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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마니
작품등록일 :
2024.05.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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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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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혁명의 물(2)

DUMMY





김송화.



20대 중반의 나이에 국립 연금술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각성자 협회 소속 마나 – 마력 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활동한 엘리트였다.



유능한 업무처리와 특유의 넉살 덕분에 연구소의 주요 인물로 자리 잡은 그녀는, 몬스터와의 전투 후 부검을 위해 연구소로 실려 오는 각성자들의 시체를 조사하며 의문을 느꼈다.



‘각성자들의 시체 안에 남아있는 순수한 마나를 활용하면 되는데, 왜 아무도 안 그러는 거지? 연금술적인 관점에서 너무 비효율적인데?’



김송화는 연구소장에게 물었다.



시체를 그래도 안치하는 건 아까우니 마나를 뽑아내 더 좋은 곳에 쓰자고.



그게 고인들을 위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때, 조사단장이 보여준 진심 어린 혐오의 표정을 김송화는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윤리에 얽매이지 앓던 그녀로서는 아주 불쾌한 시선이었다.



김송화는 그 이후로 4년간 몸을 담은 조사단을 나와 모아둔 돈을 들고 자신만의 작은 연구실을 차렸다.



시체로부터 순수한 마나를 뽑아내는, 그녀의 이론을 실현화하기 위해서였다.



당장 인간 시체를 구하는 건 각성자도 아닌 그녀로서는 아주 힘든 일이었으므로, 일단 길거리에 널린 동물들을 사다가 실험을 했다.



실험쥐는 비싸기도 하고, 체내의 마나량도 미약해 실험에 쓰기엔 부적절했으니까.



들개, 길고양이들을 죽이고 또 죽인 끝에, 그녀는 동물의 사체에서 효율적으로 순수한 마나를 뽑아내는 법을 알아내었다.



김송화는 몇 번의 시행착오만 더 거치면 현대 연금술의 정수, ‘엘릭서’ 또한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엘릭서라는 물약은 결국 순수한 마나를 극한까지 농축시킨 것.



따라서 마나를 농축하는 방법, 농축한 정도도 천차만별이라 기존의 엘릭서들은 제조 시간과 값이 안정되지 않았지만···.



‘내 이론에 따르면 충분한 시체, 최소 예비 각성자 수준의 시체만 꾸준히 공급 받을 수 있다면 엘릭서 양산도 꿈이 아니야!’



결국 김송화는 어떻게든 시체를 찾기 위해 밑바닥을 기는 범죄단체에까지 손을 뻗게 되었다.



수소문한 끝에, 그녀는 드디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자네가 김송화인가? 만나서 반갑다. 난 이혁이라고 한다.”



오르도스 길드.



겉으로는 건실한 각성자 길드로 보이지만, 사실은 각성자 우월집단인 불잡이 계열 과격파 집단.



“자네가 하던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우리가 돕겠다. 듣자 하니, 시체에서 뽑아낸 마나로 엘릭서를 만들 수 있다고?”



“예.”



“잘됐군. 우리 길드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쓸 수 있겠어. 겸사겸사 ‘의식’을 위한 동지들을 꾀어낼 미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아, 시체 수급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각성자 일을 하기 전에, 원래 우리의 일이 주인 없는 시체들을 모으는 것이었거든.”



이 땅에는, 죽어서야 제대로 된 가치를 가지게 되는 인간들이 많으니 말이야.



“... 그거 마음에 드는군요.”



씨익.



김송화는 이혁이 건 낸 손을 잡았다.



오르도스 길드의 부수입원이 ‘인신매매’에서 ‘엘릭서 제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미친년.’



한철호는 경멸의 눈초리로 김송화를 바라보았다.



엄연히 따지면 각성자도 아니고, 그들의 뒤를 닦아주는 ‘예비 각성자’인 서포터도 아니고, 오르도스 길드의 사상에도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는 여자.



