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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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디꿍디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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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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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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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DUMMY



”올커니! 내가 황후에게 약하고, 황후는 딸들에게 약하고, 또 딸들은 나에게 약하니 이 절묘한 먹이 사슬을 이용하면 된다는 소리구만!“


퍽이나 그러겠다.


”......“


”팍씨! 대꾸 안 해?“


에잉, 눈치는 또 더럽게 빨라요.


안나가 보고 싶었다.


안나가 있다면, 이런 내 심정에 격하게 공감해 줄 텐데.


”...네, 맞사옵니다.“


”좋아, 회의 전에 단판을 짓고 오지!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그 말을 끝으로 황제가 보무(步武)당당하게 황후님의 거처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돌아오지 못 했다.


”이보게 폐하는 대체 어찌 되는 건가?“


만만한 나를 다그치는 대신들에게 내가 던진 말은 딱 한 마디.


”황후마마와 면담 중이십니다.“


”아...!“


여기서나 배를 쭉 내밀고 허세를 부리지, 집에 가면 모두 똑같은 처지이기에 대신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니면 어쩔 건가?


성에서 황후마마 욕을 할 수도 없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그냥 퇴청하셔도 될 듯하옵니다.“


”그러다 늦게라도 오시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만들 들어 가시지요.“


”험험. 뭐, 그렇다면야..... 고맙네. 흐흐.“


”대신! 내일은 조금 일찍 오셔야 할 겁니다.“


”이를 말인가! 자네가 이렇게 말 안 해주면, 이 상태로 내일까지 기다려야 할 판국인데, 이 정도면 감지덕질세!“


시종장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는 내 재량으로 충분히 결정이 가능했...


...겠냐?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거니와, 이미 처소에 들러 상황 파악이 끝난 상태라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방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도 못 했지만, 황후님의 시녀장에게 듣기로는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뵐 수 없을 거 같다고 하니, 이렇게 말해도 무방했다.


그래도, 결국 허락은 떨어지겠지.


폐하가 황태자 시절에 전선에서 피똥 쌀 때도, 선황께 인수인계를 받은 게 지금의 황후님이시다.


지금도 종종 국정 대소사에 관여하실 정도로 능력도 넘치시지.


다만, 폐하의 영역을 존중해서 뒤로 물러나셨을 뿐.


누구보다 황제를 사랑하고, 그의 기벽(奇癖)을 이해하며, 그가 그리워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그러니 결국 허락을 하실 거다. 황후님은 그런 분이시니까.


...뒤끝이 좀 있어서 그렇지. 흐흐.


어후, 꼬시다.



***


”영주님!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으아아악~ 어떻게 하루가 멀다 하고 맨날 큰일이야? 또 뭔데!“


”황제 폐하께서 오신답니다.“


”......“


-후비적 후비적.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 거 같은데, 환청인가?“


”...제대로 들으신 게 맞습니다.“


”황제 폐하가 직접 오신다고? 여기에?“


”네.“


”야... 그냥 우리 마력석 광산 포기하자. 그냥 안 찾을 테니까, 적당히 조사원 보내서 찾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해!“


”그럼 제 지분은요? 제 노후는요? 제 삼처사첩은 어쩌고 말입니까!“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전 포기 못 합니다! 약속하셨지 않습니까! 장소까지 다 알려드렸는데 이제와 이러시면...“


”미안한데... 황제가 온다잖아! 난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짧고 굵게 살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응, 그럼 바루스는 그렇게 살다 가던가.“


”진짜 이러실 겁니까?“


”응, 이럴꼰뎀? 어쩌쉴?“


-깐족깐족.


”흐어어어엉.“


”아니, 왜 우리 애를 울리시고 그래욧!“


”니가 울렸잖아, 나쁜 새끼. 맨날 사탕발림만 하고, 정작 중요할 때는 나 몰라라 하고.“


”농담이네. 흠. 맨날 하던 장난인데 갑자기 이렇게 반응하면 어쩌나.“


”맨날 불리하면 ‘농담’이지! 나 안 해. 고향으로 간다. 찾지 마라.“


”잠깐! 이럼 어떨까?“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할라구...“


......



