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꿍디꿍디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8
최근연재일 :
2024.07.28 11: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4,197
추천수 :
67
글자수 :
278,572

작성
24.07.13 11:45
조회
21
추천
0
글자
10쪽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DUMMY


-딸꾹. 히끅.


심상치 않은 성녀의 모습에 붙잡힌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가고 둘만 남은 접객실...


울음을 그친 성녀는 여전히 내 품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저, 성녀님... 이제 좀 떨어져 주심이...”


-히끅. 히끅!


“어...얼굴이...눈물이...콧물이...흐엉.”


어휴, 돌겠네.


울은 이유나 다른 건 모르겠고, 적어도 지금 내 가슴팍을 축축하게 적신 것을 드러내기 싫다는 소리지?


“콧물 좀 묻으면 어때서요? 빨면 되는데. 우리 이런 사이 아니지 않습니까?”


“흐에엥...그래도...”


“자자, 제 얼굴부터 보시고요. 옳지~ 이제 킁~ 하세요.”


-킁!


간신히 얼굴을 떼어내고,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게 해줬다.


어후, 눈물범벅이 돼서 울은 모습도 귀엽네.


“옷은...”


“히이이이익! 보,보지 마세요! 고개 숙이지 마세요!!!”


“아이구야. 네네.”


“눈 감고, 겉옷부터 벗어 주세요.”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안감이 겉으로 오도록 옷을 접어 품에 꼬옥 앉는 성녀.


“이제 됐죠? 그래서... 왜 우신 겁니까?”


“...그런 질문은 실례예요.”


“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죠?”


“네. 오히려 문제가 해결되었답니다.”


“네 좋습니다! 그럼 더는 안 묻겠습니다.”


“그럼 저는 옷 좀 갈아입으러 가고, 리비안느를 시켜서 차를 내올 테니, 그거라도 드시면서 진정 좀 하고 가세요.”


-끄덕.


“아, 그리고 그 옷, 황녀님이 노릴지 모르니 꼭 리비안느에게 반납 잘 하시고요!”


-끄덕.


자색 고구마같은 얼굴인 주제에, 맡겨만 두라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끄덕이기는...


...귀엽네. 흐흐.


“거울 한 번 확인해 보시고요. 푸흐.”


그 말을 끝으로 잽싸게 도망쳤다.



***


“망해써...망해써...웅얼웅얼...”


진짜 망했다.


거울 속의 너... 대체 누구냐?


새빨간 얼굴이 터질 듯이 부어올라서, 다져진 당근 같은 몰골은 그렇다치고...


눈물이 번져 팬더처럼 변한 눈두덩이를 시작으로, 말라붙은 머리카락이 하수구 구멍처럼 지저분하게 얼굴 전체에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똑똑.


“리비안느으~~~~ 내 몰골이...몰골이...히이이잉.”


“일단 진정하시고 차부터 한 모금 하세요.”


-꼴깍.


따뜻한 온기가 조금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는 개뿔.


진정이 되질 않는다.


“...무슨 말 없으셨지?”


“영주님이 뭐라고 한 마디 하시기는 하셨죠...”


“헉... 뭐라고? 아냐, 말 하지 마. 듣지 않을래. 들으면 더 상처 받을 거 같아...아냐 아냐, 말 해ㅂ...아냐, 말 하지 마.”


“흐응~ 진짜 안 들으실 거에요?”


“...뭐라 하셨는데?”


“귀엽다고 하셨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귀...귀엽? 이 몰골이? 그럴 리가 없잖아!”


“킥. 제가 봐도 귀엽다는 단어와는 좀 괴리감이 있는 모습이지만, 워낙 본판이 좋으셔서 귀엽기도 하시답니다.”


“끄으응... 리비안느까지 놀리고 말야.”


“진짜 그러셨답니다. 그러니 어서 힘내서 털고 일어나셔요.”


하아. 그냥 이 찻잔에 코를 박고 죽어 버리고 싶다.


그래도 참 다행이야.


빠르게 몸을 추스려 진료소로 향했다.


이제 지원이 올 때까지 인내력의 싸움이었다.



...



“대장님, 마지막 인사는 잘 하셨습니까? 미련이 더 남기 전에 슬슬 출발하시죠.”


“...대장님?”


“가지 않는다.”


“네?”


“우리 살았다. 영주님이 살려주셨다.”


“그게 무슨...?”


...


“와아아아아아-! 살았다아!!!!”


꼬깃꼬깃해진 사직서를 찢어 발기며 외쳤다.


