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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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별(L.B.)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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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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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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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미션의 보상

DUMMY

 “구해줘서 고마워.”


“고양이가 또 말을 하네?”


“하하하···”


태리는 이제 더 이상 말하는 고양이를 봐도 벌떡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일어날 힘이 없다고 해야 할까.


오늘 고스트헌팅하면서 긴장한 상태로 움직인 탓이다.


어떻게 이 세상에 이렇게 말하는 고양이가 많을 수 있는 거지.


이제는 더 놀랄 일도 없다.


내 인생은 판타지니까.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니까.


‘아니지, 한 번밖에 못 겪은 일이긴 하지.’


“어···어떻게 고양이가 말을 하지옹?”


저 말하는 고양이 1번이 더 놀라고 있다.


얼마나 놀랐는지 동공이 아주 커지고, 꼬리도 펑 터져서 몸에서 우우웅 소리까지 난다.


태리는 오색천에서 고양이를 꺼내 내려놓았다.


아직 어린 것 같은 고양이는 솜털이 조금 남아있었다.


검은색과 갈색, 흰색의 무늬가 조화롭게 수 놓인 듯한 아름다운 고양이였다.


“아··· 안녕.”


고양이에게 태리가 조심스레 인사했다.


고양이는 태리를 보고 눈을 깜박였다.


“안녕.”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고양이는 태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단테를 바라보았다.


“저 고양이도 말을 하네? 연옥 계약자야?”  


“너도 연옥 계약한 고양이냐옹! 그럼, 아까 나를 왜 그렇게 때린 거냐옹! 말로 하면 되지 않았냐옹!”


“내가 한 게 아니야.”


단테는 손으로 여기저기 털을 헤집어 상처를 보여줬지만, 상처가 보이진 않는다.


“그럼 누가 그런 거냐옹! 여기, 그리고 여기, 털 속에 여기 이거 상처 난 것은 누가 한 걸까옹. 네가 그랬다옹! 네가! 내가 인사하는데 다짜고짜 때렸다옹!”


고양이는 단테의 말을 무시하고 태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단 나를 데려가.”


“뭐?”


“나를 데려가.”


무슨 우리 집이 길고양이 보호소도 아니고, 이렇게 한 마리씩 늘다 보면 열 마리가 금방 된다던데.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미안하지만 안돼. 우리 집에는 단테가 이미 있고, 일단 쟤랑 너랑 사이가 안 좋잖아.”


태리는 방금의 무시무시한 전투 장면을 집에서도 볼 생각이 없다. 


“내가 한 게 아니야. 여기가 좀 원혼들이 많더라. 내가 좀 빈틈을 보인 사이에 다른 고양이의 원혼이 몸에 들어왔었나 봐.”


“뭐···?”


“난 쟤를 때린 기억이 없어. 돌아오려고 애써봤는데 소용이 없었어. 그런데 네가 그 천으로 몸을 감싸자 무슨 일인지 그 원혼이 빠져나갔어.”


태리는 오색천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무당이 준 천이라고, 빙의 치료에 효과가 있었나 보다. 


고양이의 눈빛은 반짝거리는 에메랄드색이었다.


태리가 가만 보니 양안의 색이 다르다.


한쪽은 에메랄드색이고, 한쪽은 노란색인 건가?


고양이는 태리를 보고 말했다.


“너는 무당인 건가? 아주 영험한데? 퇴마를 해줬어.”


다짜고짜 반말하는 고양이가 괘씸했지만 가엾은 길고양이이니 신경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야. 이게 무당이 준 오색천이라서 그런 것 같아.”


“무당이 아니구나···. 그래도 인간이니 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날 데려가 줘. 부탁이야.”


“가지가지 하는구나. 고양이에 네가 빙의했는데 거기에 또 고양이 원혼이 빙의하고. 하하. 그래. 난 웹소설 작가이고 내 인생은 판타지지. 이제 웃음도 안 나온다.”


“······.”


“아니, 다른 판타지 소설 주인공들은 맨날 압도적인 스킬을 획득하던데 나는 뭐 사건들이 이렇게 아기자기해. 이러다가 ‘오늘도 고양이를 획득했습니다.’ 상태창까지 뜨겠어.”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단테의 머리 위에 상태창이 떴다.


『단테 알리기에리. 고스트헌터를 도와 솔루션을 성공시키기. 서브 미션에 성공했습니다.


보상으로 ‘특별한 고양이’를 얻습니다.』


“닥쳐!”


태리가 소리치자 상태창이 서둘러 꺼졌다.


고양이는 상태창을 보고도 처음 보는 게 아니라는 듯이 아무렇지 않았다. 


“보상으로 나를 얻었구나. 정말 축하해. 그리고 고맙구. 네가 아니었으면 난 몸도 뺏긴 채 구천을 맴돌다 과업을 수행하지도 못했을 거야.”


태리와 단테는 망연자실했다.


보상이라니. 동의하지 않은 보상이고 원하지 않는 보상이다.


“무슨 이런 상태창이 다 있어. 보상을 도움이 되는 걸 줘야지! 최소한 보상을 얻기 전에 말하던가.”  

