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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마니
작품등록일 :
2024.05.08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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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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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 백천검가(3)

DUMMY

31화






짝!


최유찬이 백위천에게 뺨을 맞고 느낀 첫 감정은 당혹이었다.


고아원에서 살 때도, 성인이 됐을 때도 어른들에게 종종 뺨을 맞기는 했다.


말을 안 들어서, 일을 못 해서, 게을러서.


폭력은 범죄라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각성자들이 받는 시대에서 겨우 고아 새끼 하나가 손찌검을 당하는 정도로는 그 잘난 법의 잣대가 적용되지는 않았으니까.


대체재는 많은 시대였으니.


하지만···.


‘내가 뭘 잘못했지?’


난 그저 가주, 백유광의 초대를 받고 여기에 온 것일 뿐인데.


여기는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나?


말 그대로 아직 아무것도 안 한 최유찬인데,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이 삼류 새끼가 감히 대 백천검가 앞에서 거짓말을 해! 정말 뒤지고 싶어!”


이어진 백위천의 말에 최유찬이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이 새끼는 왜 사람 말을 듣지도 않고 이러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만만하나?


아직 경력이 반년도 채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이러면 회귀하기 전과 지금이나 다를 게 없잖아?


스으으···.


최유찬의 눈이 가늘어지고, 허리춤에 묶어두었던 손도끼로 손을 움직이던 순간.


<사용자님. 진정하십시오.>


멈칫.


아르카딘의 다급한 만류에 최유찬의 머리가 차가워졌다.


‘참아야 한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여태까지 쌓아온 것들을 날려버릴 수는 없다.


저놈들도 그걸 노리고 이 짓거리를 한 것일 테니···.


“부가주님!!!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백위천의 기행에 기겁을 한 백정치가 다가와 소리쳤다.


“주제파악이 안된 삼류한테 한소리 좀 한 거도 안 되냐? 삼촌. 제발 나댈 때와 나대지 말 때를 좀 알았으면 해. 아니면···.”


파지직!!!


백위천의 몸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삼촌도 내 ‘적’으로 둘 수 있다고. 알아들었어?”


“...”


“...”


백정치, 그리고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백유광은 그저 조용히 침음만을 삼켰다.


‘대체 뭐 때문에 저놈한테 이리 빌빌대는 거지?’


어쨌든, 분위기를 환기해야 함을 깨달은 최유찬이 입을 열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치직...


백위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스파크가 잠잠해졌다.


“뭐?”


“하나 마나 한 말씀을 나누자고 절 이곳까지 부르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본론으로 넘어가는 게 피차 좋을 거 같습니다만.”


“이게 건방지게!!!”


“그만! 여기서부터는 내가 맞겠다. 위천이 너는 화 좀 식히고 있거라!”


“아버지!”


“어서! 일이 잘 안 풀린다면 네가 말한 대로 따를 테니! 지금은 내 말을 들어라!”


백유광의 호통에, 백위천은 잠시 씨익씨익 대더니 최유찬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는 별채를 빠져나왔다.


쾅!!!


별채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문을 세게 닫아버린 백위천이 멀어지는 걸 확인하자마자···.


휙!


백유광이 최유찬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못난 아들 대신 내가 사과하겠네. 무례를 일으켜 미안하네.”


“... 솔직히 아주 당황스러웠습니다. 사과는 소가주님에게 직접 받겠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백유광이 고개를 들었다.


황금 랭크 상위권인 그임에도, 차마 숨길 수 없는 치욕스러움이 얼굴에 드러났다.


“후··· 본론으로 들어가겠네. 자네, 정말로 한성아 아가씨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는가?”


하···.


또 이 소리인가.


지긋지긋하다 느낀 최유찬이었지만, 최대한 기색을 숨기며 백유광에게 답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와 성아 씨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여러 의뢰를 같이하며 인연을 쌓은 것은 맞지만, 백천검가 측에서 주장하는 비밀리에 사귀는 연인이라느니, 이미 약혼을 한 상태인데 모르는 척 하는 거라느니 억측을 들을 사이는 아닙니다. 진심으로 당황스럽습니다.”


제발 절 이런 거 때문에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최유찬은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며 백유광에게 부탁했다.


“... 정말인가 보군.”


“전 이런 거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백유광의 표정이 한층 더 나아졌다.


“후··· 아들놈이 자네와 생사 결을 하겠다고 소리치는데 내 식은땀이 나지 뭔가. 그래도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네.”


