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내가 조선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네가 이 경매장을 맡아서 자금 운용에 힘을 기울여야 하네. 성실히 배우고 익혀 잘 해낼 수 있어야 하네.”
“열심히 익혀 보겠습니다.”
“서재주 실장은 이현로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과 내일 있을 경매 작품은 내 수집품입니다. 비트코인이 들어오면 서재주 실장이 관리하고, 나와 이현로가 요청하면 현금으로 만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덴쇼 슈뷴의 묵죽서재도 경매가 진행되는 날이었고, 사무실을 이현로와 서재주를 데리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직원들이 모여 있었고, 전에 왔을 때 보지 못한 인물이 내게 걸어왔다.
“B팀의 주선호 실장입니다. 주로 일본에 머물러 있고, 이번 그림을 마무리까지 제가 할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정민입니다.”
악수하고, 사람들에게 내 사람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제 동료인 조기철, 서재주입니다. 앞으로 함께 일하시게 될 겁니다.”
G블랙마켓 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고, 경매 시간은 1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보안이 상당히 허술해 보입니다.”
“3층 전부가 G블랙마켓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이 올라올 일도 없고, 보통 올라오더라도 그냥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장종화 실장의 말에 서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께서 오시질 않습니까?”
“오늘은 성북동에서 모니터로 확인하실 것 같습니다.”
나는 위에 보이는 CCTV를 가리켰고, 장종화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로는 넉살 좋게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었고, 서재주 실장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G블랙마켓의 운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모니터를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고, 서재주가 다가왔다.
“이 G블랙마켓의 운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회원제이고, 공지로 물건을 보여 주고 날짜를 알려 줍니다. 물건의 비용은 비트코인으로 낙찰받고, 그 이후 3일 이내로 비트코인이 들어오면 물건을 배송합니다.”
“국내에 있는 물건의 해외 배송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서재주의 질문에 장종화 실장을 쳐다봤다.
“일본과 중국은 보통 커넥션이 있기에 비행기로 직접 배송하며 그 외에 나라는 배를 이용하는 편입니다.”
“비트코인이 들어오면 어떻게 관리하게 되는 겁니까?”
“낙찰받은 비트코인을 받으면 회장님의 하드지갑에 옮겨집니다.”
“그렇다면 하드지갑은 회장님이 가지고 계신 겁니까?”
“회장님이 가시고 계시지만, 보통 비트코인이 들어오면 일주일에 한 번씩 김 기사님이 오셔서 하드지갑에 옮깁니다.”
장종화의 설명을 들은 서재주는 내게 물었다.
“하드지갑을 가지고 계십니까?”
“외할아버지께 아직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대화가 끝났고, 경매개시 시간이 30분 남았다.
“잠깐 저 좀 보시겠습니까?”
이현로는 3층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관상을 살폈고, 할 말이 있는지 나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왔고, 서재주도 함께 따라 나왔다.
차에 올라타고, 이현로가 말했다.
“여기 조금 이상합니다. 관상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합니다. 특이 유년운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지저분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도 나쁜 뜻을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
“장종화 입니다.”
“이 G블랙마켓에 핵심적인 인물들입니다. 아마도 큰 금액이 오가니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재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참에 물갈이를 해보지.”
“제가 비해당 비서실에 연락해서 이곳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하게.”
서재주는 차에 남고 이현로와 함께 3층으로 올라왔다.
“시작합니다. 10분 동안 경매가 진행되며 비트코인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은 1분 남았을 때입니다.”
시작되자마자 비트코인 300개가 찍히더니 계속 숫자가 올라갔고, 5분이 넘어서자 700개에서 숫자가 고정되었다.
“700개에서 안 오르네.”
장종화 실장의 말에 주선호 실장이 대답했다.
“일본의 고객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1,200개까지 배팅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누구데? 고객에게 주선호 실장이 노출되는 거 아니야?”
