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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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디꿍디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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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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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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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DUMMY



부모라도 자식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부하 직원이라고 상사가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도 없다.


그리고 성녀도 역시... 여신이 직접 간택하였지만, 자신의 뜻대로 할 수는 없었다.


자신과 연결이 되어 성녀로 지정된 순간부터, 성녀와 여신은 신성력 통장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일반 사제라면 빚독촉하는 채무자들에게 하듯


“어~ 언냐가 지금 돈이 없어서, 나중에 갚을게.”


하고 신성력의 통로를 끊어 버릴 수 있으나, 여신의 대리자인 성녀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평소에도 신성력 사용에 거침이 없기는 했으나, 이제는 하다하다 오크들을 위해서까지 대규모 신성력이 사용될 줄이야.


매일 신도들에게 일수를 걷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여신으로서는 자꾸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며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조금 차올랐다 싶으면 바닥, 또 바닥...


오죽했으면 당대의 성녀가 귀천(歸天)하는 상상까지 할까.


...만은 걸어 다니는 힐링 머신인 성녀가 귀천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역대 인간족 최장수 리스트를 꼽으면, 위에서부터 1대 성녀, 3대 성녀, 11대 성녀... 죄다 성녀판이었다.


결국 전투 중 사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어린 성녀와 함께할 시간이 아직도 한참이었다.


심지어 지금의 성녀는 역대 모든 성녀를 통틀어 신성력을 가장 막 쓰는 성녀 1위!


이러니 여신이 점점 도박에 빠져들 수 밖에...


“받고 따블로 레이스! 7번 드래곤 우승 가즈아~~~!”


자신도 모르게 여신이 드래곤 경주에 미쳐가고 있는 것에 일조하고 있는 성녀였다.



***



오크족과의 협상 및 치료를 마치고 훌리오 자작성으로 복귀했다.


“오크족이 조건을 수락했습니다.”


“고생했네. 내 이 은혜는 잊지 않음세.”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죽일 듯이 쏘아보던 그였지만, 지금은 그저 영지를 위하는 책임감 있는 영주의 모습만 남아있었다.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오크족 거처에 파견을 허락 받았습니다. 단, 2명까지입니다.”


내가 훌리오 자작에게 제안한 내용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오크 진영에 2명의 파견병을 두어 주기적으로 연락을 받는 것이었다.


그 파견 당하는 2명은 죽을 맛이겠지만, 떳떳하게 오크 진영의 움직임을 알 수 있기에 혹시 모를 오늘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한 수였다.


당연히 오크들은 매우 꺼림칙해 했다.


하지만 다툼이 잦은 그들 사이에 모든 부족이 인정한 중립 지대 비슷한 완충지가 생기는 것이라, 그들에게도 실(失)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어렵사리 수락되었다.


다만,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훌리오 자작의 선택이었다.


적진에 깊숙이 박힌 복수의 칼날로 사용할지, 우호의 시발점으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자신은 그저 계기만 만들어줬을 뿐.


“아저씨~~~~~ 우에에엥.”


-쪼르르르.


막 중요한 내용을 마치고 일어나려는데, 두 꼬물이들이 들어오더니 울면서 달려들었다.


너무도 서럽게 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허리를 굽혀 살포시 품에 끌어안았다.


훌리오 자작도 지금만큼은 별수 없다는 듯이, 표정을 살짝 움찔하긴 했으나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훌리오 자작의 표정을 ‘힐끗’하고 살피는 사이.


두 꼬물이들은 뭐가 그리 서러운지, 끊임없이 울며 조잘거렸다.


“구래써요, 우르루룽 깡깡 거려눈데요...”


“우우, 아조씨... 무쪄웠어.”


밖에서는 비명이 동반된 뭐가 계속 무너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지, 달래줘야 할 아비는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지... 얼마나 놀랐을까?


“오구오구, 많이 놀랐구나? 그거 아니? 아저씨가 그놈들 혼내서 돌려보냈어. 가서 더 혼내주고 올까?”


“우웅.. 들어쪄. 고마워요. 쪽.”


“나듀. 쪽.”


......응?


아무리 지금이라도 이건 좀 선을 넘은 거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뒤통수가 뜨끈해졌다.


힘을 가득 주고 어깨를 집은 그가 잡아먹을 듯이 사나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제 그만하지?”


딸바보랑은 상종하지 말랬는데 왜 내가 또 같은 실수를...



...



결론적으로 난 두 꼬물이들의 눈물 공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후처리가 남아있는 훌리오 자작이 자리를 비우며 나도 데리고 가려 했던 것인데, 오히려 두 꼬물이들에게 눈총을 받으며 그 혼자 쫓겨났다.


“아저씨, 오늘도 사탕 있어요?”


“사탕? 우와~”


“......”


어? 어? 갑자기 사탕이요?


방금 씻고 나온 참이라 사탕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어? 지금은 없는데?”


“오눌은 없쪄요?”


“없오?”


눈에 띄게 실망하면서도,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했다.


“잠깐만. 아저씨 가방에 있으니 바로 가져다 줄게.”


“아빠 몰래에?”


“모오오올래~”


“히히.”


잽싸게 사탕을 챙겨 전해줬더니, 세상 다 산 얼굴은 어디가고, 이제야 딱 제 나이의 표정을 짓는다.


-딸깍.


그때,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함을 간직한 여성.


“히끅!”


“히이이익!”


사탕을 먹는 모습을 들킨 것에 놀라서 조막만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딸꾹질을 하는 녀석들.


그 모습을 보며 은은하게 짓는 미소는 누가 봐도 딱 두 꼬물이들의 어머니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작부인. 트리토니아 영지의 카인 L. 라기스 남작이라고 합니다.”


