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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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별(L.B.)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5
최근연재일 :
2024.06.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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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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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동업자

DUMMY

[확실히 여자라고 했어. 사람을 죽여달라고까지 한 의뢰인은 꼭 기억한다나.] 


“여자···?”


[왜? 의심되는 사람이 남자였어?]


“네. 아빠 동업자인데, 이모 말로는 아빠가 돌아가셔서 회사가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고 했어요.”


“······.”


“그래서 장례식장에 와서 행패도 부렸대요. 게다가 혹시 나에게 상속된 재산이 있나 해서 저를 그렇게 찾아왔었대요.”


병철은 잠시 생각했다. 보통 저주 부적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부탁하지 않는다. 분명히 여자라고 했다. 


[저주 같은 치졸한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는 없었을 텐데. 가족이라 하더라도.]


“예. 그래서 여자라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 박수무당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을까요?”


[그 무당의 말은 거짓이 아니래. 그건 화란 쌤이 보증한대.]


“그럼 남자가 확실하네요. 다시 원점이네···. 대체 누구지.”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알아봐. 일단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래.]


“안 그래도 아빠 동업자라는 분을 내일 만나러 가요.”


[종적을 감췄다고 하지 않았어?]


“네. 저를 보육원에 보냈다고 하니 더 이상 이모에게도 찾아오지 않아서, 이모도 지금은 그분 소재를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회사명으로는 찾은 건가? 정우실업은 검색해도 안 나오던데.]


“네. 회사명을 알아보니 폐업한 게 아니고 사명을 바꾼 거였더라고요. 사명에 아버지 성함이 들어가서 그랬나 봐요.”


[아, 그래서······.]


“바뀐 이름으로 찾아보니 있었어요. 연락드렸는데, 내일 보자고 하셨어요.”


[그분은 옛날에 너를 왜 그렇게 찾았대?]


“이모 말로는 제게 혹시 상속 재산이 있을까 봐 그랬다고 하던데요.”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을 둘 다 잃은 초등학생의 상속재산을 건드릴 동업자가 어디 있겠어.]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왜 이모에게 처음에 들었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을까.


“그렇긴 한데······ 뭐, 그렇다고 하니···.”


[진원이랑 같이 가봐.]


“어어, 그러지 마세요. 물어보기만 하는 건데요.”


[같이 가. 이건 내 일이기도 해. 진원이가 낫겠다. 진원이가 봐 줄 거야.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이 꽃은 뭐야?”


통화를 마치고 생각에 잠긴 태리에게 신데렐라가 물었다.


“아. 그거 출판사에서 생일이라고 보내준 거야. 천만 작가 되었다고, 대우가 달라지네.”


“나도 매년 받았었는데. 너무 예쁘다. 난 꽃을 좋아해. 이거 몇 개 뽑아서 화병에 꽂아두면 안 돼?”


“그래. 그럼 나중에 화병에 꽂아놔야겠다.”


신데렐라와 태리가 나누든 대화를 듣든 단테가 집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화병을 찾았다.


“꽃을 꽂을 화병이 어디 있을까나옹.”


단테의 눈에 선반에 있는 작고 예쁜 화병이 들어왔다.


“태리옹. 이 화병옹.”


“아니야. 단테. 그 화병은 아빠 유품이야. 그리고 입구가 너무 좁잖아. 생각을 좀 해.”


“꾸겨 넣으면 어떻게든 될걸옹!”


“안될걸. 다른 병 찾아줄게.”


태리가 일어나서 다른 화병을 찾는데 단테는 그 화병 안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아니. 이 속에 뭐가 있다옹.”


파박 파박


단테가 화병 속에 손을 집어넣어 휘저었다. 


“잡았다옹.” 


하지만 너무 깊게 넣은 탓인지, 어깨까지 깊게 들어갔는데 앞발이 빠지지 않았다.


“태리 도와달라옹. 야아옹. 야아옹.”


“단테, 움직이지 마! 도와줄게. 침착해. 뛰면 안 돼! 악”


놀란 단테가 화병이 앞발에 낀 채로 선반에서 점프했다.


다행히 앞발은 빠졌지만, 화병은 포물선을 길게 그리며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태리는 그 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졌다.

저게 깨지면 단테를 용서할 수 있을까.

그래. 그래도 내 고양이이니 결국은 용서할 수밖에 없겠지.

삼일? 그래. 삼일 정도 하지만 꼴 보기 싫을 것 같아.

그래도 밥은 챙겨줘야 하는데.


태리는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떨어지던 화병으로 달려가던 찰나였다.


결국 한발 늦을 것 같았던 태리는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푹.


‘푹?’


