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인을 강탈하는 양아치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밀랍날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54
최근연재일 :
2024.09.06 19:29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6,058
추천수 :
121
글자수 :
613,827

작성
24.07.20 19:25
조회
21
추천
1
글자
12쪽

알카이드의 기수

DUMMY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그녀의 기세가 눈앞의 기사를 사납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큭!”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감히 내 기사를 모욕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겨울의 북풍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죄, 죄···.”


“죄송합니다. 휘하 기사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휴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대신 사죄의 뜻을 표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응시했다.


‘···복수자들은 저자를 중심으로 뭉친 상황이라고 했지.’


그렇다는 것은 그들 중 한 명이 나서서 파리스를 비방한 것부터가 저 남자의 의도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식으로 불만을 토로한다는 이건가?’


아니면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건가?


이제 와서 파리스의 출신을 물고 늘어지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다.


그리고 상대 역시 자신들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음을 모르지는 않을 터.


‘아주 전형적이야.’


직계인 자신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 없으니, 그녀의 측근을 건드리는 정치적인 술수.


가문에서도 많이 겪었던 그런 기본적인 술수였다.


‘불쾌하네.’


불쾌한 기억이 되살아나며,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눈을 돌려 천막 안에 있는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라르모를 중심으로 한 신관들

휴이를 따르는 복수자들

알미나르와 요새의 지휘관들

그 외 각자의 이유로 이곳에 온 어중이떠중이들


‘개판이야.’


제대로 된 체계도, 내부적인 질서도 없이 오로지 알카이드라는 이름 아래 봉합되어 있을 뿐인 누더기.


급하게 끌어모은 만큼 현재 의용군 내부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분명 저자는 의용군 내에서 발언권을 확대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래야만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의용군을 이끌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계기는 파리스의 품 안에 안겨 복귀하는 그녀의 나약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래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강력한 권위로 그들을 찍어 누르고, 분란을 일삼는 자들을 내쫓고 싶었다.


‘하짐나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어.’


적이 코앞에 있는 상황,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저들을 함부로 내칠 수는 없었다.


“사죄를 받아주죠.”


“관대한 처사에 감사를···.”


“다만.”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휴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었다.


“유사시 병력의 일부를 지휘할 권한을 파리스 경에게 넘길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저들에게 끌려다닌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장악하겠어.’


비록 알카이드 산하의 기사 가문들에 비하면 부족하기 그지없는 이들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아래 들어온 이들이었다.


이런 자들조차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면, 알카이드의 이름이 울···.


“샤를로테 님!”


“지금 회의 중인 것 안 보이나!”


한 병사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자, 기사가 호통을 치며 병사를 끌어내려 했다.


“무슨 일인가요?”


그녀는 손을 들어 그런 기사를 제지하고는 병사에게 물었다.


“적들이 아군을 향해 진격하고 있습···.”


순간 천지가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그들은 다급하게 천막 밖으로 나왔다.


“으아아!”


“피, 피해!”


진영은 아비규환이었다.


곳곳에서 떨어지는 포탄이 천막과 무기, 갑옷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박살 내고 있었다.


“샤를로테 님, 적습입니다! 적이 전면적인 공세를···.”


퍼억!


그녀를 향해 뛰어오던 기사 한 명이 그대로 육편이 되어 터져 나갔다.


‘죽었어? 기사가?’


그녀와 지휘관들은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며 얼이 빠져버렸다.


“···기사가 포탄에 죽었어?”


“이, 이건 말도 안 되는···.”


“어찌 이런 야만적인···.”


그러나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잔혹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으, 으아악!”


“살려줘!”


“적들이다! 적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어!”


끊임없이 날아드는 포탄과 겁먹은 채로 날뛰어 대는 말.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병사들과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기사들.


그리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적들의 모습까지.


그녀는 멍하니 서서 그 파멸적인 광경을 쳐다보았다.


‘어,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린 머릿속에서는 어떠한 그림도 그려지지가 않았다.


“샤를로테 님.”


그때 고요한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흐릿한 현실에 선명한 선이 덧씌워지며, 그녀를 감싸듯이 다가온 사내를 그려냈다.


“어서 지휘관들을 이끌고 퇴각하십시오.”


그 낮고 선명한 목소리가 멍해진 머릿속에 색을 불어넣었다.


“리나.”


“으응?”


“샤를로테 님을 모시고 요새로 퇴각해.”


