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조선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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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배고픈불독
그림/삽화
라비에옹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2
최근연재일 :
2024.08.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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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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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선 시대의 패션

DUMMY

조용히 초요갱의 가마가 도착하기를 기대했던 양녕대군이 놀란 것은 당연했고, 함께 온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 윤서와 매화인 것을 보고 더 의아해하는 듯했다.


초요갱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대군마마,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제가 대군과 오늘 밤 만리장성을 쌓을지 알고, 이렇게 훼방꾼들이 많습니다. 호호.”


지난번 초요갱과의 기방 술자리가 있어서인지, 초요갱도 거침없이 양녕대군에게 농을 건넸고, 그도 웃으면서 초요갱의 말을 받았다.


“그러게. 이거 낭자들로 부족해 남정네 대행수까지 내가 상대해 줘야 하겠구나. 하하.”


양녕대군은 방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방에는 이미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우리가 예를 갖추자, 그는 편하게 술 한 잔 나누자며 모두에게 술잔을 돌렸다.


양녕대군에게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대성황을 보고했다.


그는 이미 경기도 이천 저잣거리까지 불어온 소문을 다 들었다며, 조선 아이돌의 성공을 치하해 줬다.


“조선 아이들을 따르는 무리가 많다고 들었다. ‘아딸따’라면서? 이름도 참 재밌구나.”

“네, 조선 아이돌 딸들을 따른다고 그리 명명했다 하옵니다.”


양녕대군은 윤서의 부친인 평안 도사 이창기의 상소가 세종대왕에게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공연 의상을 문제 삼으며, 유교 사회에 엄격한 ‘남녀칠세부동석’을 깨는 구경꾼들도 언급하며, ‘조선 아이돌’의 행사를 막아야 한다고 썼다 했다.


표면으로는 유교 예절을 들먹이며 조선 아이돌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내심 딸의 참가가 못마땅한 그로서는 조선 아이돌의 성공이 탐탁지 않았다.


평안 도사 이창기뿐만이 아니라,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유림에서 각종 상소가 있었지만, 임금님은 모두 상소를 반려하며 백성의 즐거움과 행복을 강조했다고 했다.


관리나 유림의 상소가 있었어도 세종대왕은 온 백성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셨다.


온 백성의 힘과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몇몇 관리와 유림의 반발을 잠재울 베짱이 세종대왕에게는 있었다.


나는 경기도 공연을 마치고 황해도에 가기 전에 한양에 들러 임금님을 한 번 뵙고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전국 공연의 절반이 끝나기도 하겠지만, 공연의 이런저런 점을 뵙고 직접 보고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윤서는 자기 부친이 그런 상소문을 보냈다는 사실이 당연하듯 크게 놀라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양녕대군도 같은 왕족이면서 나이가 어린 윤서를 여동생 대하듯 바라보며 물었다.


“윤서 낭자는 부친의 상소가 놀랍지 않은 모양이오?”

“대군마마,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조선 아이돌에 들어왔지만, 저나 조선 아이돌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부친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어째서요?”

“저희 입는 옷이 여자들이 입는 보통 옷은 아니잖아요.”


조선 아이돌의 군기반장으로 특히 숙소에서는 강력한 아우라를 뽐내는 그녀로선 초요갱의 일탈이 눈엣가시였다.


대상이 장영실, 박연을 향할 때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양녕대군을 유혹할 때는 인내의 한계를 느낀 듯했다.


윤서의 지적에 양녕대군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거추장스러운 아녀자의 옷보다 초요갱이 만든 옷은 개성 있고, 시원하게 보이던데······. 매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초요갱을 옹호하면서도, 윤서의 지적에 대한 평가를 이상하게 매화에게 돌렸다.


“저희 기생은 옷을 워낙 화려하고 눈에 띄게 입었는지라, 저는 잘 모르겠사오나, 양반님들이나 다른 사람들 보기에 파격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약간은 중립적인 발언이었지만, 윤서의 양미간이 찌푸려졌다.


“유성 동생,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형님, 조선 아이돌이 농부나 어부, 상인이 아닐진대 그들처럼 옷을 입을 순 없지요. 공연의 특성에 맞게 복장이 개성 있고, 독특하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윤서의 편을 들지 않자, 그녀는 더 열을 받은 표정으로 따지듯 물었다.


“대행수님, 갈수록 치마가 더 짧아지고, 바지도 다리 살이 훤히 내다보이는데, 평안도 쯤 가면 속곳이 다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아, 그건 아니지요.”


양녕대군은 윤서의 지적이 재미있다는 듯, 초요갱에게 물었다.