살며시 눈을 뜨자 배를 까뒤집고 누워있는 신데렐라와 그 위에 온전히 놓여있는 아빠의 화병이 있었다.


“신데렐라-!”


태리는 무사히 화병을 받아낸 신데렐라를 껴안고 부비부비했다.


“이거 놔아-. 징그럽게 왜 이래.”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턱을 들어 올리며 칭찬에 좋아하는 신데렐라였다.


“단테. 너 이리 와!”


“이, 이거옹. 이게 뭐냐옹.”


“이게 뭐야?”


단테가 화병에서 빠진 앞발을 태리에게 들어 올렸다.


앞 발가락 사이에 돌돌 말린 노란 종이가 껴 있었다. 


돌돌 말려있는 종이를 펼친 태리는 그게 부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주 부적···? 이게 왜 또 여기에?”


그런데 저주 부적에서 부모님의 사주가 적혀있던 자리에 태리의 이름과 사주가 적혀있었다. 


“내가 그 안에 꽃을 넣을 수 있나 구멍을 보는데 노란 종이가 있는 거 아니겠냐옹. 그래서 꺼냈다옹. 태리. 그게 뭐냐옹? 저, 저주 부적이냐옹.”


저주 부적이라는 말에 신데렐라가 달려와 들여다봤다.


“이게 저주 부적이라고? 원래 여기 들어있었어?”


“아니···. 화병은 수십 년간 가지고 있던 거였는데, 원래 없었을걸. 안은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는 않았었는데. 나중에 들어간 거면 언제 누가 넣은 거지?”


“우리 집에 온 사람은 준식, 병철, 이모옹. 이렇게 세 명밖에 없는데옹.”


“준식은 확실히 아니고.”


“그럼 병철옹?”


“형은··· 아닐 것 같은데.”


“······이모옹?”


“이모··· 설마. 이모가 왜.”


태리는 혼란스러웠다. 다시 떠올려보니 분명히 이 화병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 맞다.

그렇다면 그 세 명 중 누군가가 부적을 넣은 것이다.


‘어째서···. 누가···. 왜?’


복잡한 심경으로 잠을 설친 다음 날, 태리는 아빠의 동업자를 만나러 왔다.


병철이 보내준 진원과 함께. 진원은 변호사인 척하려고 정장을 빼입고 왔다.


[영호실업]


정우실업이었던 회사명은 영호실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강남역에 위치한 큰 빌딩의 한 층 전체가 회사였다.

태리는 회사의 겉모습만 보고 그 규모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30년이 넘게 유지했을 정도이니 중견기업 정도는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진원이 회사의 규모에 놀랐다. 


“꽤 큰 회사네요.”


회사 입구에서 아빠의 동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호실업 대표, 안영호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 태리구나. 금방 나갈게.]


태리는 한숨을 쉬었다. 밝은 목소리만으로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곧 문을 열고 안영호가 나왔다.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비슷한 나이였을 것 같은 사람이다.

친구였을까? 아니면 비즈니스적으로 만난 동료? 선후배? 

왜 나를 그토록 찾았던 것일까.


“안녕하세요.”


안영호는 감격한 표정으로 태리를 보다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네가 태리구나. 아빠랑 똑 닮았네. 와···. 정말 누가 봐도 정우 아들이다. 들어가자. 그런데 같이 오신 분은 누구···?”


“아, 저···. 제 변호사예요!”


대표와 함께 회사 안에 들어가 이동하는데 사원들이 지나칠 때마다 목례했다.

밝고, 치열하고, 열정적인 조직처럼 보였다.

이런 회사를 일굴 정도라면 나쁜 사람이 아닐···.


또. 또.


태리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분위기에 좌지우지되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증거다.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네.”


안영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찡그린 얼굴에 불쾌감이 내비쳐졌다.


“이럴 수가···. 그 여자가 너를 보육원에 보냈어? 그 재산을 다 가로채 놓고선?”


“재산··· 이요?”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너를 계속 찾았다. 아니, 15년 전까지만 해도 찾았었지.”


“안 그래도 그 말은 들었어요. 저를 왜 찾으신 거예요?” 


“네 아빠가 부탁했어. 돌아가시기 직전에, 내 손을 잡고 말했어. 태리는 친척이 하나도 없다고. 태리의 후견인이 되어 달라고.”


냉정해져야 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의식이 있으셨어요?”


“아주 잠깐.”


“그러셨구나···.”


“네 아빠가 분명히 친척이 하나도 없다고 했어. 그런데 네 이모라는 사람이 나타났어. 가족관계증명서도 확인했는데 이모가 맞았지.”


“······.”


“어째서 네 아빠가 친척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건지 모르겠어.” 


“아빠가 자주 만나진 않으셨지만, 이모가 있다는 건 아셨을 텐데··· 그러게요. 왜 그러셨을까요.”


