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창 쓰는 천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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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말론
작품등록일 :
2024.05.08 13:50
최근연재일 :
2024.06.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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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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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체인지업 장착

DUMMY

강속구 투수가 프로에서 살아남는 방법 그 첫 번째.


바로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은 싱커나 슬라이더처럼 투수의 팔을 갉아먹지 않는다.


또한 강속구 투수의 체인지업은 보통 선수의 패스트볼 스피드로 날아온다.


동체 시력이 좋고 오래 살아남은 타자들조차도 배트가 나가게 만드는 것이 체인지업이다.


즉, 강속구 투수에게 체인지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프로가 되고나서 뒤늦게 허겁지겁 변화구를 연마한 탓에 실전에서 활용은 제대로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30구째.


나는 그때의 간절함이 묻은 그립 감각을 살려 공을 던졌다.


“이강아,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넣어줘라! 아빠 무섭다!”


아버지는 낙차 큰 체인지업을 받기 어려워했다.


그도 그럴게 건강한 어깨로 던지는 내 체인지업은 역회전이 잘 먹혔다.


체인지업을 강속구와 함께 쓰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50개째.


내 또 다른 결정구는 체인지업이 될 거라 확신했다.


[일일 퀘스트 : 변화구 50개 던지기.]

[할당량을 달성하셨습니다.]


[일일 퀘스트는 하루에 단 한번만 달성 가능하니 주의하세요.]


“아니, 아들! 공 너무 좋은데? 마지막에 엄청 휘네. 언제 이렇게 연습한 거야?”


“남들 몰래 시간 들여서 했죠.”


사실 은퇴하고 시간이 남아돌았습니다, 아버지.


“안 그래도 변화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잘했다!”


아버지가 마치 보너스를 받은 것 마냥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얘기했다.


“사람이 너무 정직하게 살 필욘 없잖아요. 변화도 주고 그래야지.”


직구 원툴이던 아들이 변화구를 던진다니. 국어 잘하는 애가 수학까지 잘하면 어떤 부모가 싫어하겠는가.


“그만들하고 다들 밥 먹어요! 아침부터 뭔 난리래.”


“다음번엔 당신이 이강이 공 받아줘. 난 무서워서 안 되겠어.”


“야구는 볼 줄만 알지 내가 어찌 해요? 아휴, 둘 다 땀 봐! 아침 댓바람부터 뭔 짓이야. 안 씻고 오면 식탁에 앉을 생각도 하지 마!”


“하여튼 네 엄마 결벽증이 더 심해진다니까.”


이렇게 화목했던 집이었는데.


내가 방출되고 나서는 두 분이 웃는 걸 보기가 어려웠다.


거듭되는 미끄러짐에 지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지켜보며 대가없는 응원을 해주던 부모님.


나는 말없이 두 분을 끌어안았다.


땀에 질색하던 어머니도, 낯간지럽다며 스킨쉽을 잘 안하는 경상도 출신 아버지도 잠자코 안겼다.


“얘가 왜 이래···?”


“꼭 성공할게요. 봉황대기도 우승하고, 한국시리즈도 우승할게요.”


“아들아 우린 그런 거 필요 없고 너 건강···”


“알아요. 건강도 꼭 챙겨서 오래오래 야구할게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더 이상 헛스윙은 없어야 한다.



***



본가에서 재충전을 마친 후, 불광고 야구부 기숙사로 돌아왔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오느라 길을 한 번 잃어서 조금 늦긴 했지만.


선수단은 당장 내일부터 진행될 봉황대기 전략회의를 위해 곧바로 다목적실에 모였다.


8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9월 초에 마무리되는 봉황대기는 한국의 고시엔으로 불릴 정도로 그 명성이 높다.


3학년 선수들에겐 사실상 마지막 대회로, 스카우터가 가장 많이 몰리는 대회이기도 하다.


즉, 그 치열함이 다른 대회보다도 심했다.


“야, 이강아. 메이저나 에이전시에서 연락 없냐?”


“그러니까. 너 이대로 가면 얄짤없이 드래곤즈 행인데.”


