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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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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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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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흑마법사

DUMMY

“이건···.”


진소영 하사는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것에 침을 삼켰다.


시술소의 가장 깊은 지하, 그녀와 성현이 발견한 것은 거대한 덩어리였다.


“저게 대체 뭐야···.”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 정확히는,


“살점?”


성현은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형태의 덩어리를 보며 침을 삼켰다.


검붉은 빛깔의 그것은 어떤 거대한 생물에게서 뜯어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으으···.”


그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리는 와중에도 그들은 그 혐오스러운 형태의 꿈틀거림이 단순한 움직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건 흑마력···.”


마치 흑마력이 무한으로 샘솟는 샘처럼 계속해서 흑마력을 뿜어내는 살점은 곳곳에 거대한 말뚝이 박혀 쇠사슬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금방 그 사슬을 통해 흑마력이 어딘가로 흘러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흑마력을 생산하는 살점과 그 살점에서 흘러나온 흑마력을 흡수하는 사슬.


“저것이 그 오염체를 만든 근원인 것 같은데.”


진소영 하사의 말에 성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지.”


“호오, 뭔가 했더니 역겨운 위선자들의 개구나.”


갑자기 그들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어느새!’


성현은 아무런 전조도, 기척도 없이 뒤에서 나타난 누군가의 존재에 급히 몸을 앞으로 날렸다.


타닥!


그것은 진소영 하사도 마찬가지였기에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간 둘은 그대로 몸을 돌려 새롭게 나타난 존재를 경계했다.


그런 그들과 달리, 갑자기 나타난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의 모습은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신을 가린 잿빛의 로브와 손에 쥔 나무 지팡이, 그리고 새하얀 수염의 마법사.


얼핏 보면 지혜로운 현자와도 같은 모습이었지만 성현과 진소영 하사가 그에게서 느낀 것은 오직 섬뜩함 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의 눈동자에 비친 광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흑마력 때문인지는 구분할 수가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아주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방의 군인 분들이 이 누추한 곳까지는 어떤 일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한 어조의 질문에 성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일단 저놈은 누가 봐도 흑마법사야.’


성간이동 중인 무지개 속에서 중력을 역전한 채 춤추면서 봐도 그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은 확신할 수가 있었기에 그가 이번 상황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기이한 형태로 뒤틀린 실험체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흑마력, 그리고 그 힘 때문에 오염체가 된 실험체.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여유롭기 그지없는 흑마법사의 태도에 성현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한 가지 묻지.”


경계를 풀고 덤덤하게 질문을 던지는 성현의 모습에 옆에 선 진소영 하사의 눈도 그에게 향했다.


“오, 뭐가 궁금하지?”


성현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이 빛나는 흑마법사의 눈.


그런 그를 향해 성현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곳에 스코튼 박사가 있다고 하던데, 그는 어디에 있지?”


“스코튼 박사?”


성현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흑마법사.


“아! 혹시 그 연방의 기술자를 말하는 건가?”


“···. 맞아. 지금 어디에 있지?”


“원래 놈들이랑 무기 실험을 하던 그놈은 아마 시청에 있을 텐데? 여기가 원래 그놈 연구실이었는데, 내가 빼앗았거든.”


“아하!”


성현은 연방의 기술자라는 자가 일개 범죄 조직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에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순순히 그의 질문에 답해주는 흑마법사의 태도에 의구심을 품었다.


‘뭐지? 뭘 노리는 거지?’


조심스럽게 흑마법사를 살피면서 성현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악신의 추종자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질문은 한 가지만 한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2개야.”


“흠, 이미 사용자와 결합한 그릇을 분해해서···.”


순순히 대답하는 흑마법사의 설명을 듣던 성현은 점차 따갑게 느껴지는 진소영 하사의 눈초리를 애써 무시했다.


흑마법사의 설명은 간단했다.


‘저게 악신의 살점이라고?’


악신이 타락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살점의 일부.


‘저걸 자기 몸에 집어넣겠다고?’


흑마법사가 불법 각성 시술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이미 신체와 하나가 된 그릇을 추출한 뒤 안정적으로 새로운 몸에 이식하는 방법.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율이 조금 높아서 말이지.”