파리스는 천막의 앞에 걸려 있던 군기를 뽑아 들더니, 그대로 지옥도의 한가운데를 향해 걸어 나갔다.


“위, 위험···.”


그녀는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샤를로테 님,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요.”


리나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리나, 어서 샤를로테 님을 모시고 가라.”


“예, 라르모 님.”


지휘관들은 둘로 나뉘었다.


라르모를 비롯한 일부 신관들, 복수자들은 파리스의 뒤를 따랐고, 요새의 지휘관들과 다른 기사들은 그녀를 따라 요새 방향으로 향했다.


“자, 잠깐···.”


그녀는 파리스를 이곳에 두고 갈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이곳은 사지死地였으니까.


탈주하는 병사들과 혼란에 빠진 기사들로 뭘 막는단 말인가.


“파리스를 저곳에서 꺼내 와야···.”


아니, 사지로 향하는 다른 기사들도 막아야만 했다.


저 혼란 속으로 뛰어드는 건 개죽음···.


“?”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다.


벼락을 쥔 거인과 그 아래에 선 사내.


거친 바다 위를 지키는 등대처럼 굳게 선 사내는 자신의 화려한 날개를 펼쳐냈다.


그에게서 푸른빛의 파동 퍼져 나갔고,


펄럭이는 깃발과 함께,


기적이 펼쳐졌다.



* * *



극심한 혼란 속에서 하나의 깃발이 펄럭인다.


‘증폭.’


드높게 솟은 군기가 방황하는 자들을 인도하고,


‘공명.’


굳건한 등이 겁에 질린 눈동자들에게서 공포를 지워낸다.


‘더, 더 넓게.’


푸른빛의 편익片翼을 펼치며 마력을 폭발시킨다.


거세게 펄럭이는 깃발.


솟구치는 파동이 거센 파도가 되어 진영 끝까지 퍼져나갔다.


“전군, 전열을 정비하라.”


묵직하게 펴져 나간 목소리가 한순간에 전장의 혼란을 잠재웠다.


떨어지는 포탄 속, 사방으로 도망치던 병사들이 무기를 주워 들고, 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병사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새로운 마술인가?”


“···일단 우리도 해야 할 일을 하세.”


뒤바꾼 전장의 분위기에 기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합류한 지휘관들의 지시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기사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군.’


그는 혀를 차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긴 그렇게 사기적인 능력일 리가 없지.’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마력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증폭은 전열을 잡을 때까지만 활성화하고, 나머지는 공명에 집중해야겠어.’


일단 전열이 만들어지면, 중요한 것은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니까.


그는 움켜쥔 깃대 위로 펄럭이는 깃발을 바라보았다.



<전장의 기수>



전쟁왕의 효과를 증폭하고, 자신의 특성을 공명시키기 위한 기술.


오직 이날만을 위해 구입한 기술이었다.


물론 최적화를 위해 개조하는 과정에서 포인트가 좀 깨졌지만.


“파리스 님, 적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무관복 차림의 사내가 그에게 적들의 움직임을 보고해 왔다.


“이미 보고 있다.”


‘포격이 그친 이유도 아마 놈들이 가까이 접근한 탓이겠지.’


그는 전장의 안개를 뚫고 접근 중인 적색의 점들을 보다가 미니맵을 꺼버렸다.


‘이 능력에도 제약이 많군.’


분명 유용한 능력들이었지만, 뭔가 하자가 있거나 제약이 많았다.


가령 ‘아군’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까다롭다거나, 미니맵을 보는 동안에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이대론 싸울 마력조차 남지 않겠어.’


그러나 길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들의 눈앞에 검은 제복을 입은 북부군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검게 번들거리는 총구와 조금의 어긋남도 없는 칼 같은 대오.


그 정예한 모습이 무기도, 대열도 엉망인 아군과 대비되어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적의 사격에 대응할 총기가 너무 적습니다.”


무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총병을 뒤로 물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군은 일방적으로···.”


“백병전을 준비해라.”


창 하나를 움켜쥔 채로 총구 앞으로 뛰어들라는 미친 명령.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무관도, 명령을 하달 받은 병사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공포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물론 이대로 병사들을 사지로 던져 넣을 생각은 없었다.


“라르모 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맡겨주시게.”


어느새 그들의 뒤에 자리 잡은 알카이드의 신관들로부터 어마어마한 마력이 요동쳤다.


“깔끔하게 길을 열어주지.”


