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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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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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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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DUMMY

“레븐 중위!”


급히 몸을 뒤로 날리며 소리를 지르는 일라이스 중위와 그에 반응해 곧장 앞으로 달려 나오는 레븐 중위.


그 덕에 자연스럽게 에테르-오러를 다루는 검병 병과인 레븐 중위가 전열에 서고, 에테르-마력을 다루는 마도병 병과인 일라이스 중위가 후열에 위치했다.


거리를 벌리고 멈춰선 일라이스 중위는 곧장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짜올리기 시작했고, 앞으로 튀어나온 레븐 중위는 그대로 검은 갑주의 괴수를 향해 돌진했다.


[등 뒤는 화상방 장교야. 조심해!]


레븐 중위는 일라이스 중위의 염파에 검끝을 살짝 비틀어 휘둘렀다.


괴수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진 검은 애초에 막힐 것을 염두에 둔 연격의 전조···.


깡!


“어?”


레븐 중위는 검이 당연히 튕겨 나올 것이라 확신하고 다음을 예측하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변고에 그 어떤 검술도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검을 쥔 손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아니, 무슨!”


그리고 뒤에서 마법식을 구축하던 일라이스 중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을 구축하기 위해 끌어 올렸던 마력이 흔들릴 정도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순전히 견제를 위해 휘둘렀던 레븐 중위의 초격.


그 가벼운 칼짓 한 번에 괴수의 머리가 그대로 잘려 나갔다.


탱그르르르


레븐 중위와 일라이스 중위의 시선이 굴러 떨어진 괴수의 머리로 향했다.


“이게, 왜? 어째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레븐 중위.


그런 그들을 일깨운 것은 덩그러니 지면에 놓인 머리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로,


“···레븐 중위님, 일라이스 중위님.”


그들에게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럼 괴수는 확실히 토벌된 겁니까?”


“네.”


일라이스 중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성현은 끄덕일 고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목이 떨어진 갑주를 움직여 바닥에 놓인 머리를 주워들었다.


전신을 감싼 검은 갑주와 손에 든 머리.


‘듀라한?’


어느새 갑주의 앞에 뭉친 새하얀 균사체로 본래 모습을 형성한 성현은 짧은 감상 뒤에 시선을 돌려 두 중위와 마주보았다.


“아, 이성현 하사.”


익숙한 모습에 그제야 안도한 듯 보이는 일라이스 중위.


“정말 고생했습니다. 이성현 하사.”


정말로 기쁘다는 듯 싱그러운 웃음을 짓는 그녀는 온통 박살이 나버린 주위와 대조적이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성현 하사.”


그때 둘의 대화를 가르고 끼어드는 레븐 중위.


“저거, 저것은 뭡니까?”


그가 어느새 머리를 제자리에 붙인 괴수의 갑주를 가리켰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괴수가 살아있을 적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아···.”


성현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모든 생체력을 끌어모아 괴수의 고유 세계를 침식 중이던 <멸망 부름 버섯>에게 퍼부었고 그 보라색 버섯은 성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막대한 생체력을 흡수한 버섯은 언제 지지부진 했냐는 듯이 폭발적으로 고유 세계를 먹어 치웠다.


연보라색 하늘과 자주색 대지가 검은 고유 세계를 그것의 색으로 물들였을 때, 성현은 그 보라색 세계의 중심에서 검은 버섯을 획득할 수 있었다.


영웅급 괴수의 고유 세계가 가진 정수를 모아 만들어진 아주 특별한 버섯을,


그것을 집어 올린 성현은 어느새 자신이 그 보라색 세계를 빠져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빠르게 상황을 살핀 성현은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의식을 되찾은 곳은 다름아닌 괴수의 체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멸망 부름 버섯>에 의해 내부 모두가 균사체로 변한 괴수의 갑주 내부였다.


잠시 고민하던 성현은 갑주를 빠져나오는 대신, 그 갑주 자체를 일종의 그릇으로 삼았다.