하지만 그저 자신의 연구를 이어가고 싶어서 평범한 남조선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이북 지역까지 거리낌 없이 발을 디디고, 살아있던 사람들을 도축장의 고기처럼 보고 있는, 윤리따위는 사치로 보는 인간.



대업을 위해 스스로 손을 더럽힌 한철호이지만, 그는 사이비 그 자체인 오르도스와 그런 사이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김송화를 몹시 혐오했다.



‘류광철 동무의 말만 아니었다면···. 아니, 조선민족단결회의 만장일치만 아니었다면···.’



“너무 그렇게 보지 말아주실래요? 저도 사람이라 기분이 나쁘답니다.”



김솔화가 빙긋 웃으며 한철호에게 눈치를 주었다.



“‘재료’를 겨우 20명밖에 데리고 오지 못했네요. 제가 분명 100명을 채우기 전까진 이곳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요?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 바쁜 몸이랍니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남조선놈들의 진격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혁명의 물 재고량은 얼마나 됩니까?”



“양산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쌓아봤자 얼마나 쌓았겠어요. 멍청한 질문이군요.”



김송화가 조소했다.



“필요한 엘릭서의 양이 얼마나 되죠?”



“혁명의 물을 복용하고 바로 각성자로서 싸울 수 있는 전력 500이 더 필요합니다. 남조선 측 각성자는 최소 600, 서포터와 치안대 놈들까지 합치면 수천은 훌쩍 넘는 병력이 원산에 들어올 거로 예상됩니다.”



“흠···. 많긴 많네요. 머릿수야 붉은 별 대원들이 배는 더 많겠지만, 대부분 예비 각성자 수준인 데다가 실전 경험도 없는 반푼이 들이니.”



김솔화는 마치 남 일인 거처럼 한철호의 설명에 반응했다.



모든 예비 각성자들이 혁명의 물을 마신다고 각성자가 되지는 못했다.



MPC같은 특성 측정용 슈퍼 컴퓨터랄게 없는 구 북한 지역에서는, 각성자가 특성을 개화했는지 아닌지조차 구분하기 쉽지 않았으니까.



구 북한 지역 출신의 사람이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화의 의무’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3년간 대한민국 정부 휘하 공기업에 근무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는 절차였다.



꼬박꼬박 제대로 된 월급도 주고, 대한민국의 인프라를 누리며 진정한 문명인으로서 살아갈 기회를 얻니 굳이 각성자가 되지 않더라도 ‘국민화의 의무’를 지려는 구 북한 지역의 사람들은 꽤 많았다.



문제는 무력통일이 된 지 30년이 넘어간 지금도, 구 북한 지역의 주민들 중 상당수가 딱히 대한민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같은 민족이라고는 해도, 기존에 있던 공산정부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를 잡은 대한민국에 대한 막연한 불신은 사라지기 힘들었으니까.


몇몇 과격파들은 대한민국 정부를 일제 강점기와 비교해 정부를 총독부와 똑같다고 선동했다. 거기에 넘어가 호의로 찾아온 대한민국 사람들을 공격한 사건도 많았고.



괜히 대한민국 정부에서 통일부를 통일 치안부로 격상시켜 구 북한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교육과 통제를 하는 게 아니었다.



수틀리면 폭동을 일으키는 자들을 어떻게 기존 대한민국 국민들과 융합한단 말인가.



‘뭐, 저런 외골수들 덕분에 나도 재료 수급에 차질이 없는 거긴 하지만.’



생각을 속으로 삼킨 김솔화가 입을 열었다.



“당장 500명분의 엘릭서를 제공하는 건 불가능해요.”



“불가능···. 하다고요?”



“예. 오늘 작업을 마쳐야 겨우 300명분의 엘릭서를 확보할 수 있어요. 적들이 어디까지 와있는 거지요?”



