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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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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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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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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DUMMY

화산은 정말 천하학관을 지을 천문학적 건설비를 죄다 가져다줄 작정이었다.

하기야 장문이 나선 일이니 누가 토를 달까 싶었지만 군황은 단칼에 거절했다.

동생인 군기는 그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곳간을 큰형이 다 털어간다며 통곡했다지만 상관할 군황이 아니었다.


“천하학관에 한 문파의 입김이 많이 실리는 것은 불가하니 화산의 동도들은 이해해 주시죠.”

“그럼 네놈의 입김이 다 실리는 건 괜찮고?”


군황의 거절에 무량검이 한 말이다.

제법 매서운 말이자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 군황은 홍살문으로 내려가 직접 현판에 적어넣었다.

누구도 천하학관에 공정성에 손을 쓸 수 없고 이는 학관을 지은 백검문도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그러고 나서야 무량검은 설전을 멈췄다.


“이건 어디로 옮길까요?”

“아이고. 고수분들이 이런 잡일까지 하시면 저흰 뭘 먹고 삽니까?”

“그러지 마시고 선생님. 제가 이 일을 빨리 끝내면 선생님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문파인 화산이 발 벗고 공사장을 돌아다니는 광경은 참으로 신선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군황은 참으로 평화롭고 좋은 모습이라 생각했다. 


“뭘 그리 실실 웃으며 보는가?”


자신이 기거할 건물 지붕에 올릴 장식을 조각하며 무량검이 물었다.

단검으로 철을 나무 조각하듯 밀어내는 손길이 신기에 가깝다.

군황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화산의 제자들과 백검의 제자들이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을 보니 참 보기 좋아서 그렇습니다.”

“보기가 좋아?”

“전쟁터에서 사람의 목을 베며 살기를 피워올리는 것보다 좋지 않습니까?”


군황의 말에 무량검은 자재를 나르고 지붕을 올리는 매화검수를 보며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나는 문주의 말에 동의하나 저 젊은것들이 알려나 모르겠군. 대 전쟁이 끝난 지 언제인가. 결전병기라는 소리를 듣던 무인들은 나처럼 다 늙어빠져서 뒷방에 박힌 지 오래야.”


푸념하던 무량검은 순간 이놈이 그 감정을 어떻게 알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문주는 꼭 전쟁을 겪은 것처럼 말하는군.”

“왜 아닙니까. 제가 어릴 적에는 아직 전쟁 중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고심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군요.”

“하기야 성주의 장남이었으니 피부에 와닿을 수도 있겠군.”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시원한 냉차를 한잔하는데 커다란 목소리가 학관으로 올라오는 가파른 산길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교의 소패왕! 아오 키바 납시오!”

“만마앙복! 천마군림! 만세 만세! 만만세!”


들려오는 소리를 보니 마교의 무리가 이곳으로 올라오는 모양이다.


“저것들은 조용히 다니는 법이 없군.”


계속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에 무량검이 귀를 후벼파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천성이 그런 이들이 모인 걸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여동생이 소교주로 있는 곳이라 군황은 마교를 조금이나마 두둔해 줬다.

게다가 천하학관이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는 건 아래에 있는 백검문을 통과했다는 말이다.

총관인 군기의 허락하에 저러고 있다는 것이니 그들을 흉보는 건 동생을 흉보는 것과 같았다.


“문주 동생이 마교의 소교주라 봐주는 건 아니고?”


저 노인네의 독설이란.

살아생전 톡톡 쐈던 마야의 입담과 맞먹었다.


“제 이름은 키바! 이곳 석백성 마교지부의 새로운 책임자로 발령받은 자입니다!”


서역인의 얼굴을 한 키바는 그야말로 하얀 거인이었다.

키만으로 따지면 석백성에 있는 중원인 두 배만 하다.

거기다 그 키 반만 한 대검을 들고 있어 그 위압감이 대단한 자였다.


“문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커다랗고 호탕한 목소리로 키바가 포권을 했다.

군황은 가볍게 포권을 하고 자리를 권했다.

하필 무량검의 옆자리라 키바가 그 자리에 앉자 안 그래도 작은 키의 무량검이 완전히 난쟁이처럼 보였다.


“저리 좀 떨어지거라! 이 멀대야!”


무량검이 성질을 내며 냉차가 든 찻잔을 집어 던졌다.

키바는 손을 들어 찻잔을 막았는데 허공섭물로 막아 그 무공이 모자람이 없음을 증명했다.


“이거 죄송합니다.”


키바는 쏟아진 차를 찻잔안으로 회수하고 냉기를 뿜어내 차를 다시 식힌 후 무량검의 앞에 내려놓았다.


