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꿈을 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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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엘민
작품등록일 :
2024.05.08 16:44
최근연재일 :
2024.05.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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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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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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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영탈전 (7)

DUMMY

***



포근한 구름의 위에서 나는 눈을 떴다.

대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구름 위에 누워 있었다.

내 마지막 기억은 희연이를 벤 순간에서 멈춰있다.

충격에 그 뒤로 정신을 잃은 건가.


뭔가 꿈을 꿨던 거 같기도 한데.

그래, 꿈에서 서윤이를 만났던 거 같아.

근데 여기는-


고개를 들자 괴상한 모습을 한 남자가 보인다.

직감으로 저 남자가 도치자임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뭐지, 저 형태는?

온몸이 회색빛이다.

게다가 마치 구름처럼 생긴 근육들.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괴하다.


그런 도치자의 팔이 무언가를 꿰뚫고 있었다.

도치자의 팔은 김 혁의 가슴을 뚫고 반대로 뻗어 나왔다.

그 아래로 피를 잔뜩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민채리가 보인다.

마치 민채리를 보호하려다가 가슴이 꿰뚫린 듯했다.


“크핫, 크하하하핫!”


도치자가 그런 김 혁을 보며 즐겁게 웃는다.

그 얼굴을 보자 속에서 무언가가 들끓는다.


온몸에 넘쳐 흐르는 이 황금색 몽력.

당장이라도 저 거만한 도치자를 벨 수 있을 것만 같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검집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스릉.

검이 우아하게 뽑혀 나온다.


뭐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느낌.

경쾌하고도 산뜻한 검의 울림이 팔을 타고 전신에 퍼진다.


‘오랜만이야!’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몽력의 원천의 목소리다.


‘네 여자친구 덕분에 일시적으로 힘을 되찾았어.’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몸에 아까보다 세 배는 넘는 몽력이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이 된 것만 같은 감각.


근데 여자친구라니?

서윤이를 말하는 거야?


몸 전체에 퍼진 몽력이 너무나 뜨거워서 몸속 전체가 활활 타오르는 듯해.

온몸의 감각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진다.

근육의 움직임, 혈액의 이동, 심지어는 몸 전체에 뻗어 있는 신경세포까지.

이 모든 감각이 내가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진다.


몸을 일으켰다.

아니, 몸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난 이미 검을 뽑고 있었다.


팔 전체에 폭발적인 힘이 깃든다.

무거운 검을 깃털처럼, 아니 아예 들고 있지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목표물을 바라봤다.

도치자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부터, 심지어 몸속에 흐르는 몽력의 흐름까지 모든 것이 보인다.

너무나 선명한 감각에, 단번에 도치자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그런 거구나?


그런데 왜지?

멀리 떨어져서 검이 절대 닿지 않는 위치임에도 여기서 도치자의 팔을 벨 수 있을 것만 같아.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져.

그렇다면 하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


팔을 가볍게 움직였다.

동시에 도치자의 팔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당황한 도치자가 나를 찾으려는 듯 고개를 돌린다.

나는 멈추지 않고 검을 다시 휘둘렀다.


그리고 검은 그대로 도치자의 목을 갈랐다.

몸에서 분리된 머리가 거꾸로 뒤집힌 채로 바닥으로 추락한다.


이번엔 검이 제멋대로 춤을 췄다.

자아가 있는 것처럼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냈다.

나는 그저 검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손을 빌려줄 뿐.

검이 움직이는 대로 나의 손을 맡긴다.


검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순식간에 수십 번을 왕복했다.

당연히 그 종착지는 도치자.

검이 닿은 도치자의 몸과 머리가 수십, 아니 수백 개로 분열한다.


지금, 이 느낌이라면 그 누구도 내게 적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경기가 너무나 싱겁게 끝난 탓에 검을 조금 더 다루고 싶어.

이제 막 달아오른 몸이 움직이고 싶어 근질거린다.


그 때문에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는 것은 꽤 힘든 금욕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수차례 베어버리고 싶은 열망을 간신히 참았다.


“차현우···”

쓰러진 김 혁이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읊조렸다.


단지 한 걸음 내디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느새 김 혁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절대적인 감각.

이것이 몽력의 원천.

몽계에서 가장 고귀하고 강한 물질.


하하, 아빠.

대체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있던 거야?


“괜찮아?”

“넌 이게 괜찮아 보이냐?”

김 혁이 피식 웃고는 정신을 잃은 듯 고개를 떨궜다.

김 혁의 가슴에 난 커다란 구멍에서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상태로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고?

