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꿈을 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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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엘민
작품등록일 :
2024.05.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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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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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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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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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면 술래잡기 (2)

DUMMY

***



“자, 매운 갈비찜 대령이요”

헤론이 둔탁하게 거대한 냄비를 내려놓았다.


저번에 봤던 냄비보다 더 큰 냄비가 있었구나.

단연코 이건 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냄비다.

대체 안에 고기가 얼마나 들었길래···?


뚜껑이 열리며 맵고도 달짝지근한 향기가 식당 전체에 퍼졌다.


“이건 내가 임무를 다녀온 모두에게 주는 선물이야.”

귀여운 주방 장갑을 낀 헤론이 뿌듯하게 냄비 뚜껑을 팡팡 쳤다.


“헤론, 잘 먹을게!”

민채리가 입에 침을 가득 담은 채 젓가락을 들었다.


“조금이라도 먹고 싶으면 젓가락 들어. 장담하는데 저거 3분도 안 간다.”

이어 김 혁이 두 번째로 젓가락을 들었다.


에이, 거짓말.

아무리 민채리가 잘 먹는다고 해도 저걸 어떻게 혼자 다 먹겠어?


“잘 먹을게···요, 헤론 씨”

“말 놓으라니까요, 현우 형”

“네. 아니, 응”


아, 아직도 저 험상궂은 얼굴이 나보다 동생이라는 건 믿기지 않는다.


헤론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준 뒤, 젓가락을 들고 냄비를 본 순간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갈비찜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옆으로 뼈 발굴의 잔해가 무수하게 놓여 있었다.


“아, 맛있다. 역시 헤론이 갈비찜 하나는 진짜 잘한다니까”

젓가락은 어디에 버려뒀는지 민채리가 양손에 갈비를 들고서 열심히 뜯고 있었다.


“잘 먹는 순으로 길드장이 되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니까”

“아니, 일단 쟤 입 좀 막아봐. 우리도 먹어야 살지···”

“난 포기할란다. 그냥 라면 끓여 먹을게. 같이 먹을 사람?”

“이야, 채리 먹는 거만 봐도 배가 부르다, 배가 불러”


다들 그런 민채리를 보며 웃고 떠들었다.


정말 붉은 머리의 모두가 민채리를 좋아하는구나.

자연스레 느껴졌다.

그만큼 민채리가 모두를 진심으로 대했다는 거겠지.


“자, 다들 먹으면서 들어. 나는 이제 영탈전에 나갈 거야”

민채리가 입안의 고기를 우적거리며 말했다.


“······.”


웃고 떠들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넌 무슨 이런 얘기를 갈비 뜯으면서 하니”

“진짜 멋있다, 민채리···”

“뭐, 언젠가는 하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그게 오늘일 줄이야.”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해가 안 되네. 방금 내가 들은 게 맞지?”


이어지는 건 모두의 한숨이었다.

모두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영탈전이 뭐지?

뭐길래 다들 이런 반응인 거야?


“도치자에게 도전하는 것. 즉, 도치자와 목숨을 건 전투를 하는 거다”

김 혁이 내 생각을 읽었는지 대답했다.


“넌 독심술이라도 있냐?”

“영탈전이 뭔지 네가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 넌 아는 게 없으니까”

“하, 진짜 넌···”


오랜만에 만나도 짜증이 나는 말투인 건 여전하구나.

반드시 더 강해져서 한 대 때리고 만다.

반드시.


“도치자를 이겨서 도치자의 힘을 얻는 것. 그게 내 목표야”

민채리가 웃으며 부연 설명을 도왔다.


“도치자의 힘? 그게 뭔데?”

“도치자에게만 있는 특별한 힘이야. 모든 도치자가 각기 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 그중, 내가 이번에 얻으려 하는 건 구름의 힘. 구름의 힘의 능력은 ‘신체의 극한 강화’야. 무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능력이지”

“말도 안 되는 능력이네”

“맞아. 그리고 도치자의 힘을 가지게 되면 도치자의 자리를 이어받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돼”

“이어받지 않게 되면···?”

