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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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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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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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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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DUMMY

성현은 화생방 집체교육 당시 그라논 대위에게 들었던 ‘연방의 적’들을 떠올렸다.


갑자기 외계에서 나타나 수많은 괴수들을 이끌고 연방을 침략하는 ‘여왕’과 오래전부터 우주의 패권을 두고 연방과 다투었던 ‘거신’, 그리고 연방이 괴수와 거인에게 게이트를 빼앗기게 만든, 본래 연방의 장성 중 하나였던 ‘악신’.


그 외에도 자잘하게 서부에 출몰하는 해적단과 남부의 기계병단, 북부의 야만인이 있기는 하지만, 위의 세 초월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이질적인 존재는 괴수들의 ‘여왕’이나 거인들의 ‘거신’과 달리, 딱히 이끄는 종족도, 무리도 없는 ‘악신’이었다.


본래 연방의 장성이었던 그것은 연방의 상위 종족 출신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가 타락해 버린 이후로는 모든 의미를 잃었다.


우주의 공허를 받아들여 뒤틀린 무언가가 되어버린 악신은 닥치는 대로 생명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고 그것을 막기 위해 움직인 수많은 장성들의 희생이 있고서야 겨우 우주의 밖으로 쫓아낼 수 있었다.


한때 수많은 별들의 힘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연방을 지금처럼 장벽을 두른 채, 스스로를 지키기에 급급하게 만들었던 그 끔찍한 재앙은 온 우주에 깊은 인상을 새겼다.


곳곳에서 공허와 악신을 추종하는 추종자들을 만들어낼 만큼.


“그리고 지금 그 추종자가 관련되었다는 말이지.”


성현은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떠오른 붉은 모래가 방패 형태로 뭉치며 쏟아지는 탄환의 빗속에서 성현을 보호했다.


팅티딩!


두터운 모래의 장벽에 박혀 힘을 잃은 탄환들이 떨어졌다..


주변에 떠도는 <열사폭균>의 일부를 뭉쳐 눈을 만들어낸 성현은 탄환을 쏟아내는 오염체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슬그머니 지면을 따라 붉은 모래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바닥을 타고 퍼진 모래가 오염체들의 발밑에 도달하자, 일제히 발목을 붙잡고 당겼다.


콰당!


오염체들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동시에 지면에서 솟구친 붉은 가시가 그것들의 몸을 꿰뚫었다.


“후···.”


에테르 감지를 통해, 조잡한 그릇의 위치를 특정하고 부숴버린 성현은 앞을 가리고 있던 장벽을 치우고 쓰러진 오염체들을 내려다 보았다.


“이건 더 못 쓰겠네.”


오염체의 몸을 꿰뚫으며 그릇에 담긴 오염된 에테르와 직접 접촉한 가시는 물론이고 발목을 잡은 모래의 손아귀도 어느새 검게 물들고 있었기에 성현은 서둘러 그것들과 연결된 생체력을 끊어냈다.


접촉만으로도 에테르 오염 현상을 일으키는 오염체들.


처음으로 마주한 오염된 에테르, ‘흑마력’의 위험함을 실감한 성현의 시선이 조금 전 진소영 하사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로 향했다.


[빨리 도와줘!]


“···.”


잠시 널브러진 오염체와 그 주변으로 슬금슬금 퍼지는 오염을 바라보던 성현은 작은 한숨과 함께 몸을 감싸고 있던 의태를 풀었다.


그러자 일제히 형태를 잃고 흘러내리는 모래 속에서 평소 성현의 모습이 드러났다.


수인 의태를 풀며 줄어든 체구 때문에 흐트러진 옷가지를 정리하려던 성현은 연결된 감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그대로 몸을 무너트렸다.


그리고 그대로 지하에서 느껴지는 ‘미니 성현’으로 의식을 옮겼다.


성현의 의식이 사라지며 바닥에 쌓인 <열사폭균>만 남아 이내 어딘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콰아앙!”


“아오, X발!”


전신을 붉은 오러로 휘감은 진소영 하사가 욕설과 함께 눈앞의 문짝을 발로 차자, 그대로 뜯겨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재빨리 몸을 날린 그녀가 슬쩍 뒤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아아!


