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조선아이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완결

배고픈불독
그림/삽화
라비에옹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2
최근연재일 :
2024.08.04 20:0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5,901
추천수 :
623
글자수 :
405,028

작성
24.07.07 21:10
조회
264
추천
4
글자
11쪽

세종대왕과의 대화

DUMMY

생각처럼 공간, 시간 이동이 쉬웠다면, 온 세상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십 년 전 세상으로 날아가 주식, 코인 사놓고, 부동산 투기하고,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고, 세상은 뒤죽박죽 혼돈의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운명은 가혹하지만, 세상의 이치는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다.


내 이름의 별(星)과 쌍무지개, 장소, 사건, 우리 조상 누군가의 공력이나 기도 빨이 작용해 나의 공간, 시간 이동이 가능했던 게 분명했다.


언젠가 벌어질 수 있는 나의 공간, 시간 이동을 대비해 편지를 썼다.


내가 몸을 빌린 유성, 유성의 부모님, 준수, 매화에게 차례로 편지를 썼다.


1543년이 되어야 읽을 수 있는 나의 한글 편지지만, 언젠가 내 마음이 그들에게 전달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매화는 어떻게든 내가 현대로 함께 데리고 가고 싶지만, 만일 실패했을 경우 그녀에게도 내 편지를 남겨 놓고 싶었다.


매화 없는 현대의 삶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꼭 현대로 가야 하나 하는 회의감 비슷한 느낌도 나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난 남대천에서 봤던 연어 생각을 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기억하고 죽을힘을 다해 남대천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부화하고 장렬히 죽어 떠내려간 연어······.


그 태어난 곳이 난 현대의 서울이었고,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이번처럼 수십 번을 시도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내가 조선 시대에서 죽는 날까지 쌍무지개를 볼 확률은 로또 당첨만큼 힘든 일이 될 테니까.


여러 생각들이 날 불면의 밤으로 이끌었다.



*****



수탉의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리는 아침이었다.


이마를 만져보니 여전히 작은 산봉우리 하나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고, 잠도 설쳐서 얼굴도 푸석푸석한 느낌이었다.



아침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조선 아이돌 거처로 건너갔다.


나의 모습에 다 놀랐고, 매화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나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이마를 손짓했다,


모두에게 어제 마포 나루에서 나오면서 나무에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면 안심시켜 주었다.


식사 후, 모두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


남쪽 4도를 돈 여독도 풀어줄 겸, 다시 북쪽을 향해 올라갈 힘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 입궁을 해서 세종대왕을 뵐 것이라고 말해주며, 모두에게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해 주었다.


준수를 시켜, 얼마간의 돈도 주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라고 말해 주었다.


유라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어줬다.


힘든 과거를 가졌던 그녀가, 나주 목민관에서 전남편의 흉기 사건을 잘 극복하고 조선 아이돌을 함께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다행히, 전주에서부터 따라와 ‘아딸따’ 회장까지 맡으면서 그녀에게 진실한 사랑을 보여준 사람이 있어 좋았지만, 이제 내일이면 그와 잠깐 이별을 해야 한다.


그는 과거 시험에 급제한 후 떳떳하게 유라 앞에 나타나겠다는 포부를 밝혀, 내일이면 ‘아딸따’의 무리에서 이탈하게 된다.


‘아딸따’의 회장직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사람들의 만류로 부회장이 회장 대리를 당분간 하기로 하고, 다시 합류하면 회장직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다.


한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이라는 의미로 ‘일영회장’이란 호칭이 붙었다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딸타’들이 묵고 있는 객잔에 가서 입궁 소식과 함께 어려운 길을 함께 해주는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영회장’에게도 가을에 있을 과거에 꼭 급제해서 다시 만나길 바랐다.


그에게 오늘 하루 휴가를 주었으니 마음껏 만나라고 말했더니 너무 기뻐했다.


사랑에 솔직하고 순박한 그가 너무 인간적으로 좋았다.


‘일영회장’은 북쪽 여정을 함께 못함을 아쉬워하며, ‘일영부회장’을 소개해 줬다.


헉~, 이놈은 매화를 거의 스토킹해서 나와 매화의 사랑을 방해하는 점박이 놈!


내가 분위기를 잡고, 매화의 손을 잡거나, 입맞춤을 시도하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으면 꼭 나타나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경상도 진주 사나이였다.


흐미, 진주가 논개의 고장이라서 그런지 아주 절개가 대단한 점박이였고, 거의 매화의 호위무사처럼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밉지만 점박이와도 악수하고, 궁으로 향했다.


오시가 끝나고 미시가 시작될 즈음 입궁하라고 했으니, 오후 1시쯤이 약속 시간이었다.