“생사 결···. 설마 성아 씨를 두고 저와 소가주가 목숨을 건 결투를 한다 이 말씀입니까?”


“그··· 그걸 말하는 건 맞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내가 아들놈에게 잘 말해 두어···.”


“성아 씨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겁니까?”


최유찬은 기가 찬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설령 성아 씨가 프리랜서 각성자였어도 도를 넘어서는 무례일 겁니다. 그런데, 용인에서 사실상 맹주 취급을 받는 이의 외동딸을 두고 약혼이니 결투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건 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최유찬 각성자님. 화나신 건 알겠는데 제발 말씀을 좀···.”


“지금도 최대한 참고 있는 겁니다.”


백정치가 채 말릴 틈도 없이 하고 싶었던 말을 늘여놓은 최유찬이 한숨을 푹 쉬었다.


‘철이 없다.’ 수준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하필 괴수 길드의 본거지인 용인이니, 최유찬이 백천검가에 출입한 것과 그 이유 또한 금방 알아내겠지.


“비록 외인부대긴 하지만 저도 괴수 길드에 속해있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소가주님의 고집을 못 이겨서 그런다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지 않습니까. 괴수 길드 측에서 사람을 보내기 전에 제대로 해명할 준비를 하셔야···.”


부으응!!!


백유광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스윽.


[&(%&$7...!!!)]


“...”


띠익.


부하의 보고를 들은 백유광이 넋이 나간 티를 내며 입을 열었다.


“괴수 길드 측에서 이번 일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백천검가에 찾아오겠다는군.”


“차라리 잘됐습니다. 소가주님도 어서 불러서 네 사람끼리 입을 맞추면 어떻게든 넘어갈···.”


“그건 안될 거 같네.”


툭.


힘없이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백유광이 말했다.


“형님··· 아니 한재호 길드장님이 직접 이곳으로 방문하겠다고 하신다더군. 말을 맞춰도 금방 들통날 거야.”


...


일이 꼬였다.






*****






괴수 길드의 길드장 한재호는 ‘무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빼닮은 인물이었다.


부하에게 냉정할 때는 한없이 냉정하지만, 그만큼 성과를 올리면 확실한 보상을 내려 당근과 채찍을 다루는데 도가 튼 사람.


한재호 본인도 초인이 경지라는 백금을 넘어선 ‘금강’ 랭크 초입의 각성자로, 전 세계에서 20명도 채 없는 금강 랭크라는 위치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지, A등급 이상, 특히 국가 재난급이라 평가받는 ‘S’등급 게이트를 토벌할 때는 항상 동원되었다.


무력과 용병술만으로 특별한 기술을 독점한 신화, 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길드를 만들어낸 사나이.


그런 한재호에게도, 외동딸인 한성아는 아픈 손가락이자 그가 키워낸 각성자 중 최고의 기대주였다.


한성아의 어머니가 지병으로 죽은 뒤 더더욱 일에만 몰두해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에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못 했다.


그런 상황에서 ‘각성자가 되고 싶다’라고 하는 한성아의 부탁에, 한재호는 자신이 가진 경험을 십분 살려 그녀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한성아는 싫은 소리 한번을 안내고 특유의 인내심으로 모든 훈련을 받아내었고, 성인이 되고 2년 만에 각성자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녀는 최유찬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청년 각성자로서 호사에 오르내리게 됐다.


어색했던 부녀간의 관계도 마산 게이트 이후 열린 축하연에서 많이 개선됐다.


딸이 마음에 들어 하는 남자인 최유찬의 됨됨이도 훌륭했고.


이 정도면 딸 하나는 잘 키웠다고 주위에서 치켜세울 만 했다.


그런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 아주 만만해 보였나 보군. 백천검가의 가주로서 할 말이 있으면 해봐라. 백유광.”


감히 깜도 안 되는 놈들이 내 딸을 희롱한 거에 이어, 외인부대긴 하지만 엄연히 우리 괴수 길드에 관리하는 길드원인 최유찬에게 손찌검했다고?


한재호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이런 일로 먼 길을 옮기게 해서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죄송하면 해명을 해라 해명을. 내가 남들 보는 앞에서 꼭 이렇게 꼽을 주어야겠어? 우리 사이에 이러지 말자고 제발.”


꽈악...


백천검가의 별채.


한재호가 백천검가의 주인인 백유광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크윽···.”


