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최진사 댁 셋째 딸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달키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1
최근연재일 :
2024.08.09 12: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3,210
추천수 :
129
글자수 :
259,196

작성
24.06.19 12:00
조회
46
추천
0
글자
12쪽

조삼모사

DUMMY

시부사와는 아침부터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쓴 커피를 빈속에 마셨다.


어젯밤 일이 지금 자신의 몸속에 들어가는 쓴 커피보다 더 써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태프트와 일이 그르치게 되었군.’


어젯밤 태프트 부인은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겠다고 거만한 태도로 말한 뒤, 태프트 장관과 로쿠 메이칸을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그는 서둘러 나가며 말했다.


“내일 회담에서 봅시다.”


오늘 회담에서 대체 그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시부사와는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문지르며 그에게 꼭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큰일 났습니다!”


장남 도쿠지가 아침 신문을 가지고 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신문의 1면에는 <태프트 부인이 시부사와에게 노란 원숭이라고 하고 폭행하다>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시부사와는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지난밤에 로쿠 메이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정보를 전해 듣고 한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태프트 장관과 태프트 부인은 춤을 함께 추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벌레가 태프트 부인의 옷 속에 들어갔다. 피해자이자 파티 주최자인 시부사와 은행장은 태프트 부인을 도와주러 갔다가 노란 원숭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태프트 부인은 매우 분개한 듯 시부사와 은행장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태프트 부인은 폭행을 저질렀지만, 그에 따른 처벌은 받지 않는다. 일본에 온 외교사절과 그 가족은 면책특권을 받기 때문이다.(중략)]


시부사와는 신문을 바로 벅벅 찢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태프트 부인이 자신을 때린 것이 생각나고 수치스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이 기사를 낸 신문 기자를 찾아내! 감히 내 명예를 실추시키다니! 그리고 신문사도 폐업시켜!”


“아버지 그 기사뿐만이 아닙니다.”


도쿠지는 아버지가 찢어버린 신문을 수습하여 조각으로 맞췄다. 1면 시부사와에 관한 기사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 학생들을 미국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다>


<미국 세탁소에서 일본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다>


“큰일 났군.”


시부사와가 털썩 의자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갑자기 아침에 마신 쓴 커피가 올라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


태프트 부인은 미국 공사관 관저에서 손톱을 까드득 물어뜯고 있었다. 태프트는 화가 나 자신의 아내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제 어쩔 것이오! 대통령께서 꼭 이 일을 신사적으로 마무리하라고 하셨소. 한데 이 상황에서 그들이 미국에서 일본 이민자들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좋아할 것 같소? 나는 실패한 대가를 치를 것이오. 다음 대선 주자? 어림도 없지.”


“제 드레스에 벌레가 들어올 줄 알았나요? 미국에서는 뺨 한 대 때린다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가 숙녀의 드레스를 만지려고 했다고요. 그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 아닌가요? 왜 당신은 제 편을 안 들어주세요.”


그 말을 하고 태프트 부인은 흐느껴 울었다. 부인이 어찌나 울었던지 얼굴이 부풀어 눈도 못 뜰 지경이었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의 뺨 한 대 때린다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지. 하지만 당신이 때린 사람은 일본의 은행장이었소. 오늘 회담에 당신은 건강상 문제로 참석을 못 한다고 해야겠소. 만약 이 일로 내가 차기 대선 주자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이혼을 각오해야 할거요.”


태프트 장관은 흐느껴 우는 부인을 뒤로 한 채 쾅 하고 큰 소리로 침실 문을 닫았다. 그가 밖으로 나가려 할 때 대사관 집사가 와서 소식을 전했다.


“장관님. 미국인 헐버트 씨가 찾아봤습니다.”


“헐버트? 지금 그 자가 왜?”


“장관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을 위해서라고도 했습니다. 안 만나고 가시면 후회할 거란 말도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미국을 위해서라······’


태프트 장관은 지금 이 상황에서 헐버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가 할 이야기야 뻔했다.


그는 조선을 위해서 움직이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평소 같으면 그와 대면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미국은 더 이상 조선의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지금 찾아왔겠지.


태프트는 집사에게 말했다.


“그 자를 만나보겠네.”


헐버트는 미국 공사관의 응접실에서 깨끗한 백자 도자기 잔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미국 사람은 몰라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도자기 잔은 아마 조선의 도공이 만들었을 것이다.


응접실에 태프트가 나타나자 그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어젯밤에 부인께서 안 좋은 일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유감입니다.”