시계가 없어도 사람들은 절기와 해와 달이 뜬 위치로 기가 막히게 시간을 알았고, 약속 시간도 신기하게 잘 지켰다.


TV 드라마에서 회귀물을 보면 복장도 그대로고, 갖고 있는 것도 그대로 소지한 채 하는 경우도 있던데, 난 맨몸만 쏙 빠져나왔었다.


바지라도 그대로 입혀줬으면, 핸드폰, 지갑이라도 있어, 내 신분을 증명하고, 핸드폰으로 시간이라도 체크할 수 있었을 텐데······.


다 바보 같은 생각이다.


전기가 없는데 충전을 어떻게 할 거야?


내시가 안내해 준 방으로 가니, 세종대왕이 반갑게 나를 반겨 주었다.


그간 관청에서 보낸 보고 서찰을 통해, 각 지역의 흥행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아딸따’라는 조선 아이돌의 추종 인파를 2, 3백 명씩 데리고 다니는 것도 듣고 있다면서,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말해 주셨다.


양녕대군을 통해, 평안 도사를 비롯해 여러 지방 명문가와 유림으로부터 미풍양속을 해치는 조선 아이돌에 대한 탄압 요청도 들었던지라 걱정도 되었다.


“아뢰옵기에 황공하오나, 저희로 인해 상감마마가 힘든 상소문을 많이 받을까 걱정되옵니다.”


나의 말을 듣자, 세종대왕은 호랑이 같은 안광을 쏘며 강하게 말했다.


“개혁에는 반발이 있기 마련이고, 백성을 살리려면 그들의 고혈이 빨아먹고 살았던 사람들을 누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라.”


세종은 조선 아이돌이 계급을 타파하고 음악 인재를 선발하는 시도가 신선했고, 온 백성의 힘든 삶을 위로하는 전국 공연도 너무 의미 있다고 했다.


자신이 계획하는 여러 시도가 기존의 틀을 깨는 개혁이어서, 일부 대신들과 지역 명문가의 반발은 예상했으며, 그래서 더 백성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금님은 내시를 시켜 술상을 좀 차려오라고 했다.


웬 낮술?


세종대왕은 아침 정사를 다 보셨다며, 가볍게 안주에 몇 잔만 마시자고 했다.


오후에도 집현전 학자들과 연구할 게 좀 있다면서.


잉? 집현전? 나는 조심스럽게 집현전에 관해 물어봤다.


“상감마마, 집현전이란 곳을 새롭게 만드셨습니까?”

“대행수 네가 지난번 말하지 않았느냐? 젊은 학자들과 새롭게 연구하는 곳이 필요하다고. 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또 말을 해줘 바로 실천에 옮겼다.”


역사책을 통해 집현전이 신숙주, 성삼문, 정인지 등 세종대왕을 충심으로 보필한 인재들이 포진하며 많은 업적을 낳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집현전에서 세종의 여러 정책을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유용한 책도 만들었고, 훈민정음 창제에도 크게 기여했었다.


“요즘 짐의 고민이 어떻게 하면 그들 젊은 인재를 잘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많구나. 대행수, 너는 좋은 생각이 있느냐? 네가 천수를 읽는 사람이 아니더냐?”


세종대왕은 내가 말했던 대마도 정벌에 성공했고, 조선 아이돌의 신화를 보면서 나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진 듯했다.


역사책과 사극에서 배운 것에 불과했지만, 세종대왕에 대한 좋은 훈수는 역사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거침없이 내 생각인 척 세종대왕께 말씀드렸다.


“마마, 아뢰옵기에 황송하오나 그들 젊은 인재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주십시오. 궁에만 있게 하지 마시고, 집에서도 연구하게 하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하게 해 주시옵소서.”


현대에서 코로나 때문에 활성화된 재택근무를 실제로 세종대왕께서 ‘사가독서(賜暇讀書)’란 제도로 실천하신 분이었다.


정말 시대를 앞서 나가신 선구자셨다.


세종대왕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집현전(集賢殿)이란 이름도 현명한 학자들이 모인 집이란 의미로 지었고, 집현전 안에도 수많은 장서를 마련해 주었지만, 네 말처럼 자율이 정말 중요하겠구나.”


학자에게 자율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요소였다.


세종대왕에게 조선 시대 와서 내가 느낀 불편한 점을 말했다.


“상감마마, 제가 아직 한자를 깨우치지 못해 모든 백성이 쓸 수 있는 우리말도 필요한 것은 지난번 말씀드렸사옵니다.”

“그건 내가 집현전 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로 지정해 말해 놓았느니라.”

“말뿐만이 아니라 책이나 달력도 중국에서 온 게 많아, 저희 실정과 안 맞는 게 많사옵니다. 부디, 우리나라에 맞는 서적이 필요하옵니다.”