그때 병철이 집에서 나와서 태리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태리씨. 끝났는데 엔딩 같이 찍어요.”


‘어쩌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그냥 고양이는 귀엽지만, 사람이 빙의한 고양이는 모셔야 하는 객식구인데.’


병철이 걱정됐는지 대답이 느린 태리를 찾아 뒷마당으로 갔다.


그러자 삼색 고양이가 갑자기 병철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 저 오빠 누구야? 내 스타일인데! 저 오빠한테 날 데려가라고 해야겠다.”


고양이는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푸드덕거렸다.


병철에게 달려가려는 것을 태리가 옆구리를 잡아 높이 들었다.


“무슨 소리야. 네가 가서 말하면 저 사람이 나처럼 그냥 ‘그렇구나, 고양이가 말하는구나.’ 할 것 같아? 너도 퇴마 당하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저 사람 고스트헌터야.”


“이럴 수가. 고스트헌터라니. 매력적이야. 저 사람에게 보내줘. 나 새끼고양이야. 내가 몸을 배배 꼬아서 어떻게든 저 사람 마음에 들게.”


그때 단테가 꼬리를 세우고 으스대면서 병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벌러덩 누워 입을 살짝 벌려 ‘야아옹~’하고 귀엽게 속삭였다.


심지어 ‘드르륵, 캬캬캭’하는 이상한 소리도 났다.


채터링을 저렇게 써먹다니.


몸을 엄청나게 구부려댄다. 요기 다니엘인가.


태리도 처음 보는 엄청난 애교였다.


처음 만났을 때 저를 데려가 달라고 드러누웠던 것 그 이상이었다. 


저 모습은 마치 암컷 고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요염한 애교였다.


어찌나 몸을 설탕 잔뜩 바른 꽈배기처럼 꾸물렁거리는지.


역시 고양이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로 귀엽구나.


태리는 보았다. 병철이 안에 있는 진원에게 손짓으로 카메라로 찍으라고 한 다음, 입 모양으로 ‘이거 찍어. 너무 귀엽다.’ 라고 말하는 것을.


천상 방송인이다.


무릎을 꿇고 단테를 마구 쓰다듬다가 안아주고 얼굴을 비비댔다.


“어이구~. 괴테. 많이 아파쪄? 누가 그래쪄. 저 고양이가 그래쪄여? 내가 때려줄까요~? 귀여워라.”


‘단테라고요.’


마구 쓰다듬어지고 있는 처맞은 고양이 단테가 병철의 손 틈새로, 쳐 때린 고양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복수의 서막이랄까.


단테가 인간의 귀여움을 마음껏 받으며 ‘이것 봐라. 너를 때린다잖아.’라고 말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방송 각을 세우는 고스트헌터와 그에게 반한 길고양이.


그리고 길고양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스트헌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단테가 아주 동양 로맨스 판타지다웠다.


태리만이 알고 있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 태리는 급 피곤함을 느꼈다. 


‘이러니 내 소설이 현실보다 못하지.’ 


품 안의 고양이가 그 모습을 보고 의외로 잘 참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태리만의 착각이었다. 


태리가 여러 복잡한 생각을 하는 동안 그 고양이의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걸 보지 못한 탓이었다. 


푸닥-


하늘로 날아오르는 고양이를 태리가 다시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데려갈 테니까 그만해.”


고양이가 씩씩거리느라 코에서 김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몸이 좀 차다.


그도 그럴 게 영하의 날씨에 밖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몰라 건강도 우려되었다.


태리는 이동장에 두 고양이를 함께 넣었다.


둘 다 말을 할 줄 아는 지성묘이니 이제 싸우지 않겠지.


“어? 쟤는 왜 이동장에 넣는 거예요? 둘이 같이 있게 해도 돼요?”


병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분명 아까까지 엄청나게 싸우던 고양이들이었는데.


“화해했어요.”


“그새요? 고양이들은 정말 알 수가 없네······. 자, 엔딩 찍으러 가시죠.”


병철은 오늘 아주 만족스러운 방송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숙원사업을 끝내기도 했지만, 태리가 문을 잡아당겨 자기를 넘어뜨린 장면은 병철이 생각한 오늘의 베스트 장면이었다.


 그동안, 차 안의 이동장 안에서는 두 지성묘가 은밀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어느덧 태리의 집 앞에 도착했다. 태리가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매우 피곤했지만, 좋은 소재를 찾았다. 사람을 속이는 영가. 고스트헌터.


하지만 뒷자리 이동장의 추가된 고양이 한 마리를 보니 다시 심란해졌다.


“그럼 들어가세요. 오늘 최고의 방송이었어요.”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병철은 오늘의 방송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주 재미있게 넘어졌고, 귀여운 고양이들도 제 몫을 다 해 주었다. 이런 방송만 해주는 게스트라면 고양이 상견례? 몇 번이라도 해주지.


“내일 연락드릴게요. 우리 고양이는 다른 집에 가본 적이 없어서 우리 집에서 고양이들을 만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벽이라 무척 피곤했지만, 태리는 고양이를 일단 목욕시키기로 했다.