“... 외곽 민간인 거주구역을 이미 점령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내일 새벽이 개고 해가 떠오를 즘, 놈들이 쳐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방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철호의 대답에 김솔화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류광철 단장이 보름 이상 시간을 벌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하길래 적어도 일주일은 더 버틸 줄 알았더니···. 안 되겠어요. 숙성되지 않은 엘릭서라도 복용시켜야지요. 뭐.”



“... 역시 그것밖에 없습니까.”


‘숙성’이 되지 않은 물건을 흡입했다가는 싸구려 마약에 취한 약쟁이처럼 환각과 폭력 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최대한 물에 탄 뒤에 한 모금 마셔도 한철호의 부하의 경우처럼 폭력 욕구에 시달리는데, 원액을 그대로 투여하면 평생 말도 못 하는 짐승 꼴로 살아야 했다.



한철호의 표정이 와락 우겨졌다.



“음? 설마 엘릭서를 투여받을 동료들을 걱정하시는 거예요?”



“...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



김솔화가 어처구니가 없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한철호에게 쏘아 붙였다.



“당신, 그리고 당신의 동료가 물어온 ‘재료’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동료, 이웃, 그리고 연인이었을 거라는걸 망각하는 건가요? 이제 와서 동료애라니, 참 가소롭네요.”



“...”



“재료들을 놓고 당신이 할 일이나 하러 가세요. 혁명이니 뭐니 노래를 부르더니 겨우 이런 거에 의기소침해지기는 쯧.”



짝짝!



김솔화가 손뼉을 치자, 그녀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르도스 소속 각성자들이 ‘재료’들을 포장실로 끌고 가기 위해 다가왔다.



“싫···. 싫어!!! 난 죽기 싫다고!!!”



살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자도 있었지만···.



파지직!



“끄으읅···.”



각성자가 박아넣은 전기충격기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질 뿐이었다.



“재료는 최대한 멀쩡한 상태를 유지해야 마나를 추출하기 쉽답니다. 유의 해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질질질...



한 각성자가 쓰러진 ‘재료’를 질질 끌고 포장실로 향했다.



흑흑...



절망에 빠진 나머지 ‘재료’들도 울먹거리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들과 같은 꼴이었다.



드르륵...



‘창고’의 차갑기 그지없는 문이 열리고, 한철호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



부하들에게 어떻게 말해둬야 할까···.



부대로 복귀하는 한철호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






“모두 공격해!!!”



쾅!!!



한철호가 ‘창고’를 빠져나오고 반나절 뒤.



대한민국 측에서 동원한 수천의 병력이 강원 통일자치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진격전을 일으켰다.



붉은 별 측에서 예상하던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젠장! 저 간나들은 잠도 안 자네? 통일문 쪽에서도 그렇고 항상 애매한 시간에 쳐들어 오는구만 기럐!”



“어이! 류광철 동무는 아직 연락이 없어!”



“그···. 그렇습니다! 일단 한철호 동무를 비롯한 실무진들이 부랴부랴 대원들에게 혁명의 물을 복용시키고 있긴 하지만, 적응하는데 1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필 남조선 간나들이 침공 시간을 앞당···.”



펑!!!



콰직!



붉은 별 적화통일대대의 통신 부관이 신화 길드측에서 날린 폭발 마법에 고깃 덩이리가 되었다.



“히··· 히익!”



“모두 항복하세요!”



김엘레나가 양손에 노란색 마나를 두르고는 겁을 먹은 붉은 별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절 만난 걸 행운으로 여기십시오. 다른 사람이었다면 문답 무용으로 당신들을 몰살시켰을 겁니다. 그러니 항복하세요.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후우···. 후우···.”



대대장이 눈을 굴렸다.



적이라고는 마법사로 보이는 여자 하나.



그에 비해 이쪽의 남은 대원들의 숫자는 80은 넘고···.



‘부하들을 전부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저년을 잡아다가 인질로 삼아야겠다.’