아니나 다를까 동기 놈들이 벌써부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물론 이때 메이저리그로부터 연락이 온 건 사실이었다.


그땐 자랑처럼 떠들고 다니긴 했지.


하지만 내 경험상 구태여 얘기할 필욘 없었다. 다른 동료들 기죽이는 꼴이니까.


“연락 없었어. 감독님한테 딱히 갈 생각 없다 얘기하기도 했고.”


“뭐? 왜?”


“아니 메이저리그는 가야지!”


“시끄러 이 자식들아. 다른 선배들 보면 모르냐. 일찍 간다고 좋은 게 아니야.”


이말 만큼은 진심이었다. 실제로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넘어가는 건 도박 수에 가까웠다.


언어, 식생활, 인간관계, 팀의 분위기 등등 적응해야할 것들이 산더미다.


난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우가 다르다.


포스팅을 통해 큰돈을 받고 넘어갈 경우, 그 대우는 어마무시하다.


어떤 선수는 원정경기를 갈 때마다 스위트룸을 제공받기까지 하니까.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좋은 것처럼, 밑바닥에서 구르는 건 한국에서 하는 편이 좋다.


“그럼 드래곤즈 가겠다는 거네?”


그때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찬용이까지 한마디 붙였다.


“꼴찌 팀이긴 하지만 고향 팀이기도 하니까.”


당시 수원 드래곤즈는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비교적 신생팀이었다.


내가 지명될 당시엔 하위권을 맴돌은 탓에 1순위 지명권을 매년 행사했었다.


그래도 성공할거면 고향에서 성공해야지.


미국에 가는 건 그 다음 얘기다.


“자, 자. 다들 주목.”


감독님과 코치진이 들어오자 모두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새끼들 기합 잔뜩 들어있는 거 봐라.


“토너먼트니까 매 경기마다 최선 다해야한다 다들 알지?”


“넵!”


코치님들은 우리의 첫 상대인 울현고에 대한 정보를 얘기해줬다.


“모든 참가팀을 통틀어서 가장 머리를 잘 쓰는 팀이야. 울현고 감독이 워낙 작전을 잘 짜오는 감독이라.”


울현고···?


그 세 글자를 듣자마자 불현 듯 이유 모를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첫 선발은 최이강이다. 오늘 다들 일찍 자고, 내일 파이팅 해보자.”


걔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하여튼 꽤나 성가셨던 것 같은데.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딱히 기억나질 않았다.


간단한 브리핑이 끝난 후, 선수들은 다목적실을 우르르 빠져나갔다.


나는 그곳에서 한 친구를 찾기 위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찾았다. 내 공 잡아줄 놈.


유찬용.


“갑자기 웬 캐치볼? 3년 내내 안하다가 이렇게 뜬금없이 부탁한다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빨리 가서 앉아. 나도 빨리 하고 자야 돼.”


찬용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아까부터 퀘스트를 깨려고 혈안이었다.


[야간 퀘스트 – 할당량을 채우십시오]

[패스트볼 30구 던지기]

[보상 : 20 포인트]


야간 퀘스트는 일일 퀘스트보다 포인트가 적은 만큼 할당량도 적었다.


“30개만 던질게.”


나는 적당히 몸을 푼다는 느낌으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슈웅-


공을 받은 찬용이는 헛웃음 치면서 감탄했다.


“내가 진짜 여러 명 공 받아 봤지만 너만큼 빠른 투수가 없다.”


“그럼, 이 자식아. 내가 누군데.”


[할당량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20 포인트]


나는 포인트를 착실히 모으며 다음 격전지로 가기 전의 준비를 마쳤다.


내 고교 시절 마지막 대회가 열리는 목동.


그곳에서 구름 위에 오르는 그 마법 같은 기분을 다시 느껴보려 한다.



***



목동 야구장은 스카우터를 비롯하여 관중으로 붐볐다.


대회에 명성이 있는 만큼 일반인 관중들 역시 꽤 모여 있었다.


그땐 나도 스카우터들을 꽤나 신경 썼었지.


