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 당했더니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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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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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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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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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함

DUMMY

[태스크 포스 팀 이성현 팀장]


성현은 그것을 확인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릴피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팀장이라고요?”


“네.”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연구소 인원들을 잘 모를 테니, 팀원 자체는 저와 티무스, 그리고 소장님이 토의해서 선출하기는 했지만, 이들에 대한 인사 결정권을 최종적으로 가지는 것은 팀장님입니다.”


성현을 팀장이라 부른 그녀는 이내 무언가를 더 보냈다.


“이건 소장님이 작성한 계획표 초안입니다.”


먼저 회의실을 나가는 바람에 소장의 계획을 듣지 못한 성현을 위해 그녀가 정리해 놓은 계획표였다.


“많이 비어 있네요.”


성현은 여백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 물었다.


“소장님은 전체적인 계획만 짜 놓으셨습니다. 세부적인 진행 계획은 팀장님께 맡기겠다고 하더군요.”


그녀의 말에 성현은 유심히 계획표를 살폈다.


블루 비틀의 토벌과 동시에 근원지 확보하고 외부에 토벌을 알리고 근원지에 ‘주둔지’를 형성한 뒤, 블루 비틀 연구 돌입.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계획을 확인한 성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태클을 걸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서식지의 중심부 어딘가에 있을 블루 비틀의 근원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둘째 치고, ‘주둔지’를 세운다는 것이 가장 거슬렸다.


‘이래서 [주둔] 임무가 내려온 건가?’


성현, 정확히는 화생방 병과의 군인이 형성한 주둔지.


일반적인 연방인의 반응을 고려하면 필히 사람들의 배척과 거부를 살 것이 뻔했다.


딱딱!


의자의 손잡이를 두들기던 성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바로 릴피나에게 물었다.


“대체 블루 비틀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블루 비틀을 확보하는 것을 숨기고, 성현이라는 화생방 병과의 군인까지 방패막이로 삼아 연구하려고 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뭐?’


성현의 눈이 급격히 가늘어졌다.


“릴피나 연구원도 모른다고요?”


“아직 그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으니까요. 정확히는 진행되기 직전에 멈췄죠. 바로 오늘.”


그녀의 말에 성현은 태스크 포스 팀의 창설을 알리며 모든 연구 자료를 이전하라고 했던 소장의 말을 떠올렸다.


‘뭔가 숨기고 있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장이 이 정도 일을 벌일 때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리라.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군사령부에도 그에 관해 아는 자가 있을 거야.’


성현에게 [주둔]이라는 뜬금없는 임무를 내릴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가진 이가.


잠시 고민하던 성현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자세한 계획은 각자 생각을 좀 해보고 다음에 토의하시죠.”


“네, 그럼. 티무스 팀장에게도 제가 알리겠습니다.”


“네, 그러면 감사하죠.”


고개를 숙이고 성현의 숙소를 빠져나가는 릴피나.


그녀가 나간 것을 확인한 성현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비벼 새하얀 가루를 밖으로 퍼트렸다.


“일단 소장의 계획대로 움직여야겠지.”


그렇다고 성현은 계속 그에게 끌려다닐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기존 계획대로 가자.”


조용히 중얼거린 성현은 시간을 확인하고 저녁때가 된 것을 깨달은 성현은 숙소를 나서 아래층으로 향했다.


“음···.”


그사이 성현이 연방의 군인이라는 것이, 그것도 화생방 특임대 소속이라는 것이 알려진 듯, 사방에서 그를 바라보며 웅성이는 사람들이 느껴졌다.


“화생방 병과라며?”


“와, 그럼 진짜 ABC 병기를 들고 있겠네?”


화생방 병과라는 것 자체에 놀라는 이들과,


“숨만 쉬어도 주변에 생명체들을 몰살한다는데, 우리도 위험한 거 아냐?”


“왜 저런 걸 들이 거야? 불안하게.”


“밥 먹다가 죽는 거 아니야?”


그 위험성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지 경계하는 자들.


그러나 그보다 성현의 심기를 더 거슬리는 것은 전형적인 매드사이언티스트 놈들이었다.


“저, 혹시 피 한 방울만 얻을 수 있을까요?”


성현이라는 생물 자체를 표본으로 보는 눈빛.


“아니요. 실례합니다.”