“계속해서 다른 섬에 도전하며 힘을 얻을 수 있지.”

“그럼 무조건 힘을 얻고 다른 섬에 도전하면 되는 거 아냐? 엄청나게 강해질 거 아냐”

“대신 위험한 삶이지. 백 청의 적이 되는 거니까”

민채리가 드디어 음식을 다 먹었는지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럼 도치자가 되면?”

“강하게 영원히 살 수 있게 돼. 도치자는 영생의 삶을 살 수 있거든.”


혹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영생, 인간이라면 당연히 얻고 싶어 하는 것.

그런 조건을 마다하고 모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까지 도치자가 바뀐 적은 꽤 있지만, 도치자의 힘을 얻은 후 도치자의 자리를 포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김 혁이 갈비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런 최초의 기회를 바로 내가 해내겠다는 거지!”

민채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이번 영탈전은 나 혼자 다녀올 거거든. 다녀올게, 모두”

민채리가 식당에 모인 모두를 한 명씩 지그시 바라봤다.

소중하게 눈을 맞추며, 마지막으로 모두를 눈에 간직하려는 듯.


“··· 안 돼, 너 혼자 보낼 수는 없어”

“갈 거면 다 같이 가는 거야”

“애초에 우리 길드의 목적이 뭐야? 다들 몽계에서 이렇게 희희낙락 살려고 모인 거였어?”

“아니, 우리의 목표는 원계의 탈환! 몽계를 부수는 거지!”

“그럼 다 같이 가는 거야! 채리 누나를 따라서!”


누군가의 말을 시작으로 모두 저마다 자신의 결의를 다졌다.

민채리는 그런 모두를 당황스러운 듯 바라봤다.


“부탁이야. 모두 여기 남아줘. 영탈전엔 나 혼자 나가. 나 믿지? 금방 다녀올게. 위험해지면 바로 돌아올 테니까···”

“아니, 우린 너와 함께 갈 거야”

“우린 같은 붉은 머리잖아?”


민채리가 다급하게 모두를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모두는 이미 마음을 굳힌 뒤였다.


“난 안 가”

아멜이 냄비에서 고기를 한 점 가져가며 말했다.


“나도···!”

“나도 아직은 준비가 안 됐어.”

“난 좀 무서워서···”


몇 명은 두려워하는 눈치다.


“무서운 사람은 빠져도 돼. 목숨을 아끼는 것도 실력이니까”

김 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넌 어떡할래?”

그리고 김 혁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난···”

“결정이 어려우면 시간을 줄게. 천천히 생각해봐”

민채리가 내게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모두 임무 하느라 고생도 했으니!”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민채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덕분에 모두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다.


“오랜만에 재밌게 놀아볼까?”

민채리의 말에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뭐야?

대체 뭐 하고 노는 거길래 다들 이렇게 신난 거야?



***



비의 섬 옆의 무인도.

일명 ‘별똥별 섬’이라 불리는 곳.

몽계에 떨어진 별똥별이 섬이 되었다는 전설 덕에 그런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섬 곳곳에 뿌려진 알 수 없는 빛나는 가루는 섬에 신비함을 더해 주었다.

혹자는 이 가루를 별똥별에서 떨어져 나온 ‘별빛 가루’라고 칭했고, 또 다른 혹자는 바닷물이 증발하고 남은 소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별똥별 섬의 한구석에 존재하는 별빛 골짜기.

유난히 빛나는 가루가 많이 뿌려진 곳이었다.

사방이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절벽들은 겹겹이 형성되어 미로 같은 구조를 하고 있었다.

마치 원계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이곳은 최초 발견자인 민채리에 의해 유흥의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골짜기의 어딘가.


“하아, 왜 하필 내가···”

차현우의 한숨 소리가 골짜기에 작게 울려 퍼졌다.


분명 목소리는 차현우임이 분명했건만, 모습은 민채리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바뀌는 거면 목소리도 바꿔주던가. 이게 뭐야”

차현우가 옆의 절벽 단면을 바라봤다.

