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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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디꿍디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8
최근연재일 :
2024.07.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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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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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DUMMY


“왜 눈깔을 그렇게 뜨시는지 말해 보시라니까요, 앙?”


“......죄, 죄송합니다.”


“뭐가 그렇게 죄송한데요?”


“그게 잘...”


“몰라? 지금 뭐가 죄송한지도 모르면서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건가? 하, 부관은 이래서 안 돼. 뭐가 죄송한 건지도 모르잖아.”


“......”


“왜 말이 없지?”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뭐가 죄송하신데요?”


‘으아아아아~~~’


지독하기도 이렇게 지독할 수가 없었다.


감히 가불기를 걸다니.


진짜 죽고 싶...아니, 죽이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이건 분명 영주와 황녀가 시발점이었다.


그럼 이건 아니지?


왜 자신이 있을 때만... 이라기에는 그냥 시간과 상관없이 자신만 눈에 들어오면 자신에게 온갖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진짜 더러워서 때려치워야 하는데...’


하지만 자신은 부정을 저지른 죄로 사표를 던질 수도 없는 몸이었다.


‘다른 놈들도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병신이지.’


그런 합리화 속에 부정을 저지른 자신의 과거를 사무치게 후회했다.


향락과 사치로 그 돈은 이미 수중에 없는 지 오래.


목이 날아가지 않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놈의 아량에 눈물을 찔끔찔끔 흘려 댔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분노받이로 쓰려는 빌드업이 었을 줄이야.


“후...지읏 같아서 못 해 먹겠네. 그래, 안 그래?”


“우우우욱... 그...렇습니다.”


“목소리 봐라. 하나- 하면 목소리를 둘- 하면 크게 하자. 하나-”


“목소리르을~”


“둘-”


“크게 하자으아으아~”


썩을 놈들, 빠져 가지고.


상관이 이렇게 깨지고 와서 심란해 죽겠는데 희희낙락 거리며 티타임을 갖고 있다니.


아무리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나라고 하지만, 저런 월급 [팡루]들을 어찌 참는 단 말인가?


그냥 못 본 척 넘어가 줄 수도 있지만, 영지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내 마음은 용납하지 않았다.


적어도 난 양심이 있어서 대가리 박기는 안 시키잖아?


다리 들고 푸쉬 업 정도면 진짜 성인 군자지.


이러다 성자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허허.



......


“3초 준다. 내 밑으로 모두 집합.”


점멸로 잡힌 킬각의 스노우볼은 계속 굴러가고 있었다.


***



그 시간 카인 일행은...


“남작니이임~ 성녀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둘 다 제 스타일이 아니십니다.”


“일단 성녀는 남작님 스타일이 아니다, 메모.”


“저는 분.명.히. 둘-다 라고 했습니다만.”


“네, 그러니까 ‘성녀는 취향이 아니다.’ 라고 하셨잖아요. 뭐 잘못됐나요?”


“...틀린 말이 아니긴 한데, 틀린 말이잖아요!”


“알아요~ 알아! 성녀는 탈락이고, 이제 저만 남작님 취향으로 바꾸면 우리 결혼을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잖아요. 걱정 마세요!”


“아니라고요!!”


“걱정 마시라니까요~”


아니, 나 누구랑 얘기하니?


“에휴, 알았으니 빨리 성으로 복귀 하시지요. 전 볼일이 있어서...”


“여관은 이쪽인데요?”


“대실하러 가는 거 아닙니다.”


“아까 분명히 ‘같이 대실 하실 거죠?’ 라고 하니 ’네’ 라고 대답하셨잖아요.”


어이쿠, 아까 기계적으로 대답한 게 결국 그 얘기였나?


“지금은 진짜 볼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대신 오늘 저녁 먹기 전에 검을 한 번 봐드리지요.”


“코오올~! 이번 약속은 꼭 지켜요!”


밥 먹는 것 보다 검술 수련을 더 즐기는 황녀 다루기야 식은 죽 먹기지.


“네~ 이따 뵙지요.”


그렇게 짐 덩어리를 처분하고 급히 정보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서옵셔- 나,나으리 오셨습니까?”