“아니오. 내 아내도 잘 한 일은 아니지. 그래, 여기까지 무슨 일이시오? 아직도 조선에 대해 할 말이 남았소?”


“글쎄요. 오늘은 장관님을 도우려 온 것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일본인들을 몰아내자고 피켓 시위를 한다죠? 대통령님은 그 일로 장관님을 이곳에 보내셨고요. 일본인들의 이민을 제한하는 문제로 말입니다. 근데 다 어그러지게 생겼군요.”


헐버트가 핵심을 콕 찍어 말하자, 태프트의 표정이 구겨졌다.


“지금 안 그래도 방법을 찾는 참이오. 미국을 위한 말을 한다 했다는 데 기대해 봐도 되겠소?”


아무리 조선을 위한다고 하지만 헐버트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자신의 조국을 도울 것이다.


태프트는 기대가 가득 찬 얼굴로 헐버트를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 신문입니다. 태프트 부인의 기사가 1면을 장식했죠. 이 일은 장관님들과 일본 지도부층이 수습한다고 해서 수습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일본 군중이 분노하고 있으니까요. 군중을 잠재우려면 일본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금 그것이 잘 안되어 이러고 있는 게 아니겠소.”


태프트가 짜증을 내며 말하자, 헐버트는 그에게 달래는 음성으로 부드럽게 말하였다.


“조삼모사라는 중국 고사를 아십니까?”


“조삼모사?”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좋아하여 원숭이들을 많이 길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원숭이들의 먹이 값이 만만치 않았다죠.”


“그런데요?”


“그 원숭이들한테 이제부터 아침에는 도토리를 3개 저녁에는 도토리를 4개 주겠다 하였죠. 그랬더니 원숭이들은 화를 냈습니다. 고민을 하던 저공이 ‘그럼 아침에는 도토리를 4개, 저녁에는 도토리를 3개 주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좋아하더랍니다. 그날 하루 받는 도토리의 양은 같은 건데도 말이죠. 결론적으로는 같은 결과라도 사람은 당장 눈앞이 중요한 법입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오?”


태프트는 헐버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목이 타서 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장군님도 피해 상황을 먼저 말씀하십시오. 그들이 사과할 상황을 만들면 됩니다. 그다음에 장군님도 사과를 하십시오. 사과를 하면서 미국이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을 다시 돌려놓겠다는 약조를 하시면 됩니다. 일본인들을 차별하지 않겠다고요. 대신 일본인이 미국인을 살해한 사건 때문에 신원이 확실하고 선별된 소수의 일본인만 미국에 오게 하겠다는 협약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결국 결과는 같지만, 순서가 다른 계책이었다. 태프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헐버트에게 말했다.


“좋소. 그런데 우리 피해 상황이 크지 않은데 어떻게 사과할 상황을 만든 단 말이오? 파티장에서 벌레가 옷 속에 들어간 것은 내 부인이 시부사와 은행장을 때린 것보다 크지 않소.”


그때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태프트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헐버트가 그런 태프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상황은 제가 만들어드렸습니다. 이제 잠시 당해주시지요.”


집사가 곧 응접실에 뛰어들어와 상황을 태프트에게 알렸다.


“장관님. 큰일 났습니다. 검은 옷들을 입은 닌자 같은 사람들이 공사관을 둘러쌌습니다. 태프트 장관을 나오게 하라고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한발 물러서줘야, 두 발 앞서게 될 것입니다.”


헐버트는 집사의 말을 듣고 태프트에게 조언했다. 태프트가 헐버트의 말을 듣더니 집사에게 말했다.


“공사관 정문을 활짝 열거라.”


“네? 어, 어찌? 지금 방어를 해도 모자랍니다.”


“정문을 활짝 열고 그들을 들여보내거라. 안 온다고 하면 내가 들어오라 했다고 하고. 그들이 폭력을 쓰면 더 좋겠군. 가구든 뭐든 다 내주거라.”


태프트가 말하자 집사가 바삐 문을 열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제 바라는 것이 있겠군. 헐버트 당신이 바라는 걸 얻으려고 이곳에 찾아온 건 알고 있소. 무엇이오?”


“네, 내가 주선하는 인물을 만나주시죠. 조선에서 온 자들입니다. 만나만 주시면 됩니다”


“좋소.”