하지만 별 다른 이변이 없으면 드래곤즈에 입단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나는 관중석을 의식하지 않으며 불펜에서 찬용이와 몸을 풀었다.


“나이스 볼! 오늘 공 좋은데? 느낌이 어째 이강이 퍼펙트게임 한 번 할 것 같다.”


“아이, 코치님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퍼펙트게임은 아무나 합니까.”


“이강이 너 아니면 시도도 못해. 나도 코친데 안 되는 거 시키겠어? 아무튼, 오늘도 힘내보자 다들.”


나는 벤치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파이팅을 불어넣은 뒤, 마운드에 올랐다.


율현고 1번 타자는 독기 가득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마지막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서인지 팀 규율인지 몰라도 머리는 바짝 밀려 있었다.


율현고라··· 뭔가 기억날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로진백을 두 번 튕긴 후, 송진가루를 불었다.


일단 초구로 한 번 겁 좀 줘볼까?


나는 찬용이가 보내온 사인에 맞춰 패스트볼 그립을 잡았다.


깡-


어라···?


빠른 속도로 날아간 공이 우중간에 떨어졌다.


“나이스 안타!”

“내가 뭘 본거야 지금···”


울현고 벤치에선 환호성이, 우리 팀 벤치에선 경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몸이 덜 풀린 것도 아니고, 구속도 156km가 찍혔다. 강속구를 공 한개도 안 보고 단숨에 쳐버렸다.


초구부터 쳐버린다고···? 쉽지 않았을 텐데 운이 좋았던 건가?


다시금 집중해서 다음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순간.


1루 주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공을 받은 찬용이가 빠른 속도로 2루에 공을 보냈다.


팝타임이 2초 초반대인 찬용이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세이프!”


씨발.


공 2개만으로 벌써 노아웃에 주자는 득점권이라니.


그때, 불현 듯 기억조각이 떠올랐다.


울현고.


초구에 치고 나가더니 발야구로 나를 뒤흔들며 내 정신을 쏙 빼놓았던 팀.


드디어 퍼즐이 맞춰졌다.


초반 3이닝에 3실점하며 고전했지만, 동료들이 점수를 잘 내며 이겼던 기억이 났다.


[할당량을 채우십시오]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세요.]

[보상 : 50 포인트]


그때, 위기에 몰린 순간에 맞춰 할당량을 채우란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무사 2루에 무실점을 하라고? 이거 완전 양아치네.


계속 직구만 던졌다간 곧바로 실점할 게 뻔했다.


찬용이가 내 속도 모르고 아까와 같은 사인을 보냈다.


당연하게도 방금처럼 직구 던지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찬용이가 갸우뚱거렸다.


‘그럼 어쩌자고.’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긴 찬용이 입장에선 코치진이 사인을 준대로 직구를 요구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그때와 같은 양상을 띠며 흘러갈 테니, 나로선 다른 수를 써야했다.


타석에 서있는 건 중장거리 타구를 손쉽게 날릴 것 같은 체형의 좌타.


우완 투수인 내 입장에선 체인지업으로 좌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쉽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나도 물러설 이유는 없다.


연습한 빛을 볼 때다.


나는 포심 패스트볼에서 체인지업 그립으로 바꿨다.


패스트볼처럼 날아간 공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큰 낙차를 그리며 떨어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반응속도가 좋은 찬용이가 온힘을 다해 블로킹을 해준 덕에 공이 빠지진 않았다.


“타임!”


찬용이가 타임을 요청하고 마운드로 올라왔다.


“야, 최이강! 뭐하는 거야 갑자기?”


“먹히나 한 번 뿌려봤어.”


“그래도 신호는 줘야지, 공 빠질 뻔 했잖아!”


“막아줘서 고맙다 찬용아. 지금 정하자 그럼. 내가 로진백 두 번 털면 체인지업. 오케이?”


“일단 알겠어.”


찬용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홈 플레이트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골든글러브 5회, 올스타 10회, 홈런왕 2회. 데뷔 15년차 때 유찬용의 성적이다.


