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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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디꿍디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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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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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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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DUMMY

“뭬야? 지금 이 상황에 그게 맞아?”


성으로 도착한 내게 바루스가 대뜸 던진 한 마디.


“밀린 결혼식을 진행하시죠.”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뭔 소리야.


“다행히 결혼 예정자들의 가족들은 이번에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부득이하게 취소된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이 흉이 될 수는 없죠. 언제까지 미뤄 둘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상황이라.”


내가 머뭇거리자 무언가를 추억 한 건지 아련한 눈빛이 된 바루스의 한 마디가 가슴에 박혔다.


“아시지 않습니까? 슬픔은 아무리 보듬어 봐야 슬픔일 뿐이라는 것을...”


과거의 우리가 그랬지.


슬픔을 놓지 못하고, 꾸욱 끌어안고 있다가 결국 그 슬픔에 매몰되기 일수였다.


“너무 금방도 아니고, 너무 오래되지도 않은 지금이 가장 적기입니다. 또 같은 실수를 하진 말아야지요.”


“그래, 그러자. 그럼 순서대로 진행하면 되나?”


“아예 한 번에 통합 결혼식을 올리는 건 어떻습니까?”


“엥? 그래도 돼?”


“네, 됩니다. 아니, 오히려 그래야만 합니다.”


하긴, 유족들 입장에서 한 번이야 몰라도 계속되는 결혼식을 마주하면 정신이 나가버리겠지.


“그래, 알아서 진행 시켜줘.”


“이봐 보우관! 부관!”


-샤샤샥.


바루스의 한 마디에 저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이가 바람처럼 달려왔다.


“넵! 부관 보-우-관! 하명 하십시오!”


“풉.”


뭐야? 부관 이름이 보우관이었어?


실소를 날리는 와중에 지시가 끝났는지 다시 바람처럼 사라지는 부관.


“점점 요령이 늘어나는 거 같다?”


“누구님 덕분에요. 입만 놀리면서 월급을 훔쳐가는 지혜을 터득했지요. 문제 있습니까?”


“아뉘이~ 일단 나부터 그러고 있는데 문제가 있긴. 문제가 생기면 그때부터 문제가 되는 거지. 알제?”


농담 속에 뼈를 담아 치니 바루스가 흠칫 하며 살짝 떨었다.


“한 번 더 챙기겠습니다.”


“편하게 해~ 편하게~ 문-제-만 없게.”


흐흐. 이게 바로 헬조선의 꼰대력이다. 크크.


말하며 이동하는 와중 집무실에 도착했다.


-털썩.


집무실 쇼파에 주저 앉으며 정보상에게 들은 이야기를 건넸다.


“이거 참 난감한 상황이군요.”


“무슨 수가 최선일까? 그냥 다 까발릴까?”


“그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수 아닐까요?”


“왜?”


“머무는 곳과 지키는 곳이 확정된 용사라면 흠집을 내거나 사냥하기 아주 좋은 먹이감이니까요. 마족에게도, 인류에게도.”


“끙. 그럼 최선은?”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아니, 지금 뭘 들은 건가? 물자가 말랐다고! 이러다 영지민들이 사이좋게 아사할 판국이래도?”


“정확히 말하면 영주님은 그냥 가만히 계십시오. 그럼 제가 알아서 상단을 만들어 저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상단이 오지 않으니까... 상단을 만들어서 보내겠다?”


“네, 그렇습니다. 영주님이야 그간 꿍쳐둔 돈은 많으실 거 아닙니까? 이참에 그 돈 좀 푸시죠?”


“...사비를?”


“아님 영지랑 같이 망하시던가요.”


“이거 나 멕일려고 생각한 방안 아니지? 그치?”


“...다른 좋은 방법 있으면 그걸로 하시지요.”


‘당했다. 이색히 이거 백프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연히 이 몸은 지캐가 아닌 힘캐였다.


그런 방안 따위 생각날 리가 있나.


오히려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라 다행이었다.


그냥 돈을 쓰면 된다.