“그래, 이야기는 들었네만 지금 상황은?”


“죄송하지만, 상인 연합에서 트리토니아행을 허가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어째서지? 위협은 모두 제거했는데?”


“애초에 이 작은 영지의 메리트는 해안가에 인접해서 수산물의 수급이 조금 원활하다는 것 하나인데, 이 사단이 났으니 메리트보다는 디메리트가 크다는 것이겠지요. 한 번 일어난 일이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도 없고요.”


“그렇군. 그래서 해법은?”


“그건 영주님이 생각을 하...시기 보다는 역시 전문가인 제 의견을 참고하심이. 큼큼. 그 주먹 좀 내리시라구욧!”


“장난칠 기분 아니다. 빨리 말해.”


“성의 관료님들은 뭐라 하시던가요?”


“애초에 지금 이 상황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는 놈들에게 무슨 기대를 한단 말인가? 아직 부패에 찌든 머리가 제 자리를 찾아가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네. 그러니 내가 이곳에 의뢰했지.”


“제 짧은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자면?”


“남-작님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무슨 소리지?”


“지금 상인 연합에서 뒷배로 둔 이들이 쟁쟁한데 남작님이 무슨 힘이 있어 이들을 압박하겠습니까?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는 당위성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권력으로 짓누르려하면 더 큰 권력 앞에 무릎 꿇으셔야 할 겁니다.”


“내 뒷배가 그보다 높으면 되는 건가?”


“큰일 날 소리 마십시오. 공작나리들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후작, 백작을 뒷배로 둔 이들입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마침 영지에 빌붙어 있는 밥버러지가 있지 않은가?


그것도 무려 둘이나!


“지금 와 계신 황녀님이나 성녀님께 부탁하실 생각이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사료됩니다.”


내 생각을 읽은 걸까? 정보상이 하는 말에 뜨끔하며 눈동자가 커졌다.


“일단 성녀님은 이런 이권 다툼에 끼실 경우 여신의 미움을 사 신성력이 극도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성녀님이 트리토니아 영지민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허락하신다고 해도 교단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황녀님은?”


“황녀님이 나서신다면 어느 정도 시늉은 하겠지요.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황가에 대한 불만이 크게 늘어 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트리토니아 영지의 편을 들 명분이 없거든요. 그럼에도 황녀님이 나서신다면, 그동안의 청렴했던 황녀님에게 큰 오물이 묻을 것입니다.”


더 묻을 오물이 있기는 한 건가?


황녀를 아는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 말을 발설할 수는 없었다.


“이해가 잘 안되는데? 그들이 뒷배를 이용하는 것은 괜찮고, 나는 안 된다?”


“당위성의 문제지요. 더구나 그들은 상인이고, 남작님은 귀족이시지 않습니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를 수밖에 없지요.”


“다 죽여버리면 되나?”


“네넷?”


“아, 혼잣말이었네.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암살하려다 실패하면 그나마 이 영지에 들어오는 모든 물자들마저 끊길 것입니다. 생각으로 그쳐주시길.”


“알겠네. 유념하도록 하지. 정보 감사하네. 그럼 이만.”


“살펴가십시오.”


정보 길드를 나오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 세상으로 끌려온 것부터 시작해서 내 의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나와는 무관하게 주변에서 사건이 소용돌이치니 거기에 휩쓸려 이리저리 흘러 다닐 뿐.


잠깐 애당초 잠깐 그런 생각을 하긴 했으나, 결국 그 두 밥버러지들에게는 부탁하지 않았을 거다.


부탁 한 번 잘못했다가 그 미친년들이 뭘 요구할 줄 알고 부탁을 한단 말인가, 부탁을.


상상만으로도 드는 오한을 떨치며 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 정체를 밝히는 것이었다.


용사가 영주가 되어 지켜지는 영지!


얼마나 좋은 울림인가.


모든 문제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전될 것이다.


다만, 그러면 애써 신분까지 바꿔가며 은퇴한 의미가 싹 사라진다는 것.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지금 비밀을 아는 이들에게 했듯, [맹약의 서]를 써서 강제할 수도 없었다.