마력이 벼락으로 바뀌고, 벼락이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급격하게 치솟는 전류의 흐름은 이내 극위 신관의 인도에 따라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


화약 따위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초월적인 폭력.


거대한 낙뢰가 대기를 찢어발기며 지상으로 직격했고, 이내 거대한 벼락 폭풍이 되어 적들을 휩쓸었다.


그 파멸적인 재앙에 북부군은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로 죽어 나갔다.


“커···헉!”


직격을 피한 이들도 들고 있는 쇠붙이를 쫓아오는 잔뢰殘雷들로 인해 쓰러져갔다.


어떠한 외부적인 도움도 없이 마력만으로 하나의 부대를 몰살시키는 위업.


그 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북부군의 기사는 얼이 빠진 채로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이게 신관의 힘인가.’


자신은 갑옷과 마력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으나, 마력 한 줌 없는 병사들은 그대로 산화해 버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는 폭력.


생애 처음 본 신관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파괴적이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나?’


불길한 생각이 슬금슬금 기사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으득


북부의 기사는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켰다.


‘사자 백을 믿어야 한다. 그분께서 승산 없는 싸움을 시작하셨을 리가 없어.’


어차피 이대로 시간이 지났다면, 북부는 말라 죽었을 터.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모두 정신 차려라!”


기사는 짙은 흙먼지 속을 헤매며 아군을 찾아 나섰다.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내 목소리를 쪽으로 모여···.”


그 순간 흙먼지가 걷히며, 벼락을 쥔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깃발?’


아!


‘이건 적의 진영 앞에서···?’


서걱!


기사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포로는 없다.”


그가 군기를 앞으로 휘두르자, 병사들이 함성과 함께 전열조차 갖추지 못한 북부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총알에 꿰뚫리고, 트라이던트에 찔리며, 할버드에 쪼개지는 적들.


흉물을 상대로 휘둘러지던 무기들이 인간을 향한다.


대열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북부군은 자기들끼리 뭉쳐 저항하려 했지만, 파리스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적들의 창칼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달려들었다.


중간중간에 북부의 기사들이 노호성을 토하며 검을 휘둘렀으나, 병사들은 마치 흉물을 상대하듯이 그물을 던져 움직임을 제약하고, 트라이던트로 상대의 접근을 막으며, 총으로 마력을 깎고, 할버드로 골통을 부숴 놓았다.


‘개미들한테 물어뜯기는 사마귀 꼴이군.’


마치 공포가 거세된 듯이 몸을 던져오는 적들의 모습에 오히려 북부군이 겁에 질려 패주하고 말았다.


‘적의 선봉은 꺾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히로인을 강탈하는 양아치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종료와 추후 연재에 대하여 24.07.26 32 0 -
공지 연재 정보 공지 24.05.08 48 0 -
104 서전의 끝 24.09.06 34 1 13쪽
103 서전의 끝 24.09.05 20 1 14쪽
102 서전의 끝 24.09.04 23 1 12쪽
101 서전의 끝 24.09.03 23 1 12쪽
100 서전의 끝 24.08.30 23 1 12쪽
99 서전의 끝 24.08.29 24 1 11쪽
98 서전의 끝 24.08.28 23 1 13쪽
97 서전의 끝 24.08.27 23 1 12쪽
96 참마斬馬 24.08.23 26 1 15쪽
95 참마斬馬 24.08.22 28 1 14쪽
94 참마斬馬 24.08.21 29 1 12쪽
93 참마斬馬 24.08.20 26 1 11쪽
92 참마斬馬 24.08.16 32 1 12쪽
91 참마斬馬 24.08.15 26 1 13쪽
90 사자 24.08.14 30 1 14쪽
89 사자 24.08.13 33 1 11쪽
88 별동대 24.08.09 34 1 11쪽
87 별동대 24.08.08 31 1 12쪽
86 별동대 24.08.07 26 1 12쪽
85 별동대 24.08.06 25 1 12쪽
84 별동대 24.08.02 30 1 13쪽
83 별동대 24.08.01 28 1 14쪽
82 별동대 24.07.31 30 1 12쪽
81 별동대 24.07.30 30 1 14쪽
80 별동대 24.07.26 27 1 13쪽
79 별동대 24.07.25 31 1 14쪽
78 알카이드의 기수 24.07.24 28 1 14쪽
77 알카이드의 기수 24.07.23 28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