”헤헤... 제가 가긴 어딜 갑니까? ‘넝담~’ 모르십니까? 충성충성.“



...



그렇게...


그들이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내린 결정이 대륙을 강타했다.


***



대륙의 서남단에는 광활한 수목림이 존재한다.


마치 더러운 세상과 단절된 듯한 청량한 기운이 잔뜩 풍기는 곳.


용사가 여신의 아들이고, 성녀가 여신의 딸이라면, 여신의 분신은 이곳에 있었다.


-빼꼼.


가냘픈 몸매에 녹색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은 인영이 나무 사이로 불쑥 등장했다.


귀가 길게 삐져나온 그녀는 이곳 수목림을 수호하는 존재 중 하나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수호자님, 나오셨습니까?“


”웅. 왔어.“


”이런이런... 입에 뭘 묻히고 다니십니까?“


”웅? 묻었어?“


-슥슥.


”됐어?“


”네, 되셨습니다.“


”응, 고맙.“


”하하. 그럼 전 이제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십쇼.“


”응, 가봐.“


-우우우웅. 우우우웅.


여신이 대륙을 빚으며 태초의 빛을 모아 심었다는 전설의 나무 이그드라실.


일명, 세계수가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을 수호하는 자들 중에 가장 존귀하고 고귀한 자.


[가장 앞에서는 자]의 이름을 부여 받은 존재였다.


모든 이들이 이곳을 수호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수호자]라는 명칭은 [가장 앞에서는 자]에게만 사용이 가능했다.


이그드라실과 교감하는 과정 때문에 언어적 능력이 조금 퇴화(?)했지만, 수목림을 위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진심인 존재.


엘미티나 파시스 가르테리아.


이그드라실이 교감을 허락하는 유일한 존재의 이름이었다.


....


여담으로 베일에 싸인 [용사, 전설과 함께 하는 사람들] 의 저자이기도 했다.


...


”오늘은 어때?“


-우우웅.


”그래? 히히. 나도 좋아.“


-우우우우웅. 우우웅.


”어? 그랬어? 진짜? 용사님이 그랬다고? 히히.“


반복되는 혼잣말.


그녀는 이그드라실과 교감을 하고 있었다.


이그드라실은 여신의 분신으로, 여신이 보고 듣는 것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는 존재.


그녀가 용사를 주기적으로 지켜보고 있듯이, 이그드라실 역시 용사의 일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용사에 관심이 많은 이 ‘수호자’에게 보고 들은 것을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아! 속상함. 티나는 왜 선물 안 줘?“


-우웅.


”가서 선물 달라고 하까?“


”우웅...하지마? 왜? 티나 받고 싶어.“


”히잉. 티나는 매우 속상함.“


”검? 그럼 검 반납하면 선물 개꿀?“


-부우우웅.


동시에 이전과 다른 떨림이 느껴졌다.


이그드라실이 아닌 허리춤의 검에서 시작되는 울림이었다.


”불만 있오? 티나보다 용사가 좋지 않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는 허리의 떨림.


”만족? 히히. 근데 반납 받아 줄까?“


그렇게 용사의 하루를 들으며, 수호자의 시간은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수호자님. 대륙에 마력석 광산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으응? 그게 왜 돌아? 감춰도 모자란데. 근데 어쩔티비?“


가뜩이나 인간이 아닌 개체와의 교감으로 망가진 그녀의 어휘력이, 이그드라실에게 들은 ‘용사어’를 통해 한층 더 망가지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력석 광산입니다! 저희가 나서서 발견만 해도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몰라, 알아서 해. 난 바쁨.“


”그럼 조사단을 파견하는 것은 허락해 주시는 겁니다.“


”웅. 티나는 이그랑 교감 해야함. 이제 알아서 해.“


”근데 수호자님...“


”또 왜! 티나가 바쁘다고 해써 안 해써?“


”그 위치가...“


”팍씨! 티나 지금 무지 화남.“


-핏.