성으로 향하는 거리가 한산했다.


여기저기 파손된 건물들과 아직도 끊이지 않는 울음 소리가 곳곳에서 잔잔히 흘러나왔다.


-툭.


참담한 광경을 눈에 담으며 옮기는 발걸음에 무언가가 걸렸다.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니, 이리저리 굴러 흙먼지가 잔뜩 묻은 사과 하나가 보였다.


‘마왕조차 멈추게 하지 못한 내 발걸음도 고작 이 작은 한 알의 사과 앞에서는 쉬이 움직일 수가 없구나.’


이런 참상은 지난 10년간 지긋지긋하게 봐왔으나,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살포시 잔떨림이 느껴지는 손을 내려 사과를 집었다.


-슥슥.


대충 옷에 문지른 후, 성큼 베어 물었다.


-아삭.


시큼한 맛이 느껴진다.


중간 중간 털리지 않은 모래가 같이 씹혔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과를 전부 먹었다.


이 정도야 전장에서 늘상 있는 일이었다.


이런 거라도 먹을 것이 있다면 다행인 삶이었다.


그렇기에 충분히 익숙한 맛이어야 했는데...


왜인지 오늘은 자꾸 목에 턱턱 걸려서 삼키기가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잠시라도 잊고 있던 그 시절의 참상이 떠올라 더 고통스러웠다.


“우우으윽...으으으윽”


나도 모르게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미안합니다. 미안...”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사죄를 끊임없이 내뱉으며 무거운 발을 들어 성으로 향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걸음에 맞춰 서글픈 흐느낌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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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 - ...또 망령에 사로잡히셨어요. - 24.07.28 13 0 9쪽
64 064 - 다 썼어? 읊어 봐. - 24.07.27 15 0 9쪽
63 063 - 우우우우웅. (오랜만이다 친구.) - 24.07.21 22 0 10쪽
62 062 - 짜잔! 티나 도착! - 24.07.20 22 0 10쪽
61 061 - 아! 자작님이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어떻게 존댓말 좀 해드려요? - 24.07.14 22 0 9쪽
60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24.07.13 21 0 10쪽
59 059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24.07.12 19 0 9쪽
58 058 - 빼에에엑- 왜 우리 남작님께 뭐라고 그래욧! - 24.07.09 21 0 9쪽
57 057 - 근데 누가 5야? - 24.07.07 18 0 10쪽
56 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24.07.06 22 0 9쪽
55 055 -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 24.07.01 23 0 9쪽
54 054 - ...겠냐? 겠냐고! - 24.06.30 27 0 9쪽
53 053 - 자, 이제 누가 정실이지? - 24.06.29 23 0 9쪽
52 052 -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통신구랍니다. - 24.06.28 28 0 9쪽
51 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24.06.26 24 0 10쪽
50 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24.06.24 25 0 9쪽
49 049 - 난 ‘용사’였지, ‘용자’는 아니었다. - 24.06.21 35 0 9쪽
48 048 - ......거짓말 한다, 인간.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강한 인간. - 24.06.20 33 0 9쪽
47 047 - 저는 대 암흑신교의 무려 825석을 차지하고 있는 - 24.06.19 30 0 10쪽
46 046 - ‘부가세’세요? 10%는 패시브 입니까? - 24.06.18 31 0 10쪽
45 045 - 에? 상태창 없으십니까? - 24.06.17 33 0 9쪽
44 044 - 괜찮아... 따면 돼. 따면 되잖아. - 24.06.16 35 0 9쪽
43 043 - 잘한다 우리 성녀! 덮쳐 버렷!!! - 24.06.15 34 0 9쪽
42 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24.06.14 41 0 9쪽
» 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24.06.13 40 0 10쪽
40 040 - 부관님? 눈깔을 왜 그렇게 뜨세요? - 24.06.12 35 0 9쪽
39 039 - 아뉘아뉘~ 제 스케줄 말고... 우-리 스케줄이요~ - 24.06.11 38 0 10쪽
38 038 - 말하고 먹어! - 24.06.10 35 0 9쪽
37 037 -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24.06.09 3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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