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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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별(L.B.)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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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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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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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병용부

DUMMY

“단테가 뭘 좋아하려나.”


병철이 벽장을 열자, 고양이 장난감으로 보이는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는 가방이 문 뒤에 붙어있었다.


“우와···. 엄청 많이도 샀네요.”


분명 이제 몇 개월 안 된 집사일 텐데, 장난감을 이것저것 많이도 사놓았다.


벽장을 열자 단테를 경계하던 주리가 꼬리를 바짝 세우고 벽장으로 달려왔다.


여기를 열면 놀아준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걸어오면서, 놀아달라는 듯 신나서 ‘웅웅웅’ 소리를 내는 주리가 매우 귀여웠다.


병철이 녹색 메뚜기처럼 보이는 인형이 달린 낚싯대를 들었다.


그리고 주리를 향해 앞뒤로 흔들어주자, 주리가 폴짝폴짝 뛰면서 앞발로 장난감을 쳤다.


태리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평화로운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병철이 턱을 괴고, 태리와 이야기하며 메뚜기로 놀아주고 있는데.


탁-


갑자기 낚싯대가 병철의 손에서 없어졌다. 


“어?”


투다닥- 척


쉭쉭-


병철의 손에서 낚싯대를 뺏어가다가 뒤를 돌아 용맹하게 서서 콧소리를 내는 고양이는, 주리가 아니라 단테였다.


병철은 한순간에 비어버린 자기 손을 보며 말했다.


“단테, 사냥놀이 좋아하는구나-.”


병철에게 다시 낚싯대를 가져다준 단테의 코에서 아직도 김이 슉슉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낚싯대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고양이가 되었담?


‘저 집중력.’


태리는 알 수 있었다.


단테의 저 눈은 집필에 집중할 때의 눈과 같다.


병철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낚싯대를 가장 길게 뺐다.


그리고 거실의 끝에서 끝으로 휙 흔들었다.


마치 한 마리의 치타 같았다.


태리는 늘 느긋하게 있었던 단테가 저렇게 점프력이 좋은 줄 몰랐다.


병철도 놀랐다.


주리와 새끼고양이는 놀아봤자 살랑살랑 반경 1미터 내에 있었다.


돌아다니는 놀이를 해도 주변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테는 역시 산책하는 고양이라 그런지 손맛이 엄청났다.


병철은 단테가 가끔 잡을 수 있도록 해줬는데, 방금 잡힌 위치는 병철의 허리 높이였다.


그리고 그 용맹한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주리와 새끼고양이가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놀아준 뒤, 지친 병철이 낚싯대를 접었다.


“헉헉···. 단테가 사냥놀이 안 좋아하는 거 확실해? 마치 딸 키우다가 아들을 처음 만나 놀아준 느낌이야. ”


“저도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놀아줘야겠네요.”


“에이. 영가도 물리쳤던 사람인데. 아, 그럼 이거 가져가라.”


병철이 장난감 함에서 무언가 꺼냈다.


낚싯대 모양인데 보통 줄이 아닌 길쭉한 검은 전선 같은 게 달린 물건을 태리에게 줬다.


“어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주리가 이건 안 좋아해서 그래. 단테는 분명 좋아할걸. 이거 버튼을 누르면 끝부분에 있는 광케이블에서 빛이 나오는 건데···.”


만족스러운 사냥놀이를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사자처럼 드러누운 단테의 옆으로 주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주리가 단테를 향해 꼬리를 바짝 세운 뒤 항문을 보여주었다. 


‘어···. 어···. 왜 이러지옹···. 아아···. 주리옹···. 마음을 열어줬구나옹.’


아마도 단테가 격렬하게 사냥하는 모습에 늠름함을 느낀 모양이다.


주리는 계속해서 단테에게 코 인사를 한 뒤, 몸을 비볐다.


용맹한 사냥꾼 스타일이 고양이들에게서 인기가 많은가 보다.


태리는 그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새로운 튜토리얼이 생겼네.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은 고양이는 사냥놀이에서 유능함을 드러내라.’


하지만 그런 주제로 블로그를 써도 봐줄 고양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단테가 주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 태리는 그제야 병철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고 넓은 평수의 신축아파트의 창밖에는 호수를 끼고 있는 큰 공원이 한눈에 보였다. 


거실 한 편에 놓인 흰색 아쿠아 패브릭 소재의 소파가 비싸 보였다.


그러나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으니 다가올 소파의 운명에 숙연해졌다.


태리는 소파에 대한 걱정은 뒤로하고, 병철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칭찬을 해주기로 했다.


“준식이가 고스트헌팅 신청했다는 것을 알고 형 유튜브 처음 봤는데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병철은 태리의 칭찬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랬어?”


병철의 저런 행복한 미소를 태리는 처음 봤다.