“그냥 상단만 조직해서 보내면 되는 건가? 저쪽에서는 가만히 있을까?”


“......머리에 달고 계시는 게, 먹을 때만 쓰시는 건 아니셨군요.”


“아니 근데 이색히가 자꾸!”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그들 입장에서는 귀족이 직접 운영하는 경쟁 상단이 들어서는 것이니까요. 기세를 꺾기 위해 산적이던 마적단이던 끊임없이 나타날 겁니다.”


“그럼 문제가... 없네?”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식충이들.


“네, 없습니다.”


“좋아! 우리 바루스 칭찬해!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지. 거기에 추가로 나도 몰래 끼어드는 걸로!”


“네? 황녀님이랑 성녀님은요?”


“지금 이 대화를 알고 있는 건 우리 둘 뿐이지. 만약 정보가 샌다면 죽음으로 갚아야 할 걸세.”


“야! 나 안 해!”


“쓰읍! 좋게 말할 때 해라잉~”


“영지는 어쩌구요!”


“응, 어차피 니가 다 운영 중.”


“......사표 쓰겠습니다.”


어? 이럼 좀 위험한데...


“해주라~ 해주세요~ 해쭁~”


“못합니다.”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힘듭니다.”


이번엔 ‘못 한다’가 아니라 힘들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럼 다음은 편하지.


“5번.”


“이 사실을 비밀로 한 저한테... 가능하시겠습니까?”


“안 된다고 하면, 내 정체를 밝히는 한이 있어도 무제한 기회를 제공하지!”


“그 말 꼭 지키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무덤까지 가져가겠나이다.”


바루스가 굴복했다.


황녀가 이 사실을 안다면 경기를 일으키겠지만, 대련이나 데이트를 미끼로 걸면 평소처럼 유야무야 넘어가겠지.


아니면 어쩌냐고?


알게 뭐냐.


그딴 걱정은 미래의 나에게 토스했다.


힘내라 나의 미래, 아즈아~



***


결혼식 날은 빠르게 다가왔다.


단순한 합동 결혼식이 아니라, 규모를 키워 아예 영지 전체의 축제로 만들어 버렸다.


성에 비축된 음식을 풀고, 이 세계에서는 파격적일 무료 쿠폰까지 풀어버렸다.


가구당 일정 금액까지 돈이 아닌 쿠폰에 도장을 찍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무료였다.


물론 그 돈은 영주인 내가 감당하기로 했고.


덕분에 아직도 곳곳에 슬픔이 묻어 있기는 했으나, 영지 전체에 퍼진 행복한 기운을 막을 수는 없었다.


“축제군요.”


“돈을 엄청나게 풀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새로이 개설되는 상단에 모든 걸 걸고, 사비는 물론이고 영지의 잉여 재화를 싹 다 끌어 썼다.


상행이 실패로 돌아가면 나는 몰라도 이 영지는 진짜 망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정도.


하지만 전이자 3명이 함께하는 파티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참고로 저기서 해맑게 웃고 있는 빌리 녀석은 신혼임을 어필하며 영지에 남기를 부탁했으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디서 감히 나도 안 해본 신혼 생활의 단꿈에 빠질려고.


닥치고 따라오라고 했다.


누르한도 옆에서 꼭 같이 가야 한다고 내 말에 힘을 실어줬다.


이래서 딸 바보들이란... 쯧쯧.


뭐가 그리 신난 건지 망나니 황녀는 이미 변복을 마치고 저들 틈에 끼어 축제를 즐김에 한창이었다.


덕분에 호위 기사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적어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그 해맑음이 너무도 고마웠다.


아무리 일반인으로 변복을 했더라도 그 고귀함을 더럽힐 수는 없었던가?


양아치 같은 놈들이 황녀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저저저!”


뭐가 그리 좋은지 ‘꺄르르’ 거리며 웃는 모습이 갑자기 거슬렸다.


“네? 왜 그러십니까?”


“음, 아니네.”


