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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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별(L.B.)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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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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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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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 웹소설 작가

DUMMY

“짧게 말해. 피곤해.”


‘정말 못된 사람이야.’


“우선 나의 계약자인 고양이 애옹님에 대한 설명을 안 할 수 없어. 애옹님은 내가 있던 동네의 어딘가에서 살았다고 해. 새끼고양이였던 애옹님을 한 남자가 구조해서 아주 애지중지 길러줬대.”


“저런······ 그랬구나.”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대. 마당 출입을 하던 애옹님은 결국 담장을 넘어 주인을 찾아다니다가 그만··· 차에 치여 죽고 말았어. 그게 2024년의 일이었지.”


“세상에···. 버리고 간 건가.”  


고양이는 고개를 저었다.


“애옹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죽은 이후, 천사가 애옹님은 인간으로 바로 환생할 수 있다고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모셔 가려 했는데도 저승으로 가지 않고 이승을 떠돌기 시작해. 그런데 고양이의 영혼으로 얼마나 잘 찾을 수 있었겠어. 그래도 주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대.”


태리는 연옥에서 기약 없이 태리의 성공을 기다리고 있는 단테를 떠올렸다.


고양이들의 무심한 얼굴 뒤에는 얼마나 깊은 주인에 대한 사랑이 있는 걸까.


“그래도 다행히 저승으로 갔나 보네? 얼마나 찾다가 간 거야?” 


“무려 30년간 찾아 헤맸지.”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애옹님은 30년간 주인을 찾아 헤맸어. 내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고 했잖아.”


고양이는 눈물을 훔쳤다.


고양이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자기 말에 자기가 감동해서 우는 모습이라니.


태리는 코웃음을 쳤다.


“고양아. 지금이 2024년이라니까. 애옹이는 2024년에 죽었다며. 어떻게 30년을 찾아 헤매니.”


“나도 처음 이곳에 올 때까지 믿지 못했어. 죽은 지 30년이 지났는데 주인을 찾아달라는 연옥 계약을 맺고 싶다고 했을 때 천사들도 정말 난감해했다고 해. 천사들은 동물들의 영혼이라면 정말 껌벅 죽는 것 같아. 결국 천사들은 결정했지.”


“무슨···.”


“연옥 계약자를 30년 전으로 보내기로 한 거지.”


“설마 그러니까 너는 혹시···.”


고양이의 오드아이가 빛났다.


저 인간이 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맞아. 나는 2054년에 죽은 사람이야. 30년 전으로 보내진 거야. 애옹님의 주인을 찾기 위해.”


그 말을 듣고 있던 단테는 캣타워 위에서 계속 그루밍했고, 태리는 무덤덤하게 고양이를 바라봤다.


“뭐, 사정은 잘 알겠어.”


전혀 놀라지 않는 그들에게 오히려 놀란 고양이가 말했다.


“그··· 그게 다야? 나 30년 후의 인간이었다니까?”


“보다시피, 그 말에 놀라기에는 내가 전에 겪었던 일이 너무 놀라웠기에. 저기 말하는 고양이 1도 있고.”


“하지만 30년 후인데···.”


“판타지 웹소설에서 흔히 있는 소재야.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놀랍긴 해도 뭐, 기절초풍할 말은 아니야. 평행세계일 수도 있고, 회귀일 수도 있고. 뭐든 우린 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자자, 이제 빨리 자자. 너무 피곤하다. 애옹이의 주인 찾기는··· 안타까운 상황이니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당장은 안돼.”


삼색 고양이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단테랑 나는 마감도 해야 하고 차기작도 기획해야 해서 당분간 바쁘거든.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몸을 회복하면서 좀 기다려.”


“마감? 차기작? 혹시 작가야?”


“응. 나는 웹소설 작가고, 네가 후두려 팬 쟤는 그 유명한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 알리기에리야.”


“단테 알리기에리라고? 신곡을 쓴 시인 그 단테? 그럴 리가···.”


“그 단테 맞아. 그러니까 네가 백 년 후 사람이라는 것에 우리가 크게 놀라지 않을 만하지?”


고양이는 캣타워 아래로 달려갔다. 공손히 엎드려 단테에게 인사했다.


“단테. 몰라봐서 미안했어.”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니 다행이구나옹.”


동양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고 대비마마의 말투를 흉내 내는 단테였다.


“나도 웹소설 작가인데.”


“뭐?”

“뭐옹?”


고양이가 30년 뒤의 사람이라는 말에도 놀라지 않았던 태리와 단테는 고양이가 웹소설 작가라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태리와 단테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노예다옹···.’

‘노예가 찾아왔어···.’


“뭐, 뭐야. 30년 후 사람이라는 것에는 안 놀라더니, 내가 웹소설 작가라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너! 살아생전 인기 있었어?”


