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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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디꿍디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8
최근연재일 :
2024.07.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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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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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 - ...끝이구나. 내 신생(神生)도 -

DUMMY



용사와 그 일행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순간 순간을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신성력의 부족으로 그저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광휘의 여신 루미나리엔이었다.


...


입으로는 비장의 한 수를 뒤집어 놓고 턴을 종료했다고 했지만...


사실 본인이 준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연히 차원문을 여는 곳이 은퇴한 용사의 영지였을 뿐이 건만, 마치 자신이 이를 예상하고 방비를 해둔 양 떠들어 댄 것 뿐이었다.


바닥까지 긁어모은 신성력조차 부족해서, 그 흔한 축복하나 내리지 못 했다.


그간 용사는 몰랐겠지만, 그가 광증을 아슬아슬하게 버틴 것에는 자신의 축복이 큰 도움이 됐었다.


용사가 ‘오늘은 컨디션이 좋네, 나쁘네.’ 하는 것도 자신이 신성력을 소진하는 양에 따라 좌우되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돌봐 놨더니 갑자기 이 사태가 터진 것이었다.


자신이 봐도 용사는 한계에 한계까지 몰려있었다.


마침 황녀와 성녀가 그곳에 있었지만, 병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의 그들만으로 수많은 적들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몇 번을 버텨내지 못 하고, 용사의 광증이 발발했다.


여신의 체통도 잊은 채로 손톱을 오도도독 씹으며, 다리를 떨어댔다.


왜냐고?


마왕이 가고, 그 목을 딴 타락 용사의 강림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광증에 의해 족쇄를 달고 있을 뿐, 현재 인류의 기준치를 아득히 넘어선 용사의 무력이었다.


광기에 잠식되는 순간, 마신놈이 홀라당 채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인류는 제 2의 마왕을, 전보다 더욱 강해진 마왕을 마주 하게 되리라.


소멸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광증을 막아 줄 축복은 바닥을 드러낸 신성력과 함께 산화한 상태.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황녀가 등장했다.


”그렇치!!!!! 믿고 있었다규우우~~~“


이미 눈이 반쯤 돌아간 용사는 황녀를 향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검을 뻗었다.


끊임없이 검을 놀리며 식탐을 보이는 용사를 맞아, 황녀는 최선을 다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상대였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상대의 관심은 황녀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더욱이 황녀는 그 손을 막기 위해 어떤 손해도 감수했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방패 삼아, 결정적인 순간에만 끼어들었다.


그럼에도,


하나, 둘...


마지막 마족의 단발마를 끝으로 황녀는 직접 그의 검을 마주해야 했다.


성녀가 도착한 것은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성녀의 도착으로 바뀌는 것은 없었다.


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황녀와 보조캐인 성녀 및 성기사들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끝이구나. 내 신생(神生)도.“


끝을 직감하며, 지그시 눈을 감아가던 그때.


눈에 비춘 건, 황녀의 숨통을 끊기 위해 내리쳐지던 검이 우뚝-하고 멈추는 모습이었다.


”으어우어어?“


전혀 여신 같지 않은 감탄사와 함께 감기던 눈이 번쩍 뜨였다.


황녀의 목에 얕은 핏줄기를 남기며 멈춰버린 검.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놀란 얼굴로 용사를 바라보는 황녀와 성녀.


이 와중에도 일말의 원망조차 담기지 않은 그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찰나의 대치가 이어지자, 천천히 검에서 목을 떨어뜨리는 황녀.


그리고 용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위를 안정 시키는 성녀와 그의 일행들.


-꿀꺽.


지금 이 결과에 따라 대륙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 절로 침이 고였다.


그리고 그 끝은...


”똥? 아니, 한 행성의 운명이 달린 이 중요한 순간에 또오오옹? 하. 진짜 미치겠네. 내일이면 신선일보(神鮮日報)에 이 전투 내용이 쫙 깔릴 텐데. 망신도 유분수지.“


김이 팍 샜다.


이제 좀 숨통이 트였다고 내일 신문에 실릴 기사부터 신경이 쓰였다.