어떻게 돼먹은 정신력이야.


근데 뭐지?

지금의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김 혁의 진정한 강함을.


활성화된 원천 덕인가, 김 혁의 몽력이 세세하게 느껴진다.

왜인지 이 녀석은 힘을 숨기고 있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도치자에게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일부러 이기지 않고 있던 건가?

근데 왜?


근데 이대로 두면 얼마 안 가 죽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리가 멍해진다.


“현우야”

민채리가 정신을 차렸는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민채···?”


어라, 민채리의 상태가 이상하다.

분명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길어져 있다.

단발머리였음이 분명했는데, 지금은 긴 생머리다.

여전히 붉은색인 건 변함 없지만.


왠지 키도 조금 더 커진 것 같고.

군더더기 없이 슬림했던 몸매도 꽤 이곳저곳 변해 있다.

들어갈 곳은 들어가 있고 나올 곳은 나와 있는 민채리의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뭐야? 왜 이래? 너 채리 맞아?”

“사람한테 왜 이렇냐니. 그건 그렇고 혁이가···”


민채리가 가슴에 구멍이 크게 난 김 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민채리의 손에서 방대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피는 김 혁의 몸으로 흘러들어가 구멍난 김 혁의 신체를 메웠다.


“뭘 한 거야?”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무의식 중에 이 모습으로 변해버렸네”


민채리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의 몽력의 향.

이건 가면 술래잡기를 하던 날, 민채리로 변한 덕에 느껴졌던 비릿한 향.

드디어 이 향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건 피 냄새다.


잠깐, ‘피’라고?

민채리는 분명 붉은색의 번개를 사용한다.

그런데 왜 번개의 느낌이 아니라 피비린내가 나는 거지?


김 혁도 그렇고 민채리도 그렇고 숨기는 게 많다.

이래서야 길드가 잘 돌아간다고 할 수 있나.


“치료된 거야?”

“임시방편. 피로 신체를 구축해놓은 거야. 오래가진 않을 거야. 빨리 돌아가서 세연이에게 맡겨야 해”


진세연이었나?

원계에서 전세계적으로도 엄청나게 유명한 외과의사였다고 했었지.

그러고보니 얼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고마워 혁아, 현우야. 그리고 미안. 길드장으로서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민폐만 끼쳤네”

멋쩍게 헤헤 웃는 민채리를 보니 이제야 내가 알던 민채리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느껴지는 기운이 다른데?”


나를 이상하다는 바라보는 민채리에게 난 원천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원천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민채리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몽력의 원천이 실재했다니··· 허무맹랑한 전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민채리가 신기한 듯 코로 내 몽력의 향을 킁킁 맡았다.


“상태를 보아하니 도치자는 네가 벤 거지?”

“응”

“그리고 이 힘은 일시적인 거고?”

“맞아. 왜 갑자기 활성화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서윤이의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꿈을 꾼 건가.


민채리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쪽엔 당연히 도치자의 조각난 몸이···.

없다?


그 대신 동그란 영옥이 구름 위에 떠올라 있었다.


“도치자의 힘?”

“맞아. 저건 네 거야. 현우야”

“어? 아냐, 난 필요 없어. 네가 길드장이니까 네가 가져”

“원래 도치자의 힘은 도치자를 죽인 사람 이외에는 가져갈 수 없어. 양도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민채리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내 손에 도치자의 힘을 쥐여줬다.


“자”

“고마워”


손바닥 위에 놓인 도치자의 힘은 찬란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근데 영옥도 그렇고, 원천도 그렇고, 도치자의 힘도 그렇고.

왜 죄다 구체인 거야?


도치자의 힘 속에서 무언가 흘러 다니고 있었다.

작은 구름들이었다.


그리고 도치자의 힘을 향해 몽력을 흘리자, 손바닥 안으로 아이스크림이 녹듯 흡수되었다.

동시에 내 손목에 구름 모양의 문양이 새겨졌다.


“구름의 힘을 가졌다는 징표야”

채리가 문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순간, 우리가 밟고 서 있던 구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름이 붕괴한다. 지금껏 구름을 유지하던 도치자의 몽력이 사라져서 붕괴하는 거야”

“어떡하지?”

“저기야!”


민채리가 구름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김 혁을 팔에 안고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구멍을 향해 몸을 던졌다.



***



“왔어?”

백색의 소년이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응. 고마워”

“힘을 사용해본 소감은?”

“최고야”


나도 같은 미소로 응대했다.


“그럼 이제 약속 지킬 시간이야.”

