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인을 강탈하는 양아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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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밀랍날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5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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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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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용군 소집

DUMMY

사람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성문 앞에 모여 있었다.


“저 진짜로 총 잘 쏜다니까요.”


“어디서 새파랗게 어린놈이 거짓말을 해. 네가 정말 서른셋이라고?”


“여기 총 안 보여요?”


“아니, 기사님들을 모시는 자리에 웬 애새끼가···.”


누가 봐도 풋내를 풀풀 풍기는 청년.


“그래서 보수는 언제 준다고?”


“예끼! 이 사람. 어찌 기사 된 자가 보수부터 따지나.”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그렇다고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격이 떨어지지 않나, 격이!”


“알카이드가 두둑한 보수를 준비했다던데···.”


“그 알카이드니, 보수를 떼먹진 않겠지.”


한쪽에 모여 떠들어대는 기사들.


“보수를 받으시려면 여기에 서명을···.”


“필요 없어. 언제 출병하지?”


“아니, 그래도 서명은 하셔야···.”


찌익


“언제 출병한다고?”


“이, 이틀 후라고 듣기는···.”


붉게 물든 눈으로 살벌한 기세를 풍기는 기사.


그리고···.


‘저게 다 뭐야?’


거대한 행렬이 있었다.


기사와 양측에 자리한 윙맨들

말을 돌보고, 깃발을 드는 종자들

총과 창, 나팔과 방패를 든 보병들

식기를 챙긴 사람, 악기를 든 사람, 봇짐을 멘 사람 등


마치 이전 시대에 있었다는 기사의 행렬을 방불케 하는 모습.


“어르신, 아니 알론소 경. 이런 것들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이것도 최소화한 걸세. 기사가 출진하는데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한지 아는가?”


“물론 알론소 경의 염려도 이해합니다만, 이건 너무 과해요.”


‘파리스.’


자신의 기사가 화려한 갑옷을 입은 노기사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저희는 최대한 빠르게 이동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탈 수 없는 인원들은 필요 없어요.”


“아니, 기관차라는 신문물을 놔두고 왜 말로만 이동하는 걸 고집하나?”


“목적지까지 일직선으로 가는 루트가 없으니까요. 추후에 보급이나 증원군이 따로 기관차를 통해 이동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기사들은 말을 이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할 겁니다.”


“에잉!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구만, 기사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무기와 말이 전부가 아니거늘.”


절레절레 고개를 젓던 노기사가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움찔


그 눈빛을 마주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칠 쳤지만, 어느새 성큼성큼 다가온 노기사가 그녀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아리따운 레이디께서 여긴 어쩐 일로?”


“아, 그게···.”


“음?”


하늘색 머리에 하늘색 눈동자?


“레이디께서는 혹시···?”


“주군, 오셨습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현장을 정리하고 정식으로 소개를···.”


중간에 끼어든 파리스가 노기사의 손을 떼어놓으며, 그녀에게 경례를 올렸다.


“역시 레이디께서 의용군을 소집하신 분이셨군.”


노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노기사···.


‘전투를 수행하시기에는 나이가 너무···?’


샤를로테가 의아한 표정으로 노기사를 바라보았다.


“이쪽은 극위에 오르신 알론소 경이십니다.”


“극위 기사?”


“허허허, 경지가 무에 중요하겠는가. 기사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가슴을 활짝 편 노기사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식솔들을 많이 끌고 오셨네요?”


“기사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것들을 끌고 왔소이다.”


기사가 탈 말들을 관리할 사람, 가문의 깃발을 들어줄 사람, 갑옷과 병장기를 관리할 사람 등


노기사는 이것도 옛 전통에 비하면 극히 간소화한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니까, 저희의 일정상 저 모두를 끌고 가실 수는 없습니다.”


“저들을 다 빼고 간다면 제대로 된 전투조차 치를 수 없을 걸세. 우리는 전투를 하러 가는 게 아니었나?”


“전투를 하러 가는 건 맞습니다만···.”


“이 답답한 사람아. 저들이 없으면 제대로 된 전투를 못한다니까 그러네.”


파리스와 노기사는 또다시 언쟁을 시작했다.


‘···일단 도망가자.’


샤를로테는 그 모습을 쳐다보다가, 슬금슬금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왜 이렇게 말도 없는 사람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이용할 말을 지참하라고 적지 않았나?”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외팔이 사내가 부하로 보이는 자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사님들뿐만 아니라, 사냥꾼들 같은 이들도 많이 왔습니다.”


“그들이 왜?”


“알카이드가 보수를 짭짤히 챙겨 준다는 소문이···.”


“···말이 없는 자들은 그대로 돌려보내.”


“기사님들께는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그냥 못 받아준다고 해! 행패를 부리면 알카이드 가의 이름을 대면서 쫓아버리고.”


골치가 아픈 듯이 미간을 찡그리던 사내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헛!”


사내는 벼락같은 속도로 그녀에게 다가와, 땅에 박을 듯이 머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샤를로테 님. 저는 한스라고 합니다.”


“···평민인가?”


“예, 영광스럽게도 파리스 경의 눈에 들어 의용군을 소집하는 임무를 돕고 있었습니다.”


한스는 부하를 시켜 서류를 가져오게 하고는 그것을 그녀에게 넘겼다.


“현재 소집된 인원은 기사만 300여 명에 달합니다.”


서류를 받아 든 그녀는 그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극위만 2명에 정위는 23명, 평위는 200명이 훌쩍 넘는다라···.”


‘생각보다 많은데?’


“인원들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모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혼란 속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자들은 모두 자네의 부하들인가?”


“아닙니다. 몇몇은 제 부하가 맞지만, 대다수는 돈을 주고 고용한 평민들입니다.”