절벽 단면에는 크게 굳어진 별빛 가루가 있었는데, 거울처럼 주위를 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별빛 가루 거울에 반사되고 있는 건 영락없는 민채리의 모습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자, 받아”

민채리가 섬에 도착하자마자 모두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도회 가면.

가지각색의 가면들을 받아든 모두가 씨익 웃었다.


“벌써 재밌겠다.”

“아, 이번에는 내가 민채리 하고 싶은데”


그런 모두의 옆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차현우가 가면 하나를 들고 서 있다.


“이게 뭐야?”

“이 게임의 이름은 ‘가면 술래잡기’! 무려 내가 만들어낸 게임이라고. 재밌어 보이지?”

민채리가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면 숨바꼭질? 술래잡기?”

“그게 뭐야? 너 해봤어?”


‘다행히 나만 처음인 건 아닌 듯하네’

위안을 삼은 차현우였다.


“현우를 포함해서, 처음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규칙을 간단하게 설명할게”

어느새 적당히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간 민채리가 가면을 들어 보였다.


“자, 다들 이 가면 보이지? 이 가면은 그냥 가면이 아니야. 쓰게 되면 우리 중 무작위의 인물로 변하게 돼”

“오, 신기한데?”

민채리의 설명을 듣자마자 누군가가 가면을 착용했다.

잔뜩 들뜬 얼굴이 필시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가면을 쓴 남자가 펑 소리와 함께 여자로 변했다.

머리카락, 얼굴, 몸, 심지어는 느껴지는 몽력도 여자의 것이었다.


“우와”

그러나 여자의 얼굴에서 나오는 걸쭉한 목소리만은 남자 본인의 것이었다.


“엥, 이거 나잖아?”

바로 옆에 있던 여자가 남자의 몸에 손을 대자, 다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남자가 쓰고 있던 가면이 조각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렇게 되면 탈락이야.”

“뭐야? 나 벌써 탈락이야?”

민채리의 말에 남자가 아쉬워했다.


“그러게, 설명을 끝까지 듣고 했어야지. 그럼 이어서 설명할게. 방금 본 것처럼, 자신의 몸으로 변한 사람을 찾아서 터치하면 되는 거야. 물론 나도 누군가로 변할 테니, 누군가에게서 내 몸을 지켜야겠지?”

“그 말은 내가 내 몸으로 변한 사람을 잡았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네?”

“역시 현우, 머리가 좋아. 단번에 이해했구나? 맞아. 본인의 모습을 한 누군가를 잡더라도 제한 시간이 끝날 때까지 도망 다녀야 하지. 잡았더라도 잡히면 탈락이니까!”


내가 잡고도 끝까지 도망 다녀야 하는 게임.

재밌겠는데?

차현우의 얼굴에 흥미가 돋았다.


“참고로 변하게 되면 그 사람의 몽력을 조금이지만 사용할 수 있게 돼. 그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지. 변한 몽력에 빠르게 적응하면 잡거나 도망치는 데 도움이 되겠지? 반대로 적응 못 하면 아무도 못 잡거니와 적응한 사람들에게 금방 잡힐 거고”

“그리고 이 게임엔 특이한 룰이 하나 있어.”

김 혁이 민채리의 설명을 이어받았다.


“바로 채리로 변한 사람은 ‘조커’야. 누구든 잡을 수 있고, 누구에게든 잡힐 수 있지”

“양날의 검이네”

“그리고 채리가 잡히면 그 즉시 게임은 끝. 채리를 잡은 사람이 단독 승리자가 돼”

“채리로 변한 사람이 안 잡히면?”

“제한 시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공동 승리자가 되는 거지”

김 혁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승리자에게는 내가 특별한 선물을 줄 테니 기대해도 좋아”

민채리가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작된 숨바꼭질.

각기 다른 곳에 숨은 모두가 가면을 쓰면 게임이 시작이다.


곧, 넓은 별빛 골짜기 곳곳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제각기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숨어 가면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펑-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지막, 차현우가 가면을 쓴 순간.


별빛 골짜기의 공중에 30:00이라는 숫자가 생겨났다.


29:59, 29:58, 29:57···.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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