연소저를 지키겠다는 거요?”

“그럼 화산검께서는 이대로 그녀를 포기하시던가.”

“나는 살성은 전부 무림공적이라 듣고 살아온 사람이오. 하지만 그대처럼 그녀를 해하고 싶지는 않구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마도에는 길이 있소?”


화산검은 피아구별없이 선녀검법을 휘두르는 연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며 물었다.


“천마는 대대로 살성이오. 내가 반쪽짜리일 뿐.”


흑기린이 자신들을 공격해 오는 자들을 막아내며 전음으로 화산검에게 마교의 비밀을 털어 놓았다. 


“그 말을 믿지! 이제까지 검을 맞대어온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화산검이 매화검법을 절정으로 펼쳤다.

매화향기와 함께 검기가 사방으로 날아 군황보다 먼저 도착한 고수들을 잠시나마 밀어냈다.


“내 여동생에게 휘두르는 공격을 다 멈춰라! 경고를 듣지 않겠다면 죽을 것이다!”


능공허도로 연무장 위로 날 듯 걸어온 군황이 육합전성을 펼쳤다.

전후좌우 위아래 모든 방향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금양자와 독심호, 두 명의 십이존자에게서 얻은 내공과 역근경의 내공을 전부 실은 군황의 기막이 연무장 위에 선 모든 무인을 덮쳤다.


“으악!”

“큭!”

“음!”


연무장에 선 자들 가운데 삼분의 일은 기막에 눌러 납작 엎드리고 나머지는 신음을 흘리며 겨우 서 있었다. 

개중엔 가벼운 탄성만 낸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도 날카로운 눈으로 군황을 볼 뿐 움직이진 않았다.

군황은 자신이 펼친 중압감을 떨쳐낸 자들을 살폈다.

몇 명 되진 않으나 싸운다면 필히 어려울 터였다.

게다가 좌중에 남아 있는 기인들까지 센다면 여기선 부드럽게 나갈 필요가 있었다.


“여동생의 상태를 미리 살피지 못한 이 백가의 잘못이니 선배님들과 후배께서는 이해를 부탁드리오.”


군황은 모두에게 포권을 해 보이고 허공섭물로 깨져 흩어진 태극패를 모아 원래대로 만들었다.

부서진 모산의 신물은 아직 힘이 남아 있어 내공을 밀어 넣어 붙여주자 스스로 붙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걸 기막에 눌려 꼼짝도 못 하는 연의 등에 붙여주자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안광이 봉인이라도 된 듯 멈췄다.

짐승이라도 된 듯 고성을 지르던 연은 안광이 사라지기 무섭게 정신을 잃었다.


“안타깝지만 대회는 이걸로 끝이오. 준비된 상품은 본선에 올라온 자들에게 적절히 나눠주겠소. 약조하리다.”


군황이 짧게 대회의 폐막을 선포하곤 기절한 연을 메고 떠나버렸다.

백검문이 연 무술대회는 그렇게 끝났다.


“형님.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군기는 각 문파에서 날아온 항의 공문을 보고 공황에 빠졌다.

다 이 상황을 설명하라는 말들뿐이다.

당장 백검문을 방문해 항의하려는 문파들이 수두룩했지만 백연의 아버지는 성주인 백석이다.

무림인이 아닌 병사들이 백검문의 앞을 지키니 황군이 무서워 아무나 출입하지 못했다.

해검지를 지키는 정사마의 소수인원만 방문했으나 그마저도 백검문의 문도들만 만날 수 있을 뿐 군황은 철저히 백씨들을 지켰다.


“잘 되었다.”


군황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연에게 무릎베개를 해준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가 잘 돼. 이거 안 보여?”


책상 위를 이불 덮듯 덮은 서찰을 들어 보이며 군기가 말했다.


“안 그래도 왜곡왕 그자가 촉산에 진법을 펼치고 숨었다기에 백검문만 끌고 가기에 곤란했는데 이참에 무림을 죄다 끌고 가보자꾸나.”


군황은 곧장 군기에게 공문을 써 항의하는 서찰을 보낸 문파에 답장을 돌리라고 했다.

모란, 작약과 함께 군기는 군황이 불러주는 글을 그대로 적어 각 문파에 보냈다.

