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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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최근연재일 :
2024.07.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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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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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지원군

DUMMY

“서둘러!”


“찾았습니다!”


“이쪽, 이쪽!”


“아, 아니라고?”


“네, 이미 있는 겁니다.”


진소영 하사는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와 이내 그 기대감을 부수는 침착한 목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녀는 점차 급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괴수를 상대하고 있을 이들의 목숨은 풍전등화나 다름이 없었다.


영웅급 괴수를 상대로 이쪽에서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고작 중위 9명.


심지어 그중 하나는 이미 시작부터 전투 불능 상태였다.


사실상 중위 8명에 특수병과를 가진 하사 하나, 이미 전력상 지독한 열세인 그들은 일분일초가 급했다.


‘대체 차원 좌표 조율기가 어디 있는 거지?’


영웅급 괴수로부터 살아남은 선발대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시스템 중계기의 복구였다.


괴수의 습격 당시, 함선과 함께 파괴된 시스템 중계기 때문에 선발대는 연방 시스템의 보조도, 하다못해 상황 보고나 지원 요청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다행히 함선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챙길 수 있었고 덕분에 중계기의 복원을 시도할 수는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 ‘대부분'의 부품에 속하지 못한 것 중 중게기의 복원에 필수적인 부품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중계기의 신호를 연방의 시스템으로 전송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 줄 하나가 부족해 신호가 행성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 부품을 찾기 위해 벌어진 대규모 수색 작전.


일부 병력이 영웅급 괴수의 시선을 돌리는 사이, 전 병력을 투입해 부품의 수색에 나섰다.


‘이성현 하사···.’


진소영 하사는 영웅급 개체에게도 효과가 있을 특수병과라는 이유로 차출된 성현을 떠올렸다.


그녀는 계급은 하사지만 징병 된 지 얼마 안 된 그가 사실상 자살 특공에 가까운 임무에 투입될 동안, 고작 수색 작전에 투입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 수색이라도···.’


“악!”


지나치게 생각에 잠긴 것인지,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한 진소영 하사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자신을 발이 걸린 곳을 확인했다.


그리고 급격히 커지는 그녀의 눈.


“찾았다!”












“후···.”


성현은 그동안 무리하게 균사체를 다루느라 과열되었던 정신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죠? 이성현 하사.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성현은 염파에서 느껴지는 미안함을 뒤로 하고 눈앞의 적에 정신을 집중했다.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갸웃하는 괴수의 모습.


[이건 벌레들의 영역에서 느껴지는 건데···.]


그러나 이내 아랑곳하지 않고 기세를 피워 올리는 모습에 성현은 한결 가벼워진 의식을 퍼트렸다.


쿠구구궁!


그동안은 장악력이 부족해 지하에 방치되어 있던 균사체들이 완전히 활성화된 주특기에 반응하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성현의 머리 위를 다시 한번 짓누르는 대기.


단순히 성현뿐만 아니라 일대 전체를 박살 내겠다는 듯, 엄청난 범위에 대기가 일제히 지면을 짓이겼다.


그에 저항하는 대신, 그대로 몸을 포기하고 의식을 이동시킨 성현.


지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백면>으로 이동한 성현은 그대로 가면 뒤에 몸을 형성했다.


전부 통제할 자신이 없어 그저 비축해 둔 채, 일부만 끌어와 사용했던 막대한 생체력과 균사체가 일제히 요동쳤다.


쾅!


갑자기 괴수의 발아래에서 솟구치는 균사체.


[폭균창]


그 끝이 <붉은 폭발 곰팡이>로 이루어진 창이 마구잡이로 치솟으며 그 위에 부유 중인 괴수를 노렸다.


콰과광!


그대로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는 곰팡이를 괴수의 발아래에서 시작된 고질량의 대기가 억누른다.


억제된 폭발이 오히려 아래로 퍼지며 지면을 터트렸고, 그렇게 균열이 생겨난 지면의 틈으로 새하얀 균사체의 족쇄가 잔뜩 튀어나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족쇄에 다시 한번 일대의 대기가 막대한 질량으로 주변을 짓이겼고 그와 함께 힘없이 터져 나가는 균사체.


