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조선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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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배고픈불독
그림/삽화
라비에옹
작품등록일 :
2024.05.08 14:12
최근연재일 :
2024.08.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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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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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평양에서의 시련

DUMMY

공연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떠나며, 초선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개성이었지만, 매화에게도 특별했다.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었지만, 매화는 개성에서 생각이 많아진 듯했다.


그 이유를 곧 추측할 수 있었다.


개성은 고려 시대 434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다. 서울을 뜻하는 경(京) 자를 써서 개경(開京)이라 불렸고, 소나무가 많아 송악(松岳) 또는 송도(松都)라는 별칭이 있었다.


고려의 충신이었던 조부모가 조선이 건국되며 죽임을 당했던 곳이었고, 그녀 부친의 어린 시절 추억과 아픔이 함께 깃든 곳이었다.


어쩔 수 없는 과거의 일이었지만, 역사의 현장에 오니 그녀가 아프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개성 한양 상단의 도방은 공연을 수고한 조선 아이돌을 위해 맛있는 개성 음식을 준비해 대접해 줬다.


보쌈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개성 쌈김치, 개성만두, 조랭이떡국 등 모두 정겹고, 맛있었다.


전국 공연을 다니며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현대에서 로드매니저를 했었던 그때에도, 조선 시대에서도 똑같은 즐거움이었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산다는 인생의 가장 기본 명제가 진리처럼 느껴졌다.


매화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며, 개성에서 해주로 이동했다.


현대에서 백령도 군대 공연에 갔을 때, 심청각에서 북한 땅을 바라봤던 순간의 감격이 떠올랐다.


불과 17km 떨어진 곳이었지만, 화창한 봄날에 바라봤던 북한 땅은 더 가깝게 보였었고, 우리의 산하와 다를 바가 없었었다.


하지만, 장사포와 탱크가 분단된 우리의 상황을 아프게 보여주고 있었다.


조선 시대에 자연스럽게 북한 땅을 걸어 다니며, 똑같은 조선의 백성으로 그들을 바라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현대에서 내가 한국사를 공부하며, 평안도와 황해도에 단군의 유적지가 많은 것을 알았었다.


삼국유사에 적힌 것을 보면 단군이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고조선을 세웠다가, 백악산 아사달로 옮겨 1천 5백 년을 다스렸다고 했다.


물론, 환단고기(桓檀古記)라는 역사학자들 간에 논란이 있는 책을 인용하여 쓴 글이지만.


해주 공연을 대 성황리에 끝내고, 북쪽 구월산에 있는 단군굴과 삼성사를 구경하며, 황주로 향했다.


황해도가 황주와 해주가 대표적인 고장이었지만, 지명도 생소하고, 가보니 규모도 평양, 개성, 한양과는 비교가 안 되게 작았다.


그렇지만, 본 공연과 맛보기 공연을 하며, 해주, 옹진반도, 연백평야, 구월산을 거쳐 황주로 왔고, 황해도 백성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꼭 다시 찾아와 주라며 이것저것 음식을 싸주면서 우리들 손을 잡고 놓을 줄 몰랐다.


우리는 황주 공연도 성황리에 마치고, 이제 평안도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평양 공연을 하고, 안주와 영변을 거쳐 함경도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마음 같아선 의주(지금의 신의주)까지 올라가 압록강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산세도 험악해지고 이동 거리도 너무 멀어 의주까진 올라갈 수 없었다.


6월이어서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은 보지 못하겠지만, 김소월 시인이 노래한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의 그곳을 눈에 넣고 싶었다.


마음은 이미 영변으로 달려갔지만, 평양 공연을 해야 하는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평안 도사의 상소도 그렇지만, 양녕대군 유배 집 방문 이후 윤서의 태도에서도 뭔가 모를 변화가 느껴졌다.


내가 매화와의 마음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했었고, 조선 아이돌의 단합을 깨서는 안 되지만, 한없이 눈치만을 볼 수는 없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었다.


