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인을 강탈하는 양아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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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밀랍날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54
최근연재일 :
2024.09.0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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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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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시간

DUMMY

“짐승 부족들과의 일시적인 동맹입니다.”


“···북부가 그 야만인들과 동맹을 한다고?”


교수가 미심쩍은 표정을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애초에 놈들은 통일된 무언가도 아니다.”


“최근에 북부에서 소문이 하나 돌고 있습니다.”


“소문?”


“야만인들의 왕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부족 연맹체의 수장에 가깝지만.’


“확실한가?”


교수가 믿지 못할 말을 들은 사람처럼 미간을 찌푸렸다.


“수사슴 부족의 족장 발라두르, 이번에 등장했다는 왕의 이름입니다. 그자가 아이레스 백伯과 만남을 가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사자 백께서?”


“식량과 철을 대가로 모종의 협정을 체결했다더군요.”


“···네가 그런 소식들을 어떻게 알았지?”


“이미 짐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듣는 귀가 따로 있습니다.”


‘물론, 정보의 출처는 한스가 아니지만.’


한스가 유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영향력은 북부의 핵심까지는 닿지 않았다.


결국 그 본진이 수도 뒷골목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보들은 거짓말이 아니야.’


그것들은 실제로 소설에서 일어났던 일들이었다.


북부가 후방을 정리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벌였던 원정.


그리고 이런 북부의 움직임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짐승 부족이라는 인간 집단이었다.


‘야만의 땅에서 살아가는 야만인들.’


그들은 붉게 오염된 대지와 사나운 흉물의 위협에 시달렸으며, 자원을 얻기 위해 연합의 정착지들을 공격했다.


연합이 그들을 공적으로 선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단순히 약탈 행위 때문에 그들을 공적으로 선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흉물의 힘을 다루는 시한폭탄 같은 그들을 연합 내에 포용할 수 없었던 점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장벽이 완공된 상황에서 북부의 주적은 흉물과 중앙의 귀족 가문으로 바뀌었다.


북부는 굳이 야만인들과 소모적인 싸움을 하는 걸 바라지 않았고, 짐승 부족들의 입장에서는 강성한 북부군과의 전투를 피하고 싶어 했으니, 양측의 의사가 맞아떨어지자 그들 사이에는 새로운 협정이 만들어졌다.


‘부족 연합은 흉물들로부터 장벽을 지켜주고, 북부는 그 대가로 철과 식량을 공급한다.’


그렇게 새로운 협정과 함께 북부는 비록 단기간이지만 장벽의 수호라는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다.


설령 교수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고, 따로 조사를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진실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발라두르···.”


그 확신에 찬 모습을 본 교수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만약 그 소문이 진짜라면, 네 말대로 북부는 전쟁을 준비 중일 확률이 높다.”


“북부가 야만인들과 손을 잡는 경우는 그보다 더 큰 적을 상대해야 할 때밖에 없으니 말이죠.”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스승님.”


“부탁?”


“저번에 말씀하신 조직의 힘을 빌릴 수 있겠습니까?”


그는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개인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


집단이 그 상대라면 더더욱.


하지만 당장 소속된 집단도 없는 그였기에, 결국 집단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인간에게 기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밤나비는 최선의 선택이지.’


탐색과 추적에 대해선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자들.


···흉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만 제외한다면.


‘애초에 이것 때문에 우상까지 깔끔하게 처리했으니까.’


당분간 수도 내에서 흉물을 볼 일은 없었으니, 그런 리스크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변수만 없다면 밤나비는 충분히 북부 생도들의 탈출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일단 생도들만 붙잡아둬도 북부의 귀족 가문들은 분열한다.’


분열된 북부는 쉽게 군을 몰아 내려오지 못할 터, 그렇게만 된다면 내전의 양상은 크게 축소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아예 중앙 측에서 북부 생도들을 억류하는 거지만.’


아쉽게도 자신은 중앙을 움직일 만한 어떤 정치적 기반도 없었다.


결국 현행범이 된 북부 생도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흐음···.”


그의 말을 들은 교수가 침음성을 흘렸다.


“지금 조직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교수는 현재 조직이 가진 대부분의 전력이 남부에 집중되어 있음을 떠올렸다.


아마 조직이 북부의 소식을 놓친 것도 북부가 조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일 것이었다.


“북부 생도들을 제압, 아니 시간만 끌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북부가 수도에서 일으킬 혼란들보다도, 결국 북부 생도들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파리스는 교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밤나비의 힘을 빌릴 수 없다면, 계획은 시작조차 불가능해.’


“정말로 북부 생도들이 탈주를 계획한다면, 북부에서도 그에 호응하기 위한 기사 전력을 보냈겠지.”


교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연락을 넣어보마. 너는 시기를 언제로 생각하고 있느냐?”


“북부는 고위 신관들이 돌아오기 전에 작전을 끝내고 싶을 겁니다.”


“촉박하군.”


교수가 곧바로 걸음을 훈련관 밖으로 옮겼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지. 일단 연락을 보내보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리스는 교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 * *



“기사들이 도착했다고?”


“예, 상단의 일원으로 위장하여 들어왔다고 합니다.”


“전력의 수준은 어때?”


“극위 기사만 셋에 정위 기사 스물, 그 이하는 백이 넘습니다.”


“기사단 이상의 전력이라···.”


