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빙의한 고양이를 주운 웹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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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별(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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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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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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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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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가의 마지막 파티

DUMMY

시끄러운 목소리로 이상하게 울던 단테가 태리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예쁜 고양이 목소리를 냈다.


“애옹.”


“뭐, 뭐 하는 거야?”


“이거옹.”


단테가 가리킨 선반 위에 있는 낚싯대 장난감이 널려 있었다. 태리는 낚싯대를 들어 살폈다.


“이게 왜?”


단테가 수줍게 말했다.


“저기··· 놀아줘옹.”


“뭐라고?”


“그때 고스트헌터 님 집에서 했던 사냥놀이가 잊히지 않는다옹. 이거 흔들어 달라옹.”


태리는 앉아서 원고만 쓰느라 투실투실해진 단테의 엉덩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병철의 집에서 단테가 사냥놀이를 멋지게 해내 처음으로 주리의 호감을 산 일을 떠올렸다.


‘그래. 결국 본체는 고양이였는데···.’


강아지를 키우면 반드시 하루에 한 번 이상 산책을 시켜야 한다. 집순이인 태리는 운동도 집에서 하는데, 매일 나가야 하는 강아지 보호자들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산책이 필요 없는 고양이를 키워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대신 고양이를 키우면 반드시 하루에 한 번 이상 사냥놀이를 해줘야 한다. 예전에 고양이 단테가 살아있을 때는 매일 30분 이상 사냥놀이를 꼭 해줬었다.


하지만 지금 데리고 있는 단테는 사람의 영혼이 빙의되어 있기 때문에, 사냥놀이를 따로 시켜주지 않았다.

그러나 단테는 고양이 화장실을 가고, 고양이 사료를 먹고, 츄르를 먹는···.

결국은 고양이인데 태리는 스스로 너무 무심했다고 생각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 태리는 낚싯대를 길게 늘였다.


“그래. 놀아줄게.”


낚싯대를 길게 펼친 순간, 단테의 콧김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동공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엄폐물을 찾아다녔다. 근처에 있던 스크래처를 찾은 단테는 그 뒤로 숨어 자세를 한껏 낮췄다.


‘나, 위대한 작가이자 고양이 단테. 낚싯대의 끝에 달린 불빛에만 집중한다.’ 


‘오로지 이 세상에는 저 불빛과 나만 존재한다.’


불빛이 흔들리자, 입에서 공격을 개시하겠다는 경고의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캬캬캭”


채터링을 마친 후, 낮춘 자세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앞발을 들어 올려 뒷다리와 코어 힘만으로 버텼다. 그리고 사냥 대상이 빈틈을 보였을 때를 노려 덮쳤다.


‘놓쳤다.’


그렇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실패해도 괜찮다. 아직 내 다리는 멀쩡하다.’


불빛이 직선으로 달리다가 침대 위로, 베개 밑으로 숨자,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저기 숨었단 말이지···.’


자리를 옮겨 침대 끝으로 가서 다시 엉덩이를 꿈틀대다 공격한다. 불빛은 베개 밑을 나와 캣타워 위로 올라간다. 불빛을 잡으러 달리는 길이 상쾌하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바닥을 빠른 속도로 가르던 불빛이 허공에 높이 들렸다. 내 점프력을 시험해 볼 기회이다. 멈출 생각 없다. 바로 백스핀 점프다.

물어버렸다. 성공했다. 나는 성공한 고양이다.


“단테야. 그렇게 재밌어?”


들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저 불빛과 나만 존재한다.


15분을 넘게 놀아준 태리는 슬슬 지루함을 느꼈다. 사실 고양이의 사냥놀이라는 게 고양이들이나 재미있지, 사람이 재미있는 것은 5분 정도이다.


단테는 지치지 않았지만, 태리는 지쳤다. 

슬슬 단테도 태리가 지친 것을 눈치챘다.


단테는 태리가 영혼을 담아 놀아주는지, 영혼 없이 흔들기만 하는지 알 수 있다.

낚싯대의 움직임이 규칙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신기하지, 똑같이 흔드는 건데 영혼을 담은 흔들기와 그렇지 않은 흔들기에 이렇게 나의 열정이 좌지우지될 줄이야. ’


흥미를 잃은 단테는 옆으로 누워버렸다. 


“단테, 지쳤구나.”


“아니다옹. 네가 지쳐 보여서 그만해 주려고 누운 거다옹. 고양이는 지치지 않는다옹.”


“지치지 않았다고? 너 이렇게 숨이 헐떡이는데?”


“그래도 30분은 더 놀 수 있다옹.”


“근데 왜 멈췄어? 나 더 놀아줄 수 있어.”


“거짓말하지 마라옹. 낚싯대가 이리저리 랜덤하게, 활기차게, 예상치 못하게, 신나게 움직여야 고양이도 신이 나는 거다옹.”


“그게 느껴져?”


“바로 느껴진다옹. 그렇게 무지개 그리듯 레인보우, 레인보우, 하고 있으면 별로 사냥하고 싶지 않다옹.”


“흠···. 고양이는 안 지친다고···.”