‘의외로 칭찬을 좋아하시네. 그럼 조금 더.’


“지금은 그렇게 회사도 있고 팀도 있으시지만, 처음에는 혼자 막 흉가에 다니셨다면서요? 촬영도 혼자, 편집도 혼자. 대단하세요.”


“요즘은 편집자가 있어서 편집은 내가 안 해. 하지만 처음 몇 년은 고생 많이 했지.”


“웹소설 작가가 더 대단하지. 준식이도 그렇게 안 봤는데 웹툰 보니까 대단하더라고.”


지금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흉가 체험을 갈 때 좀 따라다닐 수 있을까요?”


병철이 눈을 빛내며 반색했다.


“왜? 적성에 맞았나 보지?”


“아니요. 취재요. 고스트헌터를 소재로 웹소설을 쓰고 싶어서요.”


“취재?”


“절대 방해 안 할게요! 옆에서 조용히만 지켜볼게요.”


“···”


“유튜브도 다 봤는데, 아무래도 직접 봐야 현장감 있게 묘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가만히만 있지 말고, 저번처럼 좀 도와준다면 따라다녀도 좋아. 그리고 사연자님들에게 폐가 되면 안 되니까 사전에 내용을 알려주면 좋겠어.”


“물론이죠!”


고스트헌터 병철과 웹소설 작가 태리의 구두 계약이 이렇게 체결되었다. 태리는 이렇게 국내 최고의 고스트헌터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웹소설 작가가 된 것에 벅찬 감동을 느꼈다.


병철도 물론 얻은 것이 있다. 태리는 수많은 사연자 중에서도 유독 구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따라다녀 준다니, 이쪽에서 환영이지.


“그래서, 지금 대성공했다는 작품은 제목이 뭐야? 좀 봐둘까.”


“아. ‘천국에서 돌아온 악인헌터’라고···.”


“음. 제목이, 꽤 직관적이네. 어떻게 보는 거지?”


“혹시 웹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요?”


“응. 근데 웹툰은 본 적 있어. 준식이 때문에.”


태리는 병철의 핸드폰에서 웹소설 플랫폼 ‘네이스’ 앱을 찾아 설치하고, ‘천국에서 돌아온 악인헌터’를 선작해 두었다.


“여기요.” 


병철은 망설이지 않고 1화를 눌러서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민망함에 태리가 말리는 순간,


“으아, 안 돼요. 하지 마세요.”


“왜? 표지 멋진데. 재밌겠어. 어디 보자. 오늘은 뭘 하며 하루를 보낼까. 그래. 오랜만에 몰디브에 가봐야겠군. 이신은···.”


갑자기 주리와 놀고 있던 단테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더니 필사적으로 병철의 핸드폰을 앞발로 막았다.


“응? 더 놀아줘?”


“형,  작가를 고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앞에서 그 작가의 작품을 소리 내서 읽어주는 거예요. 나중에 읽어요. 저 가고 나면.”


단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아무리 위대한 고전 작가라도 작가 고문은 피해 갈 수 없지.


“아-. 그러면 민망해? 왜? 나는 누가 나 나오는 유튜브 보면 좋던데.”


“우리는 그러면 수치사해요···. 어! 단테랑 주리가 많이 친해졌네요.”


단테와 주리 옆으로 간 태리는 그 옆에 마치 봉인된 듯한 투명한 아크릴 상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부적을 보고 멈칫했다.


“어? 이 부적···.”


“아, 그 부적은 만지지 마. 가급적 가까이 가지도 마.”


“왜요?”


“발사병용부···. 저주 부적이야.”


“그게 뭔데요? 진짜 누군가를 저주하는 부적···? 설마 그런 거를 진짜 만들어주는 무당이 있어요?”


병철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핸드폰에 저주 대행이라고 검색해 봐.”


태리는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 보고 흠칫 놀랐다.


『바람피우는 남편, 상간녀. 저주해 드립니다.』

『각종 고민 상담, 저주 대행. 카카오톡 문의』

『(쇼핑) 저주 대행 부적 60,000원 』


“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선뜻 접근할 수 없겠지?”


“네.”


“보통 사람은 그렇지. 그런데 진짜 죽이고 싶은 정도로 미운 사람이 있으면 이런 걸 쓰더라고. 칼을 들지 않아도 되고,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고.”


“그런데 전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좋은 부적이건 나쁜 부적이건 효과가 진짜 있을까요?”


“있다고 하더라고. 진원이 말하기로는. 그리고··· 나도 부적의 효과는 겪어봤고.”


“신기하네요. 어떤 원리일까요?”


“‘사람이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잖아. 관련 주제들로 쓴 책들은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고. 이 말은 혹시 믿는 편인가?”


“네. 그런 것 같아요.”


