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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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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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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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DUMMY

온통 청록빛의 이파리로 뒤덮인 드넓은 숲, 그 한복판에 자리한 유독 거대한 나무는 마치 홀로 폭설이라도 맞은 것처럼 새하얀 가루에 뒤덮여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눈이 내리는 것처럼 점차 더 하얗게 물들어 가는 나무를 둘러싸고 선 9명의 인영들은 평화로운 숲과 대조적으로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맞는 거겠지?”


“이제 와서 그 생각을 하는 건 너무 늦은 거 아니냐?”


“그래, 끽 해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화를 나누는 그들 중 홀로 다른 이의 부축을 받고 있던 엘프가 입을 열었다.


“이성현 하사 준비는 되었습니까?”


그녀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무는 사이, 나무에서 자라던 새하얀 버섯 하나가 급격히 수축하며 포자를 퍼트렸다.


터져 나온 포자가 한곳으로 모여들고 이내 작은 인간의 형태로 바뀌었다.


“나무의 침식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언제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성현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는 중위들.


“자자, 시작하자.”


누군가의 말과 동시에 일라이스 중위를 제외한 모두가 각각의 에테르를 끌어 올렸다.


오러, 마력, 신성력 같은 메이저 에테르부터, 주력이나 투기 같은 마이너 에테르까지 온갖 종류의 에테르가 뒤섞이며 힘의 파장을 일으켰다.


“으아!”


“간다!”


휘몰아치는 에테르 폭풍을 피해 뒤로 빠지는 일라이스 중위.


“후우···.”


제대로 가누기 힘든 몸을 마력으로 지탱해 애써 영향권을 빠져나온 그녀는 지친 몸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에테르 폭풍을 바라보던 일라이스 중위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그것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겠지?”


[그것? 나를 말하는 건가?]


그녀의 뒤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목소리.


놀란 그녀는 서둘러 마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몸을 앞으로 날렸다.


꾸드득!


그녀가 있던 자리에서 솟구친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기이한 목소리의 주인을 휘감고 옥죄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손을 휘두르자 그것의 팔에서 시작된 에테르가 일라이스 중위의 마력으로 자라난 뿌리를 산산이 찢어발겼다.


그 파괴적인 에테르 운용과 함께 기척이 드러나며 모두의 시선이 그것에게 향했다.


마치 전신 갑주를 걸친 듯한 모습의 인간형 괴수, 그들의 함선을 찢고 수많은 군인들을 살해한 영웅급 개체의 등장에 모두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일라이스 중위!”


그녀를 향해 몸을 날리는 오러 사용자와 그런 그들을 보호하듯 괴수에게 각기 다른 주특기를 퍼붓는 중위들.


온갖 종류의 에테르가 자신을 노리고 쏟아지는 와중, 그것의 대처는 간단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미친···.”


그저 그것의 전신을 감싼 에테르도 뚫지 못하고 허망하게 사라지는 자신들의 공격에 중위들은 새삼 그것과 자신들의 격차를 느꼈다.


고작 위관급 장교 중에서도 중간에 불과한 그들과 달리, 눈앞의 저것은 연방군으로 치면 영관급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본래 계급 차이에서 오는 무력의 편차는 절대적인 수준, 그들의 공격은 저것에게 닿을 수 없었다.


[벌레가 너무 많군.]


기묘한 목소리임에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귀찮음.


그 성의 없는 모습에도 그들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다시 한번 주특기를 사용하는 것뿐.


대기가 일그러지며 칼날로 변해 쏘아지고, 지면을 타고 흘러간 불꽃이 그것의 발치에서 폭발했다.


기묘한 형태의 사슬이 허공에서 튀어나와 그것을 몸을 옥죄려 들고, 정교하게 구현된 마력창이 그것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그 다양한 주특기 사이에서 일라이스 중위를 빼돌리고 합류한 오러 사용자의 검격까지 추가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괴수.


전신을 휘감은 에테르로 보호되는 몸에는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괴수가 사라지고,


콰직!


그대로 오러 사용자의 몸을 꿰뚫은 괴수의 손.