태리는 벽을 등지고 누운 단테의 옆에 무릎을 세워 앉았다.


“우리 단테도 그랬을까?”


“옹? 연옥에 계신 단테님옹?”


“응. 사냥놀이를 하다가 단테가 옆으로 이렇게 너처럼 누웠는데, 나는 단테가 놀다가 지쳤다고 생각했어.”


태리는 하늘 쪽을 바라봤다. 언젠가부터 그냥 그쪽에 단테가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지친 것 같아서 지친 척을 했나 보다. 그렇게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짧을 줄 알았다면 지친 티를 내지 말 걸 그랬어.”


“······단테 님도 충분히 태리를 생각해서 금방 엎어졌을 고양이다옹.”


“······열심히 쓰자.”


“옹···. 그럼 나와 함께하는 시간도 짧을 테니 레인보우 하지 말고, 한 번 더 놀아주는 게 어때옹.”


태리는 웃으면서 일어났다.


“그러지. 누가 먼저 지치나 보자. 쓰러뜨려 주겠어!”


태리는 낚싯대를 팽팽히 늘려 양손에 잡고 튕기며 일어났다. 


하지만 정확히 30분 후.

낚싯대의 흔들림이 미세하게 규칙적으로 된 순간, 단테는 옆으로 드러누워 줬다.

태리는 드디어 단테를 지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헉. 헉. 단테. 지쳤지? 너 지쳤어. 지친 게 분명해.”


“아이고옹. 그래옹. 난 지쳤다옹. 힘들다옹.”


단테는 이 정도면 태리도 애썼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에서 지친 척을 해야 태리가 다음에 또 놀아줄 것이다.

단테는 누인 몸을 쭉 늘려 힘든 척을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양이는 지치지 않는다. 

다만 집사를 위해 지친 척할 뿐이다.


***


“반려받았어.”


“또옹?”


‘화명랑’을 투고한 지 고작 10일밖에 안 되었는데 반려 메일이 벌써 오고 있다.

반려라는 말에 신데렐라가 달려왔다.

대체 이 소설이 뭐가 부족해서 계속 반려란 말인가.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왜 또 반려야? 동로판은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일단 쓰면 무조건 투고는 합격하는데!”


“······미래엔 그런가 보구나. 부럽다. 지금 동로판은 마이너 장르야.”


“아무리 마이너 장르라도 그렇지. 반려 메일에 피드백은 없어?”


“피드백 있어. 하지만 반려받았는데 피드백이 무슨 의미가 있어. 결국 반려지.”


“뭐라고 하는데?”


“공통적인 의견인데, 작품은 좋대. 그런데 요즘 좋은 성적을 얻은 동로판이 없어서, 출판사와 방향성이 안 맞는대. 어떤 출판사는 일단 무연을 하라고 했어. 무연 성적 보고 검토하겠다는데.”


“무료 연재를 하고 컨택을 받는 것도 방법이겠구나.”


“응. 투고가 다 떨어지면 무료 연재도 고려해야겠어. ”


신데렐라는 아직 포기할 수 없다.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 받는 경험 따위, 해본 적 없었다.

태리 역시, 아직 답변받지 않은 출판사가 많았기 때문에 무료 연재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기다려 보자. 아직 답변 안 온 출판사가 10개도 넘게 남아있어.”


신데렐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태리에게 차기작 제안한 출판사는? 익스스토리 말이야. 연락이 아직 안 온 거야?”


그러고 보니 그렇게 원고를 보내 달라고 하던 정지후는 메일을 확인했는데도 회신을 보내주지 않았다.


“응. 이상하네. 그렇게 보내 달라고 하더니만.”


“전화해봐. 메일 누락된 거 아냐?”


태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을까 봐.”


까득까득


신데렐라가 발톱을 물어뜯는 소리가 들렸다.


“무료 연재를 해야 하나···? 동로판이 이 정도라고···? 이렇게 벽을 보고 계속 써야 한다고···?”


이 세 작가 무리는 ‘화명랑’을 벌써 50화 넘게 쓰고 있었다.


‘벽 보고 쓴다.’


작가들 사이에서 아무도 봐주지 않는 웹소설을 쓰며 비축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단테는 혼자서 장편을 완결한 순수 문학 작가였기에 어차피 벽 보고 쓰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출판사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글발이 오르는 천상 웹소설 작가인 태리와 신데렐라는 이제 슬슬 조급해졌다.


태리와 신데렐라의 손톱이 하도 물어 뜯겨 짧아졌을 무렵.

한 번만 더 물어뜯으면 피가 나왔을 것 같았던 그때.


지잉- 지잉-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배 위에 핸드폰을 올려두고 자던 단테는 익숙한 진동이 기분 좋아서 더 배 쪽으로 붙이며 골골송을 부르려 했다.


“오옹···. 베아트리체옹···.”


하지만 전화 온 사람의 이름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핸드폰을 물고 당장 태리에게 달려갔다. 


“태리옹! 태리옹! 태리옹! 전화 왔다옹!”


정지후의 전화다.

하지만 이미 12개 출판사에 반려받아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태리는 그의 전화를 받기 두려웠다.