‘내 인생은 판타지’라는 말을 중얼거린 탓에 말하는 고양이가 눈앞에 있고,


‘1억 뷰 웹소설을 쓰고 말 거야.’라는 말을 중얼거린 탓에 단테 알리기에리와 작업 중이라고 생각한다.


“부적을 쓰거나 사용할 때는, 깊은 신념을 담아 큰돈이 오가고, 기도하고, 간절히 바라고, 여러 사람이 공수를 들이지.”


“······.”


“의식적으로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강렬한 상념이 깃들잖아. 그래서 설사 신령이 없더라도 힘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무당에게 신령님이라는 존재가 진짜 있고, 좋은 것을 바라는 부적이라면 뭐, 정말 도와주기도 할 테고.”


“그렇겠네요. 글에도 힘이 있으니까.”


“그리고 혹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경우건 부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부적을 믿게 되더라고. 신기하게도.”


“효력이 없는데 어떻게 믿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경우. 사고 수가 있다고 해서 부적을 받아 지니고 있던 사람이 교통사고가 났어. 그런데 발가락뼈에 금만 갔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래?”


“아, 아마도 이 부적 때문에 내가 이것밖에 안 다쳤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맞아. 그런데 사고가 안 나면? 안 나는 대로 믿게 되는 거지. 뭐, 이런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서 편안하게 해준다면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겠어?” 


“그러네요. 좋은 부적은 많이 쓰는 걸 알고 있는데······ 저주 부적을 실제로 쓰는 사람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엄~청 많이 쓴다. 절대 출처를 알 수 없는 부적은 지니면 안 되는 이유야. 그런데 이 부적이 왜?”


태리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 확실하진 않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병철은 고개를 저었다.


“저주 부적은 아닐걸. 부적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 이런 걸 네가 가지고 있다면 지금 내 눈앞에 멀쩡히 못 있을 텐데.”


“근데 진짜 이거랑 같은 게 맞아요. 제가 포토그래픽 메모리 강박이 좀 있어서 뭐든 통으로 외우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부적이 이 부적이랑 거의 비슷해요.”


“그래?”


 “아닌가? 아. 좀 다른 부분이 있네요. 이 부분이 다르네요. 여기 가운데에··· 서지안. 이 글씨는 없어요.”


병철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진짜 저주부라면 당연히 그 부분은 다를 수밖에 없지.


“그 부분은··· 저주 대상자 이름이야. 네가 가지고 있는 부적에는 그 자리에 뭐가 쓰여 있는데?”


“······부모님 성함이요.”


“그거 지금 가지고 있어?”  


“네. 돌아가신 엄마와 아빠의 지갑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다 들어있어요.”


“내일이라도 괜찮으니 그 부적 가지고 우리 작업실로 한번 와. 진원이에게 봐달라고 할게.”


“네···. 그런데, 그럴만한 원한을 살 분들이 아닌데”


“······일단 가지고 와.” 


고양이 상견례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뭔가 새로운 사건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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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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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세요 24.06.24 22 1 12쪽
40 세 작가의 마지막 파티 24.06.20 16 0 12쪽
39 화명랑 투고 24.06.19 21 0 11쪽
38 정지후 PD 24.06.18 18 1 15쪽
37 아빠의 동업자 24.06.14 15 1 12쪽
36 태리의 생일 24.06.11 17 0 11쪽
35 금융치료가 답이다 24.06.10 17 0 15쪽
34 저주를 한 사람 24.06.09 19 0 12쪽
33 화란신녀 24.06.08 19 0 16쪽
32 악행의 이유 24.06.07 20 0 15쪽
31 태리의 이모 24.06.06 18 0 13쪽
30 소설보다 더 심한 현실 +2 24.06.05 37 0 14쪽
» 발사병용부 24.06.04 17 0 12쪽
28 고양이 소개팅 24.06.02 19 0 11쪽
27 30년 후 웹소설 작가 24.05.31 18 0 11쪽
26 서브 미션의 보상 24.05.30 20 0 12쪽
25 고양이가 또 말을 하네 24.05.29 27 0 12쪽
24 고스트헌팅 게스트 24.05.29 21 1 16쪽
23 새끼 고양이 단테와 첫만남 24.05.27 26 1 16쪽
22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해줘 +2 24.05.26 36 0 12쪽
21 돈까스 먹으러 간 단테 24.05.25 24 1 13쪽
20 고귀한 황녀의 은밀한 밤 24.05.23 26 1 12쪽
19 아아. 베아트리체 +2 24.05.22 28 1 11쪽
18 연옥 계약 +2 24.05.21 25 1 15쪽
17 성공적인 런칭 +1 24.05.20 29 1 12쪽
16 나도 싫었으니까 24.05.19 3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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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고스트헌터(3) +1 24.05.15 2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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