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최진사 댁 셋째 딸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달키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8.09 12: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3,140
추천수 :
129
글자수 :
259,196

작성
24.05.24 12:00
조회
62
추천
4
글자
11쪽

블라디보스토크로

DUMMY

출렁이는 여객선에 남자 셋이 조용히 서로를 보며 앉았다.


둘을 형제처럼 똑 닮았고, 한 명은 키가 크고 몸이 건장한 사내였다.


이 여객선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로 중국인, 러시아인, 유럽인, 조선인 등 여러 민족이 뒤섞여 앉아 여러 말로 떠드는 통에 굉장한 소음이 났다.


“되놈들 말소리가 저렇게 큰지 몰랐군.”


키 큰 남자가 투덜거렸다.


“외국은 처음이신가요?”


형제 중 키가 작은 이가 물었다.


“당연 처음이지. 그대도 처음이지 않소?”


그 말에 키 작은 사람이 눈을 바깥으로 돌렸다.


‘난 해외여행 많이 해봤는데···...제주도 갈 때 큰 배도 타봤고.’


키 작은 이가 대답하지 못하고 바다가 보이는 창으로 눈길을 돌렸다.


누가 보면 선이 고운 남자처럼 보이는 사로 였지만, 이랑의 눈에는 영락없는 여인이었다.


“자. 자. 우리 모두 외국은 처음이니 긴장들 하자고.”


남장한 사로와 똑닮은 휘가 이 둘에게 더 긴장된 말투로 말했다.


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이와 블라디보스토크로 함께 올지는 몰랐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연이와 함께 가라니요?”


“연이가 결정한 일이다. 너는 그 애를 지켜주거라.”


최준후는 설한규의 일 후에도 사로를 계속 설득했지만, 사로는 요지부동이었다.


최준후는 아무리 해도 딸이 고집이 꺾이지 않자 아내에게 이 상황을 넘겨버렸다.


어머니 류씨도 매일 눈물 바람으로 딸에게 호소하였으나 사로의 결심은 꺾을 수 없었다.


“정녕 이렇게 가야겠느냐. 시집도 안 간 처녀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려고 그러느냐. 가지 말거라. 제발 가지 말거라.”


“어머니. 국채 보상 신문 기사를 쓴 것이 저입니다. 일제에 대항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저는 그 길을 가려 합니다. 보내주시어요.”


어머니 류 씨보다 더 사로를 만류했던 건 정이였다.


“애기씨. 참말로 지를 놔두고 가시려고 합니꺼? 애기씨와 지는 한 몸인디 우째 저를 버리고 가십니꺼? 아이고······ 가려거든 지를 밟고 가이소!”


정이가 그대로 땅바닥에 누워버리는 통에 사로는 진땀을 꽤나 빼야 했다.


결국 의친왕이 최진사의 집에 와서 최연을 보내자고 오랫동안 설득한 끝에 사로는 지금 기차에 오라비와 이랑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그때 의친왕한테 서찰을 안 보냈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절대로 보내주지 않았을 거야.’


의친왕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계획이 최연의 머릿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 일이 성공하려면 최연을 꼭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최준후는 마지못해 허락하며 장남 휘에게 부탁하였던 것이다.


휘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으나, 의친왕의 긴 설득 끝에 결국 누이와 함께 지금 여객선 안에 있었다.


의친왕 이강은 셋을 배웅해 주며 혼잣말인 듯 말했다.


“최 씨들의 고집은 알아줘야겠군. 최고집이라고 불러야겠어.”


이강에게는 대쪽 같은 최 씨들의 고집을 꺾어주는 것이 사동궁을 탈출했을때보다 더 어려웠다.


결국 껶인 쪽은 자식을 못 이겼던 최진사 부부였다.


의친왕 이강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가 있는 부산항에서 이랑과 사로 그리고 휘를 배웅했다.


“동지들. 곧 따라가겠네.”


이강이 이곳에서 잠시 동안 일본의 눈을 돌릴 예정이었다.


“그대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뺑이 치는 동안, 난 내 애마 오버랜드를 타고 여자들이나 희롱하며 다닐 걸세. 생각만 해도 신나는군!”


경복궁을 벗어난 이강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여기저기 다니며 탕아처럼 굴 예정이었다.


그러면 더 이상 일본 통감부는 이강을 주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 틈을 타 이강은 그들과 합류하기로 했다.


대동청년당의 백산 안희제도 함께 배웅했다.


그는 이 일에 도통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만주에 있는 동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최휘와 최연을 돕고자 했다.


“잘 다녀오시게! 몸조심하시고.”


배가 뱃고동을 뿌우 내뿜으며 천천히 움직였다.