식사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성현은 식사를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드러누운 성현은 연구소 시스템의 접속 권한을 얻은 덕분에 접속이 가능해진 연구소 게시판을 열었다.


‘역시.’


그러자 게시판을 가득 채운 성현에 대한 얘기들.


빠르게 목록을 넘긴 성현은 자신에 대한 소문이 게시판을 점령하기 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 블루 비틀과 그 연구에 관한 것임을 발견했다.


“진짜 제대로 써먹네.”


성현은 직감적으로 자신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 것이 소장과 관련이 있음을 느꼈다.


블루 비틀 연구에 몰린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성현은 확신했다.


“음흉한 장작 같으니.”


고작 한 번의 만남으로 목인에 대한 불만을 잔뜩 품은 버섯(?)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비록 성현의 몸이 균사체로 이루어져 에테르-생체력만 충분하면 식사가 필요 없기는 해도, 인간의 습관을 유지하고 있던 그로서는 식사를 하지 못한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


“어쩔 수 없지.”


이제 겨우 초저녁이었지만 성현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으음···.”


어딘가에서 성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늘 보던 익숙한 풍경.


화생방 특임대의 함선 내에 있는 성현의 방이었다.


“어? 이성현 중사님!”


그대로 방에서 빠져나오다가 마주친 반카 상병.


“어, 그래. 별일 없었지?”


“네,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성현은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십니까? 임무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런 성현을 따라가며 질문을 던지는 반카 상병.


“뭐, 아직 진행된 것 없고.”


성현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더라. 사람들 시선이.”


성현의 불만 섞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반카 상병.


“하긴 이성현 중사님은 화생방 부사관이지 않습니까? 대장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중사님이 행성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는 것이 더 이상한 겁니다.”


자신들 같은 반푼이들도 쫓아낸다고 말하는 반카 상병의 말에 성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성현이나 반카 상병뿐만 아니라, 화생방 특임대 소속이라면 크든, 작든 타인의 거부감을 불러올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보급계 빈센트 병장의 촉수나 정보계 알핀 병장의 흑안처럼.


“그런 의미에서 알핀 병장.”


“네. 중사님.”


경례와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반카 상병을 뒤로하고 어느새 정보과에 들어선 성현은 눈 전체가 까만 병사를 불렀다.


화생방 특임대의 정보계원 알핀 병장.


“비잔티움 채널에서 쓸만한 건 찾았어?”


성현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연구소 시스템과 비잔티움 공용 시스템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일반 채널에서는 관련 정보를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연방 시스템이라도 일반적인 채널과 기밀 정보를 다루는 연구소 채널은 완전히 달랐다.


“연구소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하는 이상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온통 검은 눈 때문에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알핀 병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그를 보며 미소를 짓는 성현.


“마침 내가 7 섹터 연구소 내부 시스템 접속권한을 얻었어.”


“오!”


“이게 있으면 뭘 좀 알아볼 수 있겠어?”


성현의 질문에 알핀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른 연구소 정보는 접근이 불가능하겠지만, 7섹터 내부는 싹 다 뒤져볼 수 있습니다.”


성현은 릴피나로부터 그가 가진 권한이 소장을 제외하면 그녀와 티무스와 같은 급이라는 것과 블루 비틀에 한정된 정보 열람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쪽엔 알핀 병장이 있지.’


성현의 시선이 흑안의 엘프에게로 향했다.


본래 검은색을 불길하게 여기는 엘프 중에서 소수의 악마처럼 검은 보석안을 타고난 알핀 병장은 시스템 자체를 읽어 내고 미약하지만 간섭까지 가능한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제한된 정보 권한이라도 내부에 접속만 할 수 있다면 그의 능력으로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


기본적으로 주변의 거부감을 부르기에 이곳에 격리된 화생방 특임대의 병사들은 그만큼이 제각기 특이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연방에서 쉽게 내치지 못할 만큼.


그러니 그런 이들을 모아 만들어진 화생방 특임대와 그것을 이끄는 그라논 소령이 연방 상층부의 관심을 잔뜩 받는 것이리라.


“뭐, 그럼 잘 부탁해. 물론 연구소에서 눈치 못 채도록 조심하고.”


“네!”


자신의 접속 권한을 연동해 준 성현은 정보과를 빠져나와 이번에는 특임대의 구석으로 향했다.


“흐음···.”