”근데 바루스란 놈이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저리 날뛰는 거지?“


자신이 용사를 위주로 지켜보긴 하지만 모든 순간을 모두 지켜볼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럴 신성력이 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용사가 저렇게까지 흔들리다니?


여신의 머릿속에 바루스라는 이름이 확고히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3분 회귀? 이게 장난치나? 지금 3분 카레도 못 사먹을 정도로 궁핍하구만. 이게 누구 때문인데...“


물론 그 누구의 때문도 아니었지만, 여신의 투덜거림은 애꿎은 용사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



-똑똑.


요양을 위해 침대에 누워 있자니, 바루스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바루스, 대가리 박아.“


”네?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뎁쇼?“


”표정으로 말했어. 대가리 박아.“


”아니! 광기의 바다에서 건져준 은인에게 이럴 수가 있는 겁뉘꽈? 저 때문에 정신 차리셨다면서요? 아뉩니꽈?“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맞다. 바루스 놈이 날 깨운 것에 일조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저렇게 콧구멍을 실룩거리며 날 비웃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막말로 제가 뭘 했습니까? 놀리기라도 했습니까? 그냥 부상을 입으신 우리 영주님이 느~~~~무 걱정이 돼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이렇게 문병을 왔더니만, 이렇게 면박을 주시다니! 저 무지무지 섭섭합니다! 흥칫뿡.“


이색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온갖 예의범절을 칼같이 지키면서 왜 내 앞에만 서면 정신연령이 떨어지는 걸까?


아무튼 내가 정신을 차린 것에는 바루스의 공이 없지 않기에 콧구멍을 실룩거리는 정도는 넘어가야 할 듯했다.


”인정. 아주 불쾌한 너의 기억이 날 정신 차리게 했다...만은 도저히 고맙다는 말은 못 하겠군.“


”그러십시오, 뭐. 저도 바지에 똥 싼 걸 놀린 일로 치하 받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요.“


”알겠으니 그놈의 똥똥, 그만 좀 하지? 누가 듣기라도 하면...“


”뉘에뉘에~ 크크큭.“


능청스러운 녀석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크크크큭.“


그래, 나도 이렇게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데 제 3자의 입장이야 말해 뭐하랴.


”그래서 피해는 어떻게 집계됐지?“


”성문을 비롯해서 성벽이 거의 반파...“


”아니, 인명피해 상황부터 보고해.“


”황녀님과 성녀님 덕에 워낙 초기 대응을 잘해서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민간인 59명, 병사 285명이 사망하였고, 중상 349명에 나머지 병사들은 경상자라 보시면 됩니다.“


”후... 어디에 가서 많지 않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지? 사망자의 가족들에게는 단지 59명이 아니라 전부 일터니.“


”제가 전장에서 굴러먹은 연차가 얼만데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영주님은 최선을 다하셨으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는 의미로 말씀드린 겁니다.“


”사망자에 대한 처우는...“


”걱정 마십쇼. 제가 보급 관리를 제외하고, 가장 잘하는 것이 사망자에 대한 사후처리 아닙니까?“


”하긴 나도 영주일은 잘 몰라도, 백정일은 누구보다 잘하지. 흐흐.“


”자꾸 그렇게 웃기지도 않는 자학개그를 하시니, 광기가 더 가까이에 머무는 것입니다. 밝고 긍정적인 것만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뭐 하시는 겁니까?“


”...그런가?“


”아! 그리고 특이사항이 있는데... 가둬 둔 경비 대장이랑 대장장이 있지 않습니까?“


”혼란은 틈타 무슨 일이라도 저지른 건가?“


”흠... 일을 저질렀다고 하면 저지른 거긴 한데...“


그들이 가진 힘이 적지 않은 이상 혼란을 틈타 사고를 저질렀다면, 필경 작은 일은 아니리라.


설마...


”둘 다 탈출을 한 건가?“


”네. 그러고는...“


역시 마족의 끄나풀이었던가...?


