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인을 강탈하는 양아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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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밀랍날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54
최근연재일 :
2024.09.0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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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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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오기 전에

DUMMY

“···고개 들어.”


시리듯이 차가운 목소리였다.


그는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당황한 생도들 사이로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샤를로테의 모습이 보였다.


“네놈이 여기까지 무슨 일이지?”


“당신께 받은 은혜에 감사드리기 위해 실례를 무릎쓰고 찾아뵀습니다.”


“은혜?”


샤를로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를 모욕하는 것인가?”


“제가 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지금 네놈이 하겠다는 감사는 뭐지?”


파리스는 허리춤에서 검집째로 검을 빼냈다.


스르릉


“허튼짓을 하면 그대로 목을 날려주마.”


으르렁거리는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여러 개의 칼날이 그의 목에 드리워졌다.


그러나 그는 목에 겨누어진 칼들을 무시하며, 샤를로테에게 검을 바쳤다.


“패배한 제게 삶의 자비를 베풀어 주신 샤를로테 님께 제 검을 바치고 싶습니다.”


“···패배?”


그의 말과 함께 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예, 당신께서 패배한 저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으셨습니까.”


“···하!”


그녀가 헛웃음을 토해냈다.


패배라···.


“정말 패배란 말이지?”


“제가 검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쓰러졌으니, 완벽한 패배 아니겠습니까?”


교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깊은 침묵에 잠겼다.


“···그래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네놈의 진짜 목적이 뭐야?


그녀의 눈꼬리가 의심을 품은 채로 가늘어졌다.


“전 북부 태생이나 북부에서 배척을 받으며, 중앙에서는 마땅한 연줄조차 없습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빛을 받아내며 말을 이었다.


“또한 행실 역시 경박하고 방탕하니, 평판조차 좋지 못합니다.”


“···의탁할 곳이 필요하시다?”


그녀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로 비아냥거렸다.


“북부의 죄와 본인의 죄로부터 방패가 되어줄 자를 찾는가?”


“염치없게도 다시 한번 당신의 자비를 간절히 청하고자 합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보는 그녀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알카이드는 결코 자비롭지 않다.”


“당신께서 자비롭지 않으십니까.”


“나 역시 알카이드다.”


“당신께서 곧 알카이드이시니, 굳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난 내가 자비롭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당신께선 이미 자비를 베푸셨으니, 또다시 베풀지 말란 법은 없지 않겠습니까.”


명백한 거절에도 그는 흔들림이 없었다.


“···생각해 볼 테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


그녀가 손을 내젓자, 추종자들이 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파리스는 그녀를 향해 짧게 묵례를 한 뒤 교실을 걸어 나갔다.


그들의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있던 생도들이 그의 걸음을 따라 허겁지겁 길을 텄다.


내딛는 걸음마다 물이 고이며,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한 걸까?’


그는 거세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의사를 표했고, 결정권은 상대에게 있으니.


‘이게 최선이다.’


그는 다시 빗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시라도 빨리 새롭게 얻은 능력들에 적응하고, 자신의 무력을 높일 시간이었다.



* * *



“어머, 샬롯! 왕자님께 고백받았다면서?”


그녀는 오랜만에 얼굴을 비친 친구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왕자님은 무슨!”


그런 파렴치한한테.


그녀의 반응에 친구가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얘는, 얘는, 이미 학교 내에 소문이 자자해요~.”


“무슨 소문?”


그녀의 하늘색 눈썹이 꿈틀거렸다.


“고고한 여왕님이 망나니 왕자를 조교하는 것에 성공···.”


쾅!


“···농담도 못 하겠어, 샬롯.”


마르하리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찻잔을 기울이는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민한 모습은 처음인걸?’


그녀의 예리한 눈썰미는 친구의 눈가가 바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뭐, 그럴 만도 하지만.’


마르하리타는 찻잔을 기울이며 최근에 친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추락한 권위

지지 세력의 이탈

내쫓기듯 진행 중인 혼약


이 외에도 무수한 악재가 샤를로테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아무리 샬롯이라도 이런 스트레스들을 견디긴 어려웠겠지.’


