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생긴 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톰펠트 여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상원 의원의 딸로서 샌프란시스코의 사교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오늘 자신의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 이사회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인사를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 시킬 예정이었다.
그녀의 집은 <핑크 뮬리의 집> 이라고 불릴 정도로 핑크 뮬리 밭이 멋들어지게 있는 데이비드슨산 아래 있는 예쁜 저택이었었다.
몇 달 전, 대지진으로 그 거대한 저택이 부서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다행히 하인들이 주인들을 빨리 깨웠기 때문에 저택이 무너지기 전 그들은 겨우 몸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 엄청난 재난에 자신들을 구한 건 바로 자신들이 속해져 있는 백인 사회였다.
그들의 친절함과 다정함으로 톰벨트가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 헨리 톰펠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큰 식품 사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회사의 제품은 팰리스호텔에도 클리프하우스에도 납품되었다.
사업이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은 그녀에게 굉장한 자부심을 갖게 했다.
톰펠트 여사는 주위사람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렇게 프리스코 (샌프란시스코의 줄임말)의 레스토랑이 유명해진것은 바로 우리 남편 덕이죠.”
하지만, 대지진이 끝난 후, 그녀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일본 식당들과 식료품점이었다.
원래 차이나타운이나 제펜 타운에 소규모로 있었던 식당들과 식료품점이 이제 시내에도 우후죽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도 식품을 납품하면 되잖아요!’
대지진 이후, 사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남편에 말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 식당은 우리 제품이 필요 없다는구먼. 그들은 일본에서 가져온 음식만 쓴다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양인들은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바깥에 나갈 때마다 일본인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직까지 자신과 같은 백인들이 더 많고 더 많이 백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인 차우트 여사의 말을 들었을 때 톰펠트 여사는 분통이 터지는 걸 참느라 고생했다.
“어디 가시나 보죠?”
“일본 식료품점에 물건 사러요.”
“일본 식료품점이요? 대체 왜요?”
“여기 마트는 7시면 닫잖아요.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12시에 닫아요. 그리고 가게가 매우 깨끗하고요.”
그말을 듣고 톰펠트 여사는 내색은 안 했지만 아래 턱을 씰룩거리면서 못마땅을 표현했다.
여기도 일본인, 저기도 일본인.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백인의 수보다 일본인의 수가 더 많아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가 있는 사교계에서는 몇몇 일본인 부호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같이 참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고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 노란 인종이 우리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이 문제를 꼭 제기해야 한다고 믿었다.
어느 날 그녀가 그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을 때, 그녀의 어린 아들이 이렇게 물었다.
“엄마. 텐푸라가 뭐예요?”
“텐푸라? 나는 처음 듣는구나? 그것이 뭐니?”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친구들이 그것도 모르냐고 놀려대서요. 제 생각엔 일본 음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일본 음식? 왜 일본 음식을 네가 알아야하지?”
“왜냐하면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이 일본인이거든요.”
그 말을 듣고 톰펠트 여사는 충격을 받았다.
“뭐라고? 대부분이 일본인이라고? 그들이 영어를 할 수 있긴 하니?”
“조금 서툴러요. 그럭저럭 이해할 수는 있지만요.”
그말을 듣고 톰펠트 여사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영어도 못하는 아이들과 같은 교실을 쓰다니. 이건 명백한 학습권 침해야!’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결국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학교 이사회에 으름장을 놓았다.
“이건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거예요. 미국은 영어를 쓰는 나라라고요! 일본어 쓰는 일본인들과 학교를 같이 다니다니! 우리 애들이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읽기, 쓰기, 듣기도 못하면 책임 지실 건가요? 일본인들을 다른 학교로 보내세요. 백인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하지 말라고요! 그러지 않으면 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쏘아올린 공은 샌프란시스코의 백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철저하게 일본인 학생들을 백인학생과 분리해야한다고 슈미츠시장을 압박했다.
샌프란시스코 콜스 뉴스는 이 상황을 매일 보도했다.
그녀를 선두로 한 백인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인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일도 너무 많이 하고요. 임금도 적게 받는다네요. 이러다가 우리가 설자리는 없어질지도 몰라요. 지금도 보세요. 지진으로 다 무너져서 다시 재건을 해야 하는데, 누가 임금이 높은 미국인을 뽑겠습니까?”
“여긴 백인들의 나라에요.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르는 저 노란 바나나들이 우리 땅을 차지하게 둘 수는 없지요.”
“어머, 노란 바나나라니 너무 하셔라!”
“이럴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미국에 아예 오지 못하게 해야 해요. 너무 많이 오고 있다고요.”
샌프란시스코의 주민들은 저마다 아우성을 쳤다.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학교 이사회는 주민의 뜻에 따라 일본인들을 모두 근처의 중국인 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들이 항의를 했지만 콧대 높은 백인들은 그들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며칠 후, 신문에 난 기사는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미국 전역에 큰 충격과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인 살인자
후쿠다 하츠요라는 일본인이 세탁소 주인 벤자민 하드먼을 살해했다. 그의 동기는 후쿠다가 하드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낀 데서 비롯했다. ]
“혹시 이 사건 보셨어요? 감히 물 건너온 동양인이 백인을 죽이다뇨! 이건 말도 안 됩니다. 그들을 몰아냅시다!”