“초요갱, 연습할 때도 그렇고, 궁궐에서도 그렇게 까진 치마가 짧아지지도 않았는데, 윤서 낭자의 말이 무슨 말인고?”

“봄바람에 날씨가 더워지고 해서, 통풍이 잘되라고, 치마를 좀 짧게 하고, 바지에도 구멍을 뚫었습니다.”


양녕대군은 그 모습이 상상되는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초요갱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내가 그 의상을 입은 네 모습을 좀 봐야 하겠구나.”


초요갱은 양녕대군의 농에 화답하듯 그 옆에서 교태를 부리며, 그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윤서도 나의 태도와 매화의 답에 서운한지 술잔을 들이켰다.


평양에 있을 때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던 그녀가 자유의 몸이 되자 술을 마셨고, 술에도 일가견을 갖기 시작했다.


술이 몇 잔 돌자 모두 용감해지기 시작했다.


초요갱과 양녕대군은 우리가 있음에도 서로에 대한 호감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양녕대군에게 매화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제형님, 조선 아이돌 공연이 끝나면, 이제 모두 면천되게 되면, 매화나 초요갱은 기방에 안 가도 되지요?”


면천이 되면 당연히 기방에 있을 필요도 없게 되는데, 물어볼 필요도 없는 말을 확인차 물어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양녕대군의 대답은 의외였다.


“초요갱은 당연히 기방에 나가지 않아도 되겠지만, 매화는 다시 그 기방으로 돌아가야지.”


뜻밖의 양녕대군 말에 매화는 너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술에 조금은 취한 듯한 양녕대군은 나와 매화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초요갱은 내가 꺽을 수 있는 꽃이다만, 매화는 바라만 봐야 하는 꽃이지. 그러니 내가 언제든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게 하겠다. 알았느냐?”


어이없는 그의 발상이었고, 계획이었다.


매화는 꺾지 못할 꽃이지만 언제까지나 관상용으로 그녀를 기방에 가둬 두며, 매화의 가무를 혼자 즐기겠다는 생각이었다.


매화가 분노하기 전에 내가 더 화가 났다.


“제형님, 임금님이 면천까지 시켜주며, 자유를 주는데, 매화에게 가혹한 처사가 아니시옵니까?”

“유성아우, 네가 왜 매화의 일에 나서느냐? 나와 매화의 일이니라.”


양녕대군이 나를 꾸짖는 말을 하자, 윤서도 무서운 표정으로 나와 매화를 노려보았다.


매화는 나와 양녕대군의 논쟁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대군 나리, 임금님이 면천하여 주시면, 제게도 자유를 주시지요. 제 삶을 살고 싶사옵니다.”

“매화야, 널 궁궐에서 빼내 주었다. 그런 나를 위해 시를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르는 게 싫다는 말이냐?”

“대군마마에게 노래를 부르는 게 싫다는 게 아니라, 온 백성을 위해 노래하는 게 더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매화도 이번에는 뒷걸음질 치지 않고, 양녕대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는 듯 그에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양녕대군은 매화의 반응에 화가 나는지, 세종대왕에게 면천 특혜를 주지 말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겁박했다.


그런 그에게 초요갱은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애교를 떨었다.


“대군마마, 면천은 해 주셔야지요. 그래야 이년 같은 박복한 인생도 더 나리를 위해 살 수 있답니다.”


초요갱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려야겠다며, 그녀가 만든 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어둡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오늘따라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 날 공연을 핑계로 우리는 겨우 양녕대군 집에서 빠져나왔다.


술에 취한 양녕대군이 끝까지 초요갱의 옷 저고리를 잡았지만, 조선 아이돌 군기 반장인 윤서가 매몰차게 초요갱을 잡아끌고 집에서 나왔다.


윤서는 양녕대군에게 할 말이 남아 있는 듯, 집 대문 앞까지 나와 미련을 갖고 초요갱을 바라보고 있던 그에게 돌아가서, 뭐라 조용히 말하고 돌아섰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다들 조용했다.


나와 매화는 양녕대군의 생각에 충격을 받았고, 윤서도 내 마음을 읽은 듯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유일하게 생각 없이 미소를 짓고 오는 사람은 초요갱뿐이었다.


양녕대군도 이제 그녀의 치마 속에서 포로가 된 듯했고, 비록 매화를 바라만 보겠다는 그의 말이 있었지만, 초요갱은 개의치 않은 듯했다.


한양에서 세종대왕을 만나 조선 아이돌의 성공에 대해 더 확신을 심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평안도 공연에 대한 대비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금까지 너무 평탄하기만 했던 조선 아이돌에 서서히 구름과 번개가 몰려옴을 느꼈다.


