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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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별(L.B.)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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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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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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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리의 생일

DUMMY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던 태리는 각성한 듯 ‘화명랑’의 시놉시스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로 악인 캐릭터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돈 때문에, 권력 때문에, 질투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건 아주 극소수의 악인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악인의 눈빛이나 생김새는 선한 사람들과 달라서 금방 알아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악인은 쉽게 알아볼 수 없다.

오랜만에 찾아와 보육원에 보낸 것을 사과하는 용기, 살며시 쥐여준 용돈, 정성들여 차려준 밥상, 따뜻한 말들, 다정한 표정은 사실 연기할 수 있는 건데. 직접 보니 선뜻 그 진의를 의심할 수 없었다. 


***


태리는 무서운 속도로 시놉시스 쓰기를 마치고 나서 단테를 불렀다.


“1화에서 신라 진평왕의 후궁 화명은 딸을 낳자마자 마야왕후에게 딸을 뺏기잖아. 마야가 화명에게 딸을 주지 않으면 당장 딸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해서 뺏는 거로 할 거야.”


“그럼 진평왕은 바보인가옹? 그런 뻔한 수법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옹.”


“진평왕에게는 화명이 사산했다고 하지. 화명의 딸은 임신한 척을 했던 마야왕후의 딸이 되는 거고. 그 아이가 덕만이야.”


“오옹.”


단테의 피드백 반응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심드렁하게 비판할 생각으로 듣기 시작했지만 이제 점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뒤, 마야왕후가 진짜 임신해서 딸을 낳은 거야. 그래서 필요 없어진 덕만을 궁 밖에서 죽이려 해.”


“음······.”


“그 사실을 알게 된 화명의 친구인 승만왕후가 덕만을 구해주지만, 자객의 습격으로 도망치다 덕만은 절벽으로 떨어지지.”  


마치 이마에 땀이 나는 듯한 긴장감을 느낀 단테는 앞발로 이마를 쓸었다.


“오옹. 긴박한데옹.”


“그래? 그런데 이 정도는 동양물에서 흔하게 쓰이는 클리셰이긴 해. 이 소설은 배경이나 내용 자체가 생소하니까, 이런 클리셰가 있어야 독자들이 초반에 몰입할 수 있거든.”


“그래도 나는 처음 보는 내용이다옹.”


“보통 주인공이 절벽에 떨어지고 다시 궁에 들어오는 과정이지만, 우리는 그 엄마인 화명이 주인공인 점이 다른 거지.”


“살짝 클리셰 비틀기 구나옹.”


“맞아. 화명은 덕만의 실종에 상심에 빠지고, 마야왕후는 딸을 낳는데 그게.”


“천명공주지옹!”


역시 태리의 소설 ‘화명랑’을 다 읽었던 단테여서 이야기하기 편했다. 


“맞아. 그리고 몇 년 뒤에 화명이 또 임신하는데, 마야는 화명을 영흥사로 데려가 자결을 가장해서 죽여.”


“그런데 왜 굳이 화명을 죽이냐옹. 마야가 이미 딸을 낳았는데. 왕후의 딸이라 적통인데다 장녀인데.”


“화명이 성골이었잖아. 마야는 송화공주의 수양딸로, 겉으로 보기에는 성골이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으니까 이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하게 있었어. 몇몇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협박도 받았지. 화명이 아이를 낳으면 왕위에 오를 거라고.” 


“아. 이해됐다옹.”


“화명을 죽이기 전, 마야는 자신의 모든 악행을 고백하며 화명을 조롱해. 덕만을 자기가 죽였다고 말하지. 화명의 공주 책봉을 막은 것도, 화명의 것이었던 왕후의 자리를 뺏은 것도 자기라고.”


“······.”


“또 화명의 엄마 숙명공주도, 동륜태자도, 선왕인 진흥왕도 자기가 죽였고, 진지왕의 폐위도 자기가 한 일이라고 말해.”


단테는 손에 땀이 나는지 확인했다. 태리가 진짜 악마에게 빙의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뭐, 저렇게 다 죽이는 빌런을 만들었담. 어쩌려고.


“이럴 수가옹. 신라의 주요 인물들을 다 마야가 죽여버린 거냐옹.”


“그 사실들을 알게 된 화명이 마야에게 묻지. 자기는 아무 욕심이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냐고.”


“그렇지옹. 왜 그렇게까지옹.”


“마야는 성골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다 노력 없이 가지는 화명이 꼴 보기 싫었다고 하지. 그에 반면 자기는 치열하게 노력해서 얻은 자리였다고 말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단테의 모습이 보였다.


“그저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다면, 정신이 온전치 않은 공주의 수양딸인 자기를 누가 신경이나 써줬겠냐고 하면서 말이야.”


