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꿈을 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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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엘민
작품등록일 :
2024.05.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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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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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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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발화

DUMMY

***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왜?

내 두 눈을 급하게 가리는 서윤이의 두 손을 나는 굳이 뿌리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은 특별한 점 없이 잘 살아왔다.


부족함 없는 아버지, 가정에 헌신적인 어머니.

그 누구보다 평범한 가족이었기에 나는 지금껏 특별한 문제 없이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더더욱 거짓말 같았다.


서윤이와 거리를 걷다 인사할 겸 잠깐 들린 아버지의 연구실.

연구실의 문을 연 순간 우리는 허공에 떠 있는 아버지의 몸과 마주했다.


119가 와서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아버지의 시신을 내리고 나서야 나는 겨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정말 말 그대로 맨발로 달려왔다.

어머니의 눈물을 본다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아버지의 연구실은 그날 이후 다시는 열리지 않았다.


그 일 이후, 우리 집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며칠쯤 지났을까?

어머니는 영몽증에 걸리셨다.

그리고 별다른 치료법을 찾지 못한 채로 어머니는 곧 돌아가셨다.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내가 무얼 해야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두 분을 떠나보낸 나는 우울증에 걸렸다.


“괜찮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서윤이는 그저 나를 안아주었고, 그 품은 눈물이 날 만큼 따스했다.

정말 나에겐 서윤이밖에 남지 않았다.


서윤이는 모든 일정을 다 내려놓고 매일같이 우리 집으로 찾아와 내 곁에 있어 주었다.

서윤이의 극진한 간호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내 우울증은 서서히 나아갔고, 나는 다시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스스로 불어넣으려고 애썼다.


“우리 놀이동산 갈까?”


세계 인구의 30%에게 영몽증이 나타났을 때 즈음, 우리는 놀이동산을 가게 됐다.

원체 놀이기구를 너무나 무서워하던지라 놀이동산 가본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로 놀이동산을 끔찍이 싫어하던 나였지만, 서윤이의 웃음 섞인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 되게 귀엽다.”

회전목마를 두 손으로 꼭 잡고 타는 내 모습을 보고 그녀가 까르르 웃었다.


“야 이거 진짜 무서워···.”

“너 진짜 놀이기구 못 타는구나?”

“말했잖아. 어렸을 때 겁 없이 바이킹에 도전한 이후로 놀이기구에 트라우마 생겼다고”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서윤이가 끝없이 웃으며 즐겁다는 듯 내 어깨를 주먹으로 툭툭 쳤다.


“그럼 저긴 어때?”


귀신의 집.

그래도 평소 웬만한 공포 영화는 하품하면서 보던 나였기에 이번만큼은 당당하게 먼저 제안할 수 있었다.


“반칙이야. 나 귀신 무서워하는 거 알잖아”

“알지. 그래서 가자고 하는 건데?”


전세 역전의 기회다.

서윤이가 귀신을 죽을 만큼 무서워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껏 회전목마, 범퍼카, 날아라 찻잔 (이 놀이 공원만의 유아용 놀이기구다. 1m 남짓한 높이에서 찻잔 모양의 놀이기구가 천천히 회전하며 돌아가는 형태) 등으로 나를 괴롭혔겠다.


역시나 별거 없었다.

아직 절반밖에 지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귀신의 형태와 수법을 보니 남은 절반도 충분히 어떤 수준일지 짐작이 갔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아직 절반밖에 지나오지 않았지만, 내 뒤에 꼭 붙어서 앞을 보지도 못하고 소리만 질러대는 서윤이를 보니 남은 절반도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갔다.


“서윤아, 앞은 봐야지. 넘어진다니까?”

“진짜, 그래서 안 온다고 했잖아”


뒤에서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투정 부리는 그녀가 사랑스럽기만 했다.

정말, 이 세상에 그녀마저 없었다면 난 지금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얼마나 남았어?”

“거의 다 왔어. 진짜 조금만 가면 돼”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꼭 감고 가는 서윤이를 보며 괜히 데려왔나 생각을 하던 도중,


투욱.

공중에서 귀신 모양의 인형이 떨어졌다.


원래대로라면 우리의 앞에 덩그러니 떨어져 깜짝 놀라게 하려는 용도로 설치된 모양이었겠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었는지 인형을 공중에 묶어두던 실이 완전히 풀어지지 않아 인형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형태가 되었다.


“··· 아버지?”


우욱-

구토가 일었다.

순간적으로 공중의 인형과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온몸의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자, 내 뒤만 따라오던 서윤이가 당황하며 내 볼에 손을 얹었다.


“현우야 왜 그래? 괜찮아? 현우야!”


