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사도세자의 부인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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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란
작품등록일 :
2024.05.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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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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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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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 공부시키기 (3)

DUMMY

영조 36년, 1760년부터 영조는 창덕궁에서의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경희궁으로 이어移御하여 살게 된다.

그 이유에는 영조 자신이 경희궁을 선호했던 것도 있겠지만, 기록에 따르면 영조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사도세자를 위해 화완이 아버지를 설득한 결과였다고 한다.


즉, 화완은 불과 2년 후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일 정도로 날카로워진 영조를 설득할 정도로 그에게 사랑받는 딸이라는 뜻이다.


“아버님께 소학 명륜편을 읽어달라고 하라고?”

“네. 자가.”

“왜?”

“며칠 후 세자 저하의 회강 때, 주상께서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문제를 내실 수 있도록 하려고요.”


숨길 이유도 없어 솔직하게 말했다.

화완은 “회강?” 하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깨달음의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아버님이 무의식중에 명륜편을 떠올리시게 하겠다는 거지?”


역시 세자의 말대로 눈치가 빠른 그녀였다.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상께서 아무리 성인聖人이시더라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으실 테니까요.”


소학 여섯 권을 명륜편 하나로 한정하는 것만으로도 분량이 단번에 여섯 토막이 나는 셈이었다.

게다가 책 한 권 정도라면 전날 벼락치기로도 어떻게든 외울 만한 분량이기도 했다.


“근데 왜 하필 명륜편이야?”

“별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가족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명륜明倫은 말 그대로 인륜을 밝히는 편이었다.

한 권 전체가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왠지 모르게 영조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싶었다.


“뭐야. 며느리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며느리 노릇이라니요?”

“가족이라며? 너도 이제 가족이 되었다는 뜻 아니었어?”


그런 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나.

하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전하와 저하, 두 분이 가족이라는 뜻이었어요.”

“음? 그건 웬 또 당연한 말이래.”


화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꼬아서 말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얼버무렸다.


“그냥 문득 떠올랐다는 뜻이에요.”


화완은 나를 잠시 빤히 보더니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오라버니가 회강에 이렇게 신경 쓰시는 건 처음 보네.”


화완은 이 계획을 내가 직접 세웠다기보다는 세자가 세운 계획을 내가 전달한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평소 회강 때는 어떤 모습이셨어요?”

“자세히 본 적은 없지만··· 그냥 담담해하셨어.”


세자 나름대로는 회강에서 질책받는 것에도 익숙해졌던 걸까?

하긴, 세자 본인이 내게 회강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내가 세자의 표정을 보고 나섰던 것이었지.


“뭐, 심정에 변화라도 있으셨던 거겠죠.”


지금의 화완에겐 내가 세자의 공부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굳이 알릴 필요도 없었고, 후궁의 등쌀에 떠밀려 공부하는 오라비의 모습도 그녀에겐 좋아 보이지 않을 테니까.


“좋은 쪽으로 변한 것이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좋은 쪽이요?”

“좀 더 자신을 돌보는 쪽으로 말이야. 오라버니는 아버님 앞에선 너무 착하기만 하니까.”


화완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아버님께는 내가 잘 말씀드려 볼게.”

“부탁 좀 드릴게요.”

“부탁은 무슨. 아버님도 분명 웬일로 내가 책을 다 조른다며 기뻐하실걸.”


기뻐하는 영조의 모습이라니, 상상도 잘 안 가네.


어쨌든 화완이 흔쾌히 나서 준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물론 그녀가 매일같이 명륜편을 언급한다고 해서 영조가 반드시 그곳에서 문제를 낼 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작은 어깨가 천군만마보다 든든해 보였다.



※※




“명륜편이라···.”

“네. 외우지 못한 소절이 그리 많이 있던 부분도 아니었고요.”


세자가 외우지 못한 부분은 편마다 비슷한 비율로 고르게 퍼져 있었다. 명륜편의 분량 역시 특별히 적거나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 그럼 명륜편 위주로 보도록 하자.”


세자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설득이 필요치 않아 다행이었다.

나는 서안 위에 준비해 둔 책들을 정갈하게 놓으며 물었다.


