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거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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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베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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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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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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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 1035 (6)

DUMMY

'앗! 드디어 나왔다.'


감찰상궁 화선의 목소리가 끊긴 처소.

금학은 직감적으로 천수무녀의 이동을 확신했다.

숨까지 참으며 미동도 하지 않는 금학.

자칫 잘못해서 들통 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금학은 숨을 참기 버거울 정도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은학의 옆구리를 찔렀다.


"뭐? 지금 들어가자고? 확실해?"

"좀 전에 나간 게 분명해. 정신 바짝 차리고 포대기부터 씌운다. 알겠지?"


"근데 만약 아니면?"

은학은 자신이 눈치 채지 못한 천수무녀의 움직임을 금학이 벌써 알고 있다는 것이 내심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면 버터야지. 그래서 우리 둘이 먼저 들어가고 저것들은 밖에서 대기하기로 했잖아. 정신만 바짝 차리면 혼갈이를 버틸 수 있을 거야."


금학이 앞장서자 우물쭈물하던 은학도 마지못해 처소로 따라 들어갔다.


금학은 화선의 입막음을 준비하고 조심스럽게 화선의 머리 뒤편으로 다가갔다.


부스럭 거리는 인기척에도 깨지 않는 화선을 확인한 은학은 안심하고 포대기를 씌울 준비를 하고 바짝 다가갔다.


금학이 화선의 눈과 입을 동시에 틀어 막고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자마자 순식간에 포대기가 씌워졌다.

동시에 다시 포대기 밖으로 입을 틀어막는 금학.


"됐어. 들어와! 빨리 묶어!"


금학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밖에 있던 격가 일당이 순식간에 처소로 들어와 포대기를 돌돌 묶어서 들춰 매기 시작했다.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보쌈당한 화선.

온 힘을 다해서 발버둥 쳐봤지만 소용없었다.

처소를 나올 때는 이미 체념한 듯이 포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격가 일당은 곧바로 궁 밖으로 향하지 않고 잠시 멈췄다.


"아직 혼갈이는 없는 건가? 아니면 천수무녀가 나가고 없는 건가?"

"그래도 모르니까 약속한 암호를 말해 봐요."

은학은 아직도 불안함이 남아있는지 금학을 재촉했다.


"그래야지. 나부터. 격수극."

"격우극."

"격미출"

"격양출"


넷은 사전에 암호를 약속했다.

처소를 나올 때는 부친 이름을, 안가에 도착했을 때는 모친 이름을 대고 서로가 혼갈이 당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로.


"어제 말한 것과 다르지 않으니 이제 서두르자. 내가 앞에서 살필 테니 은학은 뒤를 맡아라."


화선을 보쌈한 놈들이 거리낌 없이 궁을 빠져나가고 있을 때 천수무녀는 중전의 침소에서 또다시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래도 괜찮을까? 중전까지 개입되면 큰 소란이 생길 텐데.'

선뜻 결정을 못하고 중전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봤다.


그때!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갑자기 눈을 번쩍 뜨는 중전.

불쾌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중전의 눈빛은 천수무녀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중전과 눈을 마주친 천수무녀.

자신도 모르게 혼갈이를 해버렸다.

혼걸이도 필요 없고 중전의 상태를 확인 할 필요도 없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천수무녀는 중전이 되어버렸다.



***


화빈의 처소.


화선이 안가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숙빈.

서둘러 화빈의 처소 앞에 도착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화빈의 처소 뒤편에서 검은 그림자와 함께 나타난 남자.

숙빈에게 다가 선 그는 격구치였다.


"기다리셨군요. 격구치입니다. 일단 처소에 있는 나인들을 멀리 물러주십시오."

"나는?"


"마마님도 처소로 돌아가십시오. 가능하시면 물을 받아 놓고 들어가 계십시오. 천수무녀의 약점은 물입니다."

"알겠소. 일이 끝나면 처소로 기별을 주시오."


숙빈은 나인들을 자신의 처소로 모조리 데리고 가버렸다.

이미 며칠 전부터 장신구를 뿌려서 약속을 받아 둔 상태라서 나인들은 두말없이 화빈의 처소를 떠났다.


숙빈과 나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도 화빈은 눈치 채지 못했다.


"화빈마마 계십니까?"

"누구냐?"


"전할 말이 있어서 밤늦게 찾아왔습니다."

"누군지 밝혀라!"


야밤중에 난데없이 잠을 깨운 남자의 목소리에 화빈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당장 오늘밤에 숙빈이 말한 작전이 실행되고 있는 것도 모르는 화빈이었다.


"화선이 납치되었습니다."

"화선이 누구더냐?"

"······."


"화선이 누구 길래 이 밤중에 정체도 밝히지 않고 함부로 구는 것이냐."

"감찰상궁이 납치되었다고요."

화빈의 반응에 살짝 당황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차분하게 말하는 격구치.


"뭐라고! 감찰상궁이 납치되었다고?"


"됐다! 이제 걸려들었다.’

