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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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최근연재일 :
2024.07.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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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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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코

DUMMY

“하···.”


‘자꾸 저러네.’


로투스는 모래가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성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젯밤, 알 수 없는 힘으로 사막을 마음대로 움직이던 그는 분명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로투스가 잠들었다 일어나니 이미 저런 상태가 되어 있었다.


‘무슨 문제지?’


로투스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는 성현.


아직 이른 아침이라 일어나기 싫어하는 로나를 따가운 태양을 피해 천으로 온몸을 감싼 뒤 그대로 업은 로투스가 슬그머니 성현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어?”


그의 물음에 잠시 그를 바라보는 성현.


“있지.”


“뭔데?”


“···.”


성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고 애써 눈앞의 임무창을 피했다.


마치 강조하듯이 반짝이는 2번 임무가 몹시 거슬렸다.


[죄송하네요. 이성현 하사.]


새벽이 끝나갈 때쯤 성현이 받은,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된 그라논 대위의 메시지는 성현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알렸다.


성현은 군인이고, 그렇기에 명령에 따라야 했다.


‘그래도···.’


성현은 흘끗 로투스와 그의 등에 업힌 로나를 살폈다.


로나는 몰라도, 로투스는 명백히 불법 각성 시술의 관계자로 심지어 작지만 에테르 그릇과 특화 에테르까지 개방했기에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방법을 생각해 보자.’











낮에는 걸어서, 밤에는 <열사폭균>을 이용해 계속해서 움직이던 성현과 늑대 부녀는 마침내 목적지 부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야···.”


성현은 사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사막이 끝나고 황무지가 시작되는 곳에 자리한 거대한 성벽을 보고 감탄했다.


주변을 뒤덮고 있는, 붉고 노란 색감에 맞춘 것처럼 황금빛이 도는 거대한 금속의 벽은 그 누구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하늘 높게 치솟아 있었다.


“결국 와버렸네.”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성현과 다르게, 오히려 어두운 얼굴로 한숨만 흘리는 로투스.


“우웅···.”


여전히 잠에 취해 꿈틀거리는 로나를 고쳐 업은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성현을 바라보았다.


“음?”


그런 그의 태도에 벽에서 눈을 떼고 로투스를 바라보는 성현.


“이제 진짜 어떻게 할 거죠?”


일어난 직후부터, 사막을 건너는 동안 사용했던 친근한 말투는 모두 어디에 내다 버렸는지 진지하게 묻는 로투스의 모습에 성현은 그저 머리만 긁적였다.


“연방군이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정복을 걸치고 온 것엔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으음, 그게···.”


로투스의 질문에 성현은 말을 흐렸다.


‘그냥 정면으로 쳐들어가면 목표 쪽에서 알아서 접근할 겁니다.’


별생각 없이 그라논 대위가 시킨 대로 정복을 입고 왔던 성현은 진지한 그의 태도와 달리, 그를 쉽게 여기는 듯이 들릴 그의 생각을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뭐···. 알아서 잘 하도록 하지.”


그렇기에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드드드.


그러자 작게 흔들리는 주변의 모래가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그 중심에서 서서히 붉은 모래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샛노란 모래 사이에서 솟구쳐 빠르게 넓어지는 붉은 모래의 영역.


사막의 아래에서 성현을 따라 움직이던 <열사폭균>은 이내 그 품에 안고 있던 것까지 표면으로 밀어냈다.


“이건!”


그것을 발견하고 눈이 커진 로투스.


“이게 그때 말했던 포트.”


로투스 부녀의 우주선을 다시 행성으로 떨어트린 그것.


성현은 그동안 <열사폭균>을 통해 에테르를 불어넣어 열심히 복구 마법진을 돌리고 있던 포트를 가리켰다.


“아무리 복구 기능이 있어도 완전히 수리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그대로 기본적인 생명유지 기능은 모두 작동하지.”


그리고 그는 연방의 마크가 떡하니 그려진, 누가 봐도 군용 포트로 보이는 것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갑주.