북부의 가문들도 몸이 달았나 보군.


‘난 우리 가문에서만 극위 기사를 동원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람누스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연무장에서 훈련 중인 검은 제복의 생도들을 내려다보았다.


“곧 모든 인원들이 계획대로 배치될 것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유스타티아가 그에게 서류를 건넸다.


그는 그녀로부터 받은 서류들을 살펴보았다.


‘파업, 화재, 흉물 테러, 요인 암살이라···.’


“생각 이상으로 남부의 도움이 크네.”


람누스는 놀라운 마음에 절로 헛웃음을 흘렸다.


“예, 그리고 무엇보다 남부의 상단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점도 유효했습니다. 덕분에 절반이 넘는 인원들이 남부 방면으로의 탈출을 준비 중입니다.”


“그래, 중앙 놈들은 남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머저리들이니까.”


‘자신들이 포위된 형국인 줄도 모르고.’


그는 입가에 냉소를 머금은 채 서류를 내려놓았다.


“지금 학교에 있는 녀석들은 확실한 놈들만 남겨둔 거지?”


“예, 이미 모두가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고, 그것들을 남부에 내려가는 인원들의 손에 넘겨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전해라, 실패는 곧 죽음이라고.”


우리는 결코 북부에 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모두들 각오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입단속을 주의하도록 해. 얼마 전처럼 피를 보기는 싫으니까.”


그녀가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야만인들과의 협상에 대한 소식은 있어?”


“···사자 백伯께서 직접 수사슴 부족으로 가셔서 놈들의 우두머리와 담판을 지으셨다고 합니다.”


람누스가 급히 유스타티아를 돌아보았다.


“사자 백께서 직접?”


“예, 그리고 그 곁을 까마귀들과 서자기사단이 수호했다고 합니다.”


람누스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야만인들의 소굴로 직접 들어가시다니.’


“···어찌 그런 위험한 짓을 하신단 말인가?”


“내부적으로도 반대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적색계획이 실패했는지 모르시지 않을 텐데.’


흉물의 힘을 각성한 자들은 마치 폭탄과도 같아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서자기사단이랑 함께하셨다고?’


“그들은 아직 불안정할 텐데···.”


람누스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연신 씨근덕거렸다.


‘···그걸 아시는 분께서 어째서?’


유스타티아는 그 모습을 보며 차마 뱉지 못할 말을 속으로 삼켰다.


“행여 사자 백께서 위해를 입으신다면, 북부는 사분오열할 거다.”


‘그 상태로는 결코 중앙의 돼지들에게 맞설 수 없어.’


좀 더 본인의 안위를 살피시라는 편지라도 보내야···.


그는 급하게 책상 앞에 앉으며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그 버러지들로부터 연락은 왔어?”


“그것은 이미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방금 막 들어온 정보를 보고했다.


“성능은?”


“그들은 성능이 기대 이상일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도 내에 역병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그녀의 말을 들은 람누스의 눈이 커졌다.


“···상상 이상이로군.”


하긴 그 정도로 받아 처먹었으면, 아무리 버러지들이라도 밥값은 하겠지.


그는 이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버러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계획은 9할 이상의 확률로 성공할 수 있었다.


‘설령 우리가 모두 죽는다고 해도, 중앙 놈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될 거다.’


그래.


안일한 돼지들도 흉물에게 가족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느껴볼 때가 됐지.


유스타티아는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주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칼날이 저희를 향할 수도 있음을 어찌 보지 못하십니까.’


그녀가 보기에 그것은 매우 위험한 물건이었다.


마치 양 목장 안에 늑대 굴을 뚫는 것처럼.


‘그건 인간의 터전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하는 물건이야.’


그리고 연합에는 그런 내부적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있지 않았다.


애초에 그것은 상정 외의 것.


청색탑의 보호 아래 사는 인간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재앙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만일 단시간에 이와 같은 물건들이 퍼져나간다면···.


‘하지만 주군께선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으신다.’


그의 평생을 갉아먹은 복수심은 이제는 그의 눈까지 가리고 있었다.


“더 할 말이 있나?”


람누스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에게 물었다.


“주군,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저도 흑색계획에···.”


“안 돼.”


그가 그녀의 의견을 단호하게 쳐냈다.


“주군께서도 참여하셨으니, 부관인 저도 마땅히···.”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다. 흑색계획은 너무 위험해.”


“···그 위험한 것이 바로 주군께서 하시려는 것입니다.”


“···.”


람누스는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제발, 흑색계획의 참가를 재고해 주십시오. 그것에 대한 불길한 소문은 주군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유스타티아는 그의 두 눈을 보며 간청했다.


“주군께서는 호몰로이스 가의 가주이시자, 마지막 남은 직계이십니다. 부디 그 몸을 더 소중히 여겨주소서.”


“···어쨌든 간에 네가 흑색계획에 참가하는 것은 불허한다. 이건 변하지 않아.”


그는 자신의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렇다면 주군께서도···.”


“그만! 더 이상 이 사안을 언급하지 마라.”


“주군!”


“하아.”


‘고집하고는···.’


람누스는 그 고집만큼이나 곧은 눈빛을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고집 하나는 알아줄 만했지.’


“···흑색계획에 참가하는 것은 재고해보도록 하지.”


그녀와 종일 실랑이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결국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은 이 정도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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