뱃고동 소리가 사람의 귓속을 관통하여 가슴속까지 꿰뚫는 듯하였다.


이강은 선착장을 따라 움직이는 배를 따라가며 휘에게 외쳤다.


“ 자네 호를 문파라 함이 어떻겠나? 뜻을 이뤘을 때 담담하게 행동하라라는 뜻일세!”


휘가 그 소리를 듣고 이강을 향해 고개를 믿음 있게 끄떡였다.


“우리 꼭 뜻을 이루세!”


거대한 여객선은 어느새 바다로 밀려나갔다. 사로는 이제는 점처럼 보이는 의친왕 이강과 백산 안희제에게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


이틀이 걸려 여객선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조선은 봄이었지만, 러시아는 아직 추워서 사로가 ‘하’ 하고 입김을 내뿜자 하얀 김이 동그랗게 나왔다.


사로는 얇은 모직 코트를 입어서 작은 어깨가 떨렸다.


이랑이 그것을 보고 사로의 어깨를 살짝 감싸주자 금방 훈훈한 온기가 몸에 퍼졌다.


사로는 몸이 따뜻해지자 좀 더 걷기가 수월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에 있는 도시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출발점이었다.


이곳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서 국제 무역이 활발했다. 특히 오랫동안 청나라의 도시여서 그런지 중국인들이 많았다.


휘와 이랑은 익숙지 않은 언어들이 들려오자 침을 꿀꺽 삼켰다.


다행히 사로는 대한민국의 공교육으로 영어는 웬만하면 할 줄 알았고, 학부시절 중국 및 러시아로 연구 학술학회를 많이 다녔기 때문에 중국어와 러시아어도 잘했다.


이랑은 어떤 노인이 자신에게 비틀비틀 걸어오자 경계태세를 취하였다.


그 노인은 중국어로 이랑에게 뭐라 했는데 이랑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 되놈이 뭐라 그러는가.”


사로가 이랑을 흘깃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한 푼만 달라 하네요.”


“뭐?”


이랑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명색이 사람을 돕는 신선이었으므로 측은지심이 동하여 지갑에서 몇 푼정도는 돈을 꺼내 주려 했다.


그때였다.


노인의 뒤로 몇몇 깡패들이 무리 지어 나타났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항구 근처에서 외국인들의 돈을 빼앗는 강도 집단이었다.


“가진 것을 다 내놓아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중국어)”


“으음? 또 뭐라 했는가?”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고 하네요.”


사로가 통역하자 휘는 자신의 가방을 움켜쥐었다.


노인을 가소롭게 바라보는 이랑을 제외하고 그들이 사방을 경계하고 있을 무렵, 어떤 큰 그림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중국인 노인은 어느새 아주 큰 사람의 손에 목덜미가 붙잡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애기씨. 도련님. 오랜만입니다.”


사로가 눈을 들어 위를 보니 큰 산 같은 자가 웃고 있었다. 석돌이었다.


석돌이 중국인 노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그 크기에 압도되어 있던 강도 무리들이 흩어져 도망쳤다.


휘는 석돌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그의 크기에 입이 딱 벌어졌지만, 사로는 너무나 반가웠다.


“잘 지냈는가? 그래, 이용익은 찾았는가?”


“예. 도련님이 알려주신 대로 만주에 있던 대동청년단 조직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여 이용익의 거처를 알아냈습니다.”


“내가?”


휘가 어리둥절하여 말하자 사로는 선재 동자를 오라비로 변하게 해서 석돌에게 서찰을 전하게 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사로는 휘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곳은 지낼만했는가?”


“예. 애기씨. 이놈이 할 일을 여기서 찾은 것 같습니다. 설한규가 저를 잡으러 순사들을 보냈다 들었습니다. 애기씨와 도련님 덕분에 이 몸이 목숨을 빚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로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석돌을 설한규의 계략에서 빼내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낸 건 신의 한 수였다.


“여기에 독립군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 소개할 사람이 있습니다.”


잠시 후, 석돌 뒤로 어떤 사내가 그들에게 가까이 왔다. 사로의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자를 벗으며 사로 일행에게 인사하였다.


“도마 안중근이올시다.”


***


사로 일행은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 한인 지부장이라는 최재형이라는 자의 집에 묵었다.


최재형은 사로 일행을 환영하며 대접해 주었다. 비록 조선 땅이 아니라 먼 타지였지만, 사로 일행은 조선말을 하는 그들에게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들이 저녁을 먹고 응접실로 모이자, 안중근은 큰 종이에 세밀한 펜으로 거사 목표를 적었다.


첫째. 이용익을 만나 황제의 밀서를 전달해 내탕금을 받아온다.


둘째. 밀사 이준을 다른 밀사들과 만나기까지 보호하고 내탕금을 전달한다.