미리 갑주를 포트에 집어넣어 디에스코에 들어갈 준비를 끝낸 성현은 갑주의 등에 매인 더블백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안에 식량이나 물 다 준비되어 있어. 그리고 심심하면···. 이거라도 읽고 있던지.”


그가 끄집어낸 것은 연방군의 홍보 전단.


“···.”


그것을 받아 든 로투스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윙크를 날린 성현은 잠시 시선을 돌려 로투스 등 뒤의 로나를 확인했다.


“잘 생각해 봐.”


로나를 업은 로투스를 포트 안으로 들여보낸 성현은 다시 포트를 사막의 아래로 가라앉혔다.


다만 이전처럼 <열사폭균>의 영향이 닿은, 깊은 곳에 숨기는 대신 얕은 곳에 밀어 넣은 것은 유사시, 그들이 탈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또 포트에서 흘러나오는 신호가 모래에 막혀 특임대 본선에 닿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자, 됐다.”


얕게, 그러면서도 외부에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깊은 곳에 포트를 밀어 넣은 성현이 몸을 돌렸다.


사막과 황무지의 경계선, 그곳에 자리한 황금과 폭력의 도시, 디에스코.


성현은 그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음···.”


오랜만에 단단한 지면에 발을 디디려던 성현은 도시의 입구가 어렴풋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


연방의 군인임을 증명하는 정복 차림.


“···.”


잠시 고민하던 성현은 이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스스스.


그러자 익숙한 감촉과 함께 성현의 발목을 타고 흐르는 모래.


“일단 확인을 좀 해볼까?”


처음엔 경계를 사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박사와 접촉하려고 했던 성현의 계획은 두 번째 임무로 인해 바꿔야 할 필요가 생겼다.


“냅다 도시를 전부 쑥대밭으로 만들기는 조금 그렇지.”


성현은 도시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만큼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점차 붉게 변한 성현의 주변 모래.


어느새 <열사폭균>의 붉은 모래로 변한 발치의 모래가 성현의 몸을 통째로 가라앉히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성현의 몸도 무너지듯 붉은 모래로 변하기 시작했다.


발아래부터 시작해 천천히 붉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성현을 따라 움직이던 갑주도 서서히 붉은 모래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내 완전히 붉은 모래로 변해 바스러진 성현.


잠시 뒤, 붉은 모래의 일부가 다시 치솟더니 인간의 형태로 뭉쳤다.


새롭게 만들어진 성현의 몸은 이전과 달리 연방의 정복이 아닌, 로투스가 입고 있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열사폭균>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붉은색을 베이스로 하는 옷을 걸친 성현은 마치 에비즈락 행성의 현지인처럼 보였다.


잠시 옷차림을 확인한 성현은 별다른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자, 곧장 디에스코의 정문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황무지에 들어선 성현의 등 뒤로 정복과 갑주가 붉은 모래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디에스코는 황금빛이 도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다.


에비즈락 특유의 재해로부터 도시를 보호하는 벽.


당연히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벽을 넘어야 했고 꼴에 도시인 이상 입구를 지키는 자가 없을 리가 없었다.


‘오크.’


강인한 생명력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억세게 자라는 종족인 만큼, 황무지와 사막으로 뒤덮인 에비즈락 행성에도 오크가 있었다.


‘아닌가? 범죄자 출신인가? 아니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쓸데없는 고민은 그대로 밀어버린 성현은 커다란 디에스코의 입구를 지키고 선 오크 경비들의 모습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떤 식으로 도시의 시스템이 굴러가는지 세세하게 알지 못해 고민하던 성현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고 그대로 입구로 향했다.


“멈춰라!”


“어휴, 고생이 많으십니다.”


경계하는 경비들을 향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 성현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들에게 내밀었다.


범죄자들의 도시를 지키는 디에스코의 경비들은 범죄자들이 세운 도시의 경비인 만큼 범죄조직의 하수인들이었고, 그 말은 당연히 그들 역시 범죄자나 다름이 없다는 뜻이었다.


