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역사에 세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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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보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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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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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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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DUMMY

이재현은 답답한 현실에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학기 중간에 휴학계를 냈다.


동방대를 들어오기 위해서 지원했던 학과는 농업학과였다. 사실 농사의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


큰형이 데리고 온 결혼 상대는 일본 여자였고, 동방대 토목과를 다니고 있던 형님은 결혼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이사를 하였다. 방학 때 일본에 있는 형을 보기 위해서 방문했을 때 보고 말았다.


나가노현


형수님의 집안에서는 와사비 농장을 하고 있었다.


큰 하우스 농장이 5동이 있었고, 스마트 팜으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었다.


“야. 여기 와사비가 일본 내에서 최고의 가격을 받아. 이 가업을 내가 물려받는 거야.”


큰형은 와사비 농장에 큰 뜻을 품고 있었고, 나는 방학 내내 여기서 일을 하면서 국내로 돌아가면 꼭 와사비 농장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국내 최고의 와사비를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땅이 있어야 하고,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났다.


군대 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갔다 와서도 대책이 없었다.


학기 중에 휴학계를 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일본에 가서 와사비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볼 생각이었다.


기숙사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인사를 하려고 가려는데, 멀리 이정민이 보였다.


“이재현 선배님. 저 좀 잠시 볼까요?”



****



나는 주서연 선배를 보내고, 이재현 선배와 기숙사로 올라왔다.


“장례식장에서 선배님 대화를 들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군대에 안 가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맞기는 하지. ‘후계 농어업 경영인제도’ 그런데 조건이 까다롭지. 본인 명의에 땅이 있어야 하고, 농지원부를 받고, 생산되는 작물로만 생활해야 해. 어렵지.”


“제가 농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땅을 사려고 합니다.”


“부럽다. 너희 집 부자야?”


“집이 부자는 아닌 데 제가 가진 돈이 제법 있습니다.”


이재현은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어디에 땅을 사는 게 좋을까요?”


“농산물은 그 지역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서 어떤 것을 생산할지는 직접 가서 알아봐야 해.”


“조금 먼 곳이어도 상관없습니까?”


“내륙이면 상관없지. 어떤 것을 작물로 선택하는가 중요하지?”


“쌀농사나 감자, 고구마 같은 작물을 키우고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네가 말한 농산물은 땅이 많아야 생산성이 있어. 반대로 특수작물 같은 경우는 땅이 좁아도 가능하지만 그만큼 시설투자가 있어야지.”


생각보다 농사에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농사를 계획하고 계시잖아요.”


“응.”


“생각하고 있는 작물이 있습니까?”


“와사비를 생각하고 있어. 땅, 시설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래서 우선 군대 가기 전까지 일본에서 배울 생각이야.”


“그 땅, 시설비용을 제가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재현의 눈이 커졌다.


“진짜? 말이 안 되는 게 내가 계획한 땅은 좋은 물이 있어야 하고, 시설비용도 만만찮아. 내가 생각하는 최고 금액은 5억이야. 그리고 땅은 내 명의로 해야돼. 그게 가능해?”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내 말에 이재현은 곰곰이 생각하고는 말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3년이 지난 후 그 땅의 명의는 다른 사람으로 바뀝니다. 작물의 수익 20%는 장례식장에서 본 그 아이들에게 전달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작물을 심고, 관리를 해주세요.”


“네가 원하는 작물은 뭔데?”


“말씀드렸잖아요. 쌀, 고구마, 감자요. 그리고 닭도 키워보려고 합니다.”


“그래. 땅은 얼마나 살 건데?”


“그건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혹시 토요일에 시간 되세요?”


“오늘 휴학계 내서 남는 게 시간이야. 어디로 갈 건데?”


“강원도 태백입니다.”


이재현은 미소를 지었다.


“좋은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역 중의 한 곳이야.”



***



벨 소리에 전화를 확인하니 화금양행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화금양행 정기수 부장입니다. 방송국에서 취재해 갔습니다. 오늘 저녁에 뉴스에 방송될 겁니다.


“네. 확인하겠습니다.”


-경매는 금요일 저녁 7시 정도에 진행 예정입니다. 혹시 참석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경매 끝난 후 바로 입금 가능한가요?”


-보통 낙찰을 받고 바로 입금이 되는데 금요일 저녁이어서 낙찰자께서 금액을 준비 못 했다면 회사에서 보관하고 월요일에 입금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참석하겠습니다.”



****



“어서들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오금전자 전도민 회장은 비서의 안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기며 자리를 권했다.


“아이고. 회장님께서 저희까지 신경 써주시고 영광입니다.”


“회장님께서는 국내 서예가들에게 빛과 같으신 분입니다.”


두 명의 중년인은 비딱하게 앉아있는 전도민 회장의 눈치를 보며 아부를 떨었다.


“이번 서예대전에 남종진, 임우식 선생님들께서 심사위원이 되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희가 매년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남종진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지켜보고 있는 전도민 회장은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아시겠지만 내 아들, 딸 중에서 유일하게 예체능에 뜻을 둔 아들이 있는 거 아시리라 봅니다.”


“알다마다요. 전산도 군의 실력을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맞습니다. 현암서예관의 제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얼마 전에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무척이나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서예대전의 심사위원들께서 칭찬하시니 이번 대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맞습니까?”


“물론입니다. 전산도 군이 유력한 후보입니다.”


전도민 회장은 대답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 비서를 쳐다봤고, 가방 두 개를 심사위원들 앞으로 내려놓았다.


심사위원들은 앞에 가방을 열고, 현금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


“어떻습니까? 부족해 보입니까?”


