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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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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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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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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DUMMY

무량검이 백검문에서 새롭게 만드는 천하학관이라는 곳에 기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 무림에 퍼졌다.

화산 본산보다 나중에 기별을 받은 두 명의 매화검수 중 하나는 무량검의 앞에서 기절해 버렸다.

정신을 잃은 매화검수를 보며 무량검이 혀를 찼다.


“대화산의 매화검수라는 놈이 이 정도 일을 가지고 기절이라니.”

“무량검이 화산에서 떠난다는데 기절하지 않고 배길 화산파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옆에서 그 광경을 보던 군황이 웃으며 말했다.


“누구 때문에 이리된 건데 문주는 참 여유가 넘치는군.”

“여유가 없을 건 뭡니까. 아, 참. 오늘 점심약속이 홍살문 아래 무림맹 지부에서 잡혀 있는데 참가하시겠습니까?”

“그냥 점심인가. 아니면 본 노구 때문에 열린 회의인가?”

“아마 후자겠지요.”


무림맹 본산과 화산에서 급파한 사람들이 왔다는 기별을 군기에게 받았다.

그러니 후자가 확실했다.


“나는 이제 한낱 학관의 선생이니 가지 않겠네.”


무량검은 군황에게 천천히 포권을 한 후 학관이 지어지고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뛰어난 경공으로 사라지는 무량검을 보며 군황은 학관이 생각보다 빨리 지어지겠다고 생각했다.

절대고수란 그런 거다.

손을 몇 번 움직이기만 해도 남들의 열 배는 해내는 사람들.

그래서 쉽게 내어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이건 정말 너무한 처사입니다!”

“문주! 아무리 그래도 남의 문파의 사람을 곶감 빼 먹듯 빼가는 게 어디 있소!”


점심식사라 해놓고 원탁에는 꼴랑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군황은 그거라도 마시며 침 튀겨가며 언성을 높이는 자들을 마주했다.


“무림맹 지부는 처음 들어와 보는데 꽤 소박하군.”


느긋하다 못해 현 사안에 관심이 없는 듯 두리번거리는 군황을 본 무림맹 인사들은 기가 막혔다.


“문주!”

“뭐라고 대답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오!”

“무림맹에서는 본 문주에게 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거요?”


군황은 막 태어난 오리 새끼들처럼 꽉꽉 대는 놈들에게 오히려 반문했다.

순간 떠들던 그들의 입이 콱 막혔다.


“본 문주가 천하학관에 몸담을 사부 중 한 분으로 초빙한 것은 맞소. 하지만 제안에 대한 선택은 무량검 본인이 한 것. 그 선택에 내 책임은 없소.”


군황의 말이 틀린 것이 없어 침묵만 흘렀다.


“차가 식었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군황은 시비를 부르지 않았다.

아니, 부를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이 자들이 미리 준비한 술수를 부려 밖으로 말소리 하나 나가지 못하게 해놓았기 때문이다.


“무림맹에서 걱정하는 바는 본 문주도 잘 알고 있소.”


맹이 뭘 걱정하는지 안다는 말에 침묵하던 얼굴들에 혹시나 하는 기색이 올라왔다.


“무량검의 무공은 만인지적. 너무 많은 힘이 우리 백검문에 집중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니오?”

“문주. 알고 있으면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한 놈의 선 넘는 발언에 군황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런 짓? 지금 본좌의 대계에 이런 짓이라 이름 붙인 것인가?”


콰앙!


단순히 찻잔을 튕겨낸 것뿐인데 그걸 맞은 무인은 벽을 몇 개나 박살 내고 날아가 쓰러졌다.

제갈가가 마련한 기관진식이 단번에 부서지자 맹의 인사들은 아연실색했다.

군황이 날아가 미동도 없는 자를 보니 보랏빛 무복이 점창파 같았다.


“죽지는 않았을 테니 누가 점창에 저 머저리를 데리고 가라고 하시오.”


군황은 점잖게 타이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 이제 들리겠군. 누가 가서 데운 차를 다시 가져오라.”


뚫린 벽 사이를 기웃거리는 시비를 보고 명령하자 그들은 얼른 차를 가지러 달려갔다.


“맹주인 신승에게 전하시오. 나는 무량검을 이용해 힘의 판도를 어찌하고자 하는 의도나 사심은 전혀 없고 단순히 위대한 이름을 가진 스승이 제자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보고 싶을 뿐이라고.”