전화가 왔다는 소식에 신데렐라가 달려왔다.


“누구야? 정지후? 이 사람 편집자 아냐? 그 이상하다던?”


“쉿옹. 조용해옹. 우리의 편집자님이 될 수도 있다옹.”


태리는 단테가 물고 온 핸드폰을 들고 한숨을 쉬었다. 물티슈를 뽑아 단테가 물었던 부분을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슨 악담을 하려고···. 메일을 보낼 것이지, 왜 전화해. 하여간에 참 옛날 사람이야.”


“편집자님께 이게 무슨 고자세야. 빨리 받아봐!”


“우리 태리는 늘 당당해옹. 저자세인 걸 본 적이 없다옹.”


태리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 후, 두 고양이는 태리의 돌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정지후 PD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태리는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인사말을 건네더니,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핸드폰을 받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태리의 저자세를 처음 본 고양이들은 감탄했다.


“태리 잘한다. 저렇게 해야지.”


단테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런 자세는 배워야 한다옹. 나는 저렇게까지는 못 하겠던데옹.”


방 안으로 들어간 태리는 정지후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문밖의 고양이들은 아무리 문에 귀를 붙이고 있어도 무슨 내용으로 통화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뭐라 하는 거야?”


“안 들려옹.”


고양이들은 문에 더 귀를 바짝 붙였다.


당연히 태리의 목소리만 들으며 내용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네? 언제요?”


“어라. 메일이 왜 그랬지?”


“제가 확인해 볼게요. 무슨 문제가 있었나 봐요.”


“아···.”


“네···.”


“네? 정말요?”


“아니요. 계약 아직 안 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네. 네. 그럼요. 계약서 보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달칵


문이 열렸다. 


“우리가 쓴···. ‘화명랑’의 세계가 드디어 생명을 얻게 되었어.”


“계약하재?”


“계약하재옹?”


“응. 계약하기로 했어!”


세 작가는 부둥켜안고 계약의 기쁨을 나누었다.


그런데 단테가 뭐가 생각난 듯 혼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답변 안 온 출판사 아직 8개 남았잖아옹?”


하지만 태리가 단테의 튀어나온 머리를 눌렀다.


“시끄러워. 우리에게는 익스스토리 뿐이야. 익스스토리가 최고야.”


단테는 출판사와 독자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웹소설 작가들의 세계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너무 상업적인데, 너무 멋있게도 느껴졌다.

나는 작가였을 때, 그런 걸 생각하고 썼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랬겠지?


담당자가 깐깐하니 어쩌니 하면서 망설이더니, 우수수 맞은 반려 비에 한껏 겸손해진 태리가, 단테는 기특했다. 그래. 기특하다는 표현이 맞다. 흐뭇하게 웃으며 태리를 바라봤다.


“단테. 너 그 표정은 뭐야. 왜. 너무 내가 속물 같아? 표정 안 풀어?”


기특하다는 생각은 취소다. 


그날 밤, 고양이들은 뜯은 츄르를 들고, 태리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신나게 건배하며 파티를 벌였다.

그것이 세 작가가 함께한 마지막 파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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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세요 24.06.24 23 1 12쪽
» 세 작가의 마지막 파티 24.06.20 18 0 12쪽
39 화명랑 투고 24.06.19 22 0 11쪽
38 정지후 PD 24.06.18 19 1 15쪽
37 아빠의 동업자 24.06.14 16 1 12쪽
36 태리의 생일 24.06.11 19 0 11쪽
35 금융치료가 답이다 24.06.10 18 0 15쪽
34 저주를 한 사람 24.06.09 20 0 12쪽
33 화란신녀 24.06.08 20 0 16쪽
32 악행의 이유 24.06.07 21 0 15쪽
31 태리의 이모 24.06.06 19 0 13쪽
30 소설보다 더 심한 현실 +2 24.06.05 39 0 14쪽
29 발사병용부 24.06.04 18 0 12쪽
28 고양이 소개팅 24.06.02 21 0 11쪽
27 30년 후 웹소설 작가 24.05.31 19 0 11쪽
26 서브 미션의 보상 24.05.30 21 0 12쪽
25 고양이가 또 말을 하네 24.05.29 28 0 12쪽
24 고스트헌팅 게스트 24.05.29 23 1 16쪽
23 새끼 고양이 단테와 첫만남 24.05.27 28 1 16쪽
22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해줘 +2 24.05.26 37 0 12쪽
21 돈까스 먹으러 간 단테 24.05.25 25 1 13쪽
20 고귀한 황녀의 은밀한 밤 24.05.23 27 1 12쪽
19 아아. 베아트리체 +2 24.05.22 29 1 11쪽
18 연옥 계약 +2 24.05.21 26 1 15쪽
17 성공적인 런칭 +1 24.05.20 30 1 12쪽
16 나도 싫었으니까 24.05.19 32 1 14쪽
15 고스트헌터(5) +2 24.05.18 26 1 12쪽
14 고스트헌터(4) +1 24.05.16 28 1 11쪽
13 고스트헌터(3) +1 24.05.15 30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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