‘제기랄!’


성현은 단순히 대기에 질량을 부여하는 간단한 기술에 무력하게 터지는 균사체의 모습에 욕설을 내뱉았다.


[이성현 하사!]


그때, 성현의 귓가에 들리는 염파와 사방에 흩뿌려진 균사체에서 느껴지는 기척.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성현은 그대로 괴수의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


[호오, 이제 포기한 건가?]


그 모습에 빈정거리던 괴수는 사방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성현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수십, 수백, 수천에 달하는 수많은 성현들.


단순히 균사체를 뭉친 것이 아니라, 색을 입히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진짜 성현의 분신들.


“”죽어라!””


심지어 그 모두가 고함과 함께 일제히 중앙의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가장 먼저 다가온 성현 하나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짓이긴 괴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몰려드는 성현을 둘러보았다.


[진심으로 이딴 방법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가볍게 오른손을 좌우로 긋자, 그 팔의 움직임에서 생겨난 바람이 괴수의 이능으로 질량을 얻고 철퇴처럼 성현들을 후려쳤다.


바람의 철퇴에 허무하게 터져 나가는 성현의 분신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철퇴의 범위 밖에 있던 분신 중 일부가 괴수의 몸에 도착했다.


균사체를 뭉쳐 만든 각종 무기들을 든 분신들이 그것을 괴수에게 휘둘렀다.


콰직!


그러나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하고 갑주에 닿자 그대로 박살 나는 균사체 무구.


[정말 어이가 없어.]


“아, 시끄러워.”


피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다는 듯, 가만히 있는 괴수를 보며 성현의 분신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하, 벌레 주제에 그딴 공격이 내게 통할 것 같으냐?]


“누가 내 공격이 통한대?”


[음?]


그때, 괴수의 근처에 다가왔던 성현의 분신 중 하나가 반으로 갈라졌고 그 안에서 낯선 인영이 튀어나왔다.


가장 처음 명치에 구멍이 뚫리며 전투에서 이탈했던 오러 사용자, 레븐 중위.


그는 균사체 대검 속에서 자신의 검을 꺼내 든 채로 괴수를 향해 검을 그었다.


너무 초기에 이탈했기에 오히려 에테르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던 그는 조금 전에 성현이 빼돌린 신성력 사용자가 모든 에테르를 소모해 회복시킨 상태였다.


그리고 오러가 잔뜩 담긴 그의 검에는 또 다른 생존자, 주력 사용자가 건 강화 주술까지 촘촘하게 걸려, 기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성현 역시 남은 정신력을 모두 털어 넣어 만든 분신들로 얻어낸 아주 짧은 틈.


그 틈을 파고들어 휘둘러진, 남은 이들의 모든 여력이 담긴 검.


그 검이 괴수의 약점으로 보이는 왼팔의 어깨부분을 따라 파고 들었···.


쾅!


“커헉!”


성현은 급히 주변의 분신들을 뭉쳐 튕겨 나오는 레븐 중위를 받아냈다.


“중위님!”


“큭! 괘, 괜찮···.”


말도 끝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레븐 중위.


‘살아있어.’


성현은 의식을 잃은 중위가 그를 받아낸 분신 때문에 몸이 침식당하는 것을 확인하고 얼굴에 <백면>을 씌워 주었다.


그의 몸이 생체력으로 이루어진 성현의 차폐막에 보호되는 것을 확인한 성현은 서둘러 그를 지면 아래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러 그를 날려버린 괴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어깨에 반쯤 박힌 레븐 중위의 검.


거칠게 그 검을 뽑아낸 괴수가 그 검을 던져 성현의 분신 몇을 갈라버렸다.


[감히 내 몸에 상처를 내?]


안 그래도 문제가 생긴 팔이 손상되자, 괴수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아니, ‘대지를 짓누른다’가 맞으려나?”