깜짝 놀라는 화빈의 목소리에 수무녀의 혼갈이를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는 격구치.


"숙빈의 오라비가 보낸 사람이냐?"

"그렇다. 화선이 무사하길 바라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어? 잠깐! 왜 갑자기 말투가?"

"······?"

또다시 당황하는 격구치.

화선이 납치되었다고 하는데 천수무녀는 자신의 말투를 꼬집고 있었다.


"그게 중요하냐? 지금 화선의 목숨이 달려있는 상황이다. 순순히 따르면 누구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봉만상단의 작전이 시작된 모양이군. 그런데 너는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


"네?"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냐고. 감찰상궁을 납치했으면 천수무녀를 협박해야지."

격구치는 그제야 일이 잘못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젠장! 이거 뭐가 어떻게 된거야? 분명히 화빈을 제거할 거라고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중얼거리는 격구치.


"무슨 소리냐! 누가 날 제거한다는 것이냐?"

제거한다는 소리에 화빈은 문을 벌컥 열고 격구치를 노려보았다.


헉-!


반사적으로 눈을 가리고 잽싸게 고개를 돌리는 격구치.

곧이어 천수무녀가 없는 것을 떠올리고 멋쩍은 듯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날 혼갈이 한 것으로 알고 협박한 것이냐? 이렇게 허술한 놈들에게 내 목숨을 걸었다니. 썩 물러가라!"

화빈은 나인들이 아무도 없는 것을 눈치채고 누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격구치는 화빈의 짜증 섞인 외침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분명 중전이 화빈을 죽이라고 했고,

천수무녀는 화선을 떠났고,

그런데 화빈에게 혼갈이를 하지 않았다면···?


하나씩 되짚어 가며 상황을 정리하던 격구치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화빈을 죽이지는 못하겠다···?"


끼이익--.


화빈은 아주 천천히, 소리 안 나게,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

자신의 목숨을 두고 중얼거리는 놈을 계속 지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

봉만상단의 안가.


"뭐라고? 화빈이 아니면 누구?"

봉만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격구치에게 따져 물었다.


"예상되는 사람은 두 명입니다. 중전과 숙빈마마."

격구치가 안가에 돌아오는 중에 모든 추리력을 동원해서 내린 당연한 결론이었다.


"그럼 판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러게. 중전이냐? 숙빈이냐? 둘중 누굴 수장시켜야 하는 거야?"


"야~!!! 이 새끼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속닥거리는 금학과 은학에게 괴성을 지르며 버럭 화내는 봉만.


"네놈들.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숙빈에게 쓸데없는 짓하면 다 죽는다. 명심해."

"누가 뭐래요? 우린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 뿐인데."

은학은 눈을 부라리는 봉만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빈정거렸다.



"진정하시게. 중전일 가능성이 높지만 숙빈마마도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봉만이 또다시 괴성을 지를 순간에 격구치가 절묘하게 끼어들었다.


"화빈의 처소에서 만났잖아."

"그땐 별 이상한 점은 없었지만 천수무녀가 눈치 챘다면 숙빈 인 척 시늉을 할 수도 있지 요."


"그래서? 숙빈을 어떻게 확인할건데."

동생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지라 봉만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학과 은학이 한 것처럼 당연히 알고 있을 만한 뻔한 질문을 할 겁니다. 이를 테면 부모의 이름 같은 거죠. 주저 없이 대답하면 일단 경계를 풀어도 되겠지요."


"그래. 혼갈이하면 기억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네 말이 맞다면 확실하겠네. 부친은 최우태, 모친은 고매희다."

봉만은 격구치의 방법이 좀 불안했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저도 한 가지 묻겠습니다. 만약 천수무녀가 숙빈에게 혼갈이 했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말할 필요가 있겠냐. 당연히 작전은 당장 중단해야지. 누이를 수장시킬 수는 없다."

"작전 중단이 아니고 작전 실패가 되겠네요."

봉만의 대답은 금학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그럼 우리 모두 천수무녀의 처분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망설이지 않고 작전을 중단한다는 말에 빈정 상한 은학이 불쑥 끼어들었다.


"흥분하지 마라. 오라비로서 당연한 것이다. 우리 격가무방이 또다시 몰살당한다고 해도 억울할 것 없다. 어차피 누구도 우리를 보호할 의무는 없다."


격구치는 봉만의 입장을 두둔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분노가 용암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봉만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숙빈이 혼갈이 당했다고 작전을 중단시키면 격가무방과 갈라서게 된다.

중전이 천수무녀라면 누이도 살리고 작전도 계속되지만 궁에는 한바탕 큰 소동이 있어 날 것이 분명했다.


"숙빈 보다는 중전이라면서? 협박이 통해서 봉인을 성공시킨다면 중전이 실종될 텐데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냐?"


격가 일당의 매서운 눈빛이 따가웠던 봉만.

