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꿈을 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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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엘민
작품등록일 :
2024.05.08 16:44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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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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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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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술래잡기 (3)

DUMMY

***



구름의 섬, 새털 마을.

거리마다 상가가 즐비한 덕에 엄청나게 번영한 곳이자, 케이프 길드의 본부가 세워진 곳.

마을의 외곽에 거대한 성채 하나가 반듯하게 서 있다.


그리고 그 성의 안.


콰앙-

근육질의 남자가 주먹을 내리치자 나무 책상이 수십 개로 분열했다.


“그렇게 복수는 피를 부른다고 강조했거늘”


남자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진정하세요, 라이크 님”

흥분한 남자를 진정시키려고 애쓰는 또 다른 남자.

불안한 듯 자신의 안경을 만지작거리는 남자의 등에는 검은 망토가 둘려 있었다.


“제가 레지네 누나의 몫까지 노력할게요”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는 근육질 남자의 화가 더 커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래. 이제 검은 망토는 너 하나이니. 카테, 네게 모든 걸 일임하겠다.”

근육질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등 뒤로 노란 망토가 길게 펼쳐졌다.


노란 망토의 주인은 ‘안드레 라이크’.

몽계 3대 길드 중 하나인 ‘환락’의 길드장으로서, 무려 50대가 넘는 중년이었다.

하지만 잘 관리된 근육질의 몸은 그가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남자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방에 퍼지는 노란 번개.

번개는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다.


“어디 가세요?”

“산책”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아니다, 카테. 넌 가서 푸른 망토의 수련을 도와라. 다음 달 초에 검은 망토 승격전을 진행할 터이니”

“예, 알겠습니다”


라이크가 길드 성문을 열고 나가자 카테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후, 언제봐도 무섭다니까. 라이크 님이 화나신 표정은’


안경쟁이 카테는 겁쟁이였다.

모든 것을 두려워하고, 의심했다.

그렇기에 강해질 수 있었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피하는 것.

반대로 말하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점에서 유리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채리 누나도 참. 레지네 누나를 죽일 건 또 뭐야? 둘이 친했던 거 아니었나?”

카테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흠, 나도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러 가볼까? 우리 누나 보고 싶은데. 라이크 님께는 비밀로 하고···! 히힛”

카테의 얼굴에 광기 어린 미소가 드리웠다.



***



별똥별 섬, 별빛 골짜기.


“여기면 안전···하겠지?”


겨우 숨을 돌렸다.

절벽 사이에 난 작은 굴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꼼짝없이 잡혔을 거다.

민채리의 작은 체구가 아니었으면 여기에 숨지도 못했을 거고.


“민채리! 어디로 숨은 거냐?”

“민채리! 나와라! 아니, 아니지. 민채리가 아니라 민채리로 변한 사람이잖아?”

“아, 맞다. 야! 민채리로 변한 사람! 이리 나와!”

“나와!”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바보스러운 둘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안도했다.


왜 하필 내가 민채리가 된 거냐고.

운도 지지리 없지.

이대로 제한 시간까지 버텨볼까.


민채리의 몸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잡히기 전에 내가 다 잡으면 되는 거 아냐?

민채리는 길드장이니까 우리 중에 제일 빠를 거 아냐.

그럼 민채리의 몽력만 이해할 수 있다면, 단독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다.’


라고 생각했던 건 내 오만이었다.

민채리의 몽력은 수학의 5차 방정식보다도 어려웠다.

꼭,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코드 같달까.


게다가 더욱 알 수 없는 건 민채리의 몸에서 느껴지는 몽력은 번개의 향이 아니라는 거다.

뭐지, 이 비릿한 향은?


“흐아앗! 야아아아! 오지 마!”


동굴 밖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도망치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내밀어 보니 김 혁의 모습을 한 누군가가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저 목소리는 민채리잖아.

민채리가 김 혁으로 변한 거구나.

그럼, 민채리를 쫓고 있는 저 사람은 당연히···.


