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꿈을 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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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엘민
작품등록일 :
2024.05.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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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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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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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4)

DUMMY

***



여러 파스텔 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은하수의 섬 하늘.

낮을 의미하는 연노랑 빛의 하늘이 아닌, 현재의 연보랏빛 하늘은 저녁을 의미했다.


그런 아름다운 하늘 아래, 민채리와 레지네가 서로의 검을 맞대고 있다.

둘의 검이 합을 이룰 때마다 주위의 갈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좀 늘었네?”

민채리의 빠른 공격에 레지네가 검을 들어 방어했다.


“큭-”

빠르고 강한 공격에 레지네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어지는 민채리의 공격.

양손에 들린 단검은 쉴 새 없이 레지네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레지네의 긴 검은 그런 공격을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막아냈다.


“미안하지만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

“예전의 너였으면 진작 죽었지”

민채리가 비웃었다.


“건방진 건 여전하구나?”

“건방진 건 제 실력도 모르고 덤벼드는 너 같은데”

“그럼 제대로 보여줄게. 얼마나 달라졌는지”


레지네가 검에 몽력을 더욱 흘려 넣자, 원래도 길었던 검이 더욱 길어지며 두꺼워졌다.


“발현 : 롱기누스의 창”

모양이 변한 레지네의 검은 더는 검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중세시대 기마병의 창처럼 변한 검이 민채리를 향해 매섭게 질주했다.

단순히 찔러 넣어지는 것이 아닌, 빠르게 회전하며 절삭력을 높인 창이 민채리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민채리가 두 단검을 교차하며 창을 막았지만, 회전하는 창은 그대로 단검을 타고 올라갔다.

겨우 고개를 비틀어 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창을 피한 민채리.

창이 스쳐 간 뺨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어머, 어떡해. 그 고운 얼굴에 상처가 나서”

“아프지도 않아”

“까불긴. 이제 시작인걸”


레지네가 창을 소중한 듯 어루만졌다.


“발현 : 8배수”

레지네의 창이 순간 두 배로 커졌다.


거대해진 창은 그대로 민채리를 향해 막힘없이 직진했다.


“무식하게 크기만 하네”

민채리의 단검이 창을 막았지만, 무게에서 밀려오는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거대한 창은 그대로 민채리의 단검을 뚫었다.


곧, 창이 뚫고 지나간 곳에서 먼지 바람이 불어왔다.


“역시 상대가 안 되는군요”

푸른 망토를 두른 남자가 레지네를 향해 다가왔다.


“아니, 이 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다”

레지네의 창이 다시 원래의 크기로 수축하였다.


“네?”

푸른 망토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분명, 방금 창이 꿰뚫었던 곳엔 아무것도 없다.

민채리 따위 거대한 창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이 분명했다.


“발현 : 적뢰(赤雷)”


순간, 푸른 망토의 머리 위로 붉은 벼락이 떨어졌다.

그대로 감전당한 푸른 망토의 남자는 온몸을 새까맣게 그을린 채,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푸른 망토 수준 왜 이래? 내가 있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공중에서 나타난 민채리가 바닥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움직이는 민채리의 등 뒤로 붉은 번개의 잔상이 남았다.


“드디어 나왔구나. ‘가짜’ 번개가. 예전보다는 더 진짜 같아진 것 같기도 하고”

레지네가 흥미롭다는 듯 미소지었다.


“너 따위는 이 번개로도 충분하거든. 기억 안 나? 아, 감전당해 파르르 떠느라 기억을 못 하는 건가?”

“그 입 닥쳐. 변절자 주제에. 네 죄를 모르는 건가?”

“내 죄? 네 죄가 아니라? 미안하지만, 난 죄책감 따위 없어”

“과연 그럴까? 그럼 왜 도망친 거지?”

“그건···”

“제 손으로 가족 모두를 죽였는데도 널 살려주신 라이크 님께 감사해라”


민채리의 가슴 한구석이 거칠게 아려온다.

과거의 한 장면이 문득 민채리의 머리를 잠식했다.


예전.

고작해야 3년 전.

민채리가 케이프 길드에 소속되어있을 당시.


“이제 그만 하거라”

하늘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노란 번개가 낙하했다.

번개는 민채리의 앞으로 떨어졌고, 그에 민채리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민채리의 머리카락은 붉은색의 긴 장발.

곱슬기 하나 없이 찰랑거리는 생머리.

