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최근연재일 :
2024.07.23 23:13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26,581
추천수 :
1,178
글자수 :
303,565

작성
24.06.16 00:20
조회
373
추천
17
글자
11쪽

보라색 멸망

DUMMY

아래로 튕겨 나가듯이 사라진 대대장을 쫓아온 괴수는 대대장 대신 자신의 앞을 막는 이를 발견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 뾰족한 가면, 그때 그놈이구나!]


단순 무력으로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괴이할 정도로 위험한 무언가를 다루던 벌레.


[아마 네놈이 바로 그 ‘역병’이겠지?]


처음 마주쳤을 때는 그저 위험해 보이는 힘에 쫓는 것을 포기했던 괴수는 이후 그가 누구인지 눈치채고는 그를 쫓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여왕님의 자식들을 가장 많이 살해한 벌레!]


그 연방 놈들 중에서도 여왕께서 가장 거슬려 하는 놈이 눈앞에 다시 나타나자, 괴수의 관심은 온통 그에게 쏠렸다.


‘저 벌레의 수급을 가져간다면?’


괴수는 여왕께서 몹시 기뻐할 거라고 확신했다.


‘어쩌면 나를 왕족으로 만들어 주실지도!’


[흐흐흐!]


괴수가 뇌 내에서 망상 회로를 돌리는 사이,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까마귀 가면의 그라논 대위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팔만 아니라, 뇌도 고장이 난 건가? 아니면 고유 세계가 망가지는 중이라 전체적으로 맛이 갔나?’


그라논 대위는 자신을 보고 이상한 웃음을 흘리는 괴수를 빤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발을 굴렸다.


팡!


짧은 순간 지면을 박찬 그라논 대위의 신형이 빠르게 앞으로 튕겨 나간다.


[흠?]


그리고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괴수.


그대로 오른손을 뻗는 대위의 모습에 괴수는 무심코 왼손을 뻗어 손을 맞잡았다.


‘아차!’


잠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왼손이 신경 쓰였지만, 그럼에도 명백히 평범한 육체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그라논 대위의 모습에 그대로 손을 맞잡는 괴수.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맞잡은 손에 힘을 주는 그라논 대위.


[음? 무슨?]


괴수는 생각과 다르게 꼼짝도 하지 않는 왼손에 당황했다.


꾸드득!


그제야 그라논 대위의 오른손이 이전과 다르게 부풀어 오른 것을 확인한 괴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오른팔을 보고 무언가를 눈치챈 것처럼 경악하는 괴수.


[네놈 설마!]


“쉿!”


자유로운 왼손 검지로 가면의 입 부근을 가리는 그라논 대위.


“괴물 주제에 입이 너무 가벼운 건 좋지 않습니다.”


[말도 안 돼! 우리가 괴물이라고? 그럼 네놈은 대체 뭐냐!]


고함과 함께 휘둘러지는 괴수의 오른팔.


반쯤 고장 난 왼팔과 달리, 그의 고유 세계가 그대로 깃든 주먹을 대위에게 내질렀다.


쾅!


[이런 미친!]


오른손과 마찬가지로, 아니 더 기괴하게 변한 그라논 대위의 왼손이 괴수의 주먹을 막아 세웠다.


비록 고유 세계로 한껏 증폭된 질량 때문에 왼손이 처참하게 망가지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잠시 완벽하게 멈춰 선 괴수.


그리고 이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간다!]


날개를 접고 급격히 가속하며 떨어지는 대대장.


그의 손에 쥐어진 하얀색 창이 그의 마력으로 감싸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리고,


<뚫려라!>


대대장의 입에서 터져 나온 기묘한 언어.


용의 권능, 용언.


영관급 장교가 사용하는 고유 세계의 <세계 개편>과 별개로, 세계에 용의 뜻을 강제하는 용족이라는 상위 종족 특유의 권능이 창을 휘감고 있던 마력을 매개로 발현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멸망 부름 버섯>의 영향으로 고유 세계의 힘을 잃은 괴수의 왼팔 갑주에 구멍을 뚫기엔 충분했다.


[크악!]


양손이 그라논 대위에 봉인되는, 완벽한 순간에 팔을 뚫어버린 새하얀 창.


[윽! 뒤는 맡기지.]


그리고 아바타의 몸으로 세계의 법칙을 강제하는 용의 권능을 무리하게 사용한 반동 때문에 그대로 소멸하는 대대장(아바타).


그 사이 정신을 추스른 괴수의 발이 그라논 대위를 강타했다.