”그러고는?“


”마족을 때려잡았습니다.“


”그래. 역시 마족의 끄나풀이었다는 말이지?“


”네?“


”응?“


”마족을 도운 게 아니라, 마족을 때려잡았다고요.“


”걔들이 왜?“


”...가족들이 걱정돼서?“


”진짜?“


”그렇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오랜 기간 살아 온 이들이니...“


”적의 간자일 가능성은?“


”좀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그건 그렇겠지. 후... 그럼 공(功)과 과(過)가 상쇄했다고 보면 되는 건가?“


”엄밀히 따지면... 공(功)이 크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지민의 목숨을 최소 몇십 명 이상 구한 셈인데...“


”하지만 명령불복종 역시 즉참의 대상이지 않나?“


”...불가피하게 전투 상황이 발생했으나, 이곳이 전선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명령도 없이 출격한 황녀님이나 성녀님도 징계 대상이 되는뎁쇼?“


경비 대장이야 그렇다 치고, 나보다 먼저 이계에서 소환된 대장장이를 사면해야 한다는 것이 내심 불쾌했다.


하지만, 그들이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


사감으로 행정을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래,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면담을 한 후에 방면하는 것으로 처리하지.“


”그...대충 사정을 듣긴 했습니다만, 그게 맞지 싶습니다.“


그 후, 추가 보고를 마친 바루스가 병실을 나섰다.


아니, 나서기 직전에 뒤를 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안 싸셨죠? 크흡.“


-후다다닥.


-으드드득.


저거 저거... 내가 반드시 죽인다. 꼭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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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 - ...또 망령에 사로잡히셨어요. - 24.07.28 13 0 9쪽
64 064 - 다 썼어? 읊어 봐. - 24.07.27 15 0 9쪽
63 063 - 우우우우웅. (오랜만이다 친구.) - 24.07.21 22 0 10쪽
62 062 - 짜잔! 티나 도착! - 24.07.20 22 0 10쪽
61 061 - 아! 자작님이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어떻게 존댓말 좀 해드려요? - 24.07.14 22 0 9쪽
60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24.07.13 21 0 10쪽
59 059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24.07.12 19 0 9쪽
58 058 - 빼에에엑- 왜 우리 남작님께 뭐라고 그래욧! - 24.07.09 21 0 9쪽
57 057 - 근데 누가 5야? - 24.07.07 18 0 10쪽
56 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24.07.06 22 0 9쪽
55 055 -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 24.07.01 24 0 9쪽
54 054 - ...겠냐? 겠냐고! - 24.06.30 27 0 9쪽
53 053 - 자, 이제 누가 정실이지? - 24.06.29 23 0 9쪽
52 052 -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통신구랍니다. - 24.06.28 28 0 9쪽
51 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24.06.26 24 0 10쪽
50 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24.06.24 25 0 9쪽
49 049 - 난 ‘용사’였지, ‘용자’는 아니었다. - 24.06.21 35 0 9쪽
48 048 - ......거짓말 한다, 인간.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강한 인간. - 24.06.20 33 0 9쪽
47 047 - 저는 대 암흑신교의 무려 825석을 차지하고 있는 - 24.06.19 30 0 10쪽
46 046 - ‘부가세’세요? 10%는 패시브 입니까? - 24.06.18 31 0 10쪽
45 045 - 에? 상태창 없으십니까? - 24.06.17 33 0 9쪽
44 044 - 괜찮아... 따면 돼. 따면 되잖아. - 24.06.16 35 0 9쪽
43 043 - 잘한다 우리 성녀! 덮쳐 버렷!!! - 24.06.15 34 0 9쪽
42 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24.06.14 41 0 9쪽
41 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24.06.13 40 0 10쪽
40 040 - 부관님? 눈깔을 왜 그렇게 뜨세요? - 24.06.12 35 0 9쪽
39 039 - 아뉘아뉘~ 제 스케줄 말고... 우-리 스케줄이요~ - 24.06.11 38 0 10쪽
38 038 - 말하고 먹어! - 24.06.10 35 0 9쪽
37 037 -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24.06.09 3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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