성현은 오염체들이 불법 각성 시술 과정에서 실패한 자들에게 흑마력을 불어넣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하하하, 그래도 다행히 소실이 조금 크더라도 어떻게든 그릇의 일부를 안정적으로 이식하는 방법을 찾는 것에 성공했지.”


흑마법사가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는 것도.


“그래? 안타깝네.”


“응?”


성현은 기쁜 기색이 역력한 흑마법사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성과를 확인해 보기도 전에 죽게 생겨서.”


성현은 악신의 살점에 남은 그의 그릇을 자기 몸에 이식하려 하는 흑마법사에게 단언했다.


“하?”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흑마법사.


“네놈들은 여기서 죽어.”


그가 순순히 설명해 준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을 끄는 거겠지.’


성현의 시선이 슬쩍 주변을 훑었다.


천장의 조명은 여전한데도 유독 어두워진 주변.


점차 지하를 잠식하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수많은 눈동자들.


“윽, 언제 저렇게 모인 거야?”


진소영 하사의 말처럼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오염체들.


“과연 너희들이 이 수많은 권속들을 뚫고 빠져나갈 수 있을까?


성현은 자신만만한 흑마법사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


“왜 너만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하지?”


성현은 곧바로 진소영 하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셔.]


그리고,


콰아아앙!


천장이 모두 무너지며 붉은 모래가 쏟아졌다.









도시 디에스코의 정문.


“막아라!”


“뭘, 막아!”


콰득!


무언가 뜯겨 나가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푸른 늑대의 발톱이 정문 경비의 목을 지나갔다.


그러자 그대로 떨어져 나가는 머리.


“아, 안돼!”


“쏴! 어떻게든 밀어내!”


늑대 수인, 청랑(靑狼), 바쿠스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전투 소음에 비릿하게 웃었다.


“으하하! 이것 참 상쾌하구만!”


폭발물이 터지는 소리, 총기의 격발음, 금속 물체가 부딫치는 전장 속에서 그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연병! 헛소리 말고 빨리 움직여요!”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찌푸리는 피오나.


콰득!


주먹으로 경비 하나를 날려버린 그녀는 동료들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낙오자는!”


“없어!”


“낙오했는데 어떻게 대답하냐!”


“크크큭!”


“아오, 이 머저리 같은 놈들.”


그녀와 바쿠스 주변에는 그들과 같은 수인으로 이루어진 백수(百獸) 용병단의 일원들이 하나같이 수인 형태로 변해 경비들을 짓 이기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 이동한다.”


가장 선두에서 디에스코의 정문 경비를 뚫어낸 그들은 뒤따라 정문을 넘어오는 ‘협력자’들이 경비대와 교전 중인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어딘가로 이동했다.


하나같이 짐승의 육체를 가진 그들이 서둘러 향한 곳은 황야와 사막의 경계로 디에스코의 정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어느새 저 멀리 보이는 디에스코의 방벽을 뒤로하고 경계에 도달한 이들이 이동을 멈췄다.


“대장! 여기야?”


“어.”


“아무것도 없는데?”


에비즈락 특유의 열기는 털이 많은 수인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했기에 하나같이 지친 표정의 부하들을 보며 바쿠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 여기가 맞는데?”


바쿠스는 코앞에 자리한 거대한 사막에 황망함을 느꼈다.


‘뭐지? 속았나?’


“대장?”


피오나의 의문이 담긴 질문에 말이 없어진 바쿠스.


“설마?”


그러나 의혹이 담긴 피오나의 질문에 채 끝나기도 전에 수인 중 누군가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근데 사막이 원래 이렇게 붉었나?”


딱히 크게 중얼거리지도 않았지만, 수인의 귓가에 들리기에는 충분했고, 그의 말에 그제야 이상을 눈치챈 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너무 붉은데?”


“뭔가 이상한데···.”


모두가 의문을 품은 사이, 갑자기 느껴지는 작은 진동.


“!”


흔들리는 모래를 느낀 수인들이 급하게 황야 쪽으로 몸을 날렸다.