“네, 카트린이라고 해요. 이번 영지의 위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말뿐이 아니라, 직접 몸을 숙이며 거의 절을 하듯이 감사를 표하는 모습에 민망할 정도였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이들도 보고 있으니 그만 몸을 일으키시지요.”


“그 당연함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세상은 아니니까요.”


훌리오 자작 이생키, 승리자였다.


현숙하고 고아한 이런 여자를 부인으로 삼다니, 전생에 마왕 목이라도 땄나 보다.


그럼 나도 마왕 목을 땄으니, 내세(來世)에?


빌어먹을, 내가 기억 못하는 내세 따위가 혜택을 누린다니.


괜히 열이 올라왔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자책하실 필요 없답니다.”


내 표정을 오해한 자작부인이 걱정 어린 음색으로 말을 건넸다.


그리고 난 바보는 아니었다.


“아닙니다. 조금만 빨리 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심각한 얘기는 우리 그이랑 여태껏 하셨을 테니 그만하시지요. 그보다 우리 아이들이 남작님을 참 좋아하는 것 같네요.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들인데...”


내가 잠시 대화를 하는 사이 입안의 사탕을 모두 처리했는지, 입가에 찐득한 사탕의 잔해물을 남긴 줄도 모르고 해맑게 웃는 꼬물이들.


“아저씨는 좋아. 헤헤.”


“아찌랑 나중에 결혼해도 댕?”


“안 댕! 아저씨는 나랑 결혼할 거야.”


“그럼 셋이 같이 하묜 앙대?”


“우우...그럼 그럴까?”


-빠직.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을 아는가?


그럼 그렇지. 그 남편에 그 부인이었다.


막 피어난 연꽃과 같은 염화미소(拈華微笑)는 어디 가고, 눈동자에 악귀나찰이 들어앉았다.


아이들이 사탕 하나 먹다 걸린 것만으로도 딸꾹질을 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저기 어머니?”


“누가 당신 어머니입니까!”


아니, 애들 어머니라고!


아이들 관련 문제라, 자작부인이 아니라 어머니라고 칭한 건데 내가 잘못했니? 응?


“일단 진정을...”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응? 갑자기?


둘 다라니... 그럼 한 명은 된다는 소리여?


지금 이 꼬물이들이랑 저랑 나이차는 알고 하시는 말씀이시죠?


아이구야, 어머니까지 왜 그러시는데요.


그나저나 젖살도 안 빠진 두 꼬물이들이 나중에 저렇게 자라는 건가?


나중에 사교계에 나가면 난리나겠구만.


어머니와의 오해를 아주 정중하고 간절하게 해명했고, 살벌한 듯 훈훈한 듯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


그 시각 빌리는...


“분명 습격이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왜 아무 일도 없을까?”


“저희가 방심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지?”


일반 영주라면 몰라도, 빌리는 그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수많은 전투를 거친 용사가 예측한 습격이었다.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언제든 왼손의 봉인을 풀 생각으로 한시도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병사들을 다독여 방심하지 않게 함과 동시에 본인 역시 잠도 쪽잠을 자며, 긴장 또 긴장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트리토니아에 도착했다.


아무런 일도 없이 아주 스무스하게...


“뭐야? 사쿠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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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7/1 수정]연재 주기 및 시간 24.06.16 38 0 -
65 065 - ...또 망령에 사로잡히셨어요. - 24.07.28 14 0 9쪽
64 064 - 다 썼어? 읊어 봐. - 24.07.27 16 0 9쪽
63 063 - 우우우우웅. (오랜만이다 친구.) - 24.07.21 23 0 10쪽
62 062 - 짜잔! 티나 도착! - 24.07.20 23 0 10쪽
61 061 - 아! 자작님이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어떻게 존댓말 좀 해드려요? - 24.07.14 24 0 9쪽
60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24.07.13 23 0 10쪽
59 059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24.07.12 20 0 9쪽
58 058 - 빼에에엑- 왜 우리 남작님께 뭐라고 그래욧! - 24.07.09 22 0 9쪽
57 057 - 근데 누가 5야? - 24.07.07 20 0 10쪽
56 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24.07.06 24 0 9쪽
55 055 -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 24.07.01 25 0 9쪽
54 054 - ...겠냐? 겠냐고! - 24.06.30 28 0 9쪽
53 053 - 자, 이제 누가 정실이지? - 24.06.29 24 0 9쪽
52 052 -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통신구랍니다. - 24.06.28 29 0 9쪽
51 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24.06.26 26 0 10쪽
» 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24.06.24 27 0 9쪽
49 049 - 난 ‘용사’였지, ‘용자’는 아니었다. - 24.06.21 37 0 9쪽
48 048 - ......거짓말 한다, 인간.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강한 인간. - 24.06.20 34 0 9쪽
47 047 - 저는 대 암흑신교의 무려 825석을 차지하고 있는 - 24.06.19 31 0 10쪽
46 046 - ‘부가세’세요? 10%는 패시브 입니까? - 24.06.18 33 0 10쪽
45 045 - 에? 상태창 없으십니까? - 24.06.17 34 0 9쪽
44 044 - 괜찮아... 따면 돼. 따면 되잖아. - 24.06.16 36 0 9쪽
43 043 - 잘한다 우리 성녀! 덮쳐 버렷!!! - 24.06.15 35 0 9쪽
42 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24.06.14 42 0 9쪽
41 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24.06.13 41 0 10쪽
40 040 - 부관님? 눈깔을 왜 그렇게 뜨세요? - 24.06.12 36 0 9쪽
39 039 - 아뉘아뉘~ 제 스케줄 말고... 우-리 스케줄이요~ - 24.06.11 40 0 10쪽
38 038 - 말하고 먹어! - 24.06.10 36 0 9쪽
37 037 -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24.06.09 3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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