대신들과 양반 계급, 유림의 반발에 내가 의지할 곳은 딱 두 군데였다.


하나는 세종대왕이었고, 또 하나는 백성이었다.


지금처럼 온 백성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을 때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언젠가 매화의 문제를 두고, 양녕대군과 한 번은 크게 부딪힐 것을 예상했지만, 양녕대군의 생각은 실망 그 자체였다.


역사에 기록된 어리를 비롯한 기생, 첩들과의 연분은 그냥 쓰인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태종이 왕위를 물려주었으면, 우린 여전히 한자를 배우고 살고 있었을까?


우리를 구제해 준 세종대왕을 위해 더 열심히 공연하고 한양에 가서 그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들었다.


경기도 이천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수원성으로 가서 엄청난 인파 속에서 경기도 두 번째 공연을 마쳤다.


궁금했었는데 조선 시대에도 수원 왕갈비가 유명했다.


긴 여정을 잘 참고 따라와 준 조선 아이돌과 긴 행렬을 이룬 ‘아딸따’에게 소를 한 마리 잡아 수원 왕갈비를 대접해 줬다.


현대에선, 팬들이 밥차를 준비해 좋아하는 연예인과 동료들, 스태프를 챙겨주는 문화가 있었다.


그 문화를 흉내 내서, 왕갈비를 대접했다.


워낙 ‘아딸따’의 숫자가 많아서, 왕갈비를 배불리 먹지 못하자, 나는 주점 주인장에게 남은 소 부위를 다 물에 넣고 탕을 끓여주라고 했다.


나주 곰탕도 내가 전해준 조리법으로 나주 도방이 식당을 차려 대성공을 이뤘지만, 수원에서는 왕갈비탕과 설렁탕의 레서피를 도방에게 전해줬다.


주점 주인이든, 수원 도방이든 잘 왕갈비탕과 설렁탕을 만들어 후세에게 전해주기만을 바랐다.


인천에서는 소래 포구에서 공연을 했다.


소래 포구 염전과 어시장이 조선 시대에도 잘 발달해 있었고, 월미도와 영종도도 눈앞에 보였다.


현대에서 조금 과거인 1970년도나 1980년쯤으로 회귀했다면 영종도 땅을 좀 사서 부자가 되었을 건데······. 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인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인제, 전국 공연의 절반 여정을 마쳤다.


개성으로 가는 길에 한양에 들러 세종대왕을 뵙고 갈 생각으로 인천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배를 탔다.


조선 시대에 처음 타 본 배였고, 인천에서 마포 나루로 운행하는 배였다.


내가 현대에서 과거로 회귀하게 된 축구 경기가 벌어졌던 바로 그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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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쌍무지개 뜨는 날 24.08.03 243 3 11쪽
79 매화 향기와 사랑의 징표 24.08.02 239 3 11쪽
78 평생 잊히지 않을 사랑의 징표 24.08.01 244 3 11쪽
77 인연 24.07.31 240 3 11쪽
76 엄마 생각 24.07.30 241 4 11쪽
75 현대라는 사회 24.07.29 240 4 11쪽
74 진실 고백 24.07.28 244 3 11쪽
73 양녕대군과의 결투 24.07.27 242 4 11쪽
72 위기의 밤 24.07.26 235 4 11쪽
71 궁궐 공연과 신분 상승 24.07.25 238 4 11쪽
70 여자의 존재 24.07.24 236 5 11쪽
69 양녕대군과의 만남 24.07.23 240 5 11쪽
68 한양 공연 24.07.22 240 5 11쪽
67 소양강의 밤 24.07.19 241 6 11쪽
66 조선 시대의 입맞춤 24.07.18 243 6 11쪽
65 함흥냉면의 비법 24.07.17 243 5 11쪽
64 영변의 약산(藥山) 24.07.16 245 5 11쪽
63 세종대왕에게 뻥을 치다니 +2 24.07.15 250 5 11쪽
62 죽음의 고비와 사랑 +1 24.07.14 249 5 11쪽
61 역모죄의 증거 24.07.13 246 5 11쪽
60 단식 투쟁 2 +1 24.07.12 246 5 11쪽
59 단식 투쟁 24.07.11 255 5 11쪽
58 평양에서의 시련 24.07.10 259 5 11쪽
57 둘이 아닌 하나가 된 느낌 24.07.09 265 4 11쪽
56 매화와의 첫 입맞춤 24.07.08 261 4 12쪽
55 세종대왕과의 대화 24.07.07 264 4 11쪽
54 현대로의 회귀 실험 24.07.06 260 4 11쪽
» 조선 시대의 패션 24.07.05 2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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