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조선아이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완결

배고픈불독
그림/삽화
라비에옹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2
최근연재일 :
2024.08.04 20:0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6,061
추천수 :
623
글자수 :
405,028

작성
24.06.26 17:30
조회
262
추천
6
글자
11쪽

묘한 악연

DUMMY

궁궐 공연을 끝낸 후 조선 아이돌 거처로 돌아왔다.


이제 전국 공연을 앞두고, 두 가지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해야 했다.


첫째는 공연의 동선이었다.


3월이지만 평안도와 황해도는 날씨가 추워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공연하면 좋겠다는 뜻을 이야기했다,


경상도나 전라도 남쪽에서 시작해서 충청도, 강원도 공연을 하고 경기도에 입성한 후, 북상하면서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이후 한양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했다.


모두 자랑스럽게 자기 출신 지역을 빨리 가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내가 날씨를 언급하며 말하자 수긍하며, 내게 일정의 전권을 일임해 줬다.


매화의 부친이 있을 곳으로 여겨지는 전라도 전주부터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조선 시대가 전주 이씨의 왕가이니 나름대로 명분도 있다고 생각되었고, 왕에게 올릴 조선 아이돌의 공연 계획에도 그렇게 이유를 쓸 생각이었다.


한여름에는 공연을 삼가고 전국 팔도의 대표 부와 현에서 각각 3 군데 정도 공연을 하면, 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전국 공연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녕대군이 하사해 준 ‘조선 아이돌’ 글씨를 깃발에 적어 선발에 세우고, 관가에서 내준 가마에 조선 아이돌을 태우고, 나와 준수는 말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악기와 짐을 운반해 줄 사환은 유성의 부친인 한양 상단 대방께서 선발해 주셨고, 각 지역의 연락처와 관가에서 협조해 주기로 했다.


둘째, 내가 공연을 선발하기 전에 결정해야 할 것은 조선 아이돌의 상징이 되는 앞줄 가운데에서 공연을 이끌 주인공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처음 내가 공약한 대로 6명의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거처의 한 곳에 나무 박스를 준비해 놓고, 그곳에 한지로 6명의 이름을 적고, 그 이름 밑에 6명의 특징적인 외모를 그려 놓았다.


나처럼 한자를 못 읽는 도영과 초선을 배려한 조치였다.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조선 아이돌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사람에게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결과는 초요갱 1표, 윤서 2표, 매화 3표로 매화가 주인공으로 결정되었다.


누가 누구를 찍는지 알 수 없는 비밀 투표였지만, 사고뭉치였던 초요갱이 그래도 한 표를 얻은 것이 의외였지만, 그녀가 스스로를 찍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매화는 축하를 받으며 드디어 조선 아이돌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그래도 자신이 작곡한 노래에는 주인공 자리를 할애하면서 불만을 최소화해 주기로 했다.


초요갱이 만든 곡은 그녀가 주인공이 되어 춤을 추어야 제맛이 났고, 윤서가 만든 노래도 그녀가 주인공이 되어야 곡이 빛이 났다.


이제 모든 공연의 준비도 끝났고, 긴 여정의 준비도 끝나 갔다.


전국 공연을 떠나기 이틀 전, 해 질 무렵에 맹사성 어른이 찾아와 매화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길 바랐다.


한양 상단의 사랑방에 조용히 둘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번 기방에서 맹사성 어른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지라 뭔가 둘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



한양 상단 사랑채에 들어온 맹사성은 매화와 자리를 앉았지만 잠시 침묵하며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결심을 한 듯 매화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화야, 이 이야기를 영원히 가슴에 묻고,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으나 그래도 네가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 이야기한다.”

“나리, 편하게 말씀해 주셔요.”


맹사성은 하얀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너희 조선 아이돌의 여섯 명을 각각 소개하는 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나리, 무슨 연유로요?”

“평안 도사 딸이 너와 함께 조선 아이돌에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 놀랐구나.”


매화는 높으신 지체의 평안 도사, 그것도 전주 이씨 왕족의 딸이 미천한 신분들과 함께 있는 것이 놀랍다는 말로 처음 알아들었다.


“저희도 그런 지체 높은 낭자가 조선 아이돌로 선발된 것을 보고, 처음에는 많이 놀랐습니다.”

“신분의 고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그럼요?”

“이제부터 내가 꺼내는 이야기에 놀라지 말거라. 그리고, 이 이야긴 너만 알고 있어라.”