“백천검가가 힘들 때 도와준 게 누군지 잘 생각해봐라. 어려운 게 아니잖아? 네 아들내미한테 헛된 꿈 꾸지 말고 그 잘난 주제 파악 좀 하라고. 이렇게 말하면 나도 여기서 더 나가지는 않을 거야. 우리 백랑 부대의 막내도 일이 커지는 걸 바라지는 않는 거 같으니.”


“으으···.”


한재호가 뿜어내는 기세에 백유광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까드득···.


소가주인 백위천은 눈치 없게도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며 한재호에게 눈을 부라렸다.


‘간덩이가 부었구먼.’


최유찬이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말··· 말하겠습니다.”


잠깐 사이에 10년은 더 늙은 거 같은 백유광이 입을 열었다.


“그래 잘 생각했네. 앞으로도 같이 용인시에서 동고동락한 사이 아닌가? 이번에 자네 아들이 사고친거만 잘 수습하면 내 협회에 잘 말해놓···.”


“저와의 약속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아버지.”


“,,,!


백위천이 감히 한재호의 말을 끊으며 백유광에게 눈치를 주었다.


“백천검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제 와서 아들과의 약속을 어기려고 하시다니··· ‘샘물’의 존재가 아깝지 않으신가 보죠?”


“어 새끼가 듣자 듣자 하니까 아비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야. 아직 30살밖에 안 처먹었으면서 말 꼬락서니가 그게 뭐···.”


“우리 아들은!”


백유광이 말했다.


“우리 아들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성아 아가씨에 대한 사랑이 깊어 경쟁자인 최유찬 각성자에게 질투를 한 것일 뿐입니다.”


“... 허허.”


한재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음이 터졌다.


“어이 유광이. 정말 그렇게 나올 생각인 거냐. 아들놈 생떼를 들어주겠답시고 자기 길드 명성에 똥칠하겠다고?”


“또한!!!”


백유광이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본 백천검가는, 최유찬 각성자를 정적으로 간주, 협회의 동의 하에 공식적으로 ‘결투’를 신청합니다! 결투 목적은 한성아 아가씨에 대한 최유찬의 접근 통제!”


...


순간, 별채에 고요함이 일었다.


우지끈!


“끄아아!!!!!!”


화를 참지 못한 한재호가 백유광의 어깨에 올려둔 손에 힘을 주며 분개했다.


“이 미친 새끼야! 대타협 이후에 ‘결투’는 최소 개인 간 생사 결, 더 나아가서는 길드 대 길드 간의 전쟁으로 번질 각오가 아니면 함부로 입에 담아서는 안된다는 거 몰라? 너 지금 정신 나갔어?! 당장 취소해 당장!”


“끄으···.”


“그만두시지요. 괴수 길드장님.”


씨익.


백위천이 재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한재호에게 보여주었다.


[최유찬 각성자와 백천검가 간의 ‘결투’가 정상적으로 신청되었습니다.]


[신청 전 발송된 경고문에서 기재된 대로, ‘결투’를 신청한 측은 취소 시 물질적 자산이 70%를 협회에 배상하여야 합니다. 협회의 규정은 불변으로, 협상 대상이 아님을 명시하여 주십시오.]


“길드장님이 오시기 전에, 이미 제가 다~~ 준비를 해놓았었으니 애꿎은 아버지를 붙잡고 따져봐야 뭐 바뀌지 않는답니다. 그만 노여움을 푸시지요.”


너무나도 당당한 백위천의 태도에, 별채에 모인 사람들의 입이 차마 떨어지지 못했다.


상황을 해결하러 온 한재호도.


뒤에서 전전긍긍하던 백정치도.


그리고···.


“...”


이번 ‘결투’의 당사자인 최유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략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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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결투(3) 24.06.09 67 1 13쪽
33 33. 결투(2) 24.06.08 61 1 12쪽
32 32. 결투(1) 24.06.07 61 1 14쪽
» 31. 백천검가(3) 24.06.06 70 3 12쪽
30 30. 백천검가(2) 24.06.05 73 1 12쪽
29 29. 백천검가(1) 24.06.04 78 1 12쪽
28 28. 일단락 24.06.03 84 1 12쪽
27 27. 류광철(2) 24.06.02 85 1 13쪽
26 26. 류광철(1) 24.06.01 88 3 12쪽
25 25. 사용자들(2) 24.05.31 96 2 13쪽
24 24. 사용자들(1) 24.05.30 102 1 12쪽
23 23. 혁명의 물(2) 24.05.29 117 1 14쪽
22 22. 혁명의 물(1) 24.05.28 125 1 12쪽
21 21. 홍련(4) 24.05.27 13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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