보고자의 머리카락 한 올이 잘려 나갔다.


”할 말 더 있음?“


”히이이익용사님관련일입니다!!!!“


스산한 기운에 위기를 느낀 보고자가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냈다.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허억허억.“


”숨 나중에 쉬고 말부터.“


”켁켁... 이번 소문이 도는 곳이 용사님이 부임하신 영지랍니다.“


”마력석 광산?“


”네! 아시겠지만, 저희 일족이 인간족을 조금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그분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로만 보냈다가, 혹여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해서...“


”그럴만함. 인간족 멍청함. 쉽게 선동 당하고, 배신도 잘함. 용사님 빼고.“


”네, 그래서 제가 직접 가보려고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분의 영지와 마찰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죽어도 없으니까요.“


”...티나도 갈래.“


”네네? 아니 그럼 이곳은 누가 지키고요?“


”티나 이미 전장에 많이 갔다 왔는데? 이번에 왜 못 감?“


”......“


그리고 이 광경은 비단 이곳에서만 목격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향해 마력석 광산의 소재를 까발려버린 미친 용사와 그 부관의 행태가, 온 대륙을 들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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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 - ...또 망령에 사로잡히셨어요. - 24.07.28 13 0 9쪽
64 064 - 다 썼어? 읊어 봐. - 24.07.27 15 0 9쪽
63 063 - 우우우우웅. (오랜만이다 친구.) - 24.07.21 22 0 10쪽
62 062 - 짜잔! 티나 도착! - 24.07.20 22 0 10쪽
61 061 - 아! 자작님이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어떻게 존댓말 좀 해드려요? - 24.07.14 22 0 9쪽
60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24.07.13 21 0 10쪽
59 059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24.07.12 19 0 9쪽
58 058 - 빼에에엑- 왜 우리 남작님께 뭐라고 그래욧! - 24.07.09 21 0 9쪽
57 057 - 근데 누가 5야? - 24.07.07 18 0 10쪽
» 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24.07.06 23 0 9쪽
55 055 -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 24.07.01 24 0 9쪽
54 054 - ...겠냐? 겠냐고! - 24.06.30 27 0 9쪽
53 053 - 자, 이제 누가 정실이지? - 24.06.29 23 0 9쪽
52 052 -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통신구랍니다. - 24.06.28 28 0 9쪽
51 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24.06.26 24 0 10쪽
50 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24.06.24 25 0 9쪽
49 049 - 난 ‘용사’였지, ‘용자’는 아니었다. - 24.06.21 36 0 9쪽
48 048 - ......거짓말 한다, 인간.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강한 인간. - 24.06.20 33 0 9쪽
47 047 - 저는 대 암흑신교의 무려 825석을 차지하고 있는 - 24.06.19 30 0 10쪽
46 046 - ‘부가세’세요? 10%는 패시브 입니까? - 24.06.18 31 0 10쪽
45 045 - 에? 상태창 없으십니까? - 24.06.17 33 0 9쪽
44 044 - 괜찮아... 따면 돼. 따면 되잖아. - 24.06.16 35 0 9쪽
43 043 - 잘한다 우리 성녀! 덮쳐 버렷!!! - 24.06.15 34 0 9쪽
42 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24.06.14 41 0 9쪽
41 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24.06.13 40 0 10쪽
40 040 - 부관님? 눈깔을 왜 그렇게 뜨세요? - 24.06.12 35 0 9쪽
39 039 - 아뉘아뉘~ 제 스케줄 말고... 우-리 스케줄이요~ - 24.06.11 38 0 10쪽
38 038 - 말하고 먹어! - 24.06.10 35 0 9쪽
37 037 -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24.06.09 3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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