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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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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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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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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DUMMY

군황은 사도련을 만들 때 녹림과 장강수로채를 받지 않았다.

갈 때까지 간 바닥친 인생들을 다 보듬어 안으면서도 그들을 받지 않는 이유가 뭔지 제자가 묻자 군황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놈들은 바닥친 인생이 아니라 그런 것처럼 위장해 남들을 수탈하는 버러지 같은 무인 놈들이라 그렇다고.


“후. 덥다.”


여름의 끝자락이었지만 여전히 땀은 비오듯 흘렀다. 

지붕이 달린 커다란 가마에 앉은 연이 부채로 땀을 식히고 있다.

깨어나자 석백성을 떠나 이동 중이라 그녀는 기가 막혔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다.


“여기 어디야?‘


연이 느긋하게 반은 누워 서책을 보고 있는 군황에게 물었다.


“촉산으로 가는 중이다. 너에게 사술을 건 왜곡왕 고독을 죽이러.”

“무슨 소리야?”


어리둥절해 하는 연에게 군황이 그녀가 정신을 잃은 사이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자신이 폭주한 이유가 엄한 놈에게 전가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폭소했다.


“꺄하하하. 오빠 머리 좋다.”

“웃지말고 몸가짐을 조신히 하도록 해라. 넌 지금 사술에 걸린 공주님 신세이니.”


군황은 허공섭물로 금이 간 태극패를 띄워 연에게 건넸다.

연은 여기저기 금이 가 볼품없어진 태극패를 잡으려다 손바닥에 격통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 패에서 손을 땠다.

그녀의 눈동자가 붉게 변하더니 고양이과 맹수처럼 세로로 줄어 들었다.


“살심이 넘쳐서 태극패도 이제 잡지 못하게 된 거냐?”


군황이 혀를 차자 연은 오기로라도 태극패를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오빠가 열심히 수련하면 살성에 관한 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잖아.”


둥둥 든 태극패를 보며 연이 인상을 썼다. 


“그랬지.”


제자는 그랬다. 연은 실패했고.

군황은 서책을 찢어 태극패를 한번 감싸 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연이 태극패를 만질 수 있었다.


“인생사 맘대로 계획했던 대로 풀리는 건 없다.”

“그럼 어떻게 해?”


태극패를 쥐고도 연의 말투는 변함이 없다.

대신 붉은 안광을 뿌리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건 모산의 신물이 죽어가고 있거나 연이 살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 경우에는 후자에 힘을 실어야 했다.


“살성을 다스리는 법은 두 가지다. 수련으로 일정 수준을 넘어 있든 없는 상관없게 하거나 천마군림을 익히거나.”


연은 지금 자신의 허약함을 살성의 살심으로 채우고 있다.

정홍을 죽이려 한 폭주가 그 결과다.


“마음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던데. 연무장에서 들었겠지?”


군황 본인이 살성이 아니었기에 제자가 말해준 것에서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

연이 고개를 끄덕여 목소리의 존재를 증명했다.


“거절해야한다.”


군황의 단언에 연이 우물쭈물 거렸다.


“하지만.”

“쉽게 강해지려는 마음을 버려라. 실제로 이긴다고 해도 기억도 못하지 않느냐.”


정홍을 이겼다는 걸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으나 군황의 말처럼 완전히 생각나지는 않았다.

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했다.


“군기 오빠는 많이 화났어? 대회 준비하느라 힘들었는데 내가 다 망쳐 버렸잖아.”

“언제부터 네가 작은 오라비를 신경썼다고.”

“예의상.”


연이 뒷통수를 긁으며 헤헤하고 웃었다.


“군기는 네 뒷치닥거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진 건 군기보다 오히려 나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서원을 홍보해 자금을 마련하려 했는데 다 틀어져 버렸구나.”


원래 군황은 대회가 끝난 후 무림문파에 속하지 않은 자들을 모아 제자를 육성하는 기관을 만들생각이었다.

그 대신 그들에게 출자를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이제는 살성을 키우는 문파라는 의심을 써 서원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자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는 거지? 큰 오빤 항상 방법을 찾아내잖아.”

“그래. 돈이 나올 구멍이야. 무림엔 항상 있는 법이지.”


촉산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위험한 산길이 많다.

그리고 그런 길에는 항상 남을 등처먹는 산적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군황은 지도를 펼쳐 백검문도들에게 어느 한 지역으로 말머리를 움직이게 했다.


