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최진사 댁 셋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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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키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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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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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손님

DUMMY


손탁은 도쿄 히비야에 있는 임페리얼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호텔이 너무 화려해서 휘와 사로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일본의 양식과 서양의 양식이 합쳐진 건축물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높고 화려했다.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이런 느낌이었구나.’


손탁은 호텔로 들어서자마자 호텔 지배인에게 어떤 것을 부탁하더니, 그들에게도 다시 와서 말하였다.


“자. 이제 가실까요?”


손탁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아마 뜻하지 않게 잘생긴 파트너를 무도회에 데려갈 생각이라서 그런듯했다.


손탁은 휘와 사로를 우아한 몸짓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그녀가 안내하는 손짓에 따라 임페리얼 호텔 안의 그녀의 방에 도착했다.


스위트룸에 묵는 그녀의 방은 매우 컸다. 응접실과 방이 따로 있는 구조였다.


사로는 응접실에 들어서자마자 크게 놀랐다. 아는 얼굴이 웃는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베델에게 들었소. 반갑소. 레이디 초이, 미스터 초이.”


그 인물은 호머 헐버트였다.


***


“속여서 미안해요. 여러분을 의심 없이 제 숙소로 데려오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저랑 헐버트씨는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유명 인사거든요.”


손탁이 미안한 얼굴로 말하자 사로와 휘는 끄덕였다. 일본에서 그들은 좀 더 조심해야 했다.


“어쩐지 조선에 있어야 할 분이 왜 이곳에 있나 했습니다.”


사로가 말하자 손탁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일본에 감시당하고 있어서 무도회를 못 연지 꽤 되었어요. 근질근질하던 차에 일본으로 왔죠 뭐.”


“두 분은 어찌 이곳에 있으십니까?”


휘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응접실에서 자신을 맞은 이가 호머 헐버트라는 것을 안 그는 왜 그가 이곳에 왔는지 무척 궁금한 눈치였다.


“레이디 초이가 전보를 보내왔소. 내가 일본에서 할 일이 있다더군.”


휘가 놀라 사로를 바라보자, 사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오라버니가 기차에서 자고 있을 때 전보를 쳤어요. 혹시 오실 수 있나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실지는 몰랐네요.”


“조선을 위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지요. 미스 손탁은 내가 불렀소. 로쿠메이칸에 가려면 무도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아까 말했다시피 저의 파트너는 이쪽이에요?”


손탁은 긴 검지로 휘의 옆구리를 쿡하고 찔렀다. 휘는 가만있다가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사로는 눈이 휘둥그레 지고 얼굴이 벌게져 어쩔 줄 모르는 휘를 본채 만 채 하며 헐버트에게 물었다.


“폐하는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상황이 매우 안 좋소. 이토 히로부미가 궁안에 황제와 그 식솔들을 가둬놓고 감시하고 있소. 아마 우리가 이렇게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을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요. 이 일로 새

로운 조약을 하자고 할 수도 있겠소. 음흉한 자니까. 어찌 되었건 조선이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들키면 좋을 것이 없소.”


그 말에 사로와 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지금의 계획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까닥 잘못했다가는 황제의 목숨도 위험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토 히로부미는 황제를 책망하며 황제를 폐위 시키고 순종을 왕위에 앉혔다. 그리고 그대로 한일 병합이 되었다. 이 일이 잘못된다면 1910년이 아니라 1907년에 더 빨리 나라가 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일단 우리는 황제의 내탕금을 다이이치 은행에서 빼올 궁리나 해요. 이번 로쿠메이칸의 무도회는 닫힌 지 몇 년 만에 다시 열리는 무도회라네요. 그래서 성대하고 엄청 화려할 것이래요! 다이이치 은행장이 주최자이니 그를 만나려면 치타 굴이라도 들어가야겠죠?”


옆에 있던 손탁이 밝은 목소리로 주의를 환기 시키려 하였다.