맹사성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매화에게 해 주었다.


맹사성은 지난번 기방에서 말했던 고려 시대 관리 시절과 상관이었던 매화의 조부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리고 고려의 충신인 최영 장군과 정몽주와의 친분에 대해서도.


태조 이성계가 두 사람을 존경하지 않았다면,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도 3족이 멸해지거나, 노비로의 전락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세히 말해 줬다.


자신은 부끄럽게 살아났지만, 자신의 상관이자 매화의 조부모가 죽임을 당하고, 매화의 부친이 노비로 전락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믿을 수 없는 말을 해 주었다.


“그때, 너희 조부의 숙청에 가장 앞장선 사람이 누군 줄 아느냐?”

“······누, 누군가요?”

“바로 평안 도사의 아버지 이필이니라. 윤서의 조부지.”


매화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윤서의 집안은 매화의 집안을 몰락시킨 주범이었고, 원수였다.


“내가 계속 고민하다가 네게 이야기해 준 것은 윤서가 너의 과거를 알면 해코지할까 봐 걱정돼서다.”


자신이 조선 시대 관리로서도 승승장구했지만, 왕과 왕족을 능멸했다는 죄명으로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간 이야길 다시 상기해 줬다.


“나는 그때 양녕대군과 황희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네게 이 야야길 해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맹사성이 과거의 악연이 현재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되겠지만, 항상 마음의 경계를 풀지 말고 살 것을 당부했다.


“네 조부 이야기는 절대 윤서에게 하지 말고, 너는 네 인생에 집중해서 살기를 바란다.”


맹사성은 매화의 손을 잡고 손녀를 대하듯 진심으로 당부했다.


그리고, 매화의 부친에 대해 계속 수소문하고 있지만, 전라도 전주로 옮겨 간 것밖에 정보를 못 구했다고 말했다.


전주 이씨 왕족의 후예들이 많이 사는 곳이니 분명 그 집 중 한 곳으로 팔려 간 것이 분명하다고 이야기했다.


매화는 맹사성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고, 그가 다시 소를 타고 떠나자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멀리서, 그가 부는 퉁소 소리가 슬프게 들려왔다.


맹사성이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후폭풍은 매화의 가슴에 소용돌이쳤다.


고관대작의 딸로 거처에서는 항상 권위를 부리며 조선 아이돌에 군림했던 윤서였다.


대행수나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유라에게 말도 존대하고, 모두에게 친절한 그녀였지만, 그녀의 두 얼굴이 매화는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런 그녀가 조부모를 죽인 원수의 손녀였다니······.


참 묘한 악연에 매화는 몸서리가 쳐졌다.


맹사성의 말처럼 항상 마음의 경계를 품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조선 아이돌을 성공시켜 자신의 기생 신분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전라도 전주를 첫 공연 장소로 선택해 준 대행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해도 매화는 알았다.


그가 공연의 동선을 설명할 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감사의 윙크를 해 주었다.


부친이 있다는 전주로 이제 갈 수 있고, 어떻게든 아버지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이 가슴에서 벅차게 차올랐다.



*****



드디어 대장정의 아침이 밝았다.


양녕대군이 멋있게 써준 조선 아이돌 휘호가 깃발에 나부끼고, 조선 아이돌을 태운 가마 위에도 나부꼈다.


소가 끄는 6대의 가마 앞에, 나와 준수가 말을 타고 당당한 모습으로 행렬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뒤로 악기와 짐을 실은 수레와 사환들이 뒤따르자, 조선 아이돌을 알아보는 많은 사람이 손을 흔들어 배웅해 줬다.


어떤 맹렬 사람들은 봇짐을 진 채 아예 행렬을 따라오는 이들도 있었다.


현대로 말하면 골수 원정 팬이 벌써 생겼다.


매화의 마포나루 공연을 보고, 그녀에게 푹 빠진 젊은 남정네들이었다.


나는 조금 신경 쓰였지만,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행렬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말리진 않았다.


팬들이 존재해야 스타가 있는 법이었다.


현대에서 무명 트로트 가수에게도 열정적인 팬이 있고, 그들이 존재하기에 가수들이 숨 쉬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느끼고 있었다.


무서운 것은 질타나 야유가 아니라 무관심이었다.


냉랭한 구경꾼들의 반응으로 우울증에 빠진 가수들도 많았다.