명치를 관통한 손이 그의 등 뒤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레븐!”


“레븐 중위!”


그 참혹한 모습에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중위들은 착실하게 움직였다.


“밀어내!”


체내의 에테르를 모두 쏟아내듯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그들의 에테르가 서로 뒤엉켜 괴수를 강타하고, 그것의 에테르 보호막을 파괴하는 대신, 밀어내는 공격에 괴수의 신형이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그사이 재빠르게 달려와 오러 사용자를 끌어내는 근접 계통의 중위 둘.


하나가 오러 사용자를 들고 달리는 사이, 나머지 하나가 밀려나는 괴수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머리를 향해 에테르를 쏟아내며 빠져나왔다.


“좋아!”


“이대로 밀어내!”


움직일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끊임없이 에테르를 퍼붓던 중위들은 점차 바닥나는 에테르를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연방 시스템과 부대의 지원이 없기에 평소보다 더 빠르게 고갈되기 시작한 에테르.


점차 한계에 도달해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들은 필사적으로 에테르를 짜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신호가 찾아왔다.


쿠르릉!










성현은 한계를 모르고 부풀어 오르는 몸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단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고 말은 했는데.’


부족한 정신력과 달리, 폭발적인 증식으로 불어난 균사체는 이미 성현의 손을 벗어나 있었다.


‘세계수의 분목이라고 했나? 진짜 장난 아닌데?’


고작 나무 하나에서 흡수한 양분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질 높은 양분은 성현의 균사체 규모를 그 자신도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키워냈다.


이파리, 가지를 넘어 줄기와 지면 아래의 뿌리까지 균사체가 계속해서 뻗어 나가며 얻은 거대한 양분을 성현은 애써 그가 잠식한 나무 안쪽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 덕분에 겉에서 보면 그저 나무 표면을 새하얀 균사체로 뒤덮은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지상에 드러난 나무의 부분은 모두 균사체로 대체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성현은 포기하지 않고, 증식하는 균사체들을 최대한 한쪽으로 유도했다.


지상이 아닌, 지하로.


뿌리를 타고 뻗어 나가기 시작한 균사체들은 막대한 양분을 토대로 거침없이 지하를 파고들었다.


일대의 지하를 모두 채워버릴 만큼 폭발적으로 증식한 균사체.


그리고 어느 틈에 그 위, 지상에서 벌어지는 전투.


성현은 위쪽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에테르를 느끼며 최대한 생체력을 억눌렀다.


잠시 뒤, 지하에 퍼진 성현의 중심부로 이동한 거대한 에테르의 기척.


‘지금이다!’


성현은 억눌렀던 균사체들을 일제히 지면 위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쿠르릉!


지면을 가리고 폭발하듯 튀어나오는 거대한 균사체 덩어리.


“빨리 피해!”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 위해 중위들은 재빨리 숲 쪽으로 내달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거대한 에테르 기척 또한 자리를 피하려 하는 것도.


‘절대 안되지.’


성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사를 알 수 없는 그라논 대위의 얼굴.


그리고 생사를 전해 들은··· 담당관의 얼굴


‘담당관도 선발대로 왔었는데, 그때 함선에서 영웅급 개체에게 전사하셨어.’


예전에 팔을 잃었던 담당관은 요새 어떻게 지내냐는 성현의 물음에 진소영 하사가 한 대답.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성현과 함께 무리개를 상대하기 위해 전장에 섰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팔을 잃고 괜찮은 척하는 지친 얼굴도.


마지막으로 헤어지며 부대의 정문 앞에서 손을 흔들던 모습도.


담당관뿐만이 아니었다.


성현이 잠시 56대대에 지내며 인사했던 몇몇 부사관과, 지휘통제실에서 얼굴을 익혔던 장교 몇몇까지 모두 저것의 손에 죽었다.


너무나 허망하게, 너무나 쉽게.


놀라는 성현에게 진소영 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는 전쟁 중인 연방의 군인이고, 연방은 강제로 징병을 진행할 만큼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고.