“그런 일은 없습니다.”
1분이 남았고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800개, 900개, 천개를 돌파하고도 계속 숫자가 올라갔다.
“계속 오릅니다.”
한 직원의 말에도 모두 모니터에 집중했고, 100개씩 순식간에 올랐다.
모니터에 최종가격이 결정되었다.
1,580개.
덴쇼 슈분의 목죽서재도의 가격이었다.
“얼마인 겁니까,”
“보수적으로 가격을 잡아도 1,260억입니다. 대단한 가격입니다.”
이현로의 질문에 서재주가 대답했다.
“대박 가격입니다. 제가 이 사무실을 다닌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최고가입니다.”
“내일 곽희 그림이 더 대박일 겁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유물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더 큰 금액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가 대만 박물관에서 곽희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국보급 보물일 겁니다. 경매장에, 해외 수집가들이 많이 유입될 것 같습니다. ”
주선호 실장의 말에 장종화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죽서재도는 어떻게 전달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일본과 중국에 제가 직접 배달할 것 같습니다. 내일 경매가 끝나고 입금 확인되면 가지고 나가겠습니다.”
“주선호 실장님이 책임지고 배달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딩동.
“낙찰자 전화번호가 등록되었습니다.”
“모두 조용히 해 주시고, 연락하겠습니다.”
주선호 실장이 등록된 번호로 전화했다.
일본어로 대화를 진행했고, 짧은 대화를 하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24시간 안에 입금하겠다고 합니다. 일정상 내일 경매까지 지켜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트코인 들어오면 연락해 주세요.”
나는 장종화 실장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차장에서 차에 올라타자, 서재주 실장이 보고했다.
“착호갑사 인원 8명이 이 건물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알겠습니다.”
중간에 이현로와 서재주를 내려 주고 성북동으로 이동했다.
****
성북동에 도착해서 집으로 들어오자, 손님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서 오너라. 이리 와서 앉아.”
이정철은 나를 손짓으로 불렀고, 인사동 목련의 노성환 사장이 앉아 있었다.
“자네가···.”
노성환 사장은 나를 알아봤고,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 외손주이네. 둘이 안면이 있는 것 같은데. 맞나?”
“인사동에서 고가의 작품을 거래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과 거래여서 궁금했는데 선생님의 손자인 줄은 몰랐습니다.”
“이 바닥에서 자네만 한 이가 없으니 내가 불러서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다행이네. 앞으로 내 외손주 잘 부탁하네.”
“크게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일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고, 어느 정도 지식도 있는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네가 알다시피 지하 금고에 있는 것들은 모두 내 외손주에게 줄 것이네! 대신 외부 금고에 있는 것들은 자네에게 남겨 줄 것이야.”
“자식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놈들은 내 품에서 충분히 많이 얻고 살았어. 핏줄이 아니었다면 절대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았겠지만, 부동산 조금은 남겼어.”
“알겠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선생님께서 도와주신 거 잊지 않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고맙네.”
노성환 사장은 일어나서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고, 나는 따라서 배웅을 나왔다.
“이정철 선생님의 외손자인지는 몰랐네? 듣기로는 G블랙마켓도 이제 자네가 운영하는 건가?”
“그럴 것 같습니다.”
“··잘하시게. 이 바닥에는 사기꾼을 조심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나는 문밖으로 나왔고, 차에 오르는 노성환 사장에게 말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이 일을 하는데 사람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모른척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학생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어렵지 않지. 걱정하지 마시게.”
노성환 사장의 차가 떠났고,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비트코인 입금되었습니다.
장종화 실장이었다.
****
G블랙마켓 1층 골목.
직원들이 퇴근하고 세 명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실장님. 입금되었으니 이만 나누고 바로 인천공항에 가시죠.”
“웹 지갑으로 저희는 나눠주시면 됩니다.”
“잠깐만 기다려 봐. 내일 경매가 남았잖아?”