성현은 거대한 에테르로 인해 일그러지는 하늘을 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비장의 수도 바닥났고, 에테르나 균사체는 여유가 있지만 더 이상 그것을 통제할 정신력이 한계였다.


아무리 시스템의 보조가 있다고 해도 정신력의 소모를 줄여줄 뿐, 바닥난 정신력을 회복시켜 줄 수는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정신력의 대부분이 현재 지하를 통해 레븐 중위를 빼돌리는 것에 사용되고 있는 상황.


‘<백면>을 함께 보냈으니, 어떻게든 부활할 수 있겠지?’


부활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성현은 더 늦기 전에 마지막 발악을 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기 위해서.


‘지하의 <화이트 크라운>을 전부 <붉은 폭발 곰팡이>로···.’


괴수의 공격이 지면을 강타하면 폭발할 수 있도록 지하의 균사체들을 변이 시키려던 성현이 급히 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괴수의 이능에 의해 일그러지며 대기층이 무너지고 그 덕분에 드러난 우주의 전경 속에서 이질적인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성현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듯 들려오는 염파.


[이성현 하사, 그분이 오셨습니다.]


보통 유선형에 가까운 함선과 달리, 명백히 이질적인 실루엣.


기본적으로 우주에서 생존하기 힘든 인간이나 엘프, 오크 같은 하위 종족과 다르게, 맨몸으로도 우주에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한 상위 종족.


그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육체를 지녀 단신으로 우주를 넘나드는 것이 가능한 종족인 용족.


성현은 우주 너머에서 새롭게 등장한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56대대의 대대장, 드래고니안(Dragonian) 발타자르 중령.


연방의 영관급 장교가 선발대의 지원 요청을 받고 행성에 진입했다.


[어떤 쓰레기 같은 괴수 놈이 감히 내 부대원들을 공격한 거지?]


행성의 대기권에 진입함과 동시에 단번에 괴수의 이능으로 뭉친 대기를 박살 내며 소리치는 대대장.


보통 대대장 분신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만 봤던 성현은 분노가 가득 담긴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드높은 상공에서 거대한 용의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내려오는 그는 평소와 달리, 인간으로 보이는 부분이 극히 적었다.


전신에 돋아난 비늘과 세로로 갈라진 동공, 이마에 자라난 거대한 뿔과 등 뒤에서 시작된 긴 꼬리까지.


명백히 드래고니안임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성현과 괴수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잠시 눈이 마주친 성현과 대대장.


성현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이내 괴수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시선을 따라 괴수를 확인한 대대장.


[네놈이구나.]


한층 더 날카롭게 갈라지는 동공이 명백히 적의를 띄었다.


[하, 이번엔 도마뱀 놈인가?]


그런 대대장의 모습에 불쾌하다는 듯이 말하는 괴수.


영관급 장교와 영웅급 괴수의 숨막히는 대치 속에 슬며시 빠지려던 성현의 시선이 괴수가 날렸던 레븐 중위의 검에 닿았다.


“어?”


그때 그 검에 묻은 괴수의 피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이끌림.


성현의 시선이 급하게 괴수의 왼팔로 향했다.


여전히 갈라진 어깨지만 이상할 정도로 출혈이 적었다.


“···..”


온통 검은 다른 갑주와 달리, 보라색 빛을 띄는 왼팔.


‘보라색?’


급격히 굴러가던 성현의 생각이 그가 행성에 들어온 직후 괴수의 손에 파괴당한 육체에 닿았다.


‘그 안에 분명···.’


증식에 소모된 양분이 아까워서 사멸하지 않고 그 육체의 안쪽에 별 생각없이 저장해 두었던 보라색 버섯.


그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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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임무 24.06.26 292 19 11쪽
40 늑대 부녀 24.06.24 294 19 11쪽
39 붉은 사막 +1 24.06.22 309 21 11쪽
38 경계 24.06.21 304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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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또 불시착 24.06.19 345 18 12쪽
35 복귀 +1 24.06.18 353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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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는 얼굴 +2 24.06.15 384 19 12쪽
» 지원군 24.06.13 365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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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함정 +1 24.06.11 375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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