그리고 힘없는 한숨과 함께 스코튼 박사의 연구실에 들어섰다.


“이런, 개 같은 새끼들!”


그러자 보이는, 난데없이 욕설을 터트리며 무언가를 집어 던지고 있는 박사.


“이게 왜 이딴 식으로 되는 거야! 이 개*^#%^#&.”


“···.”


성현은 격노 상태의 박사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빠져나와 문을 닫았다.









초목으로 뒤덮인 비잔티움 행성.


7섹터 연구소의 인근에서 성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소 숙소에서 눈을 감은 성현1,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고 연락하기 위해 함선에 남은 성현2, 그리고 성현1이 연구소에서 흩뿌린 포자가 주변 식물의 생명을 흡수해서 탄생한 성현3.


성현은 자신에게 생명력을 빼앗겨 시들해진 나무의 뿌리에서 소박하게 자라난 하얀 버섯으로부터 몸을 일으켰다.


나무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만큼만 생명력을 빼앗았기에 나무가 죽거나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그 때문인지 성현의 몸 크기가 유독 작고 색도 옅었다.


평소보다 더 하얗고 작은 성현은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숲에서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흐음···.”


박사에게 블루 비틀과 바이탈 연구소에 대해 물어보러 갔던 성현2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박사의 모습에 후퇴했다는 사실을 안 성현3은 작은 한숨과 함께 주변을 확인했다.


해가 지며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한 숲과 눈에 띄는 자신의 몸을 확인한 성현3은 연이은 한숨과 함께 몸을 조금 더 줄였다.


그 덕에 생긴 에테르 여유분을 이용해 피부를 이루고 있던 <화이트 크라운>을 <흑강철균>으로 바꿨다.


그러자 시커멓게 변하는 피부.


두 가지 의미로 훨씬 더 눈에 띄지 않게 변한 성현3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쪽이었는데.’


연구소가 위치를 기준으로 소장이 보여준 지도를 떠올리며 방향을 확신한 성현3은 그대로 직진했고,


길을 잃었다.


“아니, 여기가 어디야?”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고 연구소의 빛도 닿지 않는 숲속에서 이정표를 잃은 성현3이 길을 잃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


찌르르르!


사방에서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어둠 속에서 야행성 동물들의 기척이 느껴지자, 성현3은 스스로의 생각이 짧았고 계획도 형편없었음을 인정했다.


그래서 주변을 더듬어 가까운 나무를 찾고 그 나무의 뿌리가 지상에 드러날 정도로 거대한 것을 확인한 성현3은 다시 균사의 형태로 돌아가 나무 뿌리에 기생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나무의 뿌리에 하얀 버섯이 하나 생겨났다.







‘멍청이들.’


연구소 숙소에 누워있던 성현1은 성현2와 3을 욕했다.


그리고 성현1, 2, 3은 모두 성현 자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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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7 섹터 +4 24.07.17 196 13 11쪽
54 비잔티움 +1 24.07.16 198 13 11쪽
53 새로운 병기 +3 24.07.15 206 12 11쪽
52 박사 +1 24.07.12 224 15 12쪽
51 중사 +1 24.07.11 221 12 11쪽
50 파도 +2 24.07.10 213 16 11쪽
49 흑마법사 +2 24.07.10 235 17 11쪽
48 지하로 +1 24.07.08 218 12 11쪽
47 흔적 +1 24.07.06 244 18 11쪽
46 협력자 +2 24.07.05 240 18 11쪽
45 각성 시술소 24.07.04 250 15 11쪽
44 침입 24.07.03 255 15 12쪽
43 백수 +1 24.07.01 262 20 11쪽
42 디에스코 24.06.29 281 19 11쪽
41 임무 24.06.26 293 19 11쪽
40 늑대 부녀 24.06.24 295 19 11쪽
39 붉은 사막 +1 24.06.22 311 21 11쪽
38 경계 24.06.21 305 17 11쪽
37 사냥꾼들 24.06.20 327 19 12쪽
36 또 불시착 24.06.19 346 18 12쪽
35 복귀 +1 24.06.18 354 19 11쪽
34 보라색 멸망 24.06.16 373 17 11쪽
33 아는 얼굴 +2 24.06.15 386 19 12쪽
32 지원군 24.06.13 367 20 11쪽
31 격차 24.06.13 373 17 11쪽
30 함정 +1 24.06.11 37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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