“대한민국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 모든 플랫폼에 내 작품들이 레전드 노블로 올라가 있는 유일한 작가라고.”


“장르가 뭐야.”


“막장 동양 로맨스 판타지.”


“동양 로맨스 판타지는 알겠는데 막장은 뭐지. 네가 넣은 거야, 아니면 원래 있는 장르야?”


“원래 있는 장르야. 웬만하게 막장이어서는 그 플랫폼 장르 심사에 통과할 수 없어. 굉장히 인기 있지만 진입 장벽이 높지. 지금은 없는 건가?”


“단테···.”

“태리옹···.”


“정말 너는 특별한 고양이가 맞구나.”


서로 껴안는 태리와 단테를 보고 고양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


“그럼 내 소설을 살펴보고 있도록 해.”


단테와 태리가 베아트리체를 만나기 위해 병철의 집에 가기로 한 시간이다.


아침부터 태리는 삼색 고양이를 깨워서 14년 전에 태리가 썼던 동양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어보고, 개선점을 파악해서 리뉴얼을 해보라고 했다.


애옹의 주인을 찾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고자 했던 고양이는 갑자기 해야 하는 노동에 짧은 반항을 했지만······.


태리의 단호한 말에 얌전히 말을 듣기로 했다.


“글 쓰지 않는 자는 우리 집에 둘 수 없어. 그렇지. 단테?”


“물론이다옹. 우리는 최소 하루에 일만 자는 쓴다옹. 일하지 않는 자, 츄르도 동결건조 사료도 없다옹.”


“놀라운 인사이트를 기대할게. 우리는 외출해야 하니까 다녀올 때까지 준비해. 네 이름은 이제부터 신데렐라야.”


새로운 이름을 얻은 신데렐라는 결국 노트북 앞에 앉았다.


능숙하게 한글 창을 열고 음성인식 탭을 눌렀다.


그 과정에서 몇 번 인상을 찡그렸지만 금방 곧 익숙해진 듯했다.


“너무 구식이다. 이거 키보드도 너무 싸구려 아냐?”


“그거 30만원짜리 키보드야.”


“나는 600만원짜리를 썼는데···.”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태리가 입을 열었다.


“···새우깡.”


“응?”


“그때도 새우깡이 있어? 30년 뒤에도 말이야.”


“새우깡 있지.”


“얼마야?”


“만 원 정도인가.”


“그럼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런 거지, 내 키보드가 훨씬 비싼 거야. 어차피 넌 치지도 않을 거잖아.”


‘못됐어. 정말 못됐어.’


“기억해.”


태리는 나가기 전 다시 한번 신데렐라를 바라보았다.


“일하지 않는 자, 츄르와 동결건조 사료는 없어.”


***


“신데렐라라니, 이름 정말 기똥차게 지었다옹.”


“막장 동양 로맨스 판타지라니 진짜 최고다. 지금 우리에게 딱 필요한 인재 아냐?”


“그렇다옹. 나 너무 기대된다옹. 사실 썼던 거 그대로 써도 되는 거 아니냐고옹. 크크크큭옹”


“내 예전 소설 리뉴얼하는 것 말고 완전히 새로 쓰라고 할 걸 그랬나.”


“어우, 태리옹!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옹. 시간은 많은데옹. 크크크큭옹”


“아니야. 알잖아.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단테를 빨리 환생시켜야지.” 


우선 태리의 고양이 단테를 빨리 환생시켜야 한다. 


그래야 저 대문호 단테도 환생할 수 있다.


그리고 도움을 조금 받은 뒤에는 애옹이의 주인도 빨리 찾아줘서 신데렐라도 환생시켜야 한다.


태리는 또 고양이 단테가 생각났다. 너무 보고 싶어져서 하늘을 봐야 하는지 땅속을 봐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하늘을 봤다.


***


나의 고양이 단테야.

나는 누적 조회수가 1억 뷰에 달하는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 게 맞아.


왜냐하면, 있지.

엄마 아빠를 잃고 보육원에 있을 때, 나는 기억이 없어. 


분명 친구들이랑 놀았을 테고, 학교도 다니면서 시험도 봤을 텐데. 나는 그때의 기억이 없어.


웹소설만 봤어. 소설 속의 주인공에게 몰입해서 그 감정을 느껴왔지, 내 감정은 가지지 않았어.


감정을 가질 수 없었어. 내가 불행함을 느낄까 봐.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보육원에서 자라는 내 처지를 깊이 생각하면 하루도 제대로 살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감정을 버리고 살았어.


그러니까 살아지더라. 

웹소설은 그런 나를 살아가게 했어.


나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

그렇게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하는 재미있는 소설 말이야.


1억 명이 클릭했다면 그중 몇 명은 어린 시절의 나 같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1억 뷰에 집착했는데 말이지.