“옹. 당연히 그럴 수 있다옹.”


“심지어 마야도 화명처럼 공주의 딸인데, 학대받으면서 자랐잖아. 화명이 모두의 사랑을 받고 존귀함을 유지하며, 당연히 왕후가 되고, 당연히 화명의 딸인 덕만이 여왕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거지.”


“하지만 그런 것치고 원한이 좀 지나치게 깊지 않아옹?”


“아니야. 왜냐면 자신이 학대받았던 이유가, 화명의 엄마인 숙명공주 때문이라고 생각한 거야.”


“흠······.”


“숙명공주 때문에 자기 엄마인 송화공주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되었으니까.”


“대를 이은 질투와 분노구나옹. 마야의 서사를 만들었네옹.”


“응. 그녀의 인생을 한번 따라가 봤어. 마야가 태어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따라가 보니, 그런 삐뚤어진 분노를 가질 수 있겠더라고.”


“오케이옹. 추가로 이런 설정을 추가해도 되겠어옹.”


“어떤?”


“마야는 처음에는 화명이 도망친 왕후의 딸이라서, 자신과 같거나 더 못한 처지라고 생각했었다옹.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거야옹. 그래서 학대당한 분노의 화살을 화명에게 돌린 거다옹.”


“오. 좋아. 역시 단테는 위대한 작가야.”


“완결 후에 쓸 만한 좋은 외전도 생각났다옹.”


“뭔데?”


“화명의 회귀 전, 세상의 결말이야옹. 암살 시도 끝에 살아남은 덕만은 우여곡절 끝에 궁에 돌아오고, 결국에는 여왕이 되지. 마야는 여왕이 되려는 미실에게 처단당하는 거옹. 원래 화랑세기대로 마야는 조연이 되어버리고, 덕만과 미실의 싸움으로옹.”


“오, 좋다. 너 외전 좀 많이 봤나 본데?”


“이제 이 줄거리를 소설에 잘 녹여봐야겠다옹.”


“참고로 악인의 서사를 미화할 생각은 없어. 마야는 학대받았던 가혹한 운명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뿐이야.”


“······.”


“그리고 그 사람의 모든 걸 빼앗겠다는 비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멍청한 사이코패스일 뿐이야.”


“태리옹.”


“응?”


“무슨 일 있었냐옹? 요즘 한창 무서운 얼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더니, 소설 내용도 무시무시해졌다옹.”


“실제로 만났어.”


“마야를옹?”


“아니. 저주 부적을 쓴 사람을 찾았어.”


“설마, 태리의 이모냐옹?”


태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주 부적을 쓴 사람을 유추하는 단테에게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


“신데렐라랑 나랑 그 사람이 들어왔을 때 숨었잖아옹.”


“그래. 그랬지. 왜 그랬던 거야?”


“태리의 이모라고 해서 굳이 말 안 했는데옹···.”


“뭔가를··· 느꼈던 거야?”


단테는 그때 느꼈던 공포감이 다시 느껴졌다. 처음 보는 형상이었다.

신데렐라와 그걸 같이 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 밑으로 숨어 버렸었다.


“그 사람 뒤에 검은 형체 같은 게 엄청 많이 따라다니고 있었다옹.”


“뭐? 왜 말 안 했어?”


“말하려고 너한테 갔었는데, 그때 네가 그 사람이 나가고 나서 많이 착잡해 했잖아옹. 그 사람이 준 돈을 보면서옹. 그래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옹.”


“흥. 난 하나도 안 무서워. 저주 부적을 많이 쓰고 다니더니 온갖 잡귀들이 붙어있었나 보다. 너희 싹 다 강제 파양될 뻔했어. 나를 죽이는 저주를 했더라고.”


그럴 줄 알았다면 미리 검은 형체도 말해줄 걸 단테는 후회했다. 고아로 자란 태리가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못 본 척했었다.


“진짜 나쁜 년일세옹! 저기··· 미안하다옹.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말할걸옹···.”


“됐어. 말해도 안 믿었을 거야. 대신에 너희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해줬어. 그 덕분에 알 수 있었어.”


“우리가 뭐를 했지옹?”


“이모가 우리 집에 숨겨놓은 저주 부적을 너희가 찾아줬잖아.”


***


정연과 담판을 짓기 며칠 전. 그날은 태리의 생일이었다. 단테는 태리의 핸드폰으로 웹소설을 보고 있다가 병철의 문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얼른 태리에게 핸드폰을 갖다줬다.


“여기, 고스트헌터님 문자 왔다옹. 태리 생일이구나옹. 축하한다옹!”