“죄송해? 뭐가 죄송해? 내 키가 작은 걸 지금 놀리는 거냐? 죽을래? 화산이라 마교랑 전쟁 한 번 해봐?”


단검을 든 무량검의 눈에 살기가 감돌아 군황이 당황하는 키바의 말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해야 했다.

무량검의 성질이 조금 죽고야 군황은 키바에게 묻고 싶던 걸 물을 수 있었다.


“내 동생은 무사하겠지?”


만약 변고가 생겼다면 키바의 목을 칠 작정으로 하는 질문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주님. 제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무사히 마교에 도착해 계승식까지 마치셨다 들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야 군황의 표정이 풀렸고 긴장하던 키바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있는 젊은 문주는 그 정도로 조심해야 할 자였다.

촉산 아래서 천마를 맞아 잠깐이나마 백중지세를 이뤘다는 소문이 이미 마교내에 파다했기 때문이다.

천마에게 단신으로 덤빌 수 있는 자가 강호에 몇 명이나 될까.

키바는 웃는 얼굴로 군황의 전부를 탐색하며 그가 따라 주는 냉차를 마셨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는군. 그래서 마교에서 소패왕이라 불리는 아오 키바께선.”

“소패왕은 무슨. 네놈이 나라라도 세웠느냐?”


군황의 말을 잘라먹은 무량검이 툴툴거렸다.


“별호가 뭐 그런 것이지. 그만 좀 끼어드시오. 본 문주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군황이 뭐라고 하자 무량검이 흥하고 조각하던 장식을 허공에 둥둥 띄우더니 가버렸다.

무량검에게 거의 반존대를 하는 군황을 보고 키바는 또 기가 눌렸다.


“그래서 소패왕께선 어인 일로 여기까지 납시었나?”


군황이 질문을 마저 했다.


“그게 이번에 새로 만드시는 학관에 관한 내용을 토의하러 왔습니다.”


키바가 기둥이 거의 올라간 건물들을 보며 말했다.


“제가 소식을 전해 듣기로 선생을 모집하신다고 하시던데.”


무량검이 학관의 스승으로 오기로 한 소문은 이미 퍼졌고.

뒤이어 공식으로 날린 파발에는 화산과 마찬가지로 제자가 원할 시 데리고 갈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렇게 되자 처음에는 학관을 반대했던 자들마저도 서로 학관으로 스승역할을 자들을 보내겠다고 아우성쳤다.


“그래. 먹고 자는 것, 배우는 것이 공짜니 천하에 돈 없고 연 없는 무재들이 이곳으로 모여들 테지. 그래서 마교도 여기 천하학관이란 낚시터에서 낚시 한 번 해보겠다는 거요?”

“낚시라니요! 저희는 어디까지나 선심으로.”


군황의 말에 키바가 호들갑을 떨며 아니라 했지만 속이 훤히 보이는 제안이었다.


“소패왕 선생에겐 미안하지만 천하학관의 첫 스승으로 이미 무량검을 받은 상태요. 그러면 다음에 들어올 사부도 적어도 무량검과 대등할 정도는 되어야 학관의 면이 서지 않겠소?”

“무량검만한 고수 말입니까?”


키바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반문했다.

무량검이 보통 인간도 아니고 그만한 고수를 또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키바에게 군황의 선언은 선생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강호는 넓고 기인이사는 많은 법. 이미 무량검이 합류했으니 그에 대한 승부욕이든, 혹은 사부가 되는 대신에 받은 금전욕이든, 또는 명예욕이든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고수가 이곳으로 찾아 올 테니 걱정 말고 물러가시오. 배웅은 하지 않겠소.”


키바는 자존심이 상했으나 천하학관의 주인은 눈앞에 있는 백검문주 백청기였다.

그는 단념하고 일어선 후 포권을 하고 물러났다.

데리고 온 마교도들에게 최선을 다해 천하학관을 짓는 걸 도우라고 한 키바는 혼자 산길을 터덜터덜 내려오며 생각했다.

내려가자마자 긴급으로 마교에 지금 보낼 수 있는 최고고수를 파견해 달라고 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천하학관에 마교가 들어갈 자리가 없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


“세상에 저승 노잣돈이라니. 가짜 돈도 아니고 금괴였단 말이오. 금괴!”


묵기는 아직도 금이 아까워 손발이 꼬였다.

청운의 부탁으로 금괴는 잘린 머리의 앞에 공양하고 온 탓이다.

그 커다란 금덩이면 청운에게 얻어먹은 걸 다 갚고도 남는데 아까워 죽겠다.