“풉”


아,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저 귀여운 꼬마는 엔도잖아.

김 혁이 저렇게 귀여운 애로 변한 거야?

진짜 하나도 안 어울려.


“찾았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설마···.


“으아아아아아아악!”


웬만한 공포영화에도 안 놀라는 나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몸을 기괴하게 꺾은 김 혁이, 아니 김 혁으로 변한 민채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초점 없이 눈을 크게 뜨고서.

흰자보다 검은자가 더 크게 보이는 건 착각일까.


그리고 모양이 우습게 변했다.

도망치는 나를 쫓는 민채리.

그런 민채리를 쫓는 김 혁.


모습으로만 보면 민채리를 쫓는 김 혁, 김 혁을 쫓는 엔도였다.


아니, 근데 그 표정 좀 풀어봐···

잠깐 돌아보자, 김 혁은 똑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내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너··· 누··· 구··· 야···”


맛들렸네, 민채리.

목소리까지 내리깔고서.


근데 괜히 장난치고 싶어진다.

말 안 해야지.

끝까지 내가 누군지 밝히지 않은 채로 도망쳐주지.


허공의 시계를 보니 13:48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 아직도 저렇게 많이 남았다고?

그나마 다행인 건, 민채리도 김 혁의 몽력을 이해하지 못한 듯 그저 달리기로만 나를 쫓고 있다는 거였다.


“야, 민채리! 내 몸으로 이상한 거 하지 말라고”

엔도로 변한 김 혁은 체력이 떨어졌는지 멀리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민채리는 김 혁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괴한 자세로 나를 쫓았다.


확실하네, 재미 들린 거.


“어? 민채리다!”

“어! 민채리다!”

“민채리 발견했다!”


미쳐버리겠네.

하필 이 타이밍에 다들 나를 발견할 건 뭐야?


그리고 대대적인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모두는 자신의 형상으로 변한 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를 쫓아 달려왔다.


아니, 잡으면서 쫓으면 되잖아···.

어?

나 발견!


나를 쫓아 달려오는 나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차···현···우···구···나?”


민채리, 컨셉 언제 버릴 건데?

일단은 내가 먼저 잡는다.

나를 잡으려던 손을 가볍게 피하며 내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나로 변했던 이의 가면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쪼개졌다.


“잡았다!”

“차···현···우···”


잡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얘를 어떻게 따돌려야 하지?

그 순간, 심장에서 파직-하는 신호가 왔다.


이 느낌은.


“발현 : 적뢰(赤雷)”


발아래에 붉은 번개가 생성되었다.

내 다리를 타고 올라온 붉은 번개는 곧 전신을 뒤덮었다.


“잡고 싶으면 계속 따라와 보던가. 그럼 안녕!”

나는 힘주어 약 올리듯 인사하고는 발을 뗐다.


“우악-!”

미친, 이게 무슨 속도야.

민채리 이런 속도를 컨트롤하고 있었던 거야?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속도감에 스스로 당황했다.

이건 마치 뚜껑 없는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기분이잖아.


민채리의 몽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



“하아, 내 몽력을 이해하고 사용한 사람은 처음인데. 이래서야 포기할 수밖에 없잖아”

김 혁으로 변한 민채리가 저 멀리 사라지는 민채리로 변한 차현우를 바라봤다.


민채리가 사라진 이곳은 다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곳곳에 숨어있던 길드원들이 민채리를 쫓기 위해 한군데에 모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로 변한 서로를 잡으려 달리고 있었다.


“재밌네, 이런 풍경도”

김 혁으로 변한 민채리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김 혁의 몸으로 변한 건 처음이네.

얜 왜 이렇게 몸이 무거워? 키가 커서 그런가.

칼도 무거운 것도 가지고 다니네.

그래, 매번 이랬지. 길드장인 나조차도 타인의 몽력을 이해하는 데에 최소 25분이 걸리니까.


이것이 시간제한을 30분으로 설정한 이유였다.