작전의 중심을 중전으로 돌려놓았다.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전하를 혼갈이 한다고 해도 상황은 바뀔 것이 없습니다. 부디 숙빈마마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고민은 결정만 늦출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격구치.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보겠다는 각오가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알았다. 일단 확인부터 해보자. 어서 빨리 입궁해라."

봉만은 체념한 듯 힘없이 중얼거렸다.


***

중전의 처소.


화선을 납치 할 때와 마찬가지로 격가무방 일당은 중전의 처소 부근에 잠복하고 있었다.


그 시각,


흠-! 흠-!


격구치는 숙빈의 처소 앞에서 소심하게 인기척을 냈다.


숙빈이 천수무녀라면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 격구치.

목소리를 최대한 숨겼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숙빈마마 계십니까? 격구치입니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나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격구치는 작전을 포기하고 작은 소리로 숙빈을 불렀다.


"들어오세요. 안 그래도 기다렸습니다."

"아닙니다. 나오지 마시고 제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시면 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럴 이유가 있나요?"


혹시나 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하고 있던 격구치는 서둘러서 숙빈에게 모친의 이름을 물었다.


"우리 모친? 그건 왜 궁금하냐."

"천수무녀가 여기 있는지 확인하려고하는 겁니다. 빨리 대답하십시오."


"천수무녀랑 모친이랑 무슨 상관이냐?"

명쾌한 대답 대신에 답답한 질문이 이어지자 격구치는 숙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모친의 이름이 뭡니까?"

"이유도 말하지 않고 왜 갑자기 우리 엄마의 이름을 재촉하느냐!"


협박 같은 격구치의 말에 잔뜩 짜증이 난 숙빈은 기어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천수무녀가 맞군.'


격구치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표정을 하며 체념한 듯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 내가 우리 엄마를 말하지 않으면 천수무녀가 되는 거냐? 고매희다. 고! 매! 희!"


그제야 격구치의 질문의 의도를 눈치 채고 앙칼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숙빈.


"어? 맞습니다."

"당연히 맞지. 딸이 엄마 이름을 모를까."


"알겠습니다. 그대로 처소에 계십시오."

"나오라고 해도 못나가! 네가 물속에 있으라고 했잖아. 아~. 천수무녀 때문에 괴롭네."


격구치는 숙빈의 말은 듣지도 않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금세 중전의 처소 앞에 도착한 격구치.

갑자기 멈추더니 투박한 걸음을 고양이 발걸음으로 바꿨다.


중전의 처소 부근에 숨어있던 격가 일당은 격구치의 수신호를 받자마자 처소를 지키던 나인들과 상궁의 입을 틀어막고 한 곳으로 끌고 갔다.


놈들은 상궁과 나인의 입을 틀어막고 후원의 나무에 꽁꽁 묶었다.


다시 중전의 처소로 돌아 온 놈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비장한 각오를 다짐했다.


잠시 후,

중전의 침소에 도착한 격가 일당.

갑자기 머리를 짓누르더니 전부 차렷 자세를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천무무녀는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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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소희 1994 (15) 24.09.14 20 0 13쪽
55 소희 1994 (14) 24.07.19 21 0 12쪽
54 소희 1994 (13) 24.07.18 19 0 13쪽
53 소희 1994 (12) 24.07.17 21 0 12쪽
52 소희 1994 (11) 24.07.09 23 0 12쪽
51 소희 1994 (10) 24.07.08 25 0 12쪽
50 소희 1994 (9) 24.07.07 35 0 13쪽
49 소희 1994 (8) 24.07.02 27 0 13쪽
48 소희 1994 (7) 24.07.01 28 0 12쪽
47 소희 1994 (6) 24.06.30 31 0 13쪽
46 소희 1994 (5) 24.06.30 28 0 12쪽
45 소희 1994 (4) 24.06.29 29 0 13쪽
44 소희 1994 (3) 24.06.28 30 0 13쪽
43 소희 1994 (2) 24.06.26 39 0 12쪽
42 소희 1994 (1) 24.06.25 33 0 12쪽
41 설하 1993 (9) 24.06.24 31 0 12쪽
40 설하 1993 (8) 24.06.21 35 1 13쪽
39 설하 1993 (7) 24.06.20 34 1 12쪽
38 설하 1993 (6) 24.06.19 33 1 12쪽
37 설하 1993 (5) 24.06.18 35 1 12쪽
36 설하 1993 (4) 24.06.17 36 1 13쪽
35 설하 1993 (3) 24.06.16 44 1 13쪽
34 설하 1993 (2) 24.06.13 38 1 13쪽
33 설하 1993 (1) 24.06.12 36 1 13쪽
32 격가 1075 (3) 24.06.11 40 1 13쪽
31 격가 1075 (2) 24.06.10 40 1 12쪽
30 격가 1075 (1) 24.06.08 40 2 12쪽
» 화선 1035 (6) 24.06.07 44 1 12쪽
28 화선 1035 (5) 24.06.06 42 1 12쪽
27 화선 1035 (4) 24.06.05 4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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