사막을 횡단하며 만났던 샌드 리자드맨들로부터 루팅(?)한 돈을 조금 찔러주자, 그들은 두말하지 않고 입구를 개방해 주었다.


드드드···.


“통과.”


“감사합니다!”


성현은 거친 에비즈락의 대기와 태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누구나 애용하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며 도시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금속의 벽 안에 숨겨진 도시에 입성한 성현은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감탄을 애써 삼켰다.


‘와···.’


성현이 연방군으로 징병 된 이후, 그가 갔던 곳은 56대대와 화생방 특임대, 그리고 개척 목표였던 행성이 전부였다.


방벽을 유지하는 최전선의 부대 중 하나인 56대대나, 특임대 전체를 수용하는 거대한 함선, 별다른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까지, 하나같이 우주의 거대 세력인 연방의 문명을 엿보기에는 너무 조악한 환경이었다.


비록 도망친 범죄조직들이 힘을 합쳐 세운 곳임에도, 아니 그렇기에 연방 곳곳에서 모여든 범죄자들이 세운 디에스코는 연방의 온갖 문명이 뒤섞인 특이한 도시였다.


그래서 성현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저게 다 뭐냐?”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디에스코의 화려한 모습에.


마치 지구의 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에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걷던 성현은 거리를 거니는 수많은 이들이 각기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조금 웃기네.’


성현과 같은 인간부터, 오크, 엘프, 드워프 같은 온갖 판타지스러운 종족과 그들이 거니는 현대적인 분위기의 거리.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그 현대적인 형태의 물건들이 모두 마도구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56대대 때도 그렇고, 지나치게 지구의 현대와 비슷한 모습이란 말이지.”


기묘한 위화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성현은 생각보다 더 정상적인 도시의 모습에 한차례 더 고개를 갸우뚱했다.


‘범죄조직의 도시라길래. 무슨 세기말 디스토피아 세계관 정도를 생각했는데···.’


성현은 지나치게 평범해 보이는 거리의 모습에 의문을 품···.


쾅!


“어?”


어딘가에서 들려온 폭음.


황급히 그 근원으로 시선을 돌리려던 성현은 무언가를 깨닫고 주변을 살폈다.


“···.”


한번 폭발이 느껴진 쪽을 힐끗 바라보고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옮기는 이들.


마치 일상인 것처럼 무시하는 그들의 모습에 잠시 황당해하던 성현은 이내 다른 이들처럼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직 도시가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만큼, 최대한 주변을 관찰하고 눈에 띄지 말아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연기가 솟구치는 쪽을 흘끗 바라본 성현은 이내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입구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쭉 이어진 거대한 도로.


성현이 굳이 이 길을 따라 걷는 이유는 별것이 아니었다.


‘이 끝에 시청이 있다는 거지?’


불법 각성 시술의 원인으로 보이는 시청의 모습을 한번 확인하려는 의도일 뿐이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던 성현의 미간은 조금 전부터 계속해서 느껴지기 시작한 에테르로 향했다.


“아, 미친.”


지나치게 절대적인 양이 적어서 헷갈리기는 하지만, 사방에서 느껴지는 그것은 분명 에테르의 기운이었다.


'대체 시술을 얼마나 퍼트린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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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지하로 +1 24.07.08 220 12 11쪽
47 흔적 +1 24.07.06 247 18 11쪽
46 협력자 +2 24.07.05 244 18 11쪽
45 각성 시술소 24.07.04 253 15 11쪽
44 침입 24.07.03 25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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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늑대 부녀 24.06.24 298 19 11쪽
39 붉은 사막 +1 24.06.22 313 21 11쪽
38 경계 24.06.21 308 17 11쪽
37 사냥꾼들 24.06.20 332 19 12쪽
36 또 불시착 24.06.19 351 18 12쪽
35 복귀 +1 24.06.18 358 19 11쪽
34 보라색 멸망 24.06.16 376 17 11쪽
33 아는 얼굴 +2 24.06.15 388 19 12쪽
32 지원군 24.06.13 369 20 11쪽
31 격차 24.06.13 376 17 11쪽
30 함정 +1 24.06.11 379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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