본래 하사에 불과한 성현은 절대 생체기도 내지 못할, 영웅급 괴수의 외골격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탐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마침 갑주 내부는 <멸망 부름 버섯>의 균사체로 가득 채워진 상황.


다만 균사체를 통해 갑주를 움직이려던 성현은 갑자기 갑주의 상하체가 분리되는 상황을 겪으며 괴수의 갑주가 그것의 죽음과 함께 빠르게 부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부위에 비해 약한 갑주의 이음새부터 부패가 진행되던 상황.


애써 얻은 전리품이 사라질 상황에 다급하던 성현은 무심코 불어넣은 생체력에 갑주가 반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예 집중해서 갑주에 자신의 생체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본래 성현의 육체 외부로 발현되지 않는 생체력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갑주 내부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보다 갑주를 온전히 획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성현은 그동안 회복한 얼마 안 되는 생체력을 몽땅 갑주에 쏟아부었다.


덕분에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갑주가 재생된 상황.


다만 조금 전처럼 과도한 충격이 가해지면 아직 재생이 덜된 이음새부터 박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너무 세게 만지면 안 됩니다.”


성현은 레븐 중위의 손짓에 떨어져 나간 왼팔을 주으며 말했다.


“흠흠···.”


가볍게 손만 붙였는데 떨어져 나간 왼팔에 레븐 중위가 헛기침을 흘렸다.


그런 그를 잠시 흘겨본 성현은 갑주의 완전 회복은 물론이고 당장 지금 육체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 생체력을 느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생명을 양분으로 삼으면 빠르게 늘어나는 생체력은 다른 에테르에 비해 자체 회복 능력이 상당이 떨어졌다.


지금처럼 <멸망 부름 버섯>을 키우기 위해 그 많던 생체력을 모조리 쏟아낸 성현은 지금 거의 텅 빈 깡통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됩니까?”


성현의 물음에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레븐 중위와 일라이스 중위.


그리고 당연히 일라이스 중위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선발대가 피해가 크기 때문에 잠시 퇴각해서 정비를 한 뒤 다시 돌아올 겁니다. 지금은 점령은 물론이고, 당장 주둔지를 유지할 최소 인원도 충족하지 못합니다.”


죽은 장교들을 떠올린 이들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럼 우리도 빠지겠군.’


잠시 그라논 대위를 바라본 성현이 자신들의 행보를 예측했다.


애초에 그들은 선발대의 지원을 위해 파견된 병력, 당연히 선발대가 빠지면 그들도 빠져야 했다.


‘근대 우리가 돌아갈 수단이 있나?’


성현과 그라논 대위가 타고 온 특임대의 소형 수송선은 난대 없는 습격으로 우주의 쓰레기가 된 상황이라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역시 연방의 수송선을···.”


띠링!


“응?”


선발대의 퇴각을 위해 이곳에 올 수송선을 생각하던 성현은 갑자기 떠오른 시스템 창을 확인하고 급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


그런 성현의 행동에 그를 따라 고개를 들어올린 레븐 중위와 일라이스 중위.


덕분에 그들은 발견할 수 있었다.


막 행성의 대기권으로 진입 중인 거대한 함선을.


“저건···.”


조금 특이하게 생긴 함선의 모습에 무심코 일라이스 중위가 중얼거리자, 성현은 피식 웃었다.


연방의 군인이 된 이후 처음 본 함선이 저것이었던 성현은 원래 함선은 다 저렇게 생긴 줄 알았었다.


그러나 집체교육을 통해 특임대의 함선에 대해 알게 된 성현은 그제야 그것이 연방의 표준 규격과 많이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유선형의 구조를 가진 다른 함선과 달리, 팔각기둥 형태인 화생방 특임대의 함선이자, 부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연방의 전략함.


데-아블(De-able)


부대에서 그들을 데리러 왔다.










“대장님 상태는?”


“별다른 문제는 없고 그저 잠에 드신 거라고 했습니다.”


“다행이네.”


반카 상병의 말에 성현은 그제야 안심하고 침대에 앉았다.


“휴···.”


여러모로 험난한 날들을 보냈던 성현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포근함에 취해 곧장 침대에 드러누웠다.


