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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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디꿍디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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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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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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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DUMMY


트리토니아에서 상행을 떠나기 며칠 전.


대화 도중 갑자기 영주가 의문을 표해왔다.


“그냥 상단만 조직해서 보내면 되는 건가? 저쪽에서는 가만히 있을까?”


그럼 가만히 있지.


상행이 중단돼서 굶어 죽기 딱 좋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욕이라도 할까?


......아니지. 아니야.


어째 느낌적인 느낌상, 황녀님이나 성녀님을 피해 몰래 따라갈 거 같은데...


고롬 마냥 편하게 보내줄 수는 없지.


“머리에 달고 계시는 게, 먹을 때만 쓰시는 건 아니셨군요.”


뒷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냥 던졌다.


“아니 근데 이색히가 자꾸!”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그들 입장에서는 귀족이 직접 운영하는 경쟁 상단이 들어서는 것이니까요. 기세를 꺾기 위해 산적이던 마적단이던 끊임없이 나타날 겁니다.”


대륙 끝자락의 남작따리가 만드는 상단 따위 그들은 신경 안 씁니다.


위험할 수 있어 중단된 거래가 이어지는 것이니, 오히려 반기겠지요.


“알겠냐? 이 무식한 힘캐 녀석아.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라고 외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만...


“그럼 문제가... 없네?”


이번에 새로 영입한 식충이들을 생각 못 했다.


“네, 없습니다.”


아, 몰라. 그래도 가는 내내 신경이라도 조금 더 쓰이겠지.


일단 중요한 정보를 알았으니, 어디 딜을 치러 가보실까.


......


“뭐야? 사쿠라네?”


대충 던진 빈볼에 정통으로 얻어맞아, 제대로 자지도 못해 충혈된 눈동자의 인물들이 트리토니아 영지에 들어섰다.



***


“신고합니다. 경비 대장 빌리 외 14명, 상행 임무를 마치고 이상 없이 복귀하였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


피곤해 죽을 거 같기도 했지만, 빨리 신혼집으로 돌아가 우리 비올레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거지같은 바루스 녀석은 날 쉬이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사족을 달았다.


“고생 많았네. 지난 전투로 식량이 불타거나 오염돼서 생선만 먹고 있었는데, 덕분에 한시름 놓았네. 소식은 들었다만, 죽을 뻔했다 지?”


알면 빨리 가서 쉬게 해주지 않으련?


“네. 저만요.”


“앞으로도 그럴 거네.”


“네? 뭐가요?”


응? 뭔 소리래?


“앞으로도 이런 경우가 생기면 자네만 죽을 뻔할 거라고. 아니, 다음에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지.”


아! 이생키가 진짜. 누구 염장 지르니?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것구만...


문제는 진짜로 그럴 가능성이 다분해서 더 열 받는다는 거다.


계급장 떼고 붙자고 할 수도 없고, 그저 속으로 화를 삭일 뿐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다들 피곤할 텐데 빨리 가서 여독을 풀게나. 그리고 빌리 자네는 잠깐 나 좀 따로 보지.”


아니, 다른 놈들은 상관없고. 나를 보내 달라고! 나를!!!!!


“무슨 일이십니까?”


말이 곱게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이번 영지 방어전 및 성공적인 상행에 대한 포상을 논의하려 했더니 많이 피곤한가 보구만. 그럼 나중에...”


“아이고야~ 집정관님 바쁘신 거 여기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바쁜 시간을 내어 주시기만 해도 감읍할 따름이지요. 막말로 이제 가서 푹~ 쉴 저랑, 이 이후에도 업무에 매진하실 집정관님이랑 누가 더 고되겠습니까? 저요? 끄떡없슴다!”


축 쳐져서 구부정한 허리, 만사가 귀찮은 듯한 표정과 그것이 그대로 묻어나는 팔자 걸음.