굽신거리던 한스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혹시 관련하여 대동하신 인력이 있으시다면, 즉시 지금까지 정리한 자료들을 인수인계하겠습니다.”


“···제법 유능하군.”


“그래도 한때는 연합의 군인이었던지라···.”


샤를로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따라온 인원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섰다.


“예를 갖춰 대하도록.”


‘유능한 자에게 불필요한 적대감을 심어줄 필요는 없으니까.’


앞에 선 자가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한스에게 향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모였어요.”


리나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샤를로테는 긴장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해야 백 명이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틀 정도의 여유를 두었지만, 그래도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으니까.


작게 한숨을 토해낸 그녀는 뒤편에 서 있던 하늘색 머리의 신관을 바라보았다.


“라르모.”


“예.”


“상화 혈족은 얼마나 지원할 의향이 있지?”


“···혈족에서도 이번 지원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아실 겁니다.”


라르모라고 불린 신관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북부의 공격이 확실하지도 않은 데다가, 계획이 너무 허황···.”


“난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내 몫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궁지에 몰린 사람답지 않게 당당했다.


마치 과거 상화 혈족의 주인이었던 여인처럼.


‘···세르녜 님.’


라르모는 잠시 눈을 감았다.


“···적어도 석 달 정도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 이후로는 성과에 따라서 추가적인 지원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사태가 그 이상으로 길어지진 않을 테니까.


그렇게 그녀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사이, 혼란스러웠던 현장은 차츰 질서를 찾아갔다.


“주군,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잠시만요!”


걸음을 옮기려는 그녀 앞에 리나가 뛰어들어, 다시 한번 그녀의 모습을 점검했다.


“···됐어요!”


“고마워.”


싱긋 웃어준 그녀는 걸음을 다시 걸음을 옮겨, 임시로 마련된 단상 위에 섰다.


“저 여자가 의용군을 모은 알카이드 사람인가?”


“알카이드의 직계라더니, 정말 하늘빛 머리에 하늘빛 눈동자야.”


“인형 아니야?”


“진짜 예쁘다···.”


“저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 한 몸 바칠 수 있을지도?”


“드높은 혈통에 아리따운 외모까지. 말 그대로 공주님이로구만.”


“공주님? 오, 딱 알맞은 호칭인데.”


그녀의 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시선.


평소와 같은 시선들이었지만, 유독 부담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이 내가 책임져야 할 자들.’


“모두 조용!”


파리스로부터 퍼져나간 강력한 기파가 소란을 잠재웠다.


“이제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래.”


그녀는 아래에 선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오합지졸들로 뭘···.’


복장조차 통일되지 못하고, 무장도 제각각에, 분위기마저 모두 다른 이들.


새파랗게 젊은 생도부터 검은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노인까지.


알카이드 휘하에 있는 기사들의 반의반조차 따라가지 못할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내 사람들이다.’


같이 전장으로 걸어갈.


그녀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제군들, 나는 제군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관심 없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복수든.


“중요한 것은 그대들은 이 시간부로 내 사람이라는 것이고, 그대들은 계약이 끝날 때까지 내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지.”


그녀가 뿜어내는 강렬한 기세가 마력으로 형상화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꿀꺽


그야말로 압도적인 마력.


사방을 가득 채운 푸른색의 기류가 사람들을 선명하게 감싸고 있었다.


‘저릿저릿하군.’


···저 레이디께는 벌써 극위에 이르렀단 말인가?


드물다는 신관들 중에서도 더욱 드물다는 극위 이상의 신관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혈통을 지닌 자의 마력은 차원이 달랐다.


노기사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단상 위에 선 여인을 바라보았다.


“믿고 따르란 말은 하지 않으마.”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깃발이 거세게 펄럭였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 갈 것이다.”


산으로, 들로, 요새로.


“나는 그대들이 기꺼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그녀의 뒤로 벼락을 쥔 거인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다.



* * *



퍼억!


또 한 마리의 밤나비가 터졌다.


“실패인가.”


그녀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 주변으로 수십, 수백에 달하는 밤나비들이 잔해만 남긴 채로 죽어있었다.


‘그리 성공 확률이 높지 못하다는 건 알았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더 최악이었다.


손실보단 괴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피해였으니까.


그것은 그녀가 쓸 수 있는 두 개의 칼 중 하나가 부러졌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분명 나 혼자만 이 회귀를 아는 건 아니었겠지.’


특히나 이번 회귀는 너무 급작스럽고 억지스러웠으니.


필멸자들 중에서 어긋남을 깨달은 자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적어도 과거와 함께 매몰되었던 자들은 회귀를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자들이 남부에서 발생한 어긋남의 근원일 터.


“하아···.”


답답했다.


이토록 거대한 힘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망가져 가는 세계를 보고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그녀는 손을 휘저었다.


차가운 바람이 밤나비의 시체들을 얼리더니, 그것들을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 멀리 실어 갔다.


‘이제 남은 건 특이점이 불러올 변수인가···.’


그녀는 축제 때 보았던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사내를 떠올렸다.


그분께서 선택한 두 번째 특이점.


‘직접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자신은 이 탑에서 함부로 나갈 수 없는 몸이었다.


‘그래도 그자는 반드시 세계의 심장에 접근할 거야’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쥘 것이었다.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그분께서 그것을 바라실 테니까.


‘제발 그가 이 세계를 가엽게 여겨주기를···.’


이 누더기 같은 세계라도, 누군가에겐 소중함을 알아주기를···.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로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똑똑


“왕녀님, 기도 시간입니다.”


“···곧 나갈게.”


천천히 눈을 뜬 그녀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파리스···.”


부디


“여기까지 닿아주세요.”


제발


“이 세계에도 선택의 기회를···.”


작은 중얼거림이 차가운 바람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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