“근데 치타 굴이 아니라 호랑이 굴 아니요?”


호머 헐버트가 지적을 하자, 손탁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그녀가 손을 들고 있던 부채로 탁 쳤다.


“치타 굴이나 호랑이 굴이나!”


그 말에 헐버트가 머쓱한지 허허하고 웃었다.


“혹시 무도회의 초대장은 받으셨습니까?”


“시부사와는 허세가 가득한 자요. 외무대신 이외의 사람이 로쿠메이칸의 문을 여는 것이 처음이니 할 수 있다면 성대하게 치르고 싶어 했지. 그래서 여기 임페리얼에 있는 모든 외국인에게 초대장을 돌렸다오. 자 여기 초대장이오.”


호머 헐버트가 사로에게 총 2장의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헐버트는 그냥 외국인이라고 말했지만 사로는 알고 있었다.


시부사와는 아마 백인들에게만 초대장을 돌렸을 것이다.


로쿠메이칸은 일본에 있지만, 일본인을 위한 사교장이 아니였다.


그들이 유럽인을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이 로쿠메이칸을 만들었다.


그들은 서양복식만을 입고, 서양음악에 맞춰 서양 춤을 췄다.


이 사교장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인 것은 덤이다.


세간에는 로쿠메이칸에 대해 [로쿠메이칸의 밤 연회를 밝히는 촛불은 하늘을 밝히고 있지만, 과중한 세금으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국민을 밝게 비쳐주지는 못한다.]라고 비난하였다.


결국 이곳을 만들었던 외무대신 이노우에는 심지어 외국인에게 판사 자리를 준다고 약조까지 했다가 매국 외교라고 비난을 받아 외무대신을 사퇴하게 되었다.


‘지나친 사대주의였지.’


1900년부터 일본도 자신들보다 강한 국가에 맹목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국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들은 말 그대로 똘똘 뭉쳐서 일본 천왕의 지시 아래 세계열강 안에 자신들을 끼우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 발판이 바로 조선 침략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로는 입맛이 씁쓸했다.


“파트너와 함께 오라고 되어있으니, 4명이 갈 수 있겠소.”


“아까 일본인 파트너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로는 카페에서 손탁이 일본인 파트너와 원래 무도회에 가려고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게······미스 손탁이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아직 판단이 서질 않았소.”


“무슨 생각이신지 들어봐도 될까요?”


사로가 손탁을 보며 부드럽게 말하자 손탁이 재빨리 그 대화에 껴들었다.


“우리가 시부사와 에이이치를 만나야 한다면 그의 마음을 가장 빨리 살 수 있는 건 그의 아들밖에 없어요. 그래서 파트너로 미스터 토쿠지를 초대했죠. 시부사와 눈에 우리가

띄게 말이에요.”


“그가 오겠다고 했나요?”


“대답은 긍정적이었어요. 제가 부르면 올 거예요. 헐버트씨가 반대했지만요.”


“반대한 이유는요?”


사로가 묻자 헐버트가 말했다.


“아직 계책을 다 못 세웠소. 시부사와에게 황제의 내탕금을 우리가 빼갈 테니 확인서를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소. 그의 아들이 우리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우리를 감시할 수

도 있소.”


사로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를 이용 해보죠. 확인서는 우리가 쓰고 도쿠지에게 도장만 찍어달라고 해도 될 거예요.”


“그가 도장을 찍을까?”


“찍게 만들어야죠.”


호머 헐버트는 그 말을 듣고 궁금한 얼굴로 사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나를 일본으로 부른 이유가 무엇이요? 다이이치 은행장과 만남을 주선하게 하는 것만은 아닐 텐데.”


“맞습니다. 일단 저희가 다이이치 은행장을 만나려면 조선인 신분 보다는 미국인 신분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와 주십 사하고 부른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첫 번째 이유가 있다면, 두 번째 이유도 있겠군.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이요?”


“일본에 지금 미국 전쟁부 장관 태프트가 와 있습니다.”