하지만 내 귀에는 정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나는 일어설 힘조차 없이 앉아서 다시 그날의 악몽을 꾸역꾸역 되새기고 있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점점 눈앞이 캄캄해져 갔다.


“저기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저기요!!”

뒤에서 귀신 분장을 하던 사람들이 달려 나왔다.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부축을 받는 내 눈에 들어온 건,

그렇게 귀신 비슷한 모양새만 봐도 기겁을 하며 떨던 서윤이가 무섭다 못해 흉측하게 분장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침착하게 상황 설명을 하는 모습이었다.

꽉 쥔 주먹이 떨리는 거로 보아 필시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서윤아-

항상 고마워 윤서윤.


곧 구급대원들이 왔고, 나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



눈을 떴다.


꿈이었구나.

아니, 꿈은 이쪽인가.


근데 왜 하필 그때 일이 다시···.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창문 밖으로 지독하게 비가 내리고 있다.


술을 얼마나 마셨던 거지.

머리 깨질 거 같네.


근데 여긴 내 방이 아니잖아?

김 혁 방인가?

얘는 자기 방 놔두고 어디로 간 거야?


끼익-

문소리가 나며 김 혁이 방으로 들어왔다.


“일어났냐? 덕분에 한숨도 못 잤다”

“미안. 근데 나 왜 여기서 자고 있던 거야?”

“네가 나한테 할 말 있다고 굳이 굳이 내 방으로 가야겠다고 했잖아”

“아, 그랬냐. 더 미안. 나 좀 추태 부렸네”

“됐어. 나와서 밥 먹어. 해장국이래”


김 혁이 다시 방을 나섰다.

나 깨우려고 들어왔던 건가.


근데 할 말?

뭔가 김 혁이랑 대화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약···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약 먹고 술 깨라는 말이었나?



***



붉은 머리 길드 식당.


식당의 모두가 전날 과음한 듯, 숙취에 고통받고 있었다.


“으아”

“내가 또 술 마시면 사람이 아니다···”

“저번에도 그말 했다”

“하, 죽을 거 같아”


이 사람들을 보니 없던 숙취도 생기는 것 같다.

어우, 술 냄새.


“자, 다들 이거 먹고 속 좀 풀어”

헤론이 거대한 솥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식탁 위에 올려진 솥이 열리며 얼큰한 냄새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채리 누나, 천천히 먹어”

헤론이 다급하게 민채리를 말렸다.

어느새 민채리의 옆으로 빈 접시가 다섯 접시 쌓여있었다.


거짓말, 해장국 방금 나왔잖아.


“하여간 민채리 못 말려”

“길드장은 잘 먹는 순으로 뽑는 게 맞다니까”

“야, 야! 민채리가 다 먹기 전에 빨리 퍼가”


다들 그런 민채리를 보며 폭소했다.

민채리가 잘 먹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였나.


근데, 누나?

헤론이 민채리한테 누나라고?

나랑 민채리는 동갑이니까, 헤론이 나보다 동생···.


미친.

적어도 서른 중반은 넘어 보였는데.

괜히 미안해지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모두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을 무렵.


“자, 오랜만에 파티도 했겠다. 이제 다시 일해야지?”

민채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짓말···. 나 어제 복귀했다고”

“진짜 악덕 사장이 따로 없다.”


다들 신음을 내며 야유했다.


쾅!

한마디 없이 밥을 먹던 김 혁이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동시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오, 이런 캐릭터였어?


“각자 할 일은 각자에게 전해줄게. 이번에도 모두 고생해줘. 다들 알겠지만 요즘 몽계가 흉흉하잖아”

민채리가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



똑똑.

누군가 내 방문을 노크했다.


“들어가도 돼?”

“이미 들어와 놓고는”


노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민채리였다.

민채리는 양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다.


“비록 우리 길드에는 어제 정식으로 들어왔지만, 우리가 꽤 바쁜 길드라서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너한테도 임무를 맡겨야 해”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인 다음 민채리가 본론을 꺼냈다.


“괜찮아. 무슨 임무인데?”

“최근 들어, 구름의 섬에 있는 솜사탕 마을에서 양이 죽어 나가고 있어. 양들은 모두 끔찍하게 죽었고. 누군가가 양들의 털을 다 뽑은 후, 심장을 꺼내 간 거야”

“양을? 대체 왜?”

“솜사탕 마을의 마스코트 솜사탕 양. 마을의 마스코트인 만큼, 마을을 먹여 살리는 소중한 존재야. 누군가 고의로 마을을 없애려 한다고밖에 볼 수 없어”

“그럼 그냥 죽이면 될 텐데 왜 굳이 털과 심장을 가져간 거야?”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그래서 도움 요청이 온 거고”


솜사탕 양.