“어젯밤에 제대로 복습은 하고 주무셨습니까?”

“그래, 한 번쯤은 전부 다시 외워 보았다.”


세자가 어제의 오답 노트를 내게 건넸다.

종이가 그새 손길을 탄 듯 조금 부드러워져 있었다. 복습을 했다는 게, 거짓은 아닌 듯했다.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으셨습니까?”

“내 처소로 돌아가자마자 본 거니까 말이다. 그때까진 머릿속에 남아있더구나.”


다행히 단기 기억의 골든타임을 놓치진 않았던 모양이네.

어쨌든 그 다양한 오답들을 외우면서도 어려움이 없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얼 하려고?”

“어제와 비슷합니다. 전체 복습을 한 번 하고, 함께 명륜편을 보며 제 요령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체 복습이라니··· 다시 소학을 전부 읽으란 말이냐.”

“네, 하지만 어제 이미 한 번 읽으셨으니, 오늘은 더 빠르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반복은 어떤 시험에서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게다가 어제로부터 24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 복습은 조금 후에 해도 충분할 터였다.


“후우, 쉽지 않구나.”


세자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눈을 감고 입교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도 옆에 앉아 책을 펼치고, 쌍심지를 켠 채로 그가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너무 그리 빤히 쳐다보지 말거라. 책이 뚫어지겠다.”


문득 눈을 뜬 세자가 말했다.


“제가 아니라 외우는 데 집중하셔야지요.”


사서를 읽기 위해 한자 공부는 제법 했지만, 나의 모국어는 어디까지나 한글이었다. 이렇게 집중하지 않으면 좀처럼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네 우스꽝스러운 표정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구나.”

“제 표정이 우스꽝스럽다고요?”


무심코 얼굴을 만져보았다. 세자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다고 뭐가 느껴지긴 하느냐?”

“아뇨, 그냥··· 별 것 아닙니다.”

“그냥 내가 네 표정을 설명해 주마. 지금 네 얼굴은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굶주린 고양이를 닮았다.”


먹이를 노리는 고양이라니, 참으로 이상한 비유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세자를 바라보았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짐승들은 좋아한다. 녀석들은 거짓이 없거든.”

“거짓이 없다고요?”

“그래, 표정에 꾸밈이 없잖아. 나 역시 녀석들 앞에선 있는 그대로 있을 수 있고.”


문득 사도세자가 그렸다는 강아지 그림이 떠올랐다.

하필 강아지를 그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나 보다.


“한 마리 키우는 건 어떻습니까?”

“고양이를?”

“무엇이든 말입니다.”


머릿속에 애니멀 테라피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세자의 상태가 나빠진다면, 강아지 몇 마리쯤 데려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됐다. 내가 잘 키울 자신이 없구나.”

“전하께서 직접 키우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제가 매일 돌보고, 전하께선 가끔 녀석의 머리나 쓰다듬어 주시면 되는 거지요.”


세자의 멘탈 관리를 위해서라면, 책임 없는 쾌락 정돈 즐기게 해줄 수 있었다.


“하, 수연이 너는 잘 키울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세자가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잘 키울지는 모르겠지만, 부족함 없이 키울 자신은 있습니다.”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당장 본가에도 깜이가 있었다. 물론 우리 엄마가 자취를 하는 나 대신 키우기 시작하신 녀석이었지만, 산책 정도는 나도 자주 다녀온 적이 있다.


“부족함 없는 게 가장 어려운 법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원하는 걸 말조차 못 하는 짐승이잖느냐.”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을 마주치면 원하는 것 정돈 알 수 있습니다.”

“눈이라고?”

“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나는 세자의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어쨌든 이렇게 잡담을 하시는 걸 보니, 세자의 속내를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대로 세자의 눈을 유심히 보다가, 마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입을 열었다.


“전하께선 지금 책 외우기가 싫으신 거군요.”


세자는 잠시 눈을 끔뻑이더니, 이내 손사래를 쳤다.


“그런 거 아니다. 지금은 그저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을 뿐이지.”

“그게 그거 아닙니까.”

“다르다. 적어도 나한텐 말이야.”