“태프트 장관?”


호머 헐버트는 그 이름을 듣자 심히 얼굴이 심각해졌다. 재작년의 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호머 헐버트가 을사늑약이 불법적 조약임을 알리러 미국으로 갔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만날 수 없었지만, 그 해 열린 파티에서 태프트 장관은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꼬부라진 콧수염을 기르고 몸이 무거운 신사였다. 그는 그의 육중한 몸으로 헐버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대통령 각하를 만나려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만날 수 없었지만요. 저는 조선과 미국 양국의 우호조약에 대해 상기시켜드리려고 온 것뿐입니다. 결코 미국에 해가 되지 않아요.”


그 말을 듣고 그는 콧수염이 털석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 조약이 미국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자신하시오? 우리는 일본의 동아시아 지배를 인정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 보고 있소.”


“조미수호통상조약에는 제3국이 침해하려고 할 때 양국이 적극 돕는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설마 이 조항을 무시할 생각이십니까?”


“지금 그 조약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오. 답답한 양반, 세계 정세에 대해 둘러보시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 국가들이 왜 힘이 커졌는지 아

시오? 밟아 설 디딤돌이 있기 때문이오.”


“그 디딤돌이 다른 약소국을 밟고 일어서는 것을 말하는 겁니까? 영국이 인도를 프랑스가 아프리카를 차지한 것처럼?”


“왜 이러시오. 지금 도덕적인 이야기는 할 때가 아닌 것 같소. 나는 그저 지금 돌아가는 정세가 그렇다는 것 뿐이오.”


“그래서 일본하고도 비밀 협정을 맺었습니까?”


그 말에 태프트는 말없이 헐버트를 노려보았다.


1882년 미국은 조선과 조미수호통상조약을 통해 각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약을 체결했지만, 1905년 가쓰라 일본 총리와 비밀리에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을 조선 식민 지배를 확인하는 각서를 작성했다.


한국과 필리핀을 동의도 얻지 않은 자신들만의 파렴치한 각서였다.


“그 일은 또 어찌 알았소?”


태프트이 얼굴이 붉어졌다.


“저도 그 정도 정보력은 있습니다. 1882년 맺은 조약은 국교 간 정식으로 맺은 조약입니다. 양국에 공사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하지만 이번에 일본 총리와 나눈 밀담은 그냥 밀담으로만 있어야 할 것입니다.”


헐버트는 인사도 하지 않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태프트를 돌아섰다.


자신의 숙소로 돌아온 그는 조선이 이제 침몰의 길로 들어선 것에 대해서 울분을 토하며 그날 밤 베개를 눈물로 적셨다.


그 일은 헐버트에게 심히 아픈 기억이었다.


태프트라는 말이 나오자 헐버트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는 이해관계를 많이 따지는 사람이지요. 그렇죠?”


사로가 말하자, 헐버트는 동의한다는 듯이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 이해관계를 이용해 볼 예정이에요. 이해관계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나 보자고요.”


사로가 헐버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작가의말

어제 안올라와서 많이 당황하셨나요? 이번 주 부터 월, 수, 금 연재로 바뀝니다. 좀 더 자료조사를 필요해서 부득이하게 요일을 조절했습니다. 독자님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31화는 금요일에 올라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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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소란스러운 밤 +1 24.06.14 5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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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샌프란시스코에서 생긴 일 +1 24.06.07 51 3 11쪽
» 뜻밖의 손님 24.06.05 43 3 11쪽
29 양장점에서 만난 이 24.06.03 47 3 11쪽
28 이준의 도착 +1 24.06.02 46 3 13쪽
27 이랑의 부재 +1 24.06.01 46 4 14쪽
26 추적 +1 24.05.31 48 3 14쪽
25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2 24.05.30 54 3 13쪽
24 일곱개의 별 +5 24.05.29 64 5 13쪽
23 알렉산드라 황후의 도움 +2 24.05.28 6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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