“큭!”


역시나 막대한 질량이 담긴 발이 대위를 강타하자, 대위는 저항하는 대신 그 충격에 몸을 맡기고 튕겨 나가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복부를 비롯해 하반신 대부분이 박살이 난 그라논 대위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지면에 처박혔다.


한방에 무력해진 그라논 대위.


그러나 괴수는 그를 쫓아갈 틈이 없었다.


[으아악!]


그의 왼팔을 관통한 하얀색 창이 그 형체를 잃고 그의 팔 안으로 파고들었기에.


땅에 처박힌 그라논 대위는 몸을 일으키는 대신, 아예 힘을 풀고 그대로 회복에 집중했다.


영웅급 개체의 일격이라 손상이 크기는 했지만, 남들과는 다른 육체를 가진 그는 고작 이런 걸로 죽지 않았다.


“어쨌든 부탁합니다. 이성현 하사.”









“와···.”


성현은 무심코 감탄을 터트렸다.


천천히 고개를 움직여 사방을 둘러본 성현은 자신이 온통 보랏빛으로 가득한 공간 속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보라색의 하늘과 자주색 대지, 그리고 그 대지 위에 자라난 수많은 보라색 버섯들.


‘이건···.’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버섯의 갓에 손을 올린 성현은 자신이 손을 댄 이 버섯이 <멸망 부름 버섯>의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게 전부가 아니야.’


연보라색의 하늘, 자주색의 대지, 이 둘 역시 <멸망 부름 버섯>의 일부였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그 괴수의 고유 세계구나.’


정확히는 <멸망 부름 버섯>에 의해 오염된 고유 세계의 일부였다.


“···.”


버섯에서 손을 떼고 몸을 일으킨 성현은 괴수의 몸 밖에서부터 느껴지던, 몸에 들어온 지금은 아예 머릿속을 울리다시피 하는 이끌림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성현은 점점 늘어나고 커져가는 보라색 버섯들 사이를 지나쳐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본래 성현의 주먹만 한 크기에 불과했던 버섯들이 이제는 성현의 키를 넘어 거대한 숲의 나무들처럼 주변에 빽빽하게 자라나 있었다.


“묘하네···.”


성현은 본래 괴수의 고유 세계를 찾아볼 수 없는, 온통 보라색 버섯밖에 없는 공간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그 괴수의 고유 세계가 맞는데···.”


온통 보라색 버섯밖에 없는 이곳은 그 흔적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움직이던 성현은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느꼈던 이끌림의 근원을.


“이건··· 버섯?”


온통 보라색으로 뒤덮인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라색을 띠지 않는 버섯.


성현이 이끌림을 따라 이동한 끝에 찾아낸 것은 새까만 흑색의 버섯이었다.


“···.”


거대한 보라색 버섯 틈에서 고작해야 손가락 두 개 크기의 조그마한 버섯은 그 색깔 때문인지 굉장히 눈에 띄었다.


성현은 그것을 보는 순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이 <멸망 부름 버섯>에 의해 먹힌 괴수의 고유 세계가 뭉친 버섯이라는 것과,


“아직 덜 자랐네.”


완전히 자라나기 위해서는 괴수의 모든 고유 세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잠시 주저앉아 그 까만 버섯을 바라보는 성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성현이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자 그의 몸이 보라색 균사체가 되어 무너졌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변의 보라색 버섯들을 뭉쳐 몸을 만들어낸 성현.


그의 시선은 그가 몸을 일으킨 곳, 바로 앞의 바닥으로 향했다.


보라색 버섯으로 뒤덮인 자주색 대지와 검은 대지의 경계선, 그 선 너머는 아직 멀쩡한 괴수의 고유 세계였다.


그리고 그 경계선을 따라 만들어진 검은색 장벽.


나머지 고유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괴수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장벽은 보라색 ‘멸망’으로 인해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다만 그 속도가 상당히 느린 것이 고유 세계를 모두 멸망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


그리고 이 상황에서 성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당연했기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현재 그의 의식이 존재하는 괴수의 왼팔 안의 보라색 균사체가 아닌, 그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백면>으로.


레븐 중위를 일라이스 중위에게 보낸 이후, 지하의 거대한 균사체 덩어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숨겨둔 <백면>.


성현은 그 <백면>을 다시 균사체 덩어리에 접촉시켜 존재하는 모든 <화이트 크라운>에게서 생체력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생체력이 <백면>으로 빨려 들어가자, 그로 인해 생체력을 잃은 균사체가 전부 사멸하기 시작했다.