그 말을 네가 그렇게 기억하고, 이런 식으로 너를 희생해가며 나를 도와줄 줄은 몰랐어.


너는 그저 내게 귀여운 고양이면 돼.


너는 그저 내게 행복한 고양이이면 되는데. 


좋아하는 사냥놀이도 못 하면서 거기 혼자 누워있을 너를 생각하니 내 가슴이 찢어져.


집에 혼자 있는 걸 그렇게 싫어했던 너인데 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을 수가 있겠어.


조금만 기다려. 단테.

1억 뷰. 달성하고야 말 테니까.


***


연옥.

천사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거 빨리 좀 끝냅시다.”


가장 앞에 있는 천사의 후광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천사가 행복할 때 후광은 더 빛이 난다.


“읏차. 읏차. 잘한다. 잘한다. 어이구. 그래쪄요? 잡지 못해서 화나요? 그럼 잡아보자. 어이코오. 잡혔다. 하하하하.”


고양이 단테는 낚싯대 줄의 끝에 있는 메뚜기 모양의 인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점프하고 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입에 물게 되었는데, 그 모습에 줄 서 있는 천사들의 후광이 더 밝게 빛났다.


줄 서 있는 천사들은 저마다 고양이 장난감을 들고 있다. 


“오오. 이것은 뭡니까?”


“이게 요즘 유행하는 광선 장난감인데요. 이렇게 버튼을 누르면 빨간빛, 파란빛, 초록빛이 나오지요. 이렇게 긴 줄 끝에 낚싯줄 같은 거 보이지요?”


“이거 고양이에게 위험하지 않나요? 찌릿할 텐데.”


“낚싯줄에 빛이 비치기만 하는 거라 괜찮습니다. 오. 내 차례”


천사는 최신식 장난감을 자랑스럽게 흔들었다. 단테가 처음에 무서워해서 뒤에서 기다리던 천사들이 야유했다.


“치워라. 치워라. 우우-. 고양이가 무서워하지 않소.”


“이···이럴 리가 없는데. 이거 봐라. 이거.”


잠시 피하던 단테의 동공이 낚싯대의 끝에 밝혀진 빛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씰룩거리자, 낚싯대를 들고 있는 천사가 ‘이것 보시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드디어 단테가 뛰어들어 줄의 끝을 맹렬히 따라 뛰어가기 시작했다. 천사는 신나서 함께 뛰었다. 


캣닢 인형을 가져온 바로 뒤의 천사는 단테가 지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오늘은 놀아줘야 하는데. 캣닢향이 날아갈까 봐 냄새를 킁킁 맡은 천사는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빨리 이 인형의 냄새를 맡으며 나른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한 고양이가 연옥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늘 어두운 연옥이 천사들의 후광으로 인해 밝게 빛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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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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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세요 24.06.24 23 1 12쪽
40 세 작가의 마지막 파티 24.06.20 18 0 12쪽
39 화명랑 투고 24.06.19 22 0 11쪽
38 정지후 PD 24.06.18 19 1 15쪽
37 아빠의 동업자 24.06.14 17 1 12쪽
36 태리의 생일 24.06.11 19 0 11쪽
35 금융치료가 답이다 24.06.10 18 0 15쪽
34 저주를 한 사람 24.06.09 20 0 12쪽
33 화란신녀 24.06.08 20 0 16쪽
32 악행의 이유 24.06.07 21 0 15쪽
31 태리의 이모 24.06.06 19 0 13쪽
30 소설보다 더 심한 현실 +2 24.06.05 39 0 14쪽
29 발사병용부 24.06.04 18 0 12쪽
28 고양이 소개팅 24.06.02 21 0 11쪽
» 30년 후 웹소설 작가 24.05.31 20 0 11쪽
26 서브 미션의 보상 24.05.30 22 0 12쪽
25 고양이가 또 말을 하네 24.05.29 29 0 12쪽
24 고스트헌팅 게스트 24.05.29 23 1 16쪽
23 새끼 고양이 단테와 첫만남 24.05.27 28 1 16쪽
22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해줘 +2 24.05.26 37 0 12쪽
21 돈까스 먹으러 간 단테 24.05.25 25 1 13쪽
20 고귀한 황녀의 은밀한 밤 24.05.23 27 1 12쪽
19 아아. 베아트리체 +2 24.05.22 29 1 11쪽
18 연옥 계약 +2 24.05.21 26 1 15쪽
17 성공적인 런칭 +1 24.05.20 30 1 12쪽
16 나도 싫었으니까 24.05.19 32 1 14쪽
15 고스트헌터(5) +2 24.05.18 26 1 12쪽
14 고스트헌터(4) +1 24.05.16 28 1 11쪽
13 고스트헌터(3) +1 24.05.15 30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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