세종대왕은 크게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이 많아졌다.


한자를 잘 못 읽지만, 중국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력의 24절기는 우리나라와 맞지 않았고, 대방과 준수도 중국 책은 우리와 안 맞는다며 투덜거렸다.


물론 역사책에서 읽은 <농사직설>과 같은 농업서,

<향약집성방>과 같은 의학서, <팔도지리지> 같은 지리서, <고려사>와 같은 역사서 등을 알아서 한 말이었지만.


제언하면서도 나는 순간 헷갈렸다.


내가 이렇게 미리 힌트를 주고 방향을 잘 잡아줘서 세종대왕이 그렇게 큰 업적을 낼 수 있었나?


혼란스러운 순간, 술상이 방으로 들어왔다.


간단히 한잔하자고 했는데,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많은 고기가 얹어져 있는 술상을 궁녀 네 명이 겨우 들고 들어왔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가 구운 요리, 삶아진 요리에 갖은양념이 더해져, 말 그대로 육식 파티였다.


육, 해, 공군 중에 바다만 쏙 빠져 있었다.


세종대왕에게는 육식에 필수인 상추쌈도 필요 없어 보였다.


거나한 고기 상이 등장하자, 세종대왕은 술잔에 술을 채우더니 나에게도 편하게 술을 들라시며, 바로 닭 다리에 손이 가셨다.


그러고 보니, 불과 두어 달 만에 뵈는 모습이 더 살이 찌셨다.


그렇지 않아도 육중하신 옥체가 더 비대해져 보였다.


말년에 당뇨병 후유증으로 온갖 피부 질환과 시각 장애, 소갈증을 앓으신 세종대왕을 위해, 한마디 해야 했다.


제발 제 말씀을 듣길 간절히 바라면서.


“상감마마, 아뢰옵기에 황송하오나, 육식을 좀 줄이시고, 운동을 좀 하시지요.”

“하하, 대행수 네가 보기에도 내가 좀 몸집이 커졌지?”

“그게 아니오라, 마마의 건강을 위해서옵니다.”


나는 답답했다. 지금이 1420년이니 이대로면 세종대왕이 30년밖에 더 못사시는데, 53세로 세상을 떠나는 것은 우리나라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손실이었다.


“대행수 네가 하늘의 별을 읽을지 아니까 가끔 내게 이렇게 찾아와 좋은 이야길 해 주길 바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소인은 언제든 마마께서 부르시면 달려와 제 소견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세종대왕의 굳건한 조선 아이돌 지지 마음을 확인했기에, 임금님께서 약속하신 면천 이야기를 다시 확인하고자 했다.


매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임금님 약속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종과 조선아이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24.07.26 146 0 -
81 언젠가는 만날 사람 +1 24.08.04 296 5 10쪽
80 쌍무지개 뜨는 날 24.08.03 243 3 11쪽
79 매화 향기와 사랑의 징표 24.08.02 239 3 11쪽
78 평생 잊히지 않을 사랑의 징표 24.08.01 244 3 11쪽
77 인연 24.07.31 240 3 11쪽
76 엄마 생각 24.07.30 241 4 11쪽
75 현대라는 사회 24.07.29 240 4 11쪽
74 진실 고백 24.07.28 244 3 11쪽
73 양녕대군과의 결투 24.07.27 242 4 11쪽
72 위기의 밤 24.07.26 235 4 11쪽
71 궁궐 공연과 신분 상승 24.07.25 238 4 11쪽
70 여자의 존재 24.07.24 237 5 11쪽
69 양녕대군과의 만남 24.07.23 240 5 11쪽
68 한양 공연 24.07.22 241 5 11쪽
67 소양강의 밤 24.07.19 241 6 11쪽
66 조선 시대의 입맞춤 24.07.18 243 6 11쪽
65 함흥냉면의 비법 24.07.17 244 5 11쪽
64 영변의 약산(藥山) 24.07.16 245 5 11쪽
63 세종대왕에게 뻥을 치다니 +2 24.07.15 250 5 11쪽
62 죽음의 고비와 사랑 +1 24.07.14 249 5 11쪽
61 역모죄의 증거 24.07.13 246 5 11쪽
60 단식 투쟁 2 +1 24.07.12 246 5 11쪽
59 단식 투쟁 24.07.11 255 5 11쪽
58 평양에서의 시련 24.07.10 260 5 11쪽
57 둘이 아닌 하나가 된 느낌 24.07.09 265 4 11쪽
56 매화와의 첫 입맞춤 24.07.08 261 4 12쪽
» 세종대왕과의 대화 24.07.07 265 4 11쪽
54 현대로의 회귀 실험 24.07.06 260 4 11쪽
53 조선 시대의 패션 24.07.05 263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