그리고 등에 매달린, 다 찢어진 검은 망토.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민채리의 손에 들린 붉은 단검은 원래가 붉은 건지, 피로 칠갑을 해 붉게 보이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단검뿐만이 아니라 민채리의 전신에 피가 묻어 있다.

그리고 민채리의 주위로 제 각색의 망토를 두른 사람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하악, 하악”

민채리는 흐린 동공을 하고서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그런 민채리를 향해 누군가 천천히 다가왔다.

남자의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 번개.

아마도 하늘에서 번개를 내리친 것은 이 남자인 듯했다.


남자는 꽤 나이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단련된 신체와 올곧은 눈동자에서 젊음의 기운이 물씬 풍겨왔다.


남자의 이름은 안드레 라이크.

몽계 3대 길드인 케이프 길드의 수장.

민채리에게 번개의 사용법을 알려준 장본인.

몽계의 대표 강자들 중 한 명이다.


민채리의 적안이 라이크를 향한다.

시선이 당도했음에도 민채리는 라이크를 알아보지 못했다.


“가엾게도”

라이크의 손이 민채리를 향해 들렸다.


곧, 손에서 날카로운 번개가 방출되었다.

창의 형태로 변한 번개는 민채리가 서 있던 곳을 향해 무자비하게 날아갔다.


까앙-

라이크가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검을 뒤로 휘둘렀다.

무언가에 맞닿은 검에서 귀를 울리는 금속 소리가 났다.


“하악-”

라이크를 매섭게 노려보는 민채리의 눈빛.

그것은 사람의 눈빛이라기보다는 짐승의 것에 가까웠다.


“내 딸, 채리야”

라이크는 그런 민채리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민채리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붉은색의 몽력이 하늘로 솟구쳤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몽력을 방출한 듯, 민채리의 몸이 힘없이 휘청였다.


“조심하거라”

그런 민채리의 어깨를 잡은 라이크.

하지만, 민채리는 그런 라이크를 거칠게 밀쳐냈다.


라이크와 거리를 벌린 민채리가 하늘을 향해 들었던 손을 거세게 내리쳤다.

그리고 거대한 붉은 번개가 주위의 모든 것을 잠식했다.


동식물을 포함해, 한때 민채리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전우들의 시체까지.

붉은 번개는 슬픈 울음을 내뱉으며 끝없이 내리쳤다.


“모두 네가 죽인 거야, 민채리. 너 때문이라고”

레지네가 민채리를 향해 거칠게 검을 꽂았다.


과거의 잔상에 빠진 듯한 민채리는 힘없이 레지네의 검을 수용했다.

민채리의 어깨에 레지네의 검이 깊게 박혔다.


“발현 : 솟구치는 고통”

레지네가 발현하자, 민채리의 팔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검날이 피부를 뚫고 솟았다.


분명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음에도, 민채리는 여전히 과거의 악몽 속에 잠겨 있었다.

레지네가 민채리의 어깨에 박힌 자신의 검을 거칠게 빼내자,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중심을 잃은 민채리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악몽 속에서 죽어라.”

레지네의 검이 다시 한번 하늘 높이 들렸다.


그 순간, 곳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레지네를 포함해 주위의 모든 것을 덮었다.


“큭- 발악하기는”

폭발 속에서 벗어난 레지네가 망토에 붙은 불을 후- 불어 껐다.


“이제야 본 모습을 드러내는 거야?”

레지네가 자신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민채리를 바라봤다.


“그럴 리가. 그리고 이젠 이게 내 본모습이야.”

민채리의 전신에서 붉은 번개가 파직거리며 솟아나고 있었다.


“팔 한쪽을 잃었는데 용케 덤비네?”

“이 정도는 핸디캡이야. 너 정도는 한쪽 팔로도 충분하거든.”

민채리가 너덜해진 왼쪽 팔을 들어 보였다.


“허세를 부리기는”

레지네가 다시 민채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발현 : 롱기누스의 창”

레지네의 긴 검이 또 한 번 거대한 창으로 변했다.

하지만 창의 크기가 아까보다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폭발로 인해 입은 화상 부위의 출혈.

계속되는 몽력의 사용.

당연하게 아까와 같은 크기의 창을 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애쓰네. 너 몽력 보유량 겨우 영옥 하나만 하잖아. 진작 바닥났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용케 아직도 발현하네?”

민채리가 그런 레지네의 상태를 알아보고는 비웃었다.