의외로 속마음은 여린 아이니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샤를로테가 패배함으로써 일어난 일들이었다.


‘파리스라···.’


뜬금없이 나타난 변수.


정확한 아비조차 알 수 없는 사생아 출신에 망나니로 유명한 자였지만, 바로 그 비천한 자가 샤를로테의 몰락을 불러일으킨 자였다.


당연하게도 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벌써부터 꽤 흥미로운 점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중이지~.’


예컨대 북부가 그에게 갖는 비밀스러운 관심이라던가, 갑작스러운 행동의 변화라던가, 마력량의 급격한 상승이라던가, 샤를로테의 벼락을 깨부순 힘의 정체라던가···.


그 남자는 비밀과 비합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참 재미있단 말이야.’


참을 수 없이.


마르하리타는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즐거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갑자기 샤를로테에게 충성 맹세를 한다고 했단 말이지.’


몰락의 원흉이 내민 손.


그것은 그녀의 친구에게 구원과 같은 기회였다.


그녀에 대한 불순한 소문들을 단번에 일축함과 동시에, 극위의 기사가 통째로 굴러들어 오는 일이었으니까.


‘과연 우리 고고한 샬롯이 그 손을 잡을까?’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품은 눈동자가 연녹색으로 반짝였다.


“그래서 받아들일 거야?”


마르하리타가 싱글거리며 물었다.


“···몰라.”


“왜? 듬직하고 반반하니, 옆에 두고 부려먹기 좋아 보이던데?”


“마르, 넌 소문 같은 거 전혀 안 듣니?”


샤를로테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흠, 네가 그 불한당 같은 남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건 알지~.”


“마르!”


“어머, 얘. 세 살배기 애도 아니고 품위 없게 소리를 지르고 그러니.”


샤를로테가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딴 놈이 없어도 난 무너지지 않아.”


“그으래~?”


‘받아들이겠네.’


저처럼 과민 반응하는 것을 보니, 이미 마음이 기운 것이 확실했다.


속마음을 숨기는 것에 미숙한, 아니 순수한 친구였으니까.


‘이래서 샬롯을 미워할 수가 없어~.’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찻잔을 부드럽게 내려놓았다.


“아쉽네. 그 남자 얼굴에서 광이 난다던데.”


친구 덕이나 볼까 했더니.


샤를로테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작년에 들인 기사는 벌써 갈아치웠나 보지?”


“그럼, 내가 누구니? 알리오즈 가의 직계야!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건 딱 질색이라구.”


마르하리타가 한쪽 눈을 찡끗하며 말했다.


“···그게 방탕함의 이유가 되진 않아.”


“방탕함이라니! 자유라고 해줄래? 요샌 자유연애가 대세라구.”


너처럼 고지식한 여자는 모르겠지만.


“고지식이 아니라 의.무.”


“그래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마르하리타는 친구의 못마땅한 시선을 흘리며 쿠키를 집어 들었다.


“마르, 그래서 내가 보낸 편지는 읽어봤어?”


“편지? 아, 그거.”


“그래, 정당한 대가는 지불할게. 대신 정보 조사 좀 부탁해.”


“···너 많이 힘든가 보구나?”


“···가문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래.”


샤를로테의 눈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흠, 그렇단 말이지.”


‘멀쩡한 가문을 놔두고, 다른 가문 사람인 나에게 부탁한다라···.’


그녀의 친구가 처한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녹록치 않은 듯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귀여운데?’


마르하리타의 입가에 머문 미소가 짙어졌다.


“정확히 뭘 조사해 달란 건데?”


“파리스란 남자의 정확한 출신, 흉물과 관련된 힘을 다룬 적이 있는지, 그 남자에 대한 사관학교의 검증 자료 같은 것들에 대해 조사해줘. 그 외에도 수상한 점이 있으면 추가로 조사해 주고.”


“그 남자에 대한 건 다 조사해 줄게. 아, 대가는 그냥 착수금만 줘.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뜯어먹을 생각은 없으니까.”


“···고마워.”