노을이 질 무렵 평양에 들어서고, 한양 상단 도방이 잡아 준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여장을 풀자마자, 도방은 내게 주저하며 평양의 상황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두려워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평안 도사로부터 조선 아이돌의 공연을 불허한다고 연락받았다고 도방은 자신이 더 미안해하며 말했다.


세종대왕의 어의를 받은 상황에서 임금님의 굳건한 지지 의사를 확인까지 하고 온 마당에 평안 도사의 반대가 가당치나 하냐며, 나는 화를 냈다.


도방은 평안 도사 이창기가 왕족이면서 권력의 실세이고, 지방 권세가들도 설득해 그의 편으로 만들었다 했다.


미풍양속을 해치고, 풍기 문란으로 유교 예절에 한참 벗어나는 조선 아이돌 공연을 도저히 평양에서는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 아이돌과 ‘아이딸’ 임시회장인 점박이, 한양 상단 도방과 긴급회의를 했다.


평안 도사의 딸인 윤서는 자기 부친으로 인해 처음으로 공연 무산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듯했다.


윤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분노하며, 평안 도사와의 면담을 가진 후 계속 반대가 되면 실력 행사라도 하자고 했다.


난감했다.


윤서가 평안 도사의 딸인데, 우리가 결정한 사실이 바로 부친에게 전달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그녀를 제외하고 회의를 할 수도 없고.


일단 평안 도사의 상관이며 평안도를 책임지고 있는 종2품, 평안 부사를 만나 보기로 했다.


도방을 통해 공부한 바로는 평안 부사는 종2품, 평안 도사는 종3품이었고, 우리가 갈 영변 대도호부사와 안주 목사는 정3품 벼슬이었다.


일단 한 끗발 더 높은 데다, 지난번 선발전 때 이야기도 나누어서 평안 부사만 설득되면, 평안 도사의 뜻을 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 와서 모든 일이 술술 풀렸는데, 처음 마주하는 벽이었다.


세종대왕의 고민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부딪혀 보고 안 되면, 백성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



잠을 모두 설쳤는지, 얼굴이 모두 부스스했다.


걱정하는 조선 아이돌을 뒤로하고, 평안 부사를 만나러 갔다.


윤서는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 하다가, 그냥 뒤로 물러섰다.


관청에 들어가 평안 부사 집무실로 찾아갔다.


그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지만, 난처한 표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임금님이 어의를 내리셔서 진행 중인 조선 아이돌의 중단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대행수, 임금님의 어의가 있지만, 각 도의 운영에는 강제 조항은 없네.”

“부사 나리, 백성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공연입니다.”


평안 도사의 상소 내용을 들었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항의했다.


“저희가 미풍양속을 해치고, 풍기 문란을 야기하는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저희는 흥겹게 공연하고, 백성의 힘든 삶을 위로만 하고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나도 그것은 아네만······.”


평안 부사는 난처한 듯 고민하다가 내게 힘들게 고백했다.


“내가 명색이 부사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평안 도사 이창기가 갖고 있네.”

“······네?”


한양 상단 도방이 말한 대로, 평양성을 주무르고 있는 것은 평안 부사가 아니라 평안 도사 이창기였다.


윤서의 부친.


평안 부사를 설득도 하고,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맛보기 공연을 강행하겠다고 겁박도 해 보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평안 도사를 설득하지 않는 한, 대동강 강가에서 본 공연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숨을 쉬며, 관청을 나왔다.


평안 도사를 만나 담판을 지을까 하다가, 말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 윤서와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했다.


한양 상단 평양 거처로 돌아오니 모두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솔직하게 평안 부사를 만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모두의 표정에서 실망이 가득했다.


단 한 사람, 윤서를 제외하고.


윤서에게 이야기를 좀 나누자고 했다.


비록 그녀의 부친이었지만, 혈육 관계를 공적인 일로 끌어들여 그녀를 이용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녀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싶었다.