호림채의 채주 정호는 삼십년 전 그 날을 잊지 못했다.

뱀이 움직이는 듯한 검 한자루 들고 해괴한 장법으로 부하들을 터트려 죽이며 산채를 털어간 고수를 말이다.

후에 들어보니 그 자가 낭인왕이란다.

좀 더 지나자 마제라 불렸다.

정호는 그날로부터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여겼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 있으면 먹고 살아야 하는 법.


“채주님! 오늘도 마을에 갑니까?”

“당연하지!”


정호는 늙어 이제 백발이 성성하지만 욕심 하나는 젊은 산적 놈들과 비등비등했다.

마을로 내려가 금붙이며 곡식이며 털어올 생각을 하니 군침이 돌아 미칠 지경이었다.


“곳간도 가득 찼는데 이번 달은 쉬는 게 어떻습니까 채주. 마을 놈들이 굶주려서 깨꼬닥하면 더 쥐어짜낼 것도 없지 않습니까.”

“꾀꼬닥하면 옆 마을에 가면 그만이다. 전쟁이 끝나서 나라 잃은 놈들이 화전민으로 계속 들어 오는데 몇 놈 뒤지든 무슨 상관이냐. 하하하하!”


호랑이가죽이 깔린 의자에 앉아 호탕하게 웃던 정호는 갑자기 식사를 하다 말고 죽은 시체처럼 멈춘 부하들을 보고 자신도 웃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러느냐? 못 볼 걸 본 것처럼 멈추고.”


부하들의 시선이 정호의 머리 꼭대기에 가 있다.

정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위를 본 순간 그의 위에는 자신을 내려다 보며 웃고 있는 젊은 놈이 둥둥 떠 있었다.


“헉!”


정호는 얼른 의자에서 뛰쳐나와 부하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귀신이냐!”


채주 정호의 고함에 군황이 씩 웃으며 천천히 땅으로 내려와 산채를 훑어 봤다.


“아니, 한번 털리면 옮겨갈 줄 알았는데 그대로 있네? 머리가 나쁜 건가. 아니면 무식해서 용감한 건가.”


군황이 큭큭대며 웃었다.


“사람이냐!”

“널 벗겨 먹으러 온 강도다. 이 새끼야.”


군황이 욕을 하더니 정호가 않았던 의자 옆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더러운 박도를 휙 던졌다.

그러자 박도가 부메랑처럼 빙글빙글 돌더니 긴탁자에 둘러앉은 정호의 부하들 반의 목을 날려 버렸다.

날아간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가 음식이 쌀린 상이며 바닥, 그리고 산적들을 물들였다.

정호는 이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아까 의자에 앉아 회상했던 그 재수없는 삼십 년 전 그 날이다.


“호림채 채주 정호가 무림고수님을 뵙습니다!”


정호는 피범벅이 된 채 재빠르게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누군지는 모르나 저 젊은 놈은 엄창나게 강하고 또 잔인하다.

마도의 고수가 아닐까 생각한 정호는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군황이 자신의 목을 잘라 부하들에게 보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정호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덜덜 떨며 자신을 보고 있는 부하들을 살폈다.

눈이 아래를 향해 바닥에 쓰러진 몸뚱이를 본다.


“사..살려.”


유언으로 살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정호는 혀를 길게 빼고 죽었다.


“삼십년 전에 이 자식을 살려줬는데 아직도 여기서 산적질을 하고 있었군. 역시 너희들은 다 죽어야 하는 녀석들인가?”


군황이 잘린 정호의 목을 그의 부하들이 있는 식탁으로 세게 던졌다.

와장창소리를 내며 음식물위로 정호의 머리가 굴러갔다.

다 죽여버리겠다는 군황의 엄포에 산적들이 벌벌 떨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대협! 다시는 산적질을 하지 않을테니 살려 주십시오!”

“산을 내려가면 토끼같은 자식들과 떡두꺼비같은 마누라가 있습니다!”


반대 아닌가. 

군황은 고개를 갸웃한 후 휘파람을 불었다.

먼저 떠난 군황을 따라 산으로 올라온 백검문도들이 산채에 들어와 산적들을 포위했다.

금강공을 익혀 칼하나 들어가지 않게 생긴 험상궂은 백거문도들은 도박장에서 굴러먹은 왈짜패 출신이라 산적의 외향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피냄새나.”