그러니 성현도 곧 익숙해질 것이라고.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 그런데.’


성현은 모든 생각을 비웠다.


성현은 자신이 하사라는 것을 그리고 저 괴물이 영관급에 해당하는 영웅급 개체라는 것도 잊었다.


아니, 그가 군인이라는 것도, 지구 출신이라는 것도, 인간이라는 것도 모두 잊었다.


‘그게 지금은 아니야.’


그가 집중하는 오롯이 하나, 그가 상실을 느낀 모든 죽음에 책임을 가진 저것의 존재.


[이건 복수다.]


성현의 모든 균사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명령.


[그러니 죽어!]









쿠르릉!


지면을 뚫고 튀어나온 수많은 균사체들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한곳으로 밀집했다.


목표는 오직 괴수.


순식간에 괴수를 휘감는 에테르에 들러붙는 균사체.


검은 갑주 주변을 보호하고 있던 에테르는 그 외부에 들러붙는 균사체로 인해 금방 하얗게 물들어 마치 고치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영웅급 개체.


[성가신 것들.]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시야에 괴수는 불쾌감을 표했다.


[고작 이딴 것으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그리고 손을 휘젓자 그의 에테르가 요동치며 들러붙은 균사체를 털어내지··· 못했다.


[뭐?]


마치 풀이라도 붙인 것처럼 괴수의 에테르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균사체들.


괴수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황급히 균사체에 노출된 에테르 일부를 통째로 포기하고 떼어냈다.


그러자 완전히 하얗게 변한 에테르가 떨어져 나가며 주변의 시야가 다시 확보되었다.


[이건···.]


온통 하얗게 변한 주변.


땅도, 하늘도 모두 새하얀 균사체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한 균사체의 돔은 그것을 놔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고작 이걸로?]


그것을 불쾌함을 표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왼쪽 팔을 쓸었다.


검은 갑주의 다른 부위에 비해 유독 자주색 빛이 도는 팔.


‘팔만 멀쩡했다면.’


팔 때문에 에테르의 대부분이 묶인 그것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에테르를 침식하는 위험성을 드러낸 새하얀 가루도 불길했다.


당장은 막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곤란해질 것이 보였다.


[···.]


잠시 고민하던 그것은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로 향했다.


하얀 무언가가 시작된 땅보다는 하늘에 가까울수록 하얀 장막이 더 얇다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다음에 모두 돌려주마.]


고작 벌레 때문에 후퇴하는 것이 치욕스러운 듯, 분노를 품은 그것이 급히 몸을 띄웠다.


다시 몰려드는 새하얀 것들을 최대한 떨쳐내기 위해 급격히 에테르를 회전시키며 곧장 하늘 위로 솟구쳤다.


[어디를 가려고.]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성현.


지면에 드러난 가장 큰 균사체, 중앙의 하얀 나무가 급격히 부풀어 오르며 나무의 가지··· 이제는 촉수에 가깝게 변한 새하얀 가지들이 괴수를 뒤따라 솟구쳐 올랐다.


수십, 수백 개가 넘은 촉수가 빠르게 치솟고 그를 발견한 괴수가 에테르 일부를 쏘아 촉수를 밀어냈다.


힘없이 밀리고 잘려 나가는 촉수들.


‘안돼! 더 굵게!’


성현의 의지에 수많은 촉수들이 서로 엮이고 엮여 굵직한 형상을 이루어 다시 괴수를 뒤쫓았다.


그리고 그때,


콰직!


괴수가 천장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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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디에스코 24.06.29 284 19 11쪽
41 임무 24.06.26 295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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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붉은 사막 +1 24.06.22 313 21 11쪽
38 경계 24.06.21 308 17 11쪽
37 사냥꾼들 24.06.20 332 19 12쪽
36 또 불시착 24.06.19 351 18 12쪽
35 복귀 +1 24.06.18 358 19 11쪽
34 보라색 멸망 24.06.16 376 17 11쪽
33 아는 얼굴 +2 24.06.15 388 19 12쪽
32 지원군 24.06.13 369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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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 +1 24.06.11 380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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