소년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다가왔다.


무슨 약속이었더라?

아, 다시 만날 때면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었던 것 같다.


내 말을 기다리는 이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니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나는 이 녀석에게 세상에서 최고로 멋있는 이름을 지어주어야 한다.


“으음”

“응? 뭐라고?”

“으으음”

“으음?”

“좋아! 네 이름은 소설(素雪)이야. 흰 눈이라는 뜻이지”

“소설?”


소년이 이름을 듣고는 잠시 벙쪄 있었다.


뭐지?

싫은 건가?

너무 대충 지은 게 티 났나?


근데 아무리 봐도 이것보다 이 소년을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은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새하얀 소년에게 흰 눈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붙이면, 소년이 검게 변할 것만 같았다.


“소설!!!!”

소년이 이름을 크게 외치며 이 백색의 공간을 마구 뛰어다녔다.


“너무 좋아! 난 소설! 내 이름은 소설이야!”

소년이, 아니 소설이 나를 와락 껴안았다.


소설의 작은 체구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몸에 퍼진다.

이 녀석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속에 작은 감동이 울려 퍼진다.


이렇게나 좋아해 주다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잖아.


“방금 그게 네 완전한 힘이야?”

“뭐?”


소설이 즐거운 듯 까르르 웃었다.


“그럴 리가. 난 이 세계의 주인이야. 고작 그 정도 힘이 다 일리가 없잖아?”

“말도 안 돼. 아까 그 힘만으로도 그렇게나 강해졌었는데”

“말했잖아. 난 대단한 사람이라고. 잠깐, 사람이 맞나?”

“근데 여자친구 얘기는 뭐였어?”

“기억이 안 날 수밖에. 거긴 네 무의식의 공간이니까. 기억 못 하는 건 순전히 네 책임이야”

“나 서윤이를 만났던 거야?”

“글쎄”


소설이 장난스럽게 미소 짓는다.

왠지 더 물어봐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입을 닫았다.


“그럼 난 이제 좀 자러 갈래. 오랜만에 힘썼더니 너무 피곤하다고!”

소설이 정말 피곤한 듯 늘어지게 하품했다.


“이제 일어났으면서 또 잠자는 거야?”

“그럼. 아직 완전히 각성한 게 아니라 이 정도에도 휴식을 취해야 해”

“그럼···”

“맞아. 당분간은 내 힘을 사용 못 할 거야. 그래도 걱정하지 마.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까. 차현우, 내가 일어날 때까지 죽지 마.”


소설이 장난식으로 당부하고는 허공에 직사각형을 그렸다.

직사각형은 역시 이번에도 커다란 문으로 변했다.

나는 그 문을 열고서 뒤를 돌아봤다.


소설이 해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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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구름 영탈전 (6) 24.05.22 7 0 12쪽
24 구름 영탈전 (5) 24.05.21 7 1 12쪽
23 구름 영탈전 (4) 24.05.21 6 1 11쪽
22 구름 영탈전 (3) 24.05.20 6 1 11쪽
21 구름 영탈전 (2) 24.05.18 7 2 13쪽
20 구름 영탈전 24.05.18 9 0 13쪽
19 가면 술래잡기 (4) 24.05.17 9 2 12쪽
18 가면 술래잡기 (3) 24.05.17 7 1 11쪽
17 가면 술래잡기 (2) 24.05.16 9 2 12쪽
16 가면 술래 잡기 24.05.15 10 1 11쪽
15 검을 잡은 이유 (4) 24.05.14 12 0 12쪽
14 검을 잡은 이유 (3) 24.05.13 10 1 12쪽
13 검을 잡은 이유 (2) +1 24.05.12 13 1 11쪽
12 검을 잡은 이유 +1 24.05.12 12 2 13쪽
11 발화 (5) +2 24.05.11 15 2 12쪽
10 발화 (4) +1 24.05.11 15 1 12쪽
9 발화 (3) +2 24.05.10 18 2 12쪽
8 발화 (2) +1 24.05.10 16 2 12쪽
7 발화 +1 24.05.09 17 2 12쪽
6 붉은 머리 길드 입단식 +1 24.05.09 17 2 13쪽
5 붉은 머리 입단 시험 (2) +1 24.05.08 17 2 11쪽
4 붉은 머리 입단 시험 +1 24.05.08 18 2 11쪽
3 깨어나다. (3) +1 24.05.08 19 5 13쪽
2 깨어나다. (2) +1 24.05.08 23 6 14쪽
1 깨어나다. +2 24.05.08 3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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