셋째. 황제의 내탕금을 보호하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한다.


사로는 재빨리 글씨를 쓰는 안중근의 손부터 살펴보았다.


헤이그 특사의 실패로 일본의 지배가 확실시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1909년 안중근은 단지 동맹으로 자신의 왼손 약지를 끊어내었다.


‘헤이그 특사가 성공해서 을사늑약을 무효화하면 저 손가락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몰라.”


안중근은 사로가 자신이 글씨 쓰는 것을 유심히 보자 쑥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그런데 동지들은 이름들이 어찌 되오?”


최휘와 이랑은 각자 소개하였고, 사로는 자신의 이름이 “최현” 이라 말했다.


최연이라는 이름이 너무 여성스러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여인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석돌에게는 그냥 동지라 불러 달라 요청하였다.


“오랜 여행에 피곤할 테니 잠들 좀 자시오.”


중근이 나가자 석돌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애기씨. 지금 이용익은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의 감옥 안에 있습니다.”


“뭣이오?”


휘가 놀라 소리쳤다.


“제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그를 찾았을 때, 마침 일본 자객이 그를 노렸습니다. 그래서 자객을 죽이고 저는 빠져나왔는데, 러시아 경찰이 그를 살인범으로 지목했습니다.”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했어.’


사로는 머리가 지끈 아파졌다.


“그래서 말입니다. 저는 동지들과 내일모레 자정에 그의 탈출을 도울 것입니다. 매우 위험한 일이오니, 애기씨와 도련님께서는 이곳에 계시지요.”


그 말에 화가 난 휘가 나서서 이야기했다.


“당신은 지금 신분을 나누고 있는 게요? 나는 도련님이 아니오. 도련님이라는 말 집어치우시오! 나는 동지요. 여기서 손가락 빨면서 그대들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오!”


“총을 사용할 줄 아십니까?”


석돌이 말했다. 휘는 그 말에 말문이 막히어 주저하였다.


“그, 그건······”


“나중에는 총을 사용하실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곳에 아무런 준비 없이 간다면 저희를 방해할 뿐입니다. 안중근 대장에게 말해놓을 테니 저희가 이용익을 데려오면 설득하는 역할을

하시지요.”


“그를 빼내올 계획이 뭡니까?”


이번에는 사로가 물었다.


“자정이 넘어, 교도관들이 잠든 틈을 타 옥상에서부터 들어갈 겁니다. 건물 옥상에 환풍구가 있습니다.”


“만약 무력으로 그를 데리고 오면 아라사(러시아)와 추후의 관계는 어찌 되오?”


“안 좋게 되겠지요. 지금 이용익이 가진 금괴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나돌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그걸 주목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로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소.”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립투사 최진사 댁 셋째 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휴재안내 +1 24.08.15 29 0 -
공지 8월 2일 휴재 안내 24.08.01 12 0 -
공지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3 24.07.05 47 0 -
공지 30화부터 연재 요일이 바뀝니다. +1 24.05.28 37 0 -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달키스입니다 +2 24.05.09 92 0 -
47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24.08.09 27 0 12쪽
46 조선의 잔다르크 24.07.26 33 0 14쪽
45 고종의 폐위 +2 24.07.19 43 0 11쪽
44 탈출 24.07.12 39 0 10쪽
43 바뀐 미래 24.07.05 37 0 12쪽
42 오늘의 손님 24.07.03 39 0 12쪽
41 밀정 24.07.01 41 0 12쪽
40 시장에서 나타난 남자 +2 24.06.28 44 0 12쪽
39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 +2 24.06.26 46 0 16쪽
38 신라의 왕자 일본의 왕 +1 24.06.24 40 0 12쪽
37 돌이킬 수 없는 관계 24.06.21 41 0 11쪽
36 조삼모사 +1 24.06.19 45 0 12쪽
35 달라지는 조선의 미래 +2 24.06.17 51 2 13쪽
34 소란스러운 밤 +1 24.06.14 54 3 13쪽
33 막대한 유산 24.06.12 51 3 14쪽
32 무도회의 파트너 24.06.10 48 3 11쪽
31 샌프란시스코에서 생긴 일 +1 24.06.07 49 3 11쪽
30 뜻밖의 손님 24.06.05 41 3 11쪽
29 양장점에서 만난 이 24.06.03 45 3 11쪽
28 이준의 도착 +1 24.06.02 44 3 13쪽
27 이랑의 부재 +1 24.06.01 44 4 14쪽
26 추적 +1 24.05.31 46 3 14쪽
25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2 24.05.30 53 3 13쪽
24 일곱개의 별 +5 24.05.29 63 5 13쪽
23 알렉산드라 황후의 도움 +2 24.05.28 58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