그러자 괴성을 지르며 그녀를 쫓는 기괴한 것들이 그녀의 시야에 잡혔다.


몸 곳곳이 기이하게 변이한 채, 지성도 갖추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괴물들.


“아니, 왜! 뜬금없이 저런 게 기어 나와!”


성현이 시선을 끄는 사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시술소에 지하에 들어온 그녀가 마주한 것은 평소 시술소 지하에서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원이나 시술소의 직원이 아닌, 어딘가 뒤틀려 버린 저 괴물들이었다.


얼핏 봐도 살아있는 생명체와 거리가 먼 저것들은 그 뒤틀린 외형만큼이나 신체능력도 저열하기 그지 없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저것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악신의 에테르, ‘흑마력’이라는 것이었다.


별다른 이능을 발휘할 수 없는, 기껏해야 불안정하게나마 움직이고 오염을 전파하는 것이 전부인 저것들은 그 옷차림을 봤을 떄, 본래 이 지하에 있어야 하는 연구원들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뒤를 쫓는 것들을 피해 복도를 내달리던 그녀는 이내 맞은편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급히 발을 멈췄다.


“···.”


저 앞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척은 그녀의 뒤를 쫓는 것과 같았다.


“제기랄.”


잠시 입술을 깨문 그녀는 그대로 근처의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연구원들의 휴게실로 보이는 공간에 들어선 그녀는 서둘러 주변 가구들을 끌어와 문 앞에 쌓았다.


입구를 틀어막은 바리케이드는 에테르 오염을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는 오염체가 절대로 뚫고 들어올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오염체뿐이었다면.


콰드득!


“이런···.”


진소영 하사는 서서히 뜯겨나가는 문 사이로 보이는 것들을 확인하고 이를 악물었다.


“실험체···.”


문 사이로 보이는 것은 다른 놈들과 다른, 한층 더 뒤틀린 것들.


흑마력에 오염되기 이전부터, 각성 시술을 통해 에테르를 얻는 피시술자들로 기존의 에테르까지 변질되어 오염뿐만 아니라 신체를 강화할 수 있을 정도의 흑마력을 품은 것들이었다.


그녀는 바리케이드가 구겨지는 것을 바라보며 오러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후···.”


한동안 침투를 위해 오러를 억누른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머리를 가득 채운 광기가 그녀의 의식을 물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이 거칠게 뛰고 그에 맞춰 전신의 혈관을 내달린 피가 온몸을 고양시켰다.


우드득!


검이 없기에 주먹을 꽉 움켜쥔 그녀가 언제라도 주먹을 휘두를 수 있게 자세를 잡았고 전신에 충만한 오러는 당장이라도 눈앞의 것들을 박살 내버릴 것처럼 거칠게 일렁였다.


오러 중에서도 유달리 거친 그녀의 오러라면 저 복도 밖의 수많은 오염체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금방이었다.


애초에 하사인 그녀에게 제대로 된 그릇도 없는 저들은 그저 그녀의 주특기의 제물에 불과했다.


주먹은커녕, 손가락 하나로도 짓이겨 버릴 수 있는 그런 것들.


그럼에도 그녀가 저것들을 피해 도망쳤던 이유는 저것들의 몸에 담긴 것이 위험하기 그지 없는 흑마력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주변의 에테르를 오염시키는 그 끔찍한 힘은 그녀 같은 근접 전투계에게는 치명적인 카운터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무기도 없는 지금은 더더욱.


“빌어먹을, 정신 나간 범죄자 놈들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흑마법사와 엮인 거지?”


진소영 하사는 습관적으로 바지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데이터 칩의 감촉.


본래 수집하던 불법 각성 시술의 자료부터, 성현의 부탁으로 지하 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다가 발견한 박사의 정보와 시술소에 흑마법사가 연관된 증거까지, 중요한 자료가 잔뜩 담긴 물건이었다.


끼아아악!


‘이걸 어떻게든 빼돌려야 해.’


당장이라도 입구가 뚫릴 것 같은 상황에서 진소영 하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칩을 최대한 주머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꽉 쥐어진 주먹에서 일렁이기 시작한 오러가 이내 소용돌이치며 팔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뇌까지 오염이 닿아 자아를 잃기 전에 최소한의 접촉으로 오염을 늦춰야···.’


“진소영 하사?”