나란히 선 백검문도들의 가운데로 연이 들어오며 황홀한 표정을 짓자 산적들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저 웃음은 누가봐도 미친 사람의 웃음이었다.


“죽여도 돼?”


연의 물음에 군황은 얼마든지 하라는 듯 산적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산적들이 연의 검막을 맞아 고기파편으로 변해 갈려나갔다.

마녀가 웃는 소리가 산중에 울려 퍼졌다.


“산채에 있는 재물의 삼분의 일만 챙기고 나머지는 지역민에게 나누어주고 떠난다. 들릴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니 서둘러라!”


군황의 명령에 백검문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촉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군황은 두어개의 산채와 네 개의 수로채를 털었다.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그것도 모자라 둘 곳이 없어 마지막에는 몸에 둘러야 했다. 

촉산 바로 앞 각 문파의 깃발이 올라간 천막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백검문은 가히 상단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재물이 많았다.


“아니, 어디 보물지도라도 발견하셨습니까?”


백검문의 도착을 기다리던 화산검이 문도들의 손과 목에 걸린 금붙이를 보고 물었다.


“대충 그런거지. 참 운이 좋았어.”


군황은 화산검에게 가볍게 둘러대고 다른 문파처럼 이곳에서 지낼 천막을 치고 깃발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이라는 청색 글자가 왜곡왕 고독이 숨은 촉산 아래서 나부꼈다.


***


묵기가 고향을 떠난지.


“몇 일이지?”


기억이 나지 않아 손가락으로 세고 있자니 백합이 손가락 네개를 들어 알려줬다.


“아, 그래. 사 일!”

“바보야?”

“···연상에게 바보라고 하는 거 아니야.”


묵기는 무뚝뚝한 백합에게 대꾸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들이 땅바닥에.

아니, 정확하게 묵기만 철퍼덕하고 앉아 있는 이유는 봇짐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안에 든 식량과 돈까지 모조리 잃어 버렸다.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앉은 백합이 주머니에서 검은 환약을 꺼내 먹었다.


“맛있냐?”


저거라도 또 먹을까 싶어 묵기가 묻자 백합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기야 저 약 엄청나게 쓰다.

어쨌든 짐을 잃어 버린 건 정말 본의가 아니었다.

믿진 못하겠지만 대붕이 와서 낚아채어 갔다.

진짜 사람보다 컸고 대수인으로 한 방 먹였는데 흔들하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묵기를 흘겨보고 날아갔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아! 진짜!”


묵기는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감싸쥐고 막 흔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큰 형인 백청기에게 사냥을 배워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백연은 어릴 때 배워 숲을 한 바퀴 돌면 고기가 두 손 가득인데 자신은 사냥감을 찾지도 못하다니.


“돌아가?”


백합이 석백성이 있는 방향을 보며 물었다.


“그건 좀.”


남자가 한 번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베어야 하는데 멋없게 지금 돌아간다니.

가서 뭐라고 하란 말인가.

대붕이 짐을 훔쳐갔어 그러란 말인가.

참 믿겠다.

연이 배꼽을 잡고 웃을 생각을 하니 묵기는 더 돌아가기 싫어졌다.


“어? 무슨 냄새 안나냐? 백합아?”


그런데 어디서 고기를 굽는 냄새가 났다.

비릿한 것이 물고기였다.

근데 고소한 향도 나는게 육고기도 구워지고 있다.

묵기는 코를 벌름벌름거리며 뭐에 홀린 개처럼 눈을 감고 냄새를 따라 갔다.

바로 앞에 작은 낭떨어지가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으아악!”


눈을 감고 냄새를 맡다 떨어져 비탈을 데굴데굴 구른다.

그 꼴을 물끄러미 내려보던 백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백합이 작은 몸을 폴짝하고 뛰어 묵기를 따라 움직였다.


하늘과 땅이 마구 위치를 위 아래로 바꾸길 여러번 묵기는 뭔가 푹신한 것이 모인 곳에 닿아 겨우 멈췄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부처의 머리를 닮았다 하며 석불이라 불리는 하얀 꽃송이들이 포도처럼 달린 식물들 사이다.

동그란 꽃송이들이 연등처럼 보이는 가운데 묵기는 냄새의 정체를 발견했다.


“어머, 괜찮으세. 아니, 괜찮소? 공자?”


냄새의 진원지에서 한 학사가 제법 커보이는 도마뱀과 물고기를 모닥불에 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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