“···.”


그러나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왜?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성현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내는 반카 상병.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영웅급 개체가 등장했다는데 사실입니까? 그럼 개척 작전은 어떻게 됩니까? 아니, 타고 갔던 소형선···.”


“잠깐!”


쏟아지는 질문에 손을 들어 반카 상병을 막은 성현.


“천천히, 하나씩 물어. 영웅급 개체가 등장한 거 맞아. 덕분에 선발대도 큰 피해를 입었고 우리가 타고 갔던 소형선도 박살이 났고. 개척 작전은 잘 모르겠네. 그런 건 위쪽에서 결정하겠지.”


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반카 상병의 시선이 방 한쪽에 자리잡은 무언가로 향했다.


“근데 저건 뭡니까?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아아···.”


성현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저게 그 영웅급 괴수야.”


“···네?”


어리둥절한 반카 상병의 모습에 피식 웃은 성현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반카 상병을 밀어냈다.


“몰라. 자세한 건 나중에. 나도 좀 쉬자.”


“네? 아니, 그럼!”


쿵!


그를 방 밖까지 밀어낸 성현은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그대로 문을 닫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방.


“방음 확실하네.”


함선의 뛰어난 방음 설계에 만족한 성현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대로 눈을 감고 자려던 성현은 슬그머니 눈을 뜨고 방 한쪽에 우두커니 선 갑주를 바라보았다.


“으음···.”


생체력을 조금 불어넣어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온전한 상태라고 할 수는 없었다.


“에휴.”


작게 한숨을 내쉰 성현은 다시 몸을 일으켜 선반에 놔둔 물건들을 집어 들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의 장치.


익숙하게 장치를 연 성현은 그 안의 아공간에 비축되어 있던 균사체로부터 생체력을 추출했다.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네.”


잠시 견적을 보던 성현의 시선이 나머지 큐브들로 향했다.


“···.”


결국 모든 큐브를 텅텅 비운 성현은 어느새 전신에 충만한 생체력을 그대로 갑주로 흘려 넣었다.


그러자 생체력 특유의 녹색 빛무리가 어리기 시작한 갑주에 생기가 돌더니 곳곳에 난 균열이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왼팔의 구멍이 사라지고 끊어진 관절부까지 모두 회복되었다.


마치 처음 괴수를 만났을 때처럼 온전하게 회복된 갑주.


생체력을 통해 외형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외골격 조직 자체가 온전히 힘을 되찾는 것을 느낀 성현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생체력 때문인지, 마치 균사체처럼 그의 일부로 느껴지는 갑주.


“꽤 유용할 것 같기는 한데.”


성현의 시선이 떠오른 시스템 창으로 향했다.


[괴수의 외골격]

[영웅급 개체가 사용하던 외골격]


일종의 재료로 분류된 갑주의 모습에 성현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가 얼굴에 손을 올리자, 비가시모드가 풀리고 얼굴에 자리한 새하얀 가면, <백면>.


‘이거처럼 장비로 가공하면 좋겠는데···.’


성현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담긴 <백면>은 전투와 관련된 장비는 아니지만,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로 성현에게 굉장히 중요한 장비였다.


그래도 전투용 기능이 아예 없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다.


‘저걸 장비로 만들어 줄 이가···.’


있었다.


화생방 특임대의 장비를 책임지는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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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백수 +1 24.07.01 262 20 11쪽
42 디에스코 24.06.29 281 19 11쪽
41 임무 24.06.26 293 19 11쪽
40 늑대 부녀 24.06.24 295 19 11쪽
39 붉은 사막 +1 24.06.22 311 21 11쪽
38 경계 24.06.21 306 17 11쪽
37 사냥꾼들 24.06.20 327 19 12쪽
36 또 불시착 24.06.19 346 18 12쪽
» 복귀 +1 24.06.18 354 19 11쪽
34 보라색 멸망 24.06.16 374 17 11쪽
33 아는 얼굴 +2 24.06.15 386 19 12쪽
32 지원군 24.06.13 367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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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함정 +1 24.06.11 37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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