마르하리타는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런 말 마. 너무 어색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니까.”


“···응.”


“그런데 정말 잘 생겼어?”


“응?”


“그 남자 정말로 잘 생겼냐구.”


“···별로.”


“에이, 벌써부터 싸고도는 거야?”


“내가 왜 그놈을···!”


아니, 애초에 왜 내가 놈을 받아들이는 걸 기정사실로 여기는 건데?!


샤를로테가 씩씩거리며 눈을 부라렸다.


“우리 샬롯이 부정을 안 하는 거 보니, 어지간히 잘 생겼나 보네~.”


“···그냥 기생오라비처럼 생겼어.”


“그래서 기사 서임은 어떻게 할 거야?”


기사의 손등 키스? 주군의 이마 키스?


마르하리타가 샤를로테에게 엉겨 붙으며 집요하게 물어댔다.


“아직 모른···. 아니, 안 받아들일 거라니까! 이제 저리 좀 가.”


샤를로테가 질색을 하며 들러붙는 그녀를 떼어냈다.


“근 1년 만에 만난 친구한테 너무 야박해~.”


“네가 지나치게 방탕, 아니 자유로운 탓이겠지.”


“하지만 그건 알리오즈 가의 전통인 걸~.”


“붙지 말고 저리 가라니까.”



* * *



“이게 중앙에서 탈취한 자료라고?”


사자 문양이 새겨진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가 손에 서류들을 쳐다보았다.


“예, 아이레스 백. 일부 기사단과 중앙군의 편제, 주둔지의 위치와 주요 보급로, 기본적인 작전계획과 같은 중앙의 군사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리브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로 보고했다.


“큰일을 해주었다, 람누스.”


상대의 공을 치하한 아이레스는 손에 들린 서류들을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한참 서류를 살피던 그는 어떤 서류에서 손을 멈추었다.


“역시 성위와 달의 신전은 개입하지 않는 건가.”


“애초에 중앙 역시 그들을 전력 외로 분류해 놓고 있었습니다.”


아이레스는 피식 웃으며 서류를 덮었다.


“자네, 성위가 언제 마지막으로 활동했는지 아는가?”


“성위 신관들 말씀이십니까?”


“그래. 우리 고고하신 성위 신관님들 말이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모르겠지.”


그건 어떤 책이나 이야기에도 나오지 않을 테니까.


“···어떤 기록에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리고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쩌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단순한 답.


“그건 그들이 역사상 단 한 번도 활동한 적이 없기 때문이지.”


“···그러고 보니, 성위에 오른 이들이 전투에 참가했다거나 행사에 참가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성위에 오른 이들은 활동하지 않는다.”


아이레스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향했다.


“경험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말이지. 그래도 서류로 확인을 하니, 안심이 되는군.”


그의 눈에 묵직한 중기병들이 진형을 유지한 채로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개전을 허가하시는 겁니까?”


“···.”


“아이레스 백, 이제 북부의 분노는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부디 결단을···.


아이레스는 람누스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흑색계획에 자원했다고?”


“그렇습니다.”


“왜 굳이 그런 위험한 길을 가는 거냐? 네 재능이라면 무난히 극위에 이를 것이고, 기회가 있다면 고위까지도 넘볼 수 있을 터인데?”


“···힘이 필요합니다.”


아이레스는 상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맘때쯤의 기사들이 으레 자신의 무력에 대해 조급증을 느낀다지만···.’


상대의 눈동자에 비친 절박함이 그리 가볍지 않았다.


‘가주의 자리가 이 어린 기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구나.’


하지만 조급증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


그는 북부의 큰어른으로서 눈앞의 어린아이에게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은 시간이 지난다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조급증을 가지기보단 조금 더 넓은 시야를···.”


“저는 봤습니다.”


“?”


“저와 비슷한 나이임에도 극위에 오른 신관을 가지고 노는 사내를.”


람누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


“그리고 그자는 적색계획의 생존자였습니다.”


“···파리스를 말하는 것이로구나.”


그는 눈을 감고 말았다.


그 녀석이야말로 북부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용서받지 못할 죄악의 산물이었으니.