대대장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혔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전면전으로는 상대가 안 되니 이런 식으로라도 지금의 상황을 빠져나가려던 그였다.



“모두!!! 백병전을 준···.”



“크크크. 백병전은 뭔 놈의 백병전.”



“...어?”



스르르···.



콰직!!!



스텔스 슈트를 입은 채 상황을 지켜보던 황장수가 모습을 드러내 대대장의 머리통을 박살 내버렸다.



“조카 놈의 위치를 알법한 놈들 외에는 살려둘 필요 없다! 모두 죽여버려!!!”



“네!”



스르르···.



콰직!!!



퍽!!!



“아악!!!”



“으아아!!!”



신수 길드의 정예들 또한 모습을 드러내 80여명의 붉은 별 대원들을 그 자리에서 처형해버렸다.



털썩!



붉은 별 대원들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내가 쓸데없이 대치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 건데? 네 ‘후배’들처럼 시원하게 펑펑 쏴갈 기라고!”



콰앙!!!



황장수의 말대로, 신화 길드의 다른 각성자들은 김엘레나와는 다르게 무자비할 정도로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외각 민간인 거주구역과는 다르게 적과 적이 아닌 자들이 명확하게 구분된 넓은 지형은 똑같은 시가전이라고 해도 사실상 평원에서의 전투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콰앙!!!



우르르···!!!



싸우는 과정에서 몇몇 건물들이 무너지긴 했지만, 알게 뭔가.



어차피 여기에 평생 눌러앉을 거도 아니고, 반란군들만 때려잡으면 되는데.



나머지 뒤처리는 통일 치안부의 몫이었지, 자신들이 아니었다.



“... 일단은 같은 국민이긴 하니까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처벌받기를 원했어요. 뭐, 이 난리를 피운 걸 봐서는 어차피 공개처형행이긴 하겠지만.”



“답답하기는. 우리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겠다. 나머지 잔챙이들은 맞기겠다.”



“그러십시오.”



파앗!


황장수를 비롯한 100명의 신수 정예 부대가 도시의 중심에 있는 붉은 별 지휘소를 향해 몸을 날렸다.



“후··· 간만에 맡는 피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겠네.”



김엘레나는 손에 휘감은 마나를 퍼트리며 안정을 되찾았다.



최대한 힘을 억누르고는 있지만, 살의가 얽히고 설킨 전장의 분위기에 맞춰 그녀 특유의 사나운 마나 또한 피를 갈구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일으킨 폭발도 그냥 플래시 뱅 효과를 노리고 일으킨 건데···. 나도 아직은 멀었어.”



쯧.



김엘레나가 혀를 찼다.



그 사이, 최유찬을 비롯한 백랑 부대와 한성아는 의외의 상대를 만나 고전하고 있었다.



파아악!!!



“크윽!”



발차기 한 방에 류 샤오 위의 방패에 실금이 새겨졌다.



휘리릭!



멀끔한 양복을 입은 남성이 발차기를 날린 뒤 가볍게 빙그르르 돌며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그 빌어먹을 최유찬이 속한 부대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대장이 자리를 비우니 별거 아니었군.”



씨익



오르도스 길드의 길드장, 이혁을 곁에서 보좌하던 황금 랭크 각성자, 제이슨 초이가 조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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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백천검가(2) 24.06.05 74 1 12쪽
29 29. 백천검가(1) 24.06.04 78 1 12쪽
28 28. 일단락 24.06.03 86 1 12쪽
27 27. 류광철(2) 24.06.02 86 1 13쪽
26 26. 류광철(1) 24.06.01 89 3 12쪽
25 25. 사용자들(2) 24.05.31 96 2 13쪽
24 24. 사용자들(1) 24.05.30 102 1 12쪽
» 23. 혁명의 물(2) 24.05.29 119 1 14쪽
22 22. 혁명의 물(1) 24.05.28 126 1 12쪽
21 21. 홍련(4) 24.05.27 1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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