지하를 가득 메우고 있던 균사체가 일제히 사멸하며 지반에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지만, 성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오직 그 막대한 생체력을 모조리 회수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일라이스 중위의 나무를 통째로 먹어 치우고, 틈틈이 숲을 집어삼킨 성현의 균사체가 품은 에테르 양은 실로 막대하기 그지없었다.


유달리 에테르 그릇이 큰 성현이 또 다시 진급을 노릴 수 있을 만큼.


다만, 성현은 그 에테르를 진급에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당장 진급할 정도로 그릇이 안정화된 것도 아니었고, 그 막대한 에테르는 이미 쓸 곳이 있었다.


<백면>을 통해 회수된 막대한 에테르가 성현의 의식을 통해 이 보라색의 세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기존의 에테르와 고유 세계에서 강탈한 에테르를 통해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면 <멸망 부름 버섯>이 성현의 의식으로부터 흘러나온 막대한 에테르를 흡수하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의식을 통해 막대한 에테르를 끌어오는 것에만 집중하던 성현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 검은 세계와 보라색 세계를 가로막고 있던 검은 장벽이 빠르게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전의 느린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급격히 진행되는 침식에 금방 완전히 무너져 버린 장벽, 그리고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보라색 버섯과, 그에 맞춰 검은 세계를 침식해 들어가는 보랏빛의 세계.


까만 하늘이 조금씩 연보라색으로 변하고, 시커먼 대지가 자주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괴수의 고유 세계가 완전히 보라색 버섯에 집어 삼켜질 때까지.













일라이스 중위와 레븐 중위는 조심스럽게 초토화된 숲에 들어섰다.


여기저기 불타고, 부서진 숲은 아예 지반 채로 무너져 내려 지형이 바뀐 곳도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레븐 중위의 중얼거림에 일라이스 중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신성력 사용자의 고혈을 짜내 회복한 레븐 중위는 자신이 쓰러진 뒤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일라이스 중위도 대대장이 지원이 왔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대대장과 괴수가 벌인 전투의 여파를 피해 이동해야 했기에.


‘근데 그게 분신이었을 줄이야.’


조금 전, 통신 채널을 통해 지원으로 왔던 대대장이 분신이라는 것을 들은 일라이스 중위는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쩐지···.’


분명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


부스럭!


‘기척!’


갑자기 느껴지는 기척에 일라이스 중위와 레븐 중위는 급히 에테르를 끌어 올렸다.


“누구냐!”


레븐 중위의 말에 누군가 풀숲을 헤치고 등장했다.


“괴, 괴수!”


검은 갑주의 괴수와,


“까마귀 방독면···? 그라논 대위님?”


일라이스 중위의 눈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괴수가 그라논 대위를 업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발견 +7 24.07.23 252 18 11쪽
58 개시 +1 24.07.21 180 12 11쪽
57 의문 +1 24.07.20 194 11 11쪽
56 수상함 +2 24.07.18 200 15 11쪽
55 7 섹터 +4 24.07.17 196 13 11쪽
54 비잔티움 +1 24.07.16 198 13 11쪽
53 새로운 병기 +3 24.07.15 206 12 11쪽
52 박사 +1 24.07.12 225 15 12쪽
51 중사 +1 24.07.11 221 12 11쪽
50 파도 +2 24.07.10 213 16 11쪽
49 흑마법사 +2 24.07.10 236 17 11쪽
48 지하로 +1 24.07.08 218 12 11쪽
47 흔적 +1 24.07.06 244 18 11쪽
46 협력자 +2 24.07.05 240 18 11쪽
45 각성 시술소 24.07.04 251 15 11쪽
44 침입 24.07.03 255 15 12쪽
43 백수 +1 24.07.01 262 20 11쪽
42 디에스코 24.06.29 281 19 11쪽
41 임무 24.06.26 293 19 11쪽
40 늑대 부녀 24.06.24 295 19 11쪽
39 붉은 사막 +1 24.06.22 311 21 11쪽
38 경계 24.06.21 306 17 11쪽
37 사냥꾼들 24.06.20 327 19 12쪽
36 또 불시착 24.06.19 346 18 12쪽
35 복귀 +1 24.06.18 354 19 11쪽
» 보라색 멸망 24.06.16 374 17 11쪽
33 아는 얼굴 +2 24.06.15 386 19 12쪽
32 지원군 24.06.13 367 20 11쪽
31 격차 24.06.13 373 17 11쪽
30 함정 +1 24.06.11 377 1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