단테는 갑자기 이탈리아어로 알 수 없는 멜로디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괴상한 춤을 추었다. 축하를 해주는 것 같으니 하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었다. 태리는 굳은 표정으로 보다가 춤과 노래가 끝난 후, 손뼉을 쳐줬다.


“고마워···. 단테. 감동적인 노래다.”


“후훗옹”


단테는 꽤 축하 공연이 스스로 만족스러웠는지 캣휠을 신나게 탔다. 그리고 뭔가 생각난 듯 신데렐라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신데렐라가 투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신데렐라는 태리의 앞에 오더니 앞발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100년 후 생일 축하 노래인가 본데, 심하게 짧았다. 분명히 멜로디는 같은데 가장 앞부분과 가장 뒷부분만 불렀다.


“뭐야. 노래를 심하게 압축했는데?”


“설마 풀버전으로 들려주기를 원하는 거야? 으으···.”


“왜?”


“‘사랑하는’이 들어가잖아. 비즈니스적 관계에서는 보통 그렇게 안 해. 이렇게 짧게만 부른다고.”


“아···. 100년 뒤에는 뭐든 짧아지는 거구나. 너무 냉정하다.”


“이게 비즈니스 버전이야. 그래도 태리, 정말 생일 축하해. 그리고 어서 빨리 시놉시스를 써주길 바라.”


노래를 마치고 들어가는 신데렐라가 태리에게 찡긋 윙크했다. 그 모습을 단테가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고 있다.

태리는 감회가 새로웠다. 가족? 동거인? 에게 받은 첫 번째 축하였다.


‘이태리, 성공했네. 700년 전 이딸리아노와 100년 후 코리안의 생일 축하를 받다니.’


화려한 생일 축하 쇼가 끝나고 나서야 병철의 문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생일 축하. 생일 선물이 될만한 소식이 있어.]


태리는 문자를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병철의 목적은 저주 부적을 쓴 무당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설마 벌써 찾은 건가? 답문을 바로 썼다.


[설마]


[찾았어. 부모님의 저주 부적을 쓴 무당.]


두근두근.


‘찾았다.’


태리는 병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부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제보해 줬어. 아직도 살아서 그 짓을 하고 있더라고. 찾아가 보니, 그런 짓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번 것 치고는 아주 허름한 곳에 살던데. 돈을 번 만큼 험한 삶을 살았더라고.]


“아직도 저주 부적을 써주고 있다고요?”


[응. 최근 그 부적을 받았다는 제보자가 가지고 있던 부적과 네가 가지고 있던 부적.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부적이 모두 같더라고. 신기하지?]


“세월이 20년이나 흘렀는데···.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진원과 화란 쌤과 같이 갔는데. 화란 쌤은 그런 허주신을 모시고 있는 박수무당과 차원이 다르잖아.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짓밟더라고.]


“어떻게요?”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중요한 건, 그자가 20년 전 네 부모님을 저주한 사람을 기억할 것 같다고 했어.]


“남자 아닌가요?”


[아니. 여자라고 하던데.]


그럼 아빠의 동업자가 저주한 것이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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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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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세요 24.06.24 23 1 12쪽
40 세 작가의 마지막 파티 24.06.20 17 0 12쪽
39 화명랑 투고 24.06.19 22 0 11쪽
38 정지후 PD 24.06.18 19 1 15쪽
37 아빠의 동업자 24.06.14 16 1 12쪽
» 태리의 생일 24.06.11 19 0 11쪽
35 금융치료가 답이다 24.06.10 18 0 15쪽
34 저주를 한 사람 24.06.09 20 0 12쪽
33 화란신녀 24.06.08 20 0 16쪽
32 악행의 이유 24.06.07 21 0 15쪽
31 태리의 이모 24.06.06 19 0 13쪽
30 소설보다 더 심한 현실 +2 24.06.05 38 0 14쪽
29 발사병용부 24.06.04 18 0 12쪽
28 고양이 소개팅 24.06.02 20 0 11쪽
27 30년 후 웹소설 작가 24.05.31 19 0 11쪽
26 서브 미션의 보상 24.05.30 21 0 12쪽
25 고양이가 또 말을 하네 24.05.29 28 0 12쪽
24 고스트헌팅 게스트 24.05.29 22 1 16쪽
23 새끼 고양이 단테와 첫만남 24.05.27 27 1 16쪽
22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해줘 +2 24.05.26 37 0 12쪽
21 돈까스 먹으러 간 단테 24.05.25 25 1 13쪽
20 고귀한 황녀의 은밀한 밤 24.05.23 27 1 12쪽
19 아아. 베아트리체 +2 24.05.22 29 1 11쪽
18 연옥 계약 +2 24.05.21 26 1 15쪽
17 성공적인 런칭 +1 24.05.20 30 1 12쪽
16 나도 싫었으니까 24.05.19 3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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