문태민, 김인수는 장종화 실장을 쳐다봤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내일 이정민 하드지갑을 가지고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지. 주선호 실장의 말 들었어? 일본 그림보다 중국 그림이 더 비싸게 팔릴 거라고. 보통 회장님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하드 지갑을 가지고 오신다. 내일 경매가 끝나고 운이 좋으면 비트코인이 최소 두 배로 늘어나고, 너희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질 거야.”
문태민과 김인수는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새벽이라도 나갈 수 있도록 여권 챙겨서 와라.”
“어디 생각하고 계십니까?”
“필리핀으로 가서 3개월 정도 있다가 호주로 갈 거야.”
“저희도 함께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불법적인 일이어서 우리가 해외로 나가도 신고하지 모할겁니다.”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
“시작되었습니다.”
곽희의 평사낙안도 경매가 시작되었다.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고, 경매가격이 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마지막 1분이 남았을 때 급격하게 비트코인의 숫자가 올라갔고, 최종 낙찰가격은 2,100개였다.
“대박입니다.”
직원들이 일어나서 낙찰가격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어제 일본에 넘어간 그림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낙찰되었습니다.”
“이게 얼마야? 수수료만 챙겨도 몇백억이겠다.”
“B팀이 이번에 눈독 들였던 국내 유물들을 사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됐어. 굿이야.”
직원들의 말속에서 긴장하고 있는 장종화 실장을 살펴봤다.
입은 웃고 있지만 빠르게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비트코인 입금되었습니까?”
“아직 임금 대기 중입니다.”
장종화 실장의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다.
“작품은 현제 어디에 있습니까?”
주선호 실장이 내게 와서 물었고, 나는 이현호를 쳐다봤다.
“가져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현로는 차에 가서 작품을 가지고 올라왔고, 테이블 위에 주선호 실장이 확인했다.
“회장님께서 큰 결심을 하신 것 같습니다. 이정도 유물을 국내에서 볼수있다니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이런 물건들 잔뜩 올라갈 겁니다. 특히, 중국 쪽 유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많이 확보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본하고, 중국은 언제 들어가실 겁니까?”
“중국에서 낙찰받은 비트코인이 들어오면 오늘 저녁에라도 들어갈 생각입니다.”
“몸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트코인 2,100개 입금되었고, 전화번호 등록되었습니다.”
직원의 말에 주선호 실장은 전화를 걸었다.
낙찰받은 사람은 중국인이었다.
주선호 실장이 중국어로 통화를 하고, 내게 보고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회원 중에 한 분이 낙찰받은 것 같습니다. 지갑에 바로 입금했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물건을 챙겨서 일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공항에 물건은 어떻게 통과시키는 겁니까?”
“이런 일에 브로커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지정하는 가방에 넣으면 공항 화물검색대 통과 없이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해 주세요.”
주선호 실장은 작품을 챙겨서 사무실을 나갔고, 나는 장종화 실장을 쳐다봤다.
“지금 비트코인 입금할 수 있습니까?”
“1시간 이내로 가능합니다.”
서재주 실장은 품에서 하드지갑을 꺼내서 장종화 실장 책상에 올려놓았다.
“기존에 회장님께서 사용하시는 게 아닙니다.”
“어제, 오늘 경매로 낙찰받은 작품들은 내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수수료는 내가 현금으로 입금할 겁니다. 바로 비트코인 넣어서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장종화 실장은 작업을 시작했고, 20분 정도 지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비트코인은 지갑에 넣었습니까?”
“대부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럼, 마무리하고 가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장종화 실장은 10분 후에 하드 지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올라오겠습니다.”
“그러세요.”
“자네들도 함께 가지.”
문태민과 김인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종화 실장님.”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들이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확인한 서재주는 빠르게 컴퓨터에 연결해서 비트코인이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지갑에 비트코인이 없습니다.”
“잡아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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