“은퇴 안 해도 된다으아아아~~~~~”



***


”영주님, 각 세력에서 보낸 이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인사를 올린다고 하는데 어찌할까요?“


”지휘관 빼고는 내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로 채운 게 확실하지?“


”네, 분명히 공문에 그렇게 적어 보냈습니다.“


”그럼 한 번에 해, 한 번에. 그쪽도 지금 마음이 급할 테니, 우선 자리부터 잡으라고 하지. 그리고 다들 도착하면 한 번에 환영회 겸 간담회를 갖자고.“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근데 어디가 젤 먼저 왔지?“


”할카스 제국입니다.“


내가 속한 세크투리몬 제국과 대륙을 양분하고 있는 제국, 할카스.


역시 제국답게 가장 행보가 기민했다.


하지만...


”...에이 아니지?“


”...아닐 걸요? 흠. 저도 도착했다고 보고만 받은 상태라.“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그렇겠죠? 그래도 제국인데, 설마 일처리가 그리 허술하겠습니까?“



***



”아, 진짜! 대 할카스 제국의 떠오르는 샛별인 내가 왜 이 더럽고 누추한 곳까지 와야 하냐고!“


바닷가라 그런지, 도착한 그 순간부터 비릿내가 진동을 했다.


다음 대의 추기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이런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이 역겹기 그지없었다.


”일레노이 사제님. 제발 목소리를 좀 낮추세요. 그러다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뭐! 뭐! 어쩌라고! 누가 감히 대 할카스 제국의 1급 사제인 내게 뭐라 한다는 거지?“


”네네, 그러시겠죠.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무려 마력석 광산입니다! 혹시라도 발견만 된다면, 여기 온 인원들은 모두 노나는 거라니까요!“


”그까이꺼 얼마나 한다고!“


”제가 알기로는 진짜 찾기만 한다면...속닥속닥.“


”헉! 그렇게나? 큼큼. 뭐 이 더러운 영지를 조금 참아 볼 정도는 되는 것 같구만.“


”그런데 삼촌은 어디 계시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삼촌의 눈치는 보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사령관님은 이곳 영주가 다른 세력들이 도착하면 한 번에 환영회를 한다고 해서, 현장으로 바로 가셨습니다.“


”거기에 진지를 구축한다고 하지 않았나?“


”네, 이 작은 영지에서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할 능력은 없으니까요. 지휘부는 성에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는 하는데, 초반에는 그곳에 계속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이스.


”오호라. 그럼 우리 한 잔 하러 가야지~!“


”저, 진료소로 바로 가라는 명이 있었는데...“


진료소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지금 여기 선임이 누구? 바로 나 일레노이 칼빈스 아닌가! 제국의 1급 사제인 내가 진료소에 가서 그 더러운 부상자들이나 만져야겠나?“


”흠흠. 어차피 조사단은 죄다 그쪽에 가 있으니, 저희 사제들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기는 하겠지요. 누가 진료소에 갔는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하하.“


”그럼 내 밑으로 싹 다 집합시켜! 이곳 살롱에서 분내음이나 좀 맡아야겠으니.“


”미개한 시골 영지에서 사제님 같은 영웅을 모실 수 있다니, 위, 아래로 눈물을 흘릴 겁니다. 흐흐.“


”이를 말인가! 자, 그 영광을 주러 출발하자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마침 지나가는 시녀가 있길래 붙잡고 물었다.


”이곳에서 제일가는 살롱이 어디에 있지? 안내인를 하나 붙여 줬으면 좋겠는데?“


”네? 무슨 말씀이신지...?“


오호, 이년 봐라. 꽤 반반하니 괜찮은데?


제국 수도에서도 이 정도로 반반한 년은 드문데, 횡재했구만.


나중에 다녀와서 내 술시중을 들게 시키면 딱 좋겠구만.


밤시중도 좋고...흐흐흐.


손을 오무려 잔을 쥔 모양새를 하고, 마시는 포즈를 취했다.


”이거, 이거 모르나?“


”아! 주점이라면, 성문을 나서 대로를 따라 직진하시면 바로 나옵니다. 근데 제가 알기로는 진료소부터 지원하시기로...“


”여독이 풀리지 않아 오늘은 힘들고, 내일부터 생각을 좀 해보기로 했네. 근데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지?“


”네? 제 이름이요?“


”그래, 여기 지금 자네 말고 누가 또 있는가?“


”영주님을 모시는 시녀 리비안느라고 합니다.“


”리비안느, 리비안느란 말이지. 그럼 안내인은 됐으니, 이따 밤에 내 방으로 오도록.“


”...방으로요?“


어후, 저 맹한 척하는 년 보소.


가슴으로 색기를 뿌리고 다니는 주제에 내숭은.


어차피 지금은 술이 급하니, 살짝 윙크를 날려주고 자리를 떴다.