그 말을 끝으로 태프트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부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부인과 뒷문으로 피신하기 위함이었다. 헐버트도 재빨리 움직여 관공서를 빠져나갔다. 그사이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관공서의 정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


흑룡회의 우치다 료헤이는 자신의 긴 칼을 들어 태프트 부인이 무도회 때 입었던 옷을 훑었다.


자신의 부하들은 관공서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태프트 부부는 그새 빠져나갔는지 공사관 안에는 사용인들과 직원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오야붕. 미국인 장관 부부는 공사관을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부하 하나가 그에게 전달하자, 우치다 료헤이는 화가 났는지 칼로 태프트 부인의 옷장을 내리쳤다.


옷장에는 금방 칼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원래 료헤이는 공사관 안에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그냥 태프트에게 겁만 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굳건하게 닫혀있을 줄 알았던 공사관 문이 자신들이 소리를 지르자마자 갑자기 열렸다.


그래서 겁을 주려고 했던 자신의 부하들은 쉽게 열린 문 탓에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태프트의 집사는 너무도 쉽게 자신들을 공사관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료헤이는 이틀 전 자신을 찾아온 일본인과 외국 혼혈인인 것 같은 남자가 이렇게 말을 한 것을 기억했다.


“지금 말이야. 미국 장관이 일본인을 미국에 못 들어오게 하는 법안을 만들러 일본과 조약을 맺으러 온다네. 그 사건으로 일본이 발칵 뒤집힐 것이야. 대 일본 제국이 무시당하다니 말이야.”


그러더니 자신의 앞으로 금덩어리들이 든 주머니를 던졌다.


“태프트 장관에게 일본 제국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를 해주게. 잘만 하면 자네는 일본 영웅이 되겠지. 그때를 위한 돈일세. 혹시 아는가? 이 일로 일본 고관들의 눈에 들어서 한자리를 꿰차게 될지?”


그 남자의 말대로 오늘 아침 신문에 시부사와가 태프트 부인에게 맞았다는 기사가 났다.


또한 샌프란스시코에서 일본 학생들과 같은 학교 다니기를 거부했다는 기사와 세탁소에서 일어난 일본인 부당대우 기사까지.


공사관 앞에서 시위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또 돈까지 받았지,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웅 대접까지 받을 예정이지 거릴 것이 없었다.


하지만 왜 이리 불안한 걸까.


료헤이는 부하들에게 바로 철수 명령을 내렸다.


태프트 장관이 문을 너무 쉽게 열어주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임이 틀림없었다.



작가의말

이제 공모전이 끝난 건가요? 벌써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립투사 최진사 댁 셋째 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휴재안내 +1 24.08.15 31 0 -
공지 8월 2일 휴재 안내 24.08.01 13 0 -
공지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3 24.07.05 49 0 -
공지 30화부터 연재 요일이 바뀝니다. +1 24.05.28 39 0 -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달키스입니다 +2 24.05.09 95 0 -
47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24.08.09 28 0 12쪽
46 조선의 잔다르크 24.07.26 34 0 14쪽
45 고종의 폐위 +2 24.07.19 44 0 11쪽
44 탈출 24.07.12 40 0 10쪽
43 바뀐 미래 24.07.05 39 0 12쪽
42 오늘의 손님 24.07.03 43 0 12쪽
41 밀정 24.07.01 42 0 12쪽
40 시장에서 나타난 남자 +2 24.06.28 46 0 12쪽
39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 +2 24.06.26 48 0 16쪽
38 신라의 왕자 일본의 왕 +1 24.06.24 42 0 12쪽
37 돌이킬 수 없는 관계 24.06.21 42 0 11쪽
» 조삼모사 +1 24.06.19 47 0 12쪽
35 달라지는 조선의 미래 +2 24.06.17 52 2 13쪽
34 소란스러운 밤 +1 24.06.14 55 3 13쪽
33 막대한 유산 24.06.12 53 3 14쪽
32 무도회의 파트너 24.06.10 50 3 11쪽
31 샌프란시스코에서 생긴 일 +1 24.06.07 51 3 11쪽
30 뜻밖의 손님 24.06.05 43 3 11쪽
29 양장점에서 만난 이 24.06.03 47 3 11쪽
28 이준의 도착 +1 24.06.02 46 3 13쪽
27 이랑의 부재 +1 24.06.01 46 4 14쪽
26 추적 +1 24.05.31 48 3 14쪽
25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2 24.05.30 54 3 13쪽
24 일곱개의 별 +5 24.05.29 64 5 13쪽
23 알렉산드라 황후의 도움 +2 24.05.28 61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