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오니 이현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가 보시겠습니까?”
“그래야지.”
1층에 내려가자, 부엌에서 아주머니께서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고, 나는 이정철 방문 앞에 서 있었다.
“할아버지 기침하셨습니까?”
“······.”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편안히 잠들어 계셨다.
이현로가 이정철 코 가까이 손가락을 대고 멈추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덕자 할머니 때 경험으로 경찰서에 전화했고, 상황을 알리고 아주머니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사실을 알려드렸다.
할아버지 폰을 열어서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다.
-이정철 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문자를 보내고 전화가 계속 울렸지만 받지 않고, 소리를 줄였다.
경찰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병원의사가 뒤따라서 들어와 사망 처리를 했다.
“고진건 변호사입니다.”
가족보다 이정철의 고문변호사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가족들은 아직 안 오신 겁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회장님은 가까운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시고 이건 할아버지 폰입니다. 계속 전화가 오고 있어서 소리를 줄였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때 큰외삼촌과 작은외삼촌이 가족을 이끌고 들어오셨다.
“고 변호사님. 아버지 돌아가셨습니까?”
“그렇다네.”
“아버지 볼 수 있겠습니까?”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올 거야. 그때 보게.”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임종은 네가 지켜봤어?”
“주무시다가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
이들은 이 질문을 끝으로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이정철이 장례식장으로 옮겨가면서 내게 말했다.
“장례식장까지 올 필요 없다. 네 엄마에게도 말하거라.”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장지까지 동행하는 것이 예입니다.”
“··알아서 하거라.”
가족들이 모두 장례식장으로 떠나고, 나는 아주머니에게 가서 말씀드렸다.
“일주일 정도 쉬시고 다시 오세요.”
“··내가 장례식장에서 도와드릴 것은 없을까?”
“인사하러 한번 찾아오세요.”
“알겠어.”
2층으로 올라가서 이정민의 부모에게 연락한 후에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현로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최씨에게 부탁한 것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게.”
이현로와 대화하고 있는데 지나가지 않고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뒤를 돌아봤더니 남자가 한 명 따라오고 있었고, 나와 이현로를 한번 스윽 쳐다보고는 지나갔다.
“아는 사람입니까?”
“알지. 효창공원에서 부전 닮은 여인의 남자친구.”
“아. 우리 장례식장에 온 것 같습니다. 혹시 이정철과 연관이 있겠습니까?”
“저놈이 소원화개첩을 찾아왔어.”
“대단한 친구네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놈은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빠.”
“······.”
이현로와 함께 지하에 있는 장례식장에 내려오자, 서재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요?”
“종로 사무실에 출근하다가 비서실에서 연락이 와서 급하게 이곳으로 왔습니다.”
“직원들도 알고 있습니까?”
“포털 사이트에 정치, 경제 쪽에서 이정철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알겠습니다.”
서재주가 준비한 상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갔고, 가족들이 빈소를 지키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밖으로는 화환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 계단까지 화환으로 가득 찼다.
고진건 변호사가 나에게 와서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얼마 전에 유언을 고치셨습니다. 성북동의 집은 이정민 학생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부동산과 채권은 남기신 것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어제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럼. 조문객이 많이 있을 때 호명해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철 선생님의 유산상속에 대한 책임을 맡은 고진건 변호사입니다. 지금 호명하시는 분들은 유산상속에 이름이 등록된 분들입니다. 발인을 마치고, 성북동 집에서 발표할 겁니다. 이에 오후 5시까지 방문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이정민 학생이 있는 겁니까?”
“네. 있습니다.”
나는 이현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조문객을 맞이하는 의자에 앉아서 이정민의 엄마와 톡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받았다.
“린 갤러리 강지평입니다.”
“이정민입니다.”
건네주는 명함을 받아서 손에 쥐고 있었고, 별말 없이 강지평이 물러났다.
이정민의 부모님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는 톡을 보고는 1층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이정민의 엄마는 눈이 붉어졌고, 아버지 쪽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내려가시죠.”
나는 두 분을 모시고 장례식장으로 내려왔고, 함께 절을 올렸다.
언제 적 사진인지 모르겠지만, 사진 속의 이정철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고, 저녁때 손님들이 몰려들어서 자리가 없을 정도여서 식사도 못 하고 돌아가는 조문객이 많이 생겼다.
G블랙마켓의 직원들이 와서 인사를 드렸고, 나는 서재주에게 봉투를 챙겨주고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비해당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이정민의 친척들이 빈소에서 나와서 최천호 회장을 맞이했고, 조문을 드리고 인사를 나눴다.
“이정철 선생님께서 많은 일들을 해 오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식사하시고 가시지요.”
“알겠습니다.”
최천호 회장이 식사하는 곳으로 나오자, 친척들이 자리를 내어 주었고, 빈자리에 앉았다.
외삼촌들께서 마주 앉았다.
“저는 이정민 학생의 손님으로 왔습니다. 다른 분들과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삼촌들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최씨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괜찮습니까?”
“별문제 없습니다. 이렇게 찾아와 줘서 감사합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새롭게 보고서를 완성했습니다. 이정철 선생님을 장례가 끝나면 방문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강화도 정수사 주변에 창고 하나 만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천호는 육개장을 한 그릇 다 비우고 돌아갔다.
****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나고 이정민의 부모는 서천으로 내려갔다.
고진건 변호사가 유언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성북동으로 모였고, 오후에 유언이 발표되었다.