사실상 25분은 그냥 재미있는 술래잡기일 뿐이지만, 25분이 넘어가게 되면 서로가 서로의 몽력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서로의 몽력을 체험하고 적응하며 서로를 쫓는다.

이것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서 동료와 함께 전투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상대방이 되어 보았기에 상대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일단은 좀 시간을 기다려볼까?”

김 혁으로 변한 민채리가 주위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어느새 많이 잡고 잡혔는지 게임에 참여한 길드원들이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다들 재밌어 보이네”

“그러게”

민채리의 혼잣말에 누군가 답했다.


“뭐야, 김유리야?”

“오랜만이야, 민채리. 이게 얼마 만에 단둘이야?”

민채리가 자신에게 오는 헤론으로 변한 김유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워낙 바빴으니까”

“쥐꼬리만 한 길드에 일이 참 많아”

“야, 우리 길드가 작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멋있잖아!”

민채리가 김유리를 툭 쳤다.


“그런가”

김유리가 피식 웃었다.


“근데 헤론은? 널 아직 못 찾은 건가?”

“이미 탈락했던데? 나 잡으려다가 잡혔나 봐”

“푸핫, 그것도 재밌는 상황이네”

“그러니까!”

민채리와 김유리가 소녀처럼 깔깔대며 웃었다.


둘은 친한 친구답게 오랜만에 긴 수다를 떨었다.

멀리서 보면 김 혁과 헤론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신기한 광경이긴 하네”

“그게 이 게임의 묘미지”

“맞아. 게임을 하다 보면 처음 보는 케미가 많이 나오거든.”

모두가 서로를 잡는 것도 잊고 둘의 모습을 지켜봤다.


사실, 김 혁의 영향이 컸다.

김 혁은 길드에서 그 누구에게도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웃음은커녕 말도 잘 걸지 않았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는 것 같은 간단한 행위도 김 혁이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김 혁이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비록 민채리가 숙주이긴 했지만.


“저것 좀 봐라. 웃으니까 얼마나 예뻐”

“좋은 얼굴 자기가 다 망친다니까”

“얼굴 그렇게 쓰면 나 줘라, 우우-”

“뭐가 어쩐다고?”

김 혁의 목소리에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엔도로 변한 김 혁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들의 뒤에 서 있었다.

폭포처럼 흐르는 땀에서 꼬마의 몸으로 얼마나 힘들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순식간에 모두는 엔도에게 압도되었다.


“잡았다!”


텁-.

그리고 그런 김 혁을 잡은 엔도.

성인 남성으로 변한 엔도가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몸을 터치했다.


퍼엉-

김 혁이 쓰고 있던 가면이 깨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아, 작아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김 혁이 자신의 어깨를 토닥였다.


“뭐야, 잡혔네?”

민채리가 김 혁에게 다가왔다.


“휴. 이제 나도 숨 좀 돌리겠네”

김 혁으로 변한 민채리가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김 혁이 둘?”

“내 취향은 원래 쪽에 한 표. 난 냉미남이 좋아”

“난 채리쪽. 난 온미남이 좋거든”


모두가 두 김 혁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민채리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는 김 혁과 본래의 무미건조한 표정의 김 혁.


“내 얼굴로 그딴 짓 하지 말아줄래?”

김 혁이 차갑게 째려보자 모두가 입을 잠그는 시늉을 했다.


“자, 이제 내가 잡힐 걱정은 없으니 부담 없이 쫓아가 볼까?”

김 혁으로 변한 민채리가 차현우가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동시에 민채리의 몸에서 검은 몽력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뭐야, 이해한 거야?”

김 혁이 공중의 시간을 보며 물었다.


어느새 시간은 05:00를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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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발화 (2) +1 24.05.10 16 2 12쪽
7 발화 +1 24.05.09 17 2 12쪽
6 붉은 머리 길드 입단식 +1 24.05.09 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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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붉은 머리 입단 시험 +1 24.05.08 1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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