“몰아냅시다!”
톰펠트 여사와 그녀의 추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일본을 적대시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정부에 일본인을 미국으로 이민 오게 하지 말라는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장관인 테프트에게 지금 당장 일본에 가서 일본인의 이민을 막는 협정을 제안하라고 명할 수밖에 없었다.
태프트 장관은 미국 사회의 혼란을 짊어지고 일본에 도착했다.
그는 일본 대사에게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미국인들이 일본인들을 싫어하니 오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하면 일본이 크게 반발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이런 국제 정세를 조율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한숨을 쉬자 그의 손을 그의 아내 헬렌 태프트가 다독거리다가 가만히 잡았다.
“여보. 걱정 말아요. 우리는 강국이니, 일본은 아무 말도 못 할 거예요.”
아내 말이 맞았다. 일본은 결코 미국에 대항하지 못할 터였다.
그 생각을 하자 태프트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현명한 아내를 일본에 데려온 것을 참 잘했다 여겼다.
***
사로는 무도회에 가기 전날, 야폰치크와 그의 부하들을 찾았다.
“그들은 찾았어?”
“찾았습니다. 흑룡회라고 하는 단체입니다. 회장은 우치다 료헤이구요.”
사로가 살고 있었던 2024년에도 그랬지만, 일본의 우익단체들은 일본과 외국과의 관계에서 항상 자신의 국가를 우선시하는 단체였다.
1901년에 우치다 료헤이라는 사람은 우익단체 중 하나인 흑룡회를 조직해서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뒤에서 지지했다.
그들은 납치, 스파이 활동, 암살 등 뒷공작은 모두 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윌리엄 태프트가 도쿄를 찾아온 이유는 역시 그것일 거야. 하지만, 일본이 절대 좋아할 리가 없지. 내가 좀 더 둘 사이를 벌려 놔야겠네.’
사로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치다 료헤이한테 전해. 지금 태프트 장관이 일본인을 미국에 못 오게 하는 협상을 하러 온다고 하면 될 거야. 일본인의 권리를 위해서는 꼭 태프트 장관을 찾아와야 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이걸 내일 신문에 실어줘.”
사로는 신문 기사를 직접 써서 야폰치크에게 건넸다.
야폰치크는 신문 기사가 적힌 종이를 들고 부하들과 함께 급히 사라졌다.
***
임페리얼 호텔은 무도회 날을 맞아 더 활기를 띠고 있었다.
시부사와가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무도회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에 오는 미국 장관을 위해서 성대하게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무도회는 빛날 것이다. 물론 이 호텔에서 묵고 있는 독일인인 손탁과 미국인인 헐버트에게도 초대장은 전해졌다.
“어머나! 멋져라!”
손탁의 파트너 휘는 역시 무엇을 입혀놓아도 그럴듯했다.
그녀에게 턱시도는 단 두벌이었지만, 휘는 그 두벌 중에서 무엇을 골라도 완벽한 신사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사로는 매우 걱정이 되었다.
연이도 예쁜 모습이었지만, 이제 이 모습에 익숙해진 사로는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없었다.
사로가 남장할 때 썼던 모자를 벗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자, 손탁은 작은 탄성을 질렀다.
“아가씨, 이렇게 예쁜 얼굴을 숨기고 있었군요?”
사로가 깨끗이 씻고 손탁의 화장대 앞에 앉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손탁은 빠른 손놀림으로 사로의 머리를 빗어주었다.
“조금만 손보면 이번 무도회의 꽃이 되겠어요. 남 치장해 주는 게 오랜만이라 내가 다 즐겁네요.”
손탁은 호호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올려 핀을 꽂았다.
머리를 올리자 작은 잔머리들이 사로의 둥근 뺨을 가려 그녀는 좀 더 청초한 느낌이 났다.
“이 얼굴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알고 있죠!”
유달리 흰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로는 강렬한 빨간색을 보자, 걱정이 밀려왔다.
“너, 너무 화려한데요?”
“아가씨는 화려한 게 더 잘 어울려요. 두고 봐요. 오늘 무도회에서 다 당신을 주목할 테니.”
손탁은 사로의 허리에 코르셋을 둘러 확 조이고는 드레스의 리본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정리했다.
이 드레스는 사로의 허리를 좀 더 잘록하게 만들어주어 여성적인 느낌이 났다.
사로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휘의 눈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오라버니, 저 어때요?”
사로가 수줍은 듯이 휘에게 말했다.
“여기저기 다 파였구나. 어깨도 파이고 등도 파이고.”
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사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빠들은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그냥 예쁘다고 하세요.”
뒤에서 나타난 손탁이 휘를 나무라자, 그제야 휘가 딱딱한 나무토막처럼 말했다.
“아주 예쁘구나.”
- 작가의말
아.주. 예.쁘.구.나. 원래는 이렇게 쓰고 싶었답니다 ^^ 다음주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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