“그 말을 믿으라고?”


벌떡 일어나 이어질 군황의 공격을 맞을 자세를 하고 있던 인간 중 하나가 말했다.

구름 문양이라 남궁의 무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믿든 말든 나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다시 한번 나에게 예의 없이 군다면 남궁과 백검은 전면전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입을 함부로 놀린 그대가 지겠지.”


군황의 호령에 남궁의 무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우리 화산은.”


떠들거나 투덜거리거나 소리 지르던 다른 이들과 다르게 군황과 마주했을 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무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가장 고수로 보이는 자의 가슴에는 매화가 한 송이 피어 있었다.


“우리 화산은...”


남자는 화산만 찾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량검님께 실망을 안겨 드렸소. 아마도 꽤 오래전부터. 명진이 힘을 냈지만 그 기량이 역부족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찌그러진 언어를 겨우 뱉어내는 자를 보며 군황은 그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절절하군. 귀하는 누구지?”

“화산장문.”

“그렇군.”

“문주. 나는 문주가 본파의 최고 고수를 가지고 뭘 하려는지는 상관없소. 다만 하나만 진실되게 대답해 줄 수 있겠소이까?”


마침 시비가 뜨거운 차를 가지고 와 따라주었다.

군황은 김이 피어오르는 차를 몇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하늘에 대고 맹세하지. 나 백검문주 백청기는 지금부터 화산장문인에게 하는 대답에 한 올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진실만 대답하겠다.”


군황의 맹세에 화산장문이 이제껏 망설였던 질문을 꺼냈다.


“그분은 화산을 버리셨소이까?”

“절대.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소. 화산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단 말이지.”


군황의 대답에 화산장문인의 눈에서 강줄기 같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 말을 들으니 참으로 안심이 되는군. 백검문에 실례가 안 된다면 객으로 묵고 있는 안재님을 뵐 수 있겠소?”

“얼마든지. 우리 백검문은 화산장문과 화산파 일행을 환대하는 바이오.”


군황과 화산장문이 서로 포권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나가려는 두 사람을 보고 장강 오리알 신세가 된 맹원들이 눈만 끔벅였다.


“장문인!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맹의 위치도 생각해야지요!”

“장문인!”


군황을 어찌할 수 없자 그들은 이번엔 화산장문을 걸고넘어졌다.

그냥 가려던 화산장문은 눈물을 뚝 그친 야차같은 얼굴로 뒤돌아서 노성을 내질렀다.


“갈! 본파의 노고수가 어찌 되든 그대들이 무슨 상관이라고! 그 입 닥치고 내가 백검문에서 내려올 때까지 얌전히 계시오! 시끄럽게 군다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맹은 하나도 알 수 없을 테니!”


화산장문의 으름장에 더 이상 토를 다는 자가 없었다.

무림맹 지부를 나온 화산파 일행과 군황은 홍살문과 뒤에 있는 해검지를 지났다.

법도대로 매화검을 모두 해검지에 맡긴 화산파가 군황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화산장문의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천상 무인에 고수라 지칠 일도 없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두렵소? 무량검이 화산을 버렸을까 봐?”


진실로 대답했는데 일말의 의심이 남았는지 군황의 말을 들은 화산장문의 표정이 굳었다.


“문주는 못 믿는 게 아니오. 그저 나에겐 아버지 같은 분이라 못난 자식을 꾸지를 까 두렵소이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했냐고.”

“멍청한 놈.”


그런데 숲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목소리가 화산장문에게 대답했다.

잎이 떨어져 죽어가는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무량검 안재가 가볍게 서 있었다.


“화산장문이 사백님을 뵙습니다!”


장문인이 무량검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뒤이어 화산파의 사람들이 같이 무릎을 꿇는다.

무량검은 그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화산은 뭐라고 하더냐. 사제는 뭐라고 하더냐. 너희들은 어찌 생각하느냐. 나를 배신자라 생각하느냐?”


무량검이 고개를 조아린 장문인에게 물었다.

장문인은 눈물을 흘리며 안재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무량검을 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희의 모자람을 통감해 슬퍼할 뿐.”


그 대답을 들은 안재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지. 내 평생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사백님!”