“아니요. 돈이···.”


임우식은 남종진의 입을 막았다.


“전산오 군의 실력이 부족하다 할 서예인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번에 대상은 전산오 군이 확실합니다.”


전도민 회장은 임우식의 말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비해당 그룹에서 서예대전을 후원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일만 잘되면 내년부터 우리 오금전자에서 후원할 수도 있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실력, 품성, 서예를 대해는 인품까지 나무랄 데 하나 없는 전산오 군이 대상입니다.”


전도민 회장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소파에서 등을 떼고 심사위원을 쳐다봤다.


“내가 노파심에 하나 말할 게 있습니다. 이번 서예대전에 이정민이라는 친구가 나올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지방 도서관 사서인 아버지에게 서예를 배웠다고 하는데 그 친구 떨어뜨려 주십시오.”


“무슨 이유로?”


“허. 내가 심사위원님들께 설명을 해드려야 하는 위치입니까?”


임우식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접수 기간에 작품들을 보며 수준이 낮은 것들을 떨어뜨립니다. 그때 살짝 빼놓겠습니다.”


“믿어도 되는 겁니까?”


“서예대전의 심사는 저희 둘이 꽉 잡고 있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우리 서로 믿고 가는 겁니다.”



****



-박성호 비서입니다.


“··누구시죠?”


-이수환 의원님 비서입니다.


박 비서라고 알고 있었지,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 건강검진 했는데 위암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어서 의사가 치료하는데 크게 문제없다고 하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아버님. 치료 잘 받으십시오.”


-제가 올라가면 보육원 원장 확실하게 조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



강의실에 들어가자 많은 학생이 나를 주목하고 있었고, 앞쪽에 앉아있는 주서연이 손을 흔들었다.


강의실 중간 정도에 자리를 잡아서 앉았고, 이도윤은 가방에서 리포트를 꺼내서 교수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돌아왔다.


“리포트 두께가 다들 장난 아니야.”


“왜?”


“정철 교수님은 리포트 모두 확인하고 부족하면 다시 써오라고 하는 경우도 많나 봐. 그래서 다들 20장은 넘어 보여.”


“다들 고생했겠네.”


시간이 다 되어서 정철 교수가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는 주말 동안 그리고 평일 내내 학생들이 고생한 리포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정철 교수는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봤고, 가지고 온 책을 살짝 들어서 보여주셨다.


웅성웅성.


“다른 책이야.”


“주말 내내 고생해서 읽은 책이 아니야.”


“이번에도 토론이 별로면 저거 읽어야 하는 거야?”


“미치겠네.”


다시 한번 학생들이 일제히 나를 보고 있었다.


이도윤은 학생들이 집중되는 것을 보고 나에게 말했다.


“야. 오늘 통과 못 하면 난리 나겠는데.”


“···어쩔 수 없지.”


임진왜란, 병자호란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었다. 정철 교수의 수업대로라면 다음 주제는 병자호란 이후의 사건이었다.


나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의 주제는 경신 대기근입니다.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위해 설명하겠네.”


정철 교수님은 중앙으로 걸어 나오셨다.


“조선 18대 왕인 현종 때 경술년과 신해년이 발생한 경신 대기근은 추정으로 30 ~ 40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하네. 천연두와 장티푸스, 이질 등의 전염병이 발생했고, 소빙하기가 와서 연평균 기온이 2~3도가 하락했고 자연재해가 발생했네. 가뭄, 태풍, 병충해까지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확인할 수 있네.”


학생들이 노트북을 키고 폰을 들어서 경신대기근을 빠르게 검색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 토론은 경신대기근이 일어나기 30년 전으로 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처할 건지 각자 발표할 시간을 주겠네.”


평소보다 많은 학생이 손을 들었다.


“참고로 저번과 같은 엉망진창인 토론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정철 교수는 경고했고, 다시 한번 학생들은 테이블 위에 책을 쳐다봤다.


“구황작물을 심겠습니다. 감자, 고구마는 물이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접근방식은 좋았네. 하지만 감자, 고구마가 적용된 것은 경신 대기근 이후네. 이에 관해서 설명할 학생?”


주서연이 빠르게 손을 들고 발표했다.


“감자와 고구마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입니다. 스페인이 멕시코와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고, 캘리온이라는 범선을 타고 중국과 거래하면서 감자와 고구마가 전래하였습니다. 조선은 중국의 마카오, 일본은 나가사키 같은 무역항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에서 전해 내려오기를 200년 이후였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겨울이 추운 냉온 지방에는 감자를 심었고, 따듯한 난대지방에는 고구마를 재배했습니다.”


“맞습니다. 좋은 발표였습니다.”


정철 교수는 주서연을 칭찬했고, 손을 든 다른 학생을 지목했다.


“무역을 통하여 중국에서 들여오겠습니다.”


“농업학과 다니는 친구들에게 묻겠네. 구황작물이 들어와 전국에 퍼지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농업학과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50년은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도로나 미디어가 발전하지 못한 조선에서 최소라고 생각됩니다.”


“100년이 걸린다고 하네. 그렇다면 경신대기근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틀렸다고 봐야지.”


정철 교수가 토론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다.


내 생각에 ‘조선의 역사와 이해’를 읽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 건은 확실했다. 다만, 정철 교수님 책상 위에 있는 ‘조선의 모든것’이라는 책을 보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가뭄과 장마로 인해 농사의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저수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의견입니다. 상세하게 발표하게.”


“조선시대 댐은 불가능하다면 그것을 작은 크기로 호수, 저수지 등을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게 쉽게 되겠습니까? 땅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철 교수의 질문에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중인데도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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