이름만 들어도 엄청나게 귀여울 것 같다.

근데 그런 귀여운 생명체를 끔찍하게 죽이다니.

얼마나 못돼먹은 놈이지?


“출발 날짜는 내일이야. 잘 다녀와”

“잠깐만, 나 혼자 가는 거야?”

“그럴 리가. 솜사탕 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한 길드원 한 명이 있을 거야”

“누군데?”

“내 가장 친한 친구”


채리의 가장 친한 친구라.

김 혁이 들으면 서운해하겠네.


“근데 조심해. 한 성깔 하거든.”

민채리가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



다시 어둑해진 밤.

넓은 초원에 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양들에게 공포가 깊게 뿌리를 내린 듯,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얘들아. 걱정하지 말렴. 이 아빠가 다 지켜줄 거니까”

그런 양들의 주인처럼 보이는 밀짚모자를 쓴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양들을 소중하게 껴안았다.


“가여운 아가들··· 컥-”

어디선가 날아온 날카로운 검이 남자의 심장을 뚫고 나왔다.


그대로 즉사한 남자의 머리가 양들의 앞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매애애애”

“매애애애애애”


순식간에 주인을 잃은 양들이 구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그런 양들에게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왔다.

망토에 달린 후드를 푹 눌러 쓴 덕에 낯선 이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큰 키와 거대한 형체로 보아 남자인 듯했다.


“매애애애!”

양 한 마리가 분노에 차 낯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가만히 있었으면 조금 더 오래 살았을 것을”

망토 속에서 거대한 손이 나오며 양의 목을 잡았다.


목이 잡힌 양은 그대로 공중으로 끌어 올려졌다.

그리고 반대쪽의 손이 양의 심장을 꿰뚫었다.


“매애애-”

양의 눈에서 마지막 눈물이 떨어졌다.


남자가 그대로 손을 빼내자 양의 심장이 딸려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남자는 심장을 후드 속으로 가져갔다.

곧, 남자가 심장을 마구 씹으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광경을 본 다른 양들이 겁에 질려 마구 달아났다.


“큭큭큭. 어딜 도망가려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와 함께 남자가 사라졌다.


남자는 처음 자신이 던진 검을 회수하려는 듯, 주인의 시체 앞에서 나타났다.

목장 주인의 몸에 박힌 검을 빼내려는 순간,


“발현 : 장미 채찍”

군데군데 장미가 피어난, 채찍처럼 생긴 검이 남자를 향해 쇄도했다.


남자는 검을 피해 뒤로 물러났지만, 망토에 검이 닿았다.

찢긴 망토에서 새빨간 장미가 피어났다.


“큭큭큭. 이제야 방해꾼이 나왔군”

남자는 다시 한번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짓고는 사라졌다.


“놓쳤네. 그래도 장미는 피웠으니까”

길게 늘어졌던 검이 다시 수축하며 본래의 검 모양으로 돌아갔다.


검의 주인은 목장 주인의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달빛이 새빨간 머리를 밝게 비췄다.


“편히 잠드시길”

긴 붉은 머리를 위로 질끈 묶은 여자가 목장 주인의 눈을 감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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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구름 영탈전 (4) 24.05.21 6 1 11쪽
22 구름 영탈전 (3) 24.05.20 6 1 11쪽
21 구름 영탈전 (2) 24.05.18 7 2 13쪽
20 구름 영탈전 24.05.18 9 0 13쪽
19 가면 술래잡기 (4) 24.05.17 9 2 12쪽
18 가면 술래잡기 (3) 24.05.17 7 1 11쪽
17 가면 술래잡기 (2) 24.05.16 9 2 12쪽
16 가면 술래 잡기 24.05.15 10 1 11쪽
15 검을 잡은 이유 (4) 24.05.14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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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검을 잡은 이유 (2) +1 24.05.12 13 1 11쪽
12 검을 잡은 이유 +1 24.05.12 12 2 13쪽
11 발화 (5) +2 24.05.11 15 2 12쪽
10 발화 (4) +1 24.05.11 14 1 12쪽
9 발화 (3) +2 24.05.10 18 2 12쪽
8 발화 (2) +1 24.05.10 16 2 12쪽
» 발화 +1 24.05.09 17 2 12쪽
6 붉은 머리 길드 입단식 +1 24.05.09 17 2 13쪽
5 붉은 머리 입단 시험 (2) +1 24.05.08 17 2 11쪽
4 붉은 머리 입단 시험 +1 24.05.08 18 2 11쪽
3 깨어나다. (3) +1 24.05.08 1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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