세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지금은 짐승 이야기나 더 하자꾸나. 복습은 이따가 제대로 할 테니.”


세자의 눈빛은 확고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은 공부할 마음이 아니라는 듯이.

뭔가··· 이 금쪽이 녀석이 왜 영조에게 미움을 받았는지 짐작이 갈 지경이었다.


“그럼 휴식 시간을 앞당기는 걸로 하시겠습니까?”

“휴식 시간을 앞당긴다고?”

“원래대로라면 반각을 공부하고, 일각을 쉴 예정이었거든요.”


반각은 60분, 일각은 15분이다.

쉽게 말해 교시제를 도입하려 했던 것이다.


“공부 중간에 휴식 시간을 둔다고?”


세자가 의아한 듯 물었다.


“네, 그래야 공부 효율도 높아지는 법이니까요.”


휴식은 중요했다. 두뇌는 생각보다 쉽게 지치기 마련이니까.

50분 수업에 10분 휴식을 취하는 현대식 교시 체계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것도 네가 터득했다는 요령이냐?”

“네.”

“허나 내 눈엔 공부 중에 게으름 피우자는 말로밖에 안 보이는구나.”

“전하께선 공부하다 쉬고 싶으신 적 없으셨습니까?”

“그거야··· 때에 따라 다르겠지.”

“없다고는 안 하시는군요.”


세자는 어깨를 으쓱였지만,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공부할 기분이 아닌 듯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은 휴식 시간을 가지는 걸로 하죠. 다만 대화가 끝나면 반각은 꼭 복습을 하셔야 합니다.”

“하아, 그래. 알겠다. 나 참, 뭘 그리 바라는 게 많은지.”


세자는 마지못해 수긍하면서도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수연이 넌 강아지가 좋느냐, 고양이가 좋느냐.”


휴식 시간을 앞당기면서까지 나눌 만한 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대강 시간을 가늠하며 솔직히 대답했다.


“전 고양이가 좋습니다.”




※※



회강까지의 나흘 동안, 우리는 매일 비슷한 일과를 반복했다.

아침에는 화완에게 영조의 상태를 물어보고, 낮에는 중전의 일상을 도우며, 밤에는 세자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일상이었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마지막 날이 되자 세자는 명륜편 전체를 큰 어려움 없이 암송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


회강 당일 아침, 삼전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에 문득 세자에게 물었다.


“아주 좋아. 목소리도 나쁘지 있고, 정신도 맑구나.”


세자의 밝은 미소가 내 마음을 안심시켰다.


“분명 잘 해낼 수 있으실 겁니다. 어제 밤에도 복습은 제대로 하셨지요?”

“그렇지. 시간이 남아서 명륜편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전부 한 번씩 훑어보았다.”


전체적으로라니! 웬일로 기특한 소리까지 다 하는 세자였다.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말했다.


“옹주 자가께서 분명 주상을 잘 설득하셨을 겁니다. 시험 문제는 분명 명륜편에서 나올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는 세자를 향해 힘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도 처소에서 꼭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런데 내 말을 듣자마자 세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뭐가? 나 역시 그 반응에 당황해 고개를 기울이자, 세자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당연히 수연이 너도 시민당으로 데려갈 것이다.”


···?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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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두 여자 (2) +1 24.05.18 62 4 14쪽
11 두 여자 (1) +1 24.05.17 6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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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 도둑고양이! (2) +1 24.05.15 69 3 13쪽
8 이 도둑고양이! (1) +1 24.05.14 79 4 13쪽
7 정조(이산 아님)를 지켜라! (2) +1 24.05.13 88 4 16쪽
6 정조(이산 아님)를 지켜라! (1) +1 24.05.12 91 4 13쪽
5 전생하니 시아버지가 게장대왕 (2) +1 24.05.11 104 4 14쪽
4 전생하니 시아버지가 게장대왕 (1) +1 24.05.10 112 5 13쪽
3 여긴 어디, 나는 누구(2) +3 24.05.09 128 4 16쪽
2 여긴 어디, 나는 누구(1) +2 24.05.08 148 8 13쪽
1 서장. 전해지지 못한 +1 24.05.08 159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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