“너를 보육원에 보낼 사람이라는 걸 알았나 보지.”


“이모는 저를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육원에 보냈다고 그러셨어요.”


안영호의 눈빛이 떨렸다.


“빚이라니? 네 아빠가 빚이 어디 있어?”


“집도 경매로 넘어갔었는데요. 그건 확실해요.” 


안영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네 아빠가 보유한 재산도 많이 있었고, 집 담보로 대출받았던 사업자금은 내가 다 지불했어.”


“······.”


“네 이모는 경영을 할 수 없으니, 지분만큼의 금액도 모두 처분해서 네 이모에게 다 지불했어.”


“······그게 정말이에요?”


“네 아빠는 정말 좋은 동업자이자 내 오랜 친구였어. 힘들겠지만 정말 나는 너를 돌보려고 했다. 그런데 네 이모가 너를 돌보겠다고 하더구나. 솔직히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지. 생판 남보다는 친척이 나을 테니.”


“······.”


“혹시나 해서 찾아갔는데 그 이모 집에 네가 없는 거야. 그래서 네 이모에게 따졌는데 잠깐 할머니네 보냈다고 했나. 그랬어. 그래서 의심하지 않았지.”


“저는 할머니가 없어요.”


쿵-


안영호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내리친 주먹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네 아빠와 한 약속을 지켰어야 했는데···.”


“이모는 아저씨가 아빠 때문에 막대한 빚을 지게 되어 혹시 제게 상속재산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저를 찾으셨다고 했어요.”


“말도 안 돼.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진실을 보여줄게.”


영호는 전화로 재무팀장을 부르는 것 같았다.


“앞으로 증거 말고 아무것도 믿지 마.”


재무팀장이 가지고 온 노트북에는 20년 전 계좌이체 내역이 있었다. 


“변호사님. 오늘 잘 와주셨네요. 여기 계좌이체 내역 봐주세요. 태리가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진원은 식은땀이 났지만, 침착하게 들여다보았다.


‘계좌이체 내역일 뿐이야. 할 수 있어.’


진원과 태리는 정우실업에서 김정연에게 큰돈이 이체된 것을 확인했다.


어리석었다.

이모를 처음에는 경계했었다. 그런데 경계했었으면 끝까지 풀지 말았어야지.

안타까워하는 표정에, 손에 쥐여준 용돈 봉투에 마음이 쉽게 열려버린 내가 어리석었다.


이상했었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웠어도 유일한 가족의 딸을 보육원에 보내는 인면수심이 있을까.

보육원에서 눈물을 보인 이모가 이상했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빚은 상속을 안 받으면 그만인데,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며 가스라이팅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어려서, 착해서, 바보 같아서,

그래서 속일 만하니까.

속였고 나는 속았다.


진원은 밖으로 나와 태리에게 말했다.


“저분의 말은 모두 진실이에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요.”


“같이 와주셔서 감사해요. 변호사님.”


진원은 웃으며 말했다.


“졸지에 변호사가 되었네요. 그런데 이제 진짜 변호사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태리는 저주 부적을 의뢰한 사람과 써준 사람, 모두 알아냈다. 이런 비슷한 내용의 웹소설의 주인공은 어떻게 했더라.

당연히 동양 로맨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처럼, 빌런을 용서할 생각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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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세 작가의 마지막 파티 24.06.20 18 0 12쪽
39 화명랑 투고 24.06.19 22 0 11쪽
38 정지후 PD 24.06.18 19 1 15쪽
» 아빠의 동업자 24.06.14 17 1 12쪽
36 태리의 생일 24.06.11 19 0 11쪽
35 금융치료가 답이다 24.06.10 18 0 15쪽
34 저주를 한 사람 24.06.09 20 0 12쪽
33 화란신녀 24.06.08 20 0 16쪽
32 악행의 이유 24.06.07 21 0 15쪽
31 태리의 이모 24.06.06 19 0 13쪽
30 소설보다 더 심한 현실 +2 24.06.05 39 0 14쪽
29 발사병용부 24.06.04 18 0 12쪽
28 고양이 소개팅 24.06.02 21 0 11쪽
27 30년 후 웹소설 작가 24.05.31 19 0 11쪽
26 서브 미션의 보상 24.05.30 21 0 12쪽
25 고양이가 또 말을 하네 24.05.29 28 0 12쪽
24 고스트헌팅 게스트 24.05.29 23 1 16쪽
23 새끼 고양이 단테와 첫만남 24.05.27 28 1 16쪽
22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해줘 +2 24.05.26 37 0 12쪽
21 돈까스 먹으러 간 단테 24.05.25 2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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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아. 베아트리체 +2 24.05.22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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