녀석을 언급한다는 것은 정도를 걷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적색보다 강하다는 흑색계획이라면 제게 충분한 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너무 위험하다.”


“지금 저희 가문에는 극위 기사조차 없습니다.”


“내가 건재한 이상, 다른 가문들이 호몰로이스 가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저희 가문의 발언권까지 챙겨주실 순 없지 않습니까.”


“···겔라드 때문이구나.”


“···.”


“그의 죽음이 너를 여기까지 내몰았어.”


아이레스는 혀를 찼다.


더 이상 눈앞의 어린 기사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호몰로이스 가의 비극은 그도 잘 알고 있는 바였지만, 그래도 람누스가 있기에 미래가 창창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희망이 스스로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힘과 복수에 눈이 멀어버린 어린 기사는 오직 눈앞에 놓인 상황에만 몰입하여 스스로의 미래를 죽이고 있었다.


‘호몰로이스가 이렇게 지는가···.’


숨길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탄식이 절로 새어 나왔다.


“···겔라드는 네가 이러길 원치 않을 거다.”


“그는 이제 없습니다.”


람누스의 목소리에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위험성은 알고 있겠지?”


“가문은 방계가 이어도 됩니다.”


저 정도의 결의를 가진 상대 앞에서 그가 할 말은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흑색계획에 참가하는 것을 허하마.”


람누스는 고개를 숙인 후에 방에서 물러났다.


아이레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창창한 젊은이가 자신의 전부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씁쓸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야속하군.’


그리고 북부가 이 지경까지 내몰린 가장 큰 원흉은 중앙에 도사린 자들이었다.


‘결국 전쟁을 피할 순 없는가.’


전쟁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것으로 인해 북부가 입게 될 피해, 혹은 몰락이 두려울 뿐.


‘···중앙의 작전계획서들만 봐도, 놈들은 전혀 전면전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평화에 찌든 놈들답게 북부와의 갈등이 기껏해야 대장전 혹은 기사전에 국한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지나치게 자만하고 있어.’


그것은 분명 북부에게 있어서 호재였다.


다만, 북부와 중앙의 체급 차는 명확하므로 단기결전을 통해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북부의 필패가 될 것이 뻔했다.


‘생각보다 적들이 약하다면 단숨에 수도까지 진공해서 협상을 강요한다.’


반면에 생각보다 강하다면···.


주요 거점을 점령한 후에 거점을 중심으로 지리한 지연전을 이어가야 했다.


최소한 중앙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가주님.”


구석에서 시립하고 있던 기사가 상념에 빠져 있던 그를 깨웠다.


“정말 개전을 허가하실 겁니까?”


사자 문양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아무리 자신이 북부에서 제일 강대한 무력과 세력을 가졌다고 해도, 북부의 총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많은 피가 흐를 겁니다.”


“이미 북부인들은 희생을 각오했네. 그들의 수장이라는 자가 그런 결의를 무시할 순 없겠지.”


온건파와 강경파 모두가 전쟁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는 것이 북부의 현실이었다.


“강경파들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날뛸지도 모릅니다.”


“그걸 통제하는 게 내가 할 일이겠지.”


강경파라고 자신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


“그리고 아예 승산이 없다고 보지도 않네.”


아이레스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들에게는 통일된 명령체계가 없어.”


“그래도 북부가 군을 일으킨다면 뭉치지 않겠습니까?”


“중앙에는 북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도시와 귀족들이 많지.”


“그건 저희가 불리한 이유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만큼 내부에 목소리가 많다는 의미다. 애초에 생도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북부의 생도들이 자신들의 대지를 가로지름에도 방관하던 이들.


중앙의 정치적 분열과 파편화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나는 확신한다. 저들은 뭉치지 못해.”


북부를 진정한 위협으로 여기지도 않는 자들이 북부를 상대로 진심으로 뭉칠 리가 없었다.


“···확실히 결심이 서셨군요.”


“기사들을 소집하고 병사들을 준비시켜라.”


아이레스의 눈이 포효하듯이 빛을 내뿜었다.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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