“닥쳐. 말했잖아.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레지네가 도약하며 긴 창을 던졌다.


“발현 : 적뢰(赤雷)”

민채리의 손에서 거대한 붉은 번개가 피어났다.

번개는 곧, 길쭉한 창의 형태로 변했다.


붉은 번개의 창은 주인의 손을 떠나 공중으로 날려졌다.

공중에서 만난 두 개의 창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민채리가 레지네를 향해 뛰어들었다.


민채리의 손에 들린 단검에서 붉은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번개는 민채리가 단검을 휘두르는 길대로 화려하게 뻗어 나갔다.


단검이 지나간 모든 곳이 깨끗하게 절단됐다.

일자로 곧게 휘둘러지는 단검은 그대로 레지네의 목을 향했다.


레지네의 빈손에 몽력으로 만들어진 회색 검이 솟아났다.

회색 검은 단검을 맞받아쳤지만, 잠시도 버티지 못했다.


촤악-

두 동강 난 회색 검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그 위로 붉은 피가 떨어졌다.


“미안. 한 획 더 그어버렸네”

민채리의 동공에, 같은 형태의 상처가 길게 하나 추가된 레지네의 얼굴이 비쳤다.


쾅-

공중에서 대결을 벌이던 두 개의 창이 폭발을 일으켰다.

레지네의 창이 힘겨루기에서 진 듯, 공중에서 하락하고 있었다.


그런 창을 잡아 민채리에게 빠르게 휘두르는 레지네.


“죽인다, 민채리.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고 만다”

“진정해. 싸움이란 건 흥분한 쪽이 지는 법이거든. 기본적인 건데, 또 가르쳐줘야 해?”


민채리는 레지네의 창을 가볍게 피하고는 레지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발현 : 적뢰(赤雷)”

민채리의 단검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굵은 번개가 피어났다.

그리고 시작된 난도질.

민채리의 단검이 움직일 때마다 번개가 주위에 흩뿌려졌다.


붉은 번개가 휩싸인 단검은 공격을 그칠 줄 몰랐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격은 레지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레지네는 이미 정신을 잃은 듯, 공격을 그대로 수용했다.


“끝이다”

단검 끝에서 붉은 번개가 길게 피어났다.

단검은 이내 긴 장검으로 변했다.


푸욱-

레지네의 심장을 뚫은 장검이 얼굴을 내밀었다.


“크헉”

레지네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민···채리···”

“있잖아. 난 우리가 정말 친구인 줄 알았어. 그래서 언젠가 다시 너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어”

“풋, 푸핫, 푸하핫”


민채리의 말에 레지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민채리는 그런 레지네를 영문 모를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레지네의 말은 민채리의 가슴을 후벼팠다.


“이거 불쌍해서 어쩌나. 난 널 친구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처음 만난 순간부터 널 죽이고 싶었으니까”

“뭐?”

“넌 내게 증오 그 자체야”

“거짓말”


민채리의 기억 속 어딘가, 깊이 잠겨 있던 소중한 추억들이 부서진다.

부서진 기억들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민채리의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낸다.


“다 죽어가는 마당에 내가 거짓말을 굳이 하겠어? 다시 말해줄게. 난 네 얼굴이, 목소리가, 성격이 싫어. 너의 모든 것이 죽이고 싶을 만큼 싫었어.”

“··· 레지네”

“내 이름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


그 말을 끝으로 레지네의 숨이 끊어졌다.


“거짓말”

민채리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민채리는 한동안 그대로 레지네의 시체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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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면 술래잡기 (3) 24.05.17 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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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검을 잡은 이유 (2) +1 24.05.12 13 1 11쪽
12 검을 잡은 이유 +1 24.05.12 12 2 13쪽
11 발화 (5) +2 24.05.11 15 2 12쪽
» 발화 (4) +1 24.05.11 15 1 12쪽
9 발화 (3) +2 24.05.10 18 2 12쪽
8 발화 (2) +1 24.05.10 16 2 12쪽
7 발화 +1 24.05.09 17 2 12쪽
6 붉은 머리 길드 입단식 +1 24.05.09 17 2 13쪽
5 붉은 머리 입단 시험 (2) +1 24.05.08 17 2 11쪽
4 붉은 머리 입단 시험 +1 24.05.08 18 2 11쪽
3 깨어나다. (3) +1 24.05.08 19 5 13쪽
2 깨어나다. (2) +1 24.05.08 23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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