이전 고양이 단테를 처음 데려왔을 때, 링 웜으로 고생했던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고양이는 목욕하자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으며,


대야의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눈을 게슴츠레 뜨는 수속성 고양이의 위엄을 자랑했다. 


그 모습을 본 단테는 혹시 자기도 목욕시킬까 봐 귀가 벌벌 떨리고 있었다.


“단테. 너는 그냥 바디티슈로 닦아줄 테니까 그만 떨어. 지진 난 것 같아.”


“그, 그럴까옹. 그럼옹? 딱히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다옹. 오늘 밖이 추웠어서옹.”


그제야 떨림을 멈춘 단테는 바디티슈도 사실 그리 유쾌한 건 아니라는 생각하며 캣타워에 올라갔다.


삼색 고양이는 추운 밖에 있다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너무 편안해 보였다.


“아, 좋다. 따뜻해.”


“너는 물을 좋아하네?”


“싫어해야 하나?”


“고양이니까? 단테는 굉장히 싫어했어.”


“하지만 영혼은 사람인데? 전혀 싫지 않아. 따뜻하고 좋은데. 그냥 인간이었을 때도 씻기 싫어했던 거 아냐?”


그런 거였나.


“그러고 보니 너는 말도 제대로 하네. ‘옹’을 말끝마다 안 붙여도 되니?”


“왜 그래야 하지?”


“고양이니까? 단테는 저절로 그렇게 된다고 했어.”


“노력하면 되던데. 그냥 노력 자체를 안 해본 게 아닐까?”


‘······그런 거였나. 이놈의 고양이. 제대로 말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네. 연습시켜야겠군.’


“물어볼 게 많은 눈빛이네.”


“때가 되면 천천히 말해. 너 너무 말랐어.”


고양이는 감동한 눈빛으로 태리를 바라보았다. 사실 너무 배가 고팠다.


“넌 좋은 사람이구나. 나 사실 밥을 잘 못 먹었어. 다행히 동네 아주머니가 사료를 조금씩 주셔서 버틸 수 있었지.”


“오늘은 단테 먹는 사료를 줄게. 내일 키튼 사료를 사 와야겠다.”


“나 궁금한 게 있어. 지금이 몇 년이지?”


“2024년이야. 그러고 보니 넌 몇 살이야? 몇 년에 태어나서 언제 죽은 거야? 연옥 계약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던데 너도 계약자인 건가? 과업은 뭐지? 죽기 전에 무슨 일 했었어?”


태리는 갑자기 궁금해져서 속사포처럼 질문했다. 추위에 떨었던 새끼고양이가 안쓰러워서 천천히 물어보려 했으나,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안 그래도 될 것 같다. 


“때가 되면 처, 천천히 말하라며.”


“지금이 그때야. 내가 들을 준비가 된 때.”


고양이는 드라이가 끝나자마자 폭풍 질문을 하는 태리가 일단 보호자이니 웃어주기로 했다.


‘못됐네. 못됐어.’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길고 긴 사연이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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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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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세요 24.06.24 23 1 12쪽
40 세 작가의 마지막 파티 24.06.20 18 0 12쪽
39 화명랑 투고 24.06.19 22 0 11쪽
38 정지후 PD 24.06.18 19 1 15쪽
37 아빠의 동업자 24.06.14 17 1 12쪽
36 태리의 생일 24.06.11 19 0 11쪽
35 금융치료가 답이다 24.06.10 18 0 15쪽
34 저주를 한 사람 24.06.09 20 0 12쪽
33 화란신녀 24.06.08 20 0 16쪽
32 악행의 이유 24.06.07 21 0 15쪽
31 태리의 이모 24.06.06 19 0 13쪽
30 소설보다 더 심한 현실 +2 24.06.05 39 0 14쪽
29 발사병용부 24.06.04 18 0 12쪽
28 고양이 소개팅 24.06.02 21 0 11쪽
27 30년 후 웹소설 작가 24.05.31 19 0 11쪽
» 서브 미션의 보상 24.05.30 22 0 12쪽
25 고양이가 또 말을 하네 24.05.29 29 0 12쪽
24 고스트헌팅 게스트 24.05.29 23 1 16쪽
23 새끼 고양이 단테와 첫만남 24.05.27 28 1 16쪽
22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해줘 +2 24.05.26 37 0 12쪽
21 돈까스 먹으러 간 단테 24.05.25 25 1 13쪽
20 고귀한 황녀의 은밀한 밤 24.05.23 27 1 12쪽
19 아아. 베아트리체 +2 24.05.22 29 1 11쪽
18 연옥 계약 +2 24.05.21 26 1 15쪽
17 성공적인 런칭 +1 24.05.20 30 1 12쪽
16 나도 싫었으니까 24.05.19 32 1 14쪽
15 고스트헌터(5) +2 24.05.18 26 1 12쪽
14 고스트헌터(4) +1 24.05.16 28 1 11쪽
13 고스트헌터(3) +1 24.05.15 30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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