평안 도사를 꺾기 위해서도,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윤서 낭자, 생각보다 부친의 위상이 평양에선 대단한 것 같구려.”


내 말을 윤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부친이 이러는 게, 윤서 낭자 때문이요? 아니면, 진정 조선 아이돌 문제요?”

“대행수, 부친은 공과 사를 구별은 할 줄 아는 분이십니다.”


초요갱의 무대 의상이 시대를 앞서가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남도 공연에서는 그것이 공연을 막는 명분은 되지 않았다.


그것이 정말 문제라면, 평양에서의 공연에 무대 복장을 전혀 노출 없는 얌전한 복장으로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궁궐에서 세종대왕 앞에서 공연을 할 때 입었던 옷처럼.


하지만, 평안 부사와의 면담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런 변화로는 평안 도사를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그가 보고 받은 전국 공연의 의상과 자극적인 춤 동작이 유교 사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저급한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했다.


윤서에게 부친을 한 번 설득해 줄 수 있겠냐고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하지 않았다.


내 자존심 문제도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이 차가워서 도통 내 말을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도 고민하는 것 같더니 내게 물었다.


“양녕대군 마마 집에서 대행수가 매화를 감싸는 것을 보니, 둘 간 사이가 내가 느꼈던 것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행수는 내게 거짓을 말했던 것이었나요?”


그녀가 내게 조선 아이돌이 성공했을 때, 내 마음을 그녀에게 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즉답을 피했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선 아이돌을 위해서.


지금 일도 모르는데 미래 일을 어떻게 예측하겠냐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가 그녀에게 오판할 여지를 남겼었다.


어떻게 보면 비겁한 나의 행보였었는데, 윤서는 양녕대군 유배 집에서 정확하게 내 마음을 읽어버렸다.


양반이라 공부도 많이 했겠지만, 똑똑한 여자였다.


매화와 한양 호숫가에서 첫 입맞춤까지 하며 D1을 시작했는데, 더는 윤서에게 사실을 숨기기가 싫었다.


“윤서 낭자, 내가 매화를 경애하는 것은 맞소.”

“······언제부터?”

“내가 꿈속에서 그녀를 봤을 때부터요.”


윤서는 그 말뜻을 이해 못 하겠지만,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분명 꿈속에서 매화를 만난 순간 첫눈에 그녀에게 반해 버렸었다.


내 이야기를 씁쓸한 표정으로 듣던 윤서는 뜻밖의 질문을 내게 던졌다.


“그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제게 약속해 주시면, 제가 부친을 만나 설득해 보겠어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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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양녕대군과의 결투 24.07.27 242 4 11쪽
72 위기의 밤 24.07.26 235 4 11쪽
71 궁궐 공연과 신분 상승 24.07.25 238 4 11쪽
70 여자의 존재 24.07.24 236 5 11쪽
69 양녕대군과의 만남 24.07.23 240 5 11쪽
68 한양 공연 24.07.22 241 5 11쪽
67 소양강의 밤 24.07.19 241 6 11쪽
66 조선 시대의 입맞춤 24.07.18 243 6 11쪽
65 함흥냉면의 비법 24.07.17 244 5 11쪽
64 영변의 약산(藥山) 24.07.16 245 5 11쪽
63 세종대왕에게 뻥을 치다니 +2 24.07.15 250 5 11쪽
62 죽음의 고비와 사랑 +1 24.07.14 249 5 11쪽
61 역모죄의 증거 24.07.13 24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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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단식 투쟁 24.07.11 255 5 11쪽
» 평양에서의 시련 24.07.10 26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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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매화와의 첫 입맞춤 24.07.08 261 4 12쪽
55 세종대왕과의 대화 24.07.07 264 4 11쪽
54 현대로의 회귀 실험 24.07.06 260 4 11쪽
53 조선 시대의 패션 24.07.05 2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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