그것이 출근길의 모습이라면,


굽어졌던 허리가 펴지고 걸음걸이가 반듯해지며, 온몸에 활력이 돌아 무언가 막 하고 싶은 의욕이 돋아나는 마법의 시간, 퇴근.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든 상황의 종결자이자 메테오급 엔돌핀, 월급날!


잠시 내 품을 스쳐 지나가더라도, 그날만은 관대함이 절로 샘솟는 것이 당연지사.


비올레타에게 내가 받을 포상을 자랑할 생각에 피곤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다.


“그래? 그럼 우선 이번 상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과 함께 어떤 보상을 받고 싶은지 말해 보게나.”


응? 네?


여기서 ‘네가 제시.’ 스킬을 건다고?


내가 많은 것을 바라면,


“그건 불가능하네. 욕심이 과하구만.” 이럴 테고,


내가 적은 것을 바라면,


“그 정도로 만족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네.” 이러고 퉁 칠 거잖아!


와, 이색히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악덕 상사였다.


“이번 전투로 신혼집이 좀 부숴져서 새로운 집을...”


-찌릿.


“...이 아니라, 무료 보수를...”


-흐뭇.


“...도 아니고...”


아이씨... 짜증난다.


“그냥 알아서 챙겨 주십쇼.”


“좋은 선택일세. 그럼 내가 적당히 챙겨 줄 터니 나중에 불만 갖지 말게나.”


“네~네네~”


결국, 혹시라도 나중에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도록 단도리치는 의미로 부른 거였다.


언제나 직장은 직원들을 배신하지.


좋은 직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직장이 있을 뿐이란 것을 잠시 망각했었다.


빨리 가서 우리 비올레타 얼굴을 보며 힐링이나 해야겠다.


그전에 잠깐...


아무리 급해도 할 일은 처리하고 가야겠지.


난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이 성의 경비 대장이니깐...



***


“부관! 부관!!!!!!!!!”


아, 한동안 좀 조용하다 싶었는데 저놈이 돌아오고 말았다.


저놈은 내가 무슨 자기네 집 노예인 줄 아는 거 같다.


차라리 노예였으면 환경에 적응이라도 할 테지만, 난 어엿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인재였다.


황도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음에도, 온갖 귀족들의 영입 경쟁을 마다하고 이 외진 곳으로 온 이유는 별거 없었다.


졸업과 동시에 좋은 조건의 영지로 가며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려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정든 고향을 떠나기 싫다며, 당신들은 괜찮으니 출세가도(出世街道)를 달리라고 하셨다.


하나뿐인 아들 뒷바라지하시냐 먹을 거 못 먹고, 10년이 넘는 속옷을 아직도 입고 계시는 부모님.


없는 살림 뻔히 아는데 용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물으며, 매번 편지와 함께 꼬깃꼬깃 접힌 돈을 보내셨던 분들.


처음에는 희망찬 미래를 포기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졸업하고 오랜만에 마주한 분들은, 어릴 때 느끼던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연로하셨다.


어느새 앙상해진 골격과 늘어난 주름이 마음에 밟혀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어려서부터 소문난 효자였던 나는 부모님을 외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곳 생활에 딱히 불만이 있지는 않았다.


남들 다하는 부정부패?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 한다고 했던가.


나도 적당히 편승해서 해먹었다.


나름 쏠쏠한 것이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 충분했다.


하지만 새로운 영주가 부임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간의 부정이 적발되었다.


다행히 감옥에 가는 것은 면했으나, 부정축적한 돈은 토해내야 했다.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달라진 상관의 행태만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항상 실실 웃으며, 어딘가 나사 빠진 행실로 ‘호갱님’으로 불리던 사람이 한순간에 180도 돌변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새로운 영주와 관련된 것임은 틀림없다.


아니, 영주가 아니라 영주 대리인가?


인사이동이 일어나며 그의 부관이 되었고, 그는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샌드백으로 날 사용했다.


평상시에는 조금 나은데, 영주나 집정관만 만나고 오면 개차반이 돼서 살풀이를 한다.


지금도 봐라,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날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진짜 치사하고 더럽지만, 집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을 생각하며 소리쳤다.