“으악!”











“···.”


성현은 오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진 상체 일부를 내려다 보았다.


진소영 하사의 외투에 들어있던 미니 성현을 매개로 육체를 만들었던 성현은 생성과 동시에 3분의 1이 사라져 버린 상황에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악! 이성현 하사?”


“그래···.”


갑자기 나타난 기척에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던 그녀는 평소의 흰머리가 아닌 붉은 머리지만 익숙한 얼굴의 성현을 발견하고 팔을 내렸다.


“왜 갑자기 튀어나와? 놀랐잖아! 그리고 왜 이렇게 늦었어!”


화를 내는 그녀를 무시하고 신체를 수복한 성현은 얼마 남지 않은 생체력에 작게 혀를 찼다.


지하라 그런지 매개로 사용할 열기도 부족했기에 비축해 놓은 생체력 대부분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여유 있게 생체력을 넣어둘 걸.’


상당한 생체력을 품은 지상의 몸과 다르게 진소영 하사와 접촉할 용도로 만든 미니 성현이었기에 비축된 생체력이 너무 적었다.


“뭐, 딱히 상관은 없나?”


콰르릉!


성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너진 바리케이드.


“내가 부탁한 건?”


성현의 질문에 몰려 들어오는 오염체들을 경계하던 진소영 하사가 아래를 가리켰다.


“아래에! 시술소 지하 최하층에 있어!”


거의 비명처럼 외친 그녀가 오염체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직전, 성현은 곧장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억! 왜 이래?”


최대한 오염을 막기 위해 접근하는 대신, 오러를 쏘아내려던 진소영 하사는 갑자기 뒤로 당기는 성현 때문에 자세가 흩어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됐어. 굳이 오염체와 드잡이할 필요 없어.”


오염체를 피해 서둘러 휴게실 안쪽으로 그녀를 끌고 몸을 피한 성현.


“어쩌려고?”


당황한 진소영 하사와 달리, 성현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당장이라도 그들을 덮칠 듯 다가온 오염체를 보며 당황해 소리를 지른 진소영 하사는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는 성현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4, 3, 2.”


‘뭘 세는 거야?’


“1. 지금.”


콰르릉!


성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너져 내리는 천장.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쏟아지는 붉은 모래.


지상에서부터 성현의 의식이 존재하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부수고 파고든 <열사폭균>의 파도가 그대로 그들을 휩쓸고 계속해서 아래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래로!’


<열사폭균>의 파도에 녹아내린 성현은 진소영 하사를 휘감은 채로 계속해서 바닥을 파들어 갔다.


그의 뜻에 따라 원뿔 형태로 고속회전하는 붉은 모래의 첨단.


‘떨어져라.’


성현은 들러붙는 오염체와 접촉하는 바람에 오염된 모래를 떨쳐내며 그들을 피해 지하로 계속해서 파고들었고, 마침내 시술소의 지하, 모든 일이 시작된 곳에 도달했다.





쾅!


마지막 천장을 부수고 내려온 모래의 파도가 이내 바닥에 소용돌이치더니 그 속에서 진소영 하사를 뱉어냈다.


“악!”


그녀를 내뱉은 모래 폭풍은 이내 한곳으로 모이더니 <열사폭균>으로 이루어졌기에 흰머리가 아닌 붉은 머리의 성현으로 변했다..


슬쩍 박살 난 천장을 올려다본 성현은 이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야, 무슨 생각으로 내려온 거야? 당장 올라가도 모자랄 판에.”


난폭한 성현의 운송(?)에 잔뜩 화가 난 진소영 하사가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묻자, 성현은 대답하는 대신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진소영 하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시술소의 지하, 가장 깊은 곳.


그곳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유독 넓은 지하의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한 무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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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로 +1 24.07.08 218 12 11쪽
47 흔적 +1 24.07.06 243 18 11쪽
46 협력자 +2 24.07.05 239 18 11쪽
45 각성 시술소 24.07.04 248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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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디에스코 24.06.29 280 19 11쪽
41 임무 24.06.26 292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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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붉은 사막 +1 24.06.22 309 21 11쪽
38 경계 24.06.21 304 17 11쪽
37 사냥꾼들 24.06.20 326 19 12쪽
36 또 불시착 24.06.19 345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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