엉엉 우는 장문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량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여기 있는 문주와 약속한 것이 있어 화산에 금방 돌아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 무공을 이어받을 이가 나타났을 때 그 인연과 함께 화산으로 돌아갈 것이다.”


천하학관에서 제자를 키워 화산으로 금의환향하겠다는 뻔뻔한 소리가 무량검의 입에서 나왔다.

군황은 저 노인네가 그러면 그렇지 하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데리고 가는 건 상관없지만 여기서 먹고 자고 쓰고 키운 값은 지불하고 가야 할 겁니다.”

“들었느냐? 저리 말하는군. 해도 해도 너무하지. 저놈은 우리 대화산파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인 줄 안다.”


군황에 농담에 안재가 진지하게 반응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백님! 그 학관인지 뭔지 저희 화산파가 지어다 사백님 아래에 바치겠습니다. 문주! 그 학관 얼마요? 대체!”


무량검의 앞에서 눈물, 콧물 다 빼던 화산장문이 고개를 휙 돌려 군황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포승줄에 묶인 무인과 도적, 그리고 일반인들을 보며 묵기는 자신이 정상이라 확신했다.

끊이지 않고 웃음이 나와 입을 가려야 할 정도다.


“흠! 흠! 사내대장부가 고추를 달고 나와 한낱 학사에게 혹하다니! 그대들을 남자라 부르기도 뭐하군!”


나처럼 잘 참았어야지 하고 생각하던 묵기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잘 꿰어 놓은 굴비처럼 줄줄이 따라오던 남자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른다.

지금 잡혀 온 자. 전원 남자다.

그것도 야영하며 자던 학사를 덮치려던 무뢰배들이었다.


“관아가 멀지 않았으니 서두르지요.”


청운은 줄을 당겨 범죄자들을 재촉했다.


“운형. 이런 일이 자주 있다니 정말 순탄치 않은 인생이었겠소.”

“말도 마십시오. 어릴 때부터 납치를 당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는지 청운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허. 그러고도 멀쩡히 장성하다니.”

“그분이 항상 구해주셨지요.”


대체 그분이 누군지 가면 갈수록 궁금해졌다.

범죄자들을 관아에 넘기고 다시 길을 가는데 갈림길이 나왔다.


“공자. 조금 돌아가게 되겠지만 사천에 잠시 들리면 안 되겠습니까?”

“사천? 매운요리라도 먹고 싶은 거요?”

“그게 아니라 지인이 이 부근에 사는 데 한 번 보고 가려고 합니다. 본지 좀 되었거든요.”


묵기는 청운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백합을 봤다.

혈색이 좋아진 백합은 마을 노점상에서 산 당과를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청운의 손을 잡고 걸으며 싱글벙글 웃고 있다.

백합도 아프지 않으니 좀 돌아간다고 무슨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럽시다. 사천의 요리가 그렇게 맵다는데 한 번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마파두부가 먹을 만하지요.”

“오. 그렇소? 사주는 거요?”

“언제는 제가 안 샀습니까. 소홍주도 함께 사드리겠습니다.”

“흠흠. 내가 뭐 얻어먹기만 하나. 석백성으로 돌아가면 성주인 우리 아버지와 문주인 내 큰형이 운형에게 크게 금전을 하사할 거요.”


전에도 들은 것 같은 말이다.

으스대며 기대라 하는 묵기의 말에 청운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사천에 도착한 묵기 일행은 바로 사천성으로 향하지 않고 큰 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촉산이라는 지명이 붙은 비석을 지나자 뭔가 천막 같은 것들이 잔뜩 버려진 분지가 나왔는데 피와 병장기도 있어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여기서 전투가 있었나 보오.”


묵기는 말라붙은 피와 버려진 천막 따위를 들춰보며 청운에게 말했다.

학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주위의 풍광을 둘러보다 백합의 손을 놓고 경공을 써 날아 올랐다.


“언니!”


갑자기 앞으로 혼자 가버린 청운을 보며 백합이 놀라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응? 왜 그래?”


묵기가 비명과도 같은 아이의 목소리에 돌아본 순간 백합이 경공을 써 사라진 청운을 쫓는다.


“이런 젠장. 어디로들 가는 거야!”


마지막으로 묵기까지 뛰어오르자 버려진 분지만이 그 자리에 또 남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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