내용인즉슨 사천 촉산에 숨은 백백교의 십이존자가 백연에게 사술을 걸어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연이 보인 안광은 실제로 살성의 것이 아닌 속임수이며 이는 마도의 종주인 마교의 소교주가 보증한다고 적어 넣자 감히 설전하려고 드는 자가 없었다.


“이번 일은 제게 진짜 단단히 빚진 겁니다.”


군황에게 비밀리에 불려 온 흑기린이 달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인정하지. 단풍놀이는 네 것이다. 약조한다.”


군황은 웃으며 흑기린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아버지 백석이 준 귀한 술은 향이 참 좋았다.


“얼버무리긴 했지만 살성이 한 번 폭주하면 그 살심을 감추기 어려운 법인데 어쩌실 생각입니까?”


흑기린의 질문에 군황은 고민에 빠졌다.

제자도 살성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골탕 먹인 적이 없었다.

자신의 교육이 먹혔다고 그 시절엔 자부했는데 역시 녀석이 특별했던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 마도의 길을 걷는 마교에는 방법이 있나? 하기야 천마는 대대로 살성에서 나오니 방법을 알고 있긴 하겠지.”


천마가 살성이라는 건 비밀이긴 했지만 어지간한 고수들은 짐작하고 있었다.

천마군림보와 군림공을 펼칠 때 붉은 안광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게 나오지 않는 흑기린이 비정상이다.


“알고 계셨군요.”

“천마를 만난 자들은 다들 알지.”

“제 사부님을 만나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


군황은 전전대 천마를 만나 사투를 벌이던 때를 떠올렸다.

죽을 뻔했다.

상대도 멀쩡하진 않았지만.

어지간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 별호다.

제자의 말처럼 마교는 쇠심줄보다 질기다.


“만나지도 않으셨으면서 다 아시는군요.”

“책을 많이 읽어서.”

“하여튼. 방법이 있습니다.”


흑기린이 약지에 있는 흑룡이 새겨진 반지를 뺐다.

그건 소교주를 상징하는 명패 같은 거였다.


“연소저가 소교주가 되어 다음 천마가 되는 겁니다. 안 그래도 제가 그쪽이 아니라 사부님이 곤란하셨는데 잘 되었습니다.”

“흥. 너는 그 천마의 부군이 되고?”


군황이 픽 웃자 흑기린은 군황을 보고 씩 입꼬리를 올렸다.


“연소저가 허락한다면요.”

“거절한다. 내 여동생은 백검문의 사람이야.”

“그 성정을 다스릴 방법이 딱히 없으실 텐데요? 모산의 신물이 박살 나는 걸 보시지 않았습니까.”

“글쎄. 나는 천마군림없이 다스리는 인간을 봐서.”


제자의 경우를 말하자 흑기린의 눈에 불신이 깃들었다.


“그런 경우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문주님께서 거절하셔도 제 사부님이 놓아주지 않으실 겁니다. 살성이 등장하길 오래 기다리신 분이니.”

“어째 소교주께서는 내가 천마에게 지기라도 할 것 같은 말투로군.”

“백검문의 위세가 대단하다고는 하나 십만대산의 주인에게 대적할 정도가 될까요? 교는 황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흑기린은 군황의 성격을 알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군황은 아버지가 준 술을 바닥에 쏟아버리기도 싫고 흑기린을 죽이기도 싫어 웃기만 했다.


“협조해 준 소교주를 생각해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 다만 다음에 또 나와 천마를 저울질한다면 최소한 혀는 내놓을 각오를 하게.”


누가 더 광오한지 대결이라도 하는 듯 서로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어쨌거나 자네의 사부인 천마가 본좌와 내 여동생을 보려면 촉산으로 와야 할 거야. 당장 내일 출발할 예정이거든.”


군황이 군기를 통해 보낸 격문으로 정말 촉산에 뭔가가 있음을 당가를 통해 확인한 정파의 대부분이 깃발을 올리고 그곳으로 출발한 상태였다.

백검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사도련도 그간의 관계를 봐서 큰칼의 병력을 이동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마교가 움직이기만 해도 십이존자 고독에겐 상당한 압박이 될 터,

군황은 손에 쥔 꽃놀이 패를 녀석에게 내밀 생각을 하자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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