“저게 뭐야!”


그리고 서서히 흐르기 시작한 모래가 작은 소용돌이를 이루며 회전하고 그 중심에서 무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명백히 금속으로 이루어진 무언가.


그리고 그것을 뱉어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원대대로 돌아온 모래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그 금속덩어리로 향했다.


치익!


그때, 금속덩어리의 일부가 열리며 그곳에서 익숙한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 로투스!”


“로투스다!”


“로나도 있어!”


오랜만에 포트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로투스와 로나는 반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바쿠스, 그리고 짐승 놈들아! 오랜만이다!”


“아저씨! 언니!”


“로나! 멀쩡하구나!”


“네, 언니!”


바쿠스와 백수 용병단의 용병들과 인사하는 로투스와 피오나에게 달려가 안긴 로나.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에 모두가 기쁜 듯 웃었다.


“바쿠스.”


“로, 로투스.”


그리고 그중 가장 격하게 반응하는 이는 바쿠스였다.


로투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홀로 조직에 쳐들어갈 정도로 분노했던 바쿠스는 죽은 줄 알았던 친구와 다시 만났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놈 말이 맞았어.’


난데없이 협박이나 찍찍 내뱉던 군인 놈을 떠올린 바쿠스는 이내 로투스를 껴안았다.


“무사했구나.”


그리고 그런 그를 말없이 받아주는 로투스.


“우우, 너무 찐하다.”


그런 그들을 야유하는 수인들.


“야! 안 닥쳐?”


민망했는지 소리를 지르는 바쿠스와 달리, 다시는 볼 줄 몰랐던 친구들과 재회한 로투스는 그저 웃음만 지었다.


짝짝짝!


“이야, 훈훈하네요.”


그때, 박수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들의 눈에 얼굴에 새하얀 가면을 걸친 연방 정복 차림의 군인이 보였다.


“성현 아저씨!”


“어허, 오빠라니까?”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음에도 옷차림으로 누군지 눈치챈 로나가 달려가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


“네가 그 군인이라고?”


“네, 바쿠스. 이 모습으로는 처음 보죠?”


성현은 슬쩍 가면을 들어 올려, 붉은 늑대 수인 소년과 비슷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연방 제4군사령부 화생방 특임대 소속 이성현 하사입니다. 반갑습니다. 백수 용병단 여러분.”


성현의 인사에 웅성거리는 용병들.


“제가 그 적랑?”


“그렇다는데? 연방 군인이라고 했잖아?”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성현은 이내 어딘가로 몸을 돌렸다.


디에스코의 방벽이 보이는 곳으로.


잠시 몸을 숙여 다리에 매달린 로나를 로투스 쪽으로 보낸 성현이 입을 열었다.


“자세한 얘기는 일이 끝나면 하도록 합시다.”


성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민한 감각을 가진 용병들이 이상을 눈치챘다.


쿠구구구궁!


사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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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중사 +1 24.07.11 221 12 11쪽
50 파도 +2 24.07.10 213 16 11쪽
» 흑마법사 +2 24.07.10 236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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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흔적 +1 24.07.06 244 18 11쪽
46 협력자 +2 24.07.05 240 18 11쪽
45 각성 시술소 24.07.04 251 15 11쪽
44 침입 24.07.03 255 15 12쪽
43 백수 +1 24.07.01 262 20 11쪽
42 디에스코 24.06.29 281 19 11쪽
41 임무 24.06.26 293 19 11쪽
40 늑대 부녀 24.06.24 295 19 11쪽
39 붉은 사막 +1 24.06.22 311 21 11쪽
38 경계 24.06.21 305 17 11쪽
37 사냥꾼들 24.06.20 327 19 12쪽
36 또 불시착 24.06.19 346 18 12쪽
35 복귀 +1 24.06.18 354 19 11쪽
34 보라색 멸망 24.06.16 373 17 11쪽
33 아는 얼굴 +2 24.06.15 386 19 12쪽
32 지원군 24.06.13 367 20 11쪽
31 격차 24.06.13 373 17 11쪽
30 함정 +1 24.06.11 37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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