나와 함께 2군에서 구르던 찬용이는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성공한 야구 인생을 보냈다.


타격에도 재능이 넘쳤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포수 수비였다.


무엇보다도 찬용이는 어렸을 때부터 블로킹 능력이 뛰어났다.


얘라면 믿고 변화구를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로진백을 두 번 턴 뒤, 다시 한 번 체인지업 그립을 잡고 공을 던졌다.


슈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의 우렁찬 삼진콜이 경기장에 울렸다.


“쟤 지금 변화구 던진 거야?”

“찬용이는 사인도 없이 어떻게 받았대?”

“둘이 맞춰봤겠지. 아니고서야···”


당황한 건 우리 팀과 상대팀 양쪽 모두 다였다.


나는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가며 다사다난했던 1회를 막아냈다.


잔루는 2루. 결과는 무실점이었다.


벤치로 돌아온 내게 코치님들이 달려들었다.


“너 변화구는 언제 연습 한 거냐?”


“몰래 틈틈이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한테는 말해줘야 할 거 아니냐. 아무튼 공 좋네. 나이스였다.”


일단 체인지업이 통한다는 건 확실히 알았다.


근데···


문제라면 울현고의 작전이다.


아무리 일류 투수라도 출루는 허용하는 법.


그렇게 되면 발 빠른 주자들은 계속 해서 뛰어대며 우리 팀원들을 혼란스럽게 할 게 뻔하다.


말리지 않도록 내가 조금 더 신경써야할 텐데.


그때, 주머니에 넣어뒀던 눈알 스티커가 떠올랐다.


‘상점에서 샘플로 줬던 뒷눈···’


봉지를 뜯은 뒤, 작은 눈알 스티커를 뒷덜미에 붙였다.


눈알 스티커가 담겨있던 봉지는 갑자기 송진가루처럼 흰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된 건가?’


느낌상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건 아니겠지만, 견제사를 노릴 때 쓸모가 있어보였다.


결국 물건이란 활용하기 나름이다.


원래 용도와 다르게 쓰더라도 도움이 되면 장땡이다.


이게 먹힌다면, 상점은 정말로 내게 영광을 가져다줄 발판이 될지도 모르겠다.


즉,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샘플로 받은 뒷눈을 써봐야 했다.


뒷눈이 내 목덜미에 붙은 그 순간.


내 뒤를 걸어 다니는 동료들이 보였다.


앞을 보는데도 뒤가 보이는, 제 3의 눈이 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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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빛의 정령 24.06.05 633 15 14쪽
29 강화된 최형민의 사인볼 24.06.04 650 15 13쪽
28 스토브리그 24.06.03 679 16 14쪽
27 드래곤즈의 예상 라인업 24.06.02 721 15 13쪽
26 마무리의 꽃, 팀 회식 +1 24.06.02 749 16 14쪽
25 아이템 강화 망치 24.06.01 764 13 14쪽
24 마지막 청백전 +1 24.05.31 781 15 14쪽
23 데이트 24.05.30 803 15 14쪽
22 진열대 새로 고침 쿠폰 24.05.29 831 15 15쪽
21 두 번째 청백전 24.05.28 867 15 15쪽
20 새로운 진열대 24.05.27 904 17 14쪽
19 눈도장 찍기 24.05.26 930 17 15쪽
18 첫 번째 청백전 24.05.25 956 16 15쪽
17 마무리캠프의 시작 +1 24.05.24 999 18 14쪽
16 10억 팔 투수 +1 24.05.23 1,045 17 14쪽
15 KBO 신인 드래프트 +1 24.05.22 1,054 16 15쪽
14 허수아비 더미 24.05.21 1,066 21 14쪽
13 첫 번째 인터뷰 +1 24.05.20 1,098 17 14쪽
12 달콤한 휴가 24.05.19 1,132 22 14쪽
11 자랑스러운 아들 24.05.18 1,148 17 14쪽
10 봉황대기 결승전 +2 24.05.17 1,176 17 14쪽
9 소방수 최이강 +2 24.05.16 1,227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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