“아닌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신경 끄게나.”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려지며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옆에서 뭐라 뭐라 꿍시렁 거리는 바루스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호위 기사들이 잽싸게 끼어들어 양아치들을 물리치긴(?) 했으나, 저런 광경을 눈에 담고 나니 뭔가가 불편했다.


거기다 불나방도 아니고, 한 놈을 물리치자 금세 다른 놈이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무슨 보스 레이드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지.’


“참 평화롭군요. 누가 이 모습을 보고 몇 일전의 전투를 떠올릴까요?”


“평화라... 내 눈에는 아직도 전쟁 중으로 보이네만.”


그랬다.


저들 역시 내 전우들과 같이 전투 후의 짧은 평안을 강요받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전쟁에 찌든 내 읊조림을 공감하는 건 바루스가 유일했기에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 나왔다.


“여기는 전선이 아닙니다. 이제 그만 털어버리시지요.”


“전투가 벌어졌는데 전선이 아닐 리가? 국경처럼 전선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칭얼거렸다.


“여신의 품에 안긴 전우들이 들으면 슬퍼할 겁니다.”


“...미안하네.”


잘못을 솔직히 인정했다.


“별 말씀을요.”


이 영지로 올 때 바루스를 대동한 것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


“뭐라구욧! 남작님이 상행에 잠행하신다고요?”


“네네~ 그렇다니깐요.”


“흐으음...”


“참고로 황녀님의 지인들과의 소개팅을 빌미로 입막음을 시도하셨습니다.”


“보상은 걱정 마시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믿었던 탁월한 선택은 바로 배신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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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 - ...또 망령에 사로잡히셨어요. - 24.07.28 13 0 9쪽
64 064 - 다 썼어? 읊어 봐. - 24.07.27 15 0 9쪽
63 063 - 우우우우웅. (오랜만이다 친구.) - 24.07.21 22 0 10쪽
62 062 - 짜잔! 티나 도착! - 24.07.20 22 0 10쪽
61 061 - 아! 자작님이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어떻게 존댓말 좀 해드려요? - 24.07.14 22 0 9쪽
60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24.07.13 21 0 10쪽
59 059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24.07.12 19 0 9쪽
58 058 - 빼에에엑- 왜 우리 남작님께 뭐라고 그래욧! - 24.07.09 21 0 9쪽
57 057 - 근데 누가 5야? - 24.07.07 18 0 10쪽
56 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24.07.06 22 0 9쪽
55 055 -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 24.07.01 23 0 9쪽
54 054 - ...겠냐? 겠냐고! - 24.06.30 27 0 9쪽
53 053 - 자, 이제 누가 정실이지? - 24.06.29 23 0 9쪽
52 052 -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통신구랍니다. - 24.06.28 27 0 9쪽
51 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24.06.26 24 0 10쪽
50 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24.06.24 25 0 9쪽
49 049 - 난 ‘용사’였지, ‘용자’는 아니었다. - 24.06.21 35 0 9쪽
48 048 - ......거짓말 한다, 인간.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강한 인간. - 24.06.20 33 0 9쪽
47 047 - 저는 대 암흑신교의 무려 825석을 차지하고 있는 - 24.06.19 30 0 10쪽
46 046 - ‘부가세’세요? 10%는 패시브 입니까? - 24.06.18 31 0 10쪽
45 045 - 에? 상태창 없으십니까? - 24.06.17 33 0 9쪽
44 044 - 괜찮아... 따면 돼. 따면 되잖아. - 24.06.16 35 0 9쪽
43 043 - 잘한다 우리 성녀! 덮쳐 버렷!!! - 24.06.15 33 0 9쪽
» 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24.06.14 41 0 9쪽
41 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24.06.13 39 0 10쪽
40 040 - 부관님? 눈깔을 왜 그렇게 뜨세요? - 24.06.12 35 0 9쪽
39 039 - 아뉘아뉘~ 제 스케줄 말고... 우-리 스케줄이요~ - 24.06.11 38 0 10쪽
38 038 - 말하고 먹어! - 24.06.10 35 0 9쪽
37 037 -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24.06.09 3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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