“각자 이름을 발표할 겁니다. 해당하시는 분은 편지와 서류를 받으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불렸고, 나는 서류와 편지를 받았다.
-말년에 가장 행복함을 느꼈던 것은 너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성북동 지하 금고에 유물들의 처리와 G블랙마켓의 운영을 부탁한다. 이 할아버지는 네가 잘해 줄 것이라 믿는다.
편지를 읽고 서류를 확인했는데 성북동 집의 등기가 내 이름으로 되어있었다.
“이 집의 소유는 누구입니까?”
“저 녀석이겠지.”
나는 서류 등기를 외삼촌들에게 보여줬다.
“이제 제 집입니다.”
“이 집은 우리가 어릴 적부터 자랐던 공간이다. 네가 물려받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우리가 다른 집을 사 줄 테니 이 집의 소유는 포기해라.”
“싫습니다. 제가 외할아버지에게 받은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내 말에 고진건 변호사가 외삼촌들을 말렸고, 나는 그들에게 내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했다.
“쪽팔리게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이미 재산상속이 끝났고, 어른들이 조카 재산에 질척거리지 말고 나가세요.”
강지평이 답답했는지 삼촌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고진건 변호사의 말에 모두 성북동 집에서 나갔다.
나는 지하 금고로 들어갔고, 이것들을 처리할 방법을 고민했다.
조선에 돌아가기 전까지 성북동에 있어도 상관없지만 그 이후 관리가 필요했다.
****
“보고드리겠습니다.”
비해당 그룹의 회장실에서 김서훈 실장이 발표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10평 규모에 높이 2m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현대물건들을 정리했습니다. 가장 먼저 발전시설을 축소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기 시설을 통해서 밀링, 선반 같은 기계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안평대군께서 이런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 교육을 받으셔야 합니다.”
나는 김서훈 실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으로 돌아가시면 강화도 정수사 근처에 시설을 설치하시고, 일정한 인원을 제외한 출입을 통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기들을 제작하겠지만, 초기에 필요한 총, 박격포 같은 것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가능합니다. 물론 이에 따른 교육을 받으셔야 합니다.”
“범선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범선의 제작과 관련된 인원들은 이미 확보한 상태이고, 내일이라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똑같은 모형으로 축소해서 조립할 수가 있도록 만들어서 조선에서 범선 제작의 책임자와 함께 만들어 볼 수 있게 하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강화도에 설치할 시설들까지 모형으로 제작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후 30분 정도 보고가 이어졌고,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을 설명했다.
“···이상입니다.”
김서훈 실장의 보고를 받은 후에 최씨와 대화를 했다.
“G블랙마켓의 건물을 매매하고, 5층 건물을 사서 1, 2층은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층은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게.”
“적당한 건물이 있을 겁니다.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수양의 초상화는 알아보고 있고, 몽유도원도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네.”
“교육은 언제부터 가능하시겠습니까?”
“직원을 뽑아야 하고, 인사동에 볼일이 있을 것 같네. 그 후 연락하겠네.”
“언제든지 제가 필요하시면 연락해 주십시오.”
“알겠네.”
나는 비해당 그룹에서 나와서 종로로 이동했다.
서재주와 이현로가 G블랙마켓에 출근해 있었고, 이지웅 실장을 불러서 회의했다.
“적당한 건물을 찾고 있습니다. 작품 전시장으로 만들 것이고, 여러분들은 그 회사의 이름으로 등록될 겁니다. 또한 필요 인원을 충당해서 G블랙마켓의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차에서 가져온 오도자의 관세음보살을 꺼내놓았다.
“이 작품 경매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고, 국내, 해외에 있는 직원들에게 조선시대 수양대군의 초상화나 어진을 찾을 수가 있도록 공지해 주세요.”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도자의 작품의 진위는 확인하신 겁니까?”
“내가 가지고 온 작품은 진품입니다. 하지만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니 나와 이지웅 실장님과 조기철 씨는 목련으로 갈 겁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들과 함께 인사동 목련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미애 여사님이 인사를 했고, 2층으로 올라갔다.
“어서 와요.”
노성환 사장은 소파로 안내했고,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먼저 감정을 진행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제가 바쁠 예정이어서 앞으로 감정은 조기철 씨나 이지웅 실장이 올 것 같습니다.”
“작품 먼저 보지.”
나는 오도자의 그림을 펼쳤다.
“관세음보살이네. 누구 그림이야?”
“당나라 때 화가 오도자의 관세음보살입니다.”
노성환 사장은 나와 그림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도대체 이런 작품들을 어디서 가져오는 거야? 아무런 정보도 없이 뜬금없이 이런 대작들이 나오다니 선생님께서 얼마나 모으신 거야? 가격이 상당하겠어.”
“국내 작품도 하나 있습니다. 이것은 G블랙마켓이 아닌 인사동 사람들에게 경매로 팔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누구 작품인데?”
“안견의 황학루도입니다.”
노성환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하고는 말했다.
“···인사동의 찻집 경매가 있어. 인사동 사장들이 모여서 감정을 하고 작품을 구매해.”
“그럼, 거기에 출품하겠습니다.”
“시간은 내가 나중에 통보해 줄게. 먼저 작품 감정을 진행해 보자고.”
노성환 사장님은 전화해서 감정할 사람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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