제일 먼저, 전라도 전주에서 시작해, 광주와 나주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물론, 가는 도중, 큰 장터가 보이는 곳에서 맛보기 공연도 해 주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맛보기 공연을 하면서도 나는 세종대왕이 당부한 것을 잊지 않았다.


열광하는 구경꾼들에게 임금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로 조선 아이돌이 태어났다고 말하며, 각 지역의 본 공연 일정을 홍보했다.


맛보기 공연을 했음에도 조선 아이돌을 따르는 봇짐 총각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공연할 때도, 조선 아이돌이 가마에서 내릴 때도, 식사하거나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도 열광했다.


조선 아이돌을 연호하며 외치기도 하고, 멤버의 이름을 기억하고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조선 시대의 모든 공연 기록에서 최초의 타이틀은 모두 갖게 될 정도로 맛보기 공연부터 대성공의 조짐을 보였다.


파격적인 의상과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는 노래와 춤, 기가 막힌 악기 공연까지 구경꾼들은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신명이 났다.


장영실과 내가 고안한 조선 시대 마이크와 음향 시설도 큰 관심을 끌었다.


마이크는 장영실이 나무 틀에 가죽을 대어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냥 목소리보다는 훨씬 멀리 소리가 나게 했다.


현대의 나팔과 비슷한 구조로 입을 대는 쪽은 좁고, 나가는 쪽은 넓게 만들어 소리가 증폭되는 원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모아 멀리 보내는 스피커도 장영실과 내가 머리를 짜내 만들었다.


비단과 무명실 가닥을 꼬아서 만들어 소리의 전달 역할을 하게 했고, 마이크와 비슷한 시설은 곳곳에 놓아서 스피커 역할을 하게 했다.


조선시대판 열악한 마이크와 스피커 시스템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맛보기 공연의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내가 의도한 부분도 있지만, 워낙 조선 아이돌의 공연이 파격적이고 흥겨워서, 현장의 뜨거운 열기는 바로 근처 지역으로 소문이 났다.


가장 효과적인 홍보는 사람의 입과 입을 통한 소문이었다.


현대에서도 아무리 TV, 신문 광고를 해도, 사람의 입만큼 강력한 홍보 수단은 없었다.


사람의 입소문이 나면 시골 오지의 식당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조선 아이돌의 소문은 사람의 입을 타고 남으로 내려갔고, 우리를 따르는 행렬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갔다.


드디어, 전국 공연 첫 예정지인 전주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종과 조선아이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24.07.26 147 0 -
81 언젠가는 만날 사람 +1 24.08.04 298 5 10쪽
80 쌍무지개 뜨는 날 24.08.03 244 3 11쪽
79 매화 향기와 사랑의 징표 24.08.02 241 3 11쪽
78 평생 잊히지 않을 사랑의 징표 24.08.01 246 3 11쪽
77 인연 24.07.31 241 3 11쪽
76 엄마 생각 24.07.30 242 4 11쪽
75 현대라는 사회 24.07.29 241 4 11쪽
74 진실 고백 24.07.28 245 3 11쪽
73 양녕대군과의 결투 24.07.27 244 4 11쪽
72 위기의 밤 24.07.26 236 4 11쪽
71 궁궐 공연과 신분 상승 24.07.25 240 4 11쪽
70 여자의 존재 24.07.24 239 5 11쪽
69 양녕대군과의 만남 24.07.23 242 5 11쪽
68 한양 공연 24.07.22 242 5 11쪽
67 소양강의 밤 24.07.19 243 6 11쪽
66 조선 시대의 입맞춤 24.07.18 244 6 11쪽
65 함흥냉면의 비법 24.07.17 245 5 11쪽
64 영변의 약산(藥山) 24.07.16 247 5 11쪽
63 세종대왕에게 뻥을 치다니 +2 24.07.15 252 5 11쪽
62 죽음의 고비와 사랑 +1 24.07.14 251 5 11쪽
61 역모죄의 증거 24.07.13 248 5 11쪽
60 단식 투쟁 2 +1 24.07.12 247 5 11쪽
59 단식 투쟁 24.07.11 256 5 11쪽
58 평양에서의 시련 24.07.10 261 5 11쪽
57 둘이 아닌 하나가 된 느낌 24.07.09 267 4 11쪽
56 매화와의 첫 입맞춤 24.07.08 263 4 12쪽
55 세종대왕과의 대화 24.07.07 266 4 11쪽
54 현대로의 회귀 실험 24.07.06 261 4 11쪽
53 조선 시대의 패션 24.07.05 264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