“네네~ 부관 보-우-관! 지금 갑니다아아아~~~~”


......


“충!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내가 이번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 별일은 없었나?”


“넵! 결-단-코 아무런 이상도 없습니다!”


“근데 왜 여기 근태일지에 커피 자국이 있지?”


“네? 그게 무슨...”


“여기 안 보이나?”


“아니, 보이기는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하...나 이 고문관시키를 어쩜 좋지? 누가 공문서에 커피 자국을 남겨! 나중에 감사 나오면 이대로 제출 하려고?”


아니, 황실에 올라가는 보고서도 아니고 누가 근태일지에서 그딴 걸 따져?


“지금 그 표정은 뭔가? 불만이 가득한데?”


“아, 아닙니다!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말인데... 그리고 여기도... 하, 대체 내가 없으면 영지가 돌아가질 않는 건가? 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가!”


“죄...죄송합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지금은 굽혀야 할 때다.


단단한 나무는 폭풍우에 부러지지만, 난 갈대 같은 남자니까.


이 정도는 참고 넘어갈 수 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녀석이 집으로 돌아갔다.


“진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퉤!”


온갖 억까를 견딘 오늘의 나, 칭찬해~


안 좋은 기억은 바로 잊고, 업무에만 열중하는 것이 나의 장점.


빨리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이나 하자.


“모두 주모오오오옥~~~~~~~~~~~~~ 내 밑으로 집합. 3초 준다.”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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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 - ...또 망령에 사로잡히셨어요. - 24.07.28 13 0 9쪽
64 064 - 다 썼어? 읊어 봐. - 24.07.27 15 0 9쪽
63 063 - 우우우우웅. (오랜만이다 친구.) - 24.07.21 22 0 10쪽
62 062 - 짜잔! 티나 도착! - 24.07.20 22 0 10쪽
61 061 - 아! 자작님이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어떻게 존댓말 좀 해드려요? - 24.07.14 23 0 9쪽
60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24.07.13 22 0 10쪽
59 059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24.07.12 19 0 9쪽
58 058 - 빼에에엑- 왜 우리 남작님께 뭐라고 그래욧! - 24.07.09 21 0 9쪽
57 057 - 근데 누가 5야? - 24.07.07 19 0 10쪽
56 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24.07.06 23 0 9쪽
55 055 -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 24.07.01 24 0 9쪽
54 054 - ...겠냐? 겠냐고! - 24.06.30 27 0 9쪽
53 053 - 자, 이제 누가 정실이지? - 24.06.29 23 0 9쪽
52 052 -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통신구랍니다. - 24.06.28 28 0 9쪽
» 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24.06.26 25 0 10쪽
50 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24.06.24 25 0 9쪽
49 049 - 난 ‘용사’였지, ‘용자’는 아니었다. - 24.06.21 36 0 9쪽
48 048 - ......거짓말 한다, 인간.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강한 인간. - 24.06.20 33 0 9쪽
47 047 - 저는 대 암흑신교의 무려 825석을 차지하고 있는 - 24.06.19 30 0 10쪽
46 046 - ‘부가세’세요? 10%는 패시브 입니까? - 24.06.18 32 0 10쪽
45 045 - 에? 상태창 없으십니까? - 24.06.17 33 0 9쪽
44 044 - 괜찮아... 따면 돼. 따면 되잖아. - 24.06.16 35 0 9쪽
43 043 - 잘한다 우리 성녀! 덮쳐 버렷!!! - 24.06.15 34 0 9쪽
42 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24.06.14 41 0 9쪽
41 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24.06.13 40 0 10쪽
40 040 - 부관님? 눈깔을 왜 그렇게 뜨세요? - 24.06.12 35 0 9쪽
39 039 - 아뉘아뉘~ 제 스케줄 말고... 우-리 스케줄이요~ - 24.06.11 38 0 10쪽
38 038 - 말하고 먹어! - 24.06.10 35 0 9쪽
37 037 -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24.06.09 3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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