“공자. 제가 받은 걸로 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청운이 웃으며 말했지만 묵기는 그래도 불만족스러운지 인상이 구겨졌다.


“받은 걸로 치는 것과 내가 직접 운형을 대접하는 건 커다란 차이가 있소.”

“쫌생이.”


백합의 기습에 묵기가 컥 하고 사레가 들렸다.

뭘 먹지도 않았는데 사레가 들리다니.


“쫌생이? 쫌생이라고?”

“언니. 저 사람 화내.”

“저 사람이라니! 너 나 알잖아. 나 당주야! 당주! 넌 내 당원이고!”

“베!”


청운의 뒤에 숨어 백합이 혀를 내밀어 메롱 하고 묵기를 놀렸다.

묵기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바들바들 떨었다.


“잘 키운 자식이 배신하면 이런 마음이 드는구나.”

“하하. 공자님이 백합을 키운 것도 아닌데 갑자기 자식이요?”

“말이 그렇다는 거요. 말이! 내가 누구 때문에 이리 먼 길을 떠났는데 배은망덕한 것도 분수가 있지.”

“그러지 말고 이것 좀 드셔보세요. 복숭아가 잘 익어 단물이 많네요.”


손에 든 단도로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를 잘라낸 청운이 한 조각을 묵기에게 내밀었다.

청운의 말처럼 과즙이 풍부해 옥 같은 손가락을 타고 뚝뚝 덜어졌다.


“크흠. 내가 과일이 맛있어서 참는 것이오.”


벌써 몇 개째 청운이 잘라주는 복숭아를 먹어 치운 묵기는 이번에도 사양하지 않고 그걸 받아들었다.

이어 백합도 두 손으로 복숭아 한 조각을 받아 다람쥐처럼 옴뇸뇸 하고 조금씩 베어 먹었다.


“저어. 손님들.”


그런데 조용히 흔들리는 나룻배를 조종하던 뱃사공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묵기 일행이 전부 자신을 쳐다보자 긴장한 뱃사공이 앞을 가리켰다.


“이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저 안개를 통과해야 하는데 난 그건 싫소.”


앞뒤 재지 않고 싫다는 뱃사공에 말에 묵기는 기가 막혔다.

왜냐면 나루터에서 저 치가 꿀꺽한 삯이 어지간한 사공의 일 년 치 금액과 맞먹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러합니까?”


화를 내려는 묵기와 다르게 청운은 아주 침착했다.


“저 앞으로 가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밥을 먹고 자식들을 보살필 수 있을 텐데 어찌 두려워하십니까?”


청운의 말을 들은 뱃사공은 더욱 겁에 질렸다.


“그 말투. 혹시 저 안개 너머 사람이오? 그러면 난 더 못 가겠소. 어째 돈을 많이 주더라니.”


히익하고 울부짖은 사공은 그 길로 강물로 뛰어들더니 헤엄을 쳐 가버렸다.


“지금 저자가 도망간 것이오?”


사공이 자기 배를 버리고 도망치다니 어이가 없어 묵기가 멀어지는 사공의 머리통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군요. 제가 몰아야겠습니다.”


청운은 배 밖으로 몸을 기울여 과즙이 묻은 손을 씻어 정갈히 하고 배의 노를 잡았다.

물길을 따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통과하자 초목과 동물들, 사람이 함께하는 넓은 평야가 나왔다.

그 모습이 실로 환상적이라 묵기는 순간 지상낙원이 있다면 이곳이라 생각했다.

작은 나루터에 배를 대고 묵기 일행이 내리자 평야에서 일을 하던 자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천자님.”

“천자님.”

“오셨습니까. 천자님.”


무릎을 꿇고 청운을 바라보며 합장하는 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청운이 머리를 향해 손을 뻗자, 감격에 겨워 기절하는 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건 누가 봐도 너무도 과한 행복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신경이 쓰이는 건 저들이 청운을 부르는 호칭이다.

묵기가 아는 천자라곤 저기 황도에 있는 황금의자에 앉은 황제뿐이다.


“운형. 내 물어보기 조심스러우나 물어야겠소. 운형은 혹시 황궁과 관련 있는 사람이오?”


그렇다면 그 많은 돈과 능력들이 이해가 간다.

황궁의 능력이 어디 보통 능력인가.

난 다 긴다 하는 무림문파도 손가락질 한 번에 수만의 군대로 밀어버릴 수 있는 게 황궁이다.


“아닙니다. 이들이 저를 천자라고 부르는 건 그냥 말 그대로 하늘의 아이라는 뜻입니다.”


청운이 별것 아니라는 말투로 한 대답했다.

묵기는 그게 황제보다 더 대단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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