천천히 걸어 성문으로 가니, 사제단이 전부 모여 있었다.


”모두 모였나? 그럼 가자고!“


”예~~~~“



...



”살롱이 없다고?“


”네, 시골이라 그런지 통상의 주점만 있다고 합니다. 어쩌죠?“


”이거 김이 팍 새는구만.“


”어쩌죠?“


”어쩌긴, 아쉬운 대로 술이라도 마셔야지. 코랑 목에서 짠내가 가시질 않아. 술로 씻어야 겠으니 저기라도 가자구.“


보이는 술집 중, 가장 큰 술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리 오너라~!“


”어서옵쇼! 주문 하시겠습니까?“


”음식은 여기서 젤 잘하는 걸로 골고루 내오고, 술은 블루 사파이어 로꼴르마슈로 가져오게나.“


”네? 로꼴 먼 슈요? 저희 가게에 그런 술은 없는뎁쇼.“


”끙. 시골이라 그런가? 그럼 아르고리뽀 사테마라는 있겠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그럼 뭐가 있지?“


”술은 맥주랑 럼주 두 종류밖에 없습니다.“


”에잉, 내가 이래서 시골에 오기 싫었는데. 맥주로 인원수 맞춰 가져오게.“


”네,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으헤헤헤헷! 부어라-! 마셔라-!“



***


”이 씨밸놈들이, 오자마자 진료소를 가랬더니 술을 처마시러 갔다고?“


”뭐? 리비안느를 희롱해? 자살 특공대야 뭐야?“


잠시 끊겼던 인연의 실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용사는 오늘도 킹받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7/1 수정]연재 주기 및 시간 24.06.16 38 0 -
65 065 - ...또 망령에 사로잡히셨어요. - 24.07.28 13 0 9쪽
64 064 - 다 썼어? 읊어 봐. - 24.07.27 15 0 9쪽
63 063 - 우우우우웅. (오랜만이다 친구.) - 24.07.21 22 0 10쪽
62 062 - 짜잔! 티나 도착! - 24.07.20 22 0 10쪽
61 061 - 아! 자작님이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어떻게 존댓말 좀 해드려요? - 24.07.14 23 0 9쪽
» 060 - 내 눈에 또 띄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설마 그 멍청이가 오지는 않았겠지. - 24.07.13 22 0 10쪽
59 059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24.07.12 19 0 9쪽
58 058 - 빼에에엑- 왜 우리 남작님께 뭐라고 그래욧! - 24.07.09 21 0 9쪽
57 057 - 근데 누가 5야? - 24.07.07 19 0 10쪽
56 056 - ...티나 지금 시간 좀 난 거 가틈. - 24.07.06 23 0 9쪽
55 055 - 차를 준비하게, 그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올 터니. - 24.07.01 24 0 9쪽
54 054 - ...겠냐? 겠냐고! - 24.06.30 27 0 9쪽
53 053 - 자, 이제 누가 정실이지? - 24.06.29 23 0 9쪽
52 052 - 제가 키우는 고양이의 통신구랍니다. - 24.06.28 28 0 9쪽
51 051 - 내리 사랑이 이루어지는 트리토니아 영지는 오늘도 평온했다. - 24.06.26 24 0 10쪽
50 050 - ...그리고 둘 다는 안 됩니다. - 24.06.24 25 0 9쪽
49 049 - 난 ‘용사’였지, ‘용자’는 아니었다. - 24.06.21 36 0 9쪽
48 048 - ......거짓말 한다, 인간.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강한 인간. - 24.06.20 33 0 9쪽
47 047 - 저는 대 암흑신교의 무려 825석을 차지하고 있는 - 24.06.19 30 0 10쪽
46 046 - ‘부가세’세요? 10%는 패시브 입니까? - 24.06.18 32 0 10쪽
45 045 - 에? 상태창 없으십니까? - 24.06.17 33 0 9쪽
44 044 - 괜찮아... 따면 돼. 따면 되잖아. - 24.06.16 35 0 9쪽
43 043 - 잘한다 우리 성녀! 덮쳐 버렷!!! - 24.06.15 34 0 9쪽
42 042 - 다녀오면 황녀 지인들로 소개팅 콜? - 24.06.14 41 0 9쪽
41 041 - 다 죽여버리면 되나? - 24.06.13 40 0 10쪽
40 040 - 부관님? 눈깔을 왜 그렇게 뜨세요? - 24.06.12 35 0 9쪽
39 039 - 아뉘아뉘~ 제 스케줄 말고... 우-리 스케줄이요~ - 24.06.11 38 0 10쪽
38 